3월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원자바오 총리가 생각에 잠겨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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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이상적인 총리입니다.” 원자바오(溫家寶·65) 중국 총리가 미국판 싸이월드 ‘페이스북’을 통해 지구촌 누리꾼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1만3000명이 넘는 팬(fan) 페이지 회원 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팬 페이지 회원을 웃돈다. 2003년 3월 취임한 이후 원 총리의 인기는 ‘평민 총리’ ‘국민 중심 리더십’을 바탕으로 탄탄히 지속됐다.
●메가폰 들고 현장 중심 리더십 강조
중국이 위기에 몰렸을 때 현장에는 항상 원 총리가 있었다. 올해 초 춘제(중국 설날) 연휴를 전후해 50년 만의 폭설이 대륙을 강타했을 때도 그랬다. 13억여 명의 중국인이 귀성·귀경길에 오르며 철도와 도로, 공항이 폐쇄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자 그는 비행기와 열차, 자동차를 갈아타며 피해가 가장 심각한 후난(湖南) 성 창사(長沙)역에 도착해 메가폰을 잡고
외쳤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기차역에서 지내게 해서 미안합니다. 철도부터 복구해 여러분이 고향에서 설을 쇨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질학자 출신인 원 총리는 5월 12일 오후 2시 28분 강진이 발생한 뒤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 40분 진원지인 쓰촨 성 아바자치주 원촨(汶川) 현으로 향하는 특별기에 몸을 실었다. 특별기에서 그는 국영 중국중앙(CCTV)를 통해 “인민의 생명 보호가 최우선 임무”라며 “전력을 다해 피해주민 구조작업에 나서라”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현장에 도착해 가족과 집을 잃고 울고 있는 어린이를 바라보며 “얘들아 울지 마라. 나는 원 할아버지야. 조금만 참아. 반드시 구해줄 테니…”라고 위로했던 총리의 모습에 13억 중국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10년 이상 입은 잠바와 운동화의 ‘평민 총리’
그가 허름한 잠바를 10년 이상 입고 다닌 사실이나 밑창이 떨어진 운동화를 몇 년째 기워 가며 전국을 누볐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중국인들은 검소하고 소탈한 성품의 원 총리를 보며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를 떠올린다. 원조 평민 총리이자 영원한 총리로 불리는 저우 전 총리는 중국인들이 존경하는 지도자. 원 총리는 원만한 인간관계와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는 점이 저우 전 총리와 비슷하다. 또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합의를 중시하며,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범위한 독서로 고전에 조예
원 총리는 동서양의 고전에 조예가 깊은 문인(文人)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각국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이나 기자회견 때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부터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문인이나 철학자들이 남긴 명구를 적절하게 인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요즘 고민거리가 뭐냐”는 질문에 “생각하면 할수록 늘 존경과 외경심을 갖게 하는 유일한 두 대상은 별이 빛나는 저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이라는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문구를 즉석에서 인용하기도 했다. 그의 공부법은 성실하게 공부하기, 새벽 시간 100% 활용하기, 광범위한 독서 등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교수가 원 총리의 기자회견 인용 문장을 분석한 결과 인용 시문의 95%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으로 대부분이 원 총리가 독서로 공부한 내용이란 분석이 나왔다.
<봉아름 기자>erin@donga.com
·1942년 톈진 출생 ·베이징지질학원 지질광산학과 졸업, 지질측량탐사학 석사 ·간쑤 성 지질광산국 당 부서기 겸 정치부 주임 ·지질광산부 부부장(차관) 겸 당 정치부 주임 ·공산당 중앙판공청 부주임·주임 ·공산당 중앙정치국 후보위원·위원 ·국무원 부총리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국무원 총리(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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