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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faut ajouter à cette argenterie deux gros flambeaux d’argent massif qui lui venaient de l’héritage d’une grand’tante. Ces flambeaux portaient deux bougies de cire et figuraient habituellement sur la cheminée de l’évêque. Quand il avait quelqu’un à dîner, madame Magloire allumait les deux bougies et mettait les deux flambeaux sur la table.
이 은식기류에, 대이모의 유산으로 그에게 전해진 두 개의 커다란 순은 촛대를 덧붙여야 한다. 이 촛대들은 두 개의 밀랍 초를 받치고 있었으며, 평소에는 주교의 벽난로 위에 놓여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할 때면, 마글루아르 부인은 두 개의 초에 불을 붙이고 두 개의 촛대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Il faut ajouter à cette argenterie deux gros flambeaux d’argent massif...
flambeaux d'argent massif: '순은으로 된 대형 촛대들'이다. 단순한 도금 제품이 아닌 묵직한 순은 재질이라는 점에서 그 경제적 가치와 귀족 가문의 상속 유물로서의 성격이 뚜렷하다. 이 은촛대는 훗날 주교가 장발장의 도둑질을 용서하며 그의 영혼을 사기 위해 건네주는 핵심적인 소품이다.
...qui lui venaient de l’héritage d’une grand’tante.
venir de l'héritage de ~: "~의 유산으로부터 유래하다", "~에게서 물려받다"라는 뜻이다. 주교가 간직한 가문의 사적 내력과 그가 과거 지녔던 상류층 출신으로서의 역사성을 입증한다.
Ces flambeaux portaient deux bougies de cire et figuraient habituellement sur la cheminée de l’évêque.
bougies de cire (밀랍 초): 당시 일반적으로 쓰이던 짐승 지방으로 만든 싸구려 초(suif)와 달리, 꿀벌의 집에서 추출한 밀랍으로 만든 고급 초이다. 그을음이 적고 향이 좋아 고가에 거래되던 물품이다.
figurer: 여기서는 "모습을 나타내다", "(어떤 자리에) 놓여 있다/배치되어 있다"라는 회화 및 장식학적 의미로 쓰였다. 평소에는 벽난로 위(la cheminée)에 정물처럼 엄숙하게 놓여 있었음을 보여준다.
Quand il avait quelqu’un à dîner, madame Magloire allumait les deux bougies...
주교관을 찾아오는 손님을 환대하는 구체적 절차이다. 평소 주교 혼자 식사할 때는 켜지 않던 귀한 밀랍 초와 순은 촛대를, 찾아온 손님(quelqu’un)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내어놓고 식탁 위에 장식했던 주교의 후덕한 환대 양식을 정밀하게 포착했다.
flambeau: 대형 촛대, 횃불 (복수형: flambeaux)
massif: 순수한, 덩어리로 된, 묵직한 (argent massif: 순은)
héritage: 유산, 상속
grand’tante: 대이모, 대고모 (조부모의 자매)
bougie de cire: 밀랍 초 (고급 초)
figurer: 자리하다, 나타나다, 묘사되다
habituellement: 평소에, 보통, 습관적으로
Il y avait dans la chambre même de l’évêque, à la tête de son lit, un petit placard dans lequel madame Magloire serrait chaque soir les six couverts d’argent et la grande cuiller. Il faut dire qu’on n’en ôtait jamais la clef.
주교의 침실 안, 그의 침대 머리맡에는 마글루아르 부인이 매일 저녁 은식기 여섯 세트와 큰 국수저를 넣어 두는 작은 벽장이 하나 있었다. 한 가지 덧붙여야 할 것은, 그 벽장의 열쇠를 결코 빼놓는 법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Il y avait dans la chambre même de l’évêque, à la tête de son lit, un petit placard...
chambre même: '침실 바로 안'을 뜻하며, 은식기가 공적인 식당이 아닌 주교의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수면 공간에 보관되었음을 보여준다.
à la tête de son lit: '침대 머리맡'이라는 위치적 서술은 주교의 수면 중 무방비함과 은식기의 물리적 거리가 극도로 가까웠음을 시각화한다.
placard: 벽면을 파서 문을 단 붙박이 벽장을 가리킨다.
...dans lequel madame Magloire serrait chaque soir...
serrer: '보관하다', '간직하다', '채워 넣다'라는 뜻의 동사이다. 마글루아르 부인이 매일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은식기를 닦아 정성스럽게 보관하던 일상적 행동 패턴을 보여준다.
...les six couverts d’argent et la grande cuiller.
앞 단락에서 주교의 유일한 세속적 취향으로 묘사되었던 은식기 세트가 다시금 등장하여 서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Il faut dire qu’on n’en ôtait jamais la clef.
ôter: '치우다', '빼내다', '제거하다'라는 뜻이다.
중성대명사 en: '그것으로부터'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벽장(le placard)을 가리킨다. 즉, "벽장 자물쇠에서 열쇠(la clef)를 결코 뽑아두지 않았다"라는 뜻이다.
이 마지막 문장은 주교관이 외부 침입이나 도난에 대해 완벽하게 무방비한 상태였음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주교는 인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무소유의 평화를 실천하기 위해 문이나 벽장을 잠그지 않았으나, 이 경건한 도덕적 결단이 도둑인 장발장에게는 아무런 장애물 없이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à la tête de ~: ~의 머리맡에, ~의 선두에
placard: 벽장, 찬장, 붙박이장
serrer: 간직하다, 보관하다, 꼭 쥐다
ôter: 빼내다, 치우다, 제거하다
clef (또는 clé): 열쇠
Le jardin, un peu gâté par les constructions assez laides dont nous avons parlé, se composait de quatre allées en croix rayonnant autour d’un puisard ; une autre allée faisait tout le tour du jardin et cheminait le long du mur blanc dont il était enclos. Ces allées laissaient entre elles quatre carrés bordés de buis. Dans trois, madame Magloire cultivait des légumes ; dans le quatrième, l’évêque avait mis des fleurs. Il y avait çà et là quelques arbres fruitiers.
우리가 언급했던 꽤 흉물스러운 건물들로 인해 다소 훼손된 정원은, 배수 우물(집수정)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 나간 십자 모양의 네 갈래 길로 구성되어 있었다. 또 다른 길 하나는 정원 전체를 한 바퀴 돌며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흰 장벽을 따라 나란히 이어져 있었다. 이 길들은 그 사이에 회양목으로 테두리를 두른 네 개의 사각형 구역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중 세 구역에는 마글루아르 부인이 채소를 재배했고, 네 번째 구역에는 주교가 꽃들을 심어 놓았다. 여기저기에는 몇 그루의 과일나무도 있었다.
Le jardin, un peu gâté par les constructions assez laides...
gâter: "(외관 등을) 망치다", "훼손하다"라는 뜻이다. 주교관 주변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투박하고 볼품없는 건물들(constructions assez laides) 때문에 정원의 전경이 다소 손상되었음을 지적하며 사실주의적인 묘사로 문을 연다.
...se composait de quatre allées en croix rayonnant autour d’un puisard ;
allée en croix: '십자(十字) 모양의 길'이다. 정원 한가운데의 배수정(puisard)을 중심으로 네 갈래의 오솔길이 십자가 형태로 교차하며 뻗어 나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주교관 내부의 기운 휘장 자국에 이어, 외부 정원의 도면조차 종교적 상징인 '십자가'와 유기적으로 닮아 있음을 보여주는 문학적 배치이다.
rayonner autour de ~: "~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가다", "빛나다"라는 뜻이다.
...cheminait le long du mur blanc dont il était enclos.
cheminer: "천천히 걷다", "나아가다"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길(allée)이 벽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라는 공간적 연속성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dont (관계대명사): 선행사 le mur blanc(흰 장벽)을 받으며, être enclos de ~(~로 둘러싸이다) 구조에 기인한다.
Ces allées laissaient entre elles quatre carrés bordés de buis.
십자형 오솔길과 외곽 순환 오솔길에 의해 정원이 기하학적으로 구획된 상태를 묘사한다.
carré: '사각형의 밭 구역'을 뜻한다.
bordé de buis: 유럽식 정원 양식에서 흔히 나타나는 조경 기법으로, 각 구획의 경계에 늘푸른 작은 나무인 회양목(buis)을 촘촘하게 심어 테두리를 두른 형태를 가리킨다.
Dans trois, madame Magloire cultivait des légumes ; dans le quatrième, l’évêque avait mis des fleurs.
세 개의 사각형 구역은 마글루아르 부인의 실용적 채소밭(légumes)으로 쓰였고, 오직 단 한 구역(le quatrième)만이 주교의 화단(fleurs)으로 남겨졌음을 대조한다. 생존과 실용을 중시하는 마글루아르 부인의 대지적 노동과, 물질적 쓸모를 넘어서는 순수한 아름다움과 생명의 영성을 상징하는 주교의 예술적·종교적 취향이 정원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아름답게 공존하고 있음을 포착한 명문이다.
gâter: 망치다, 손상하다, 버릇없이 키우다
puisard: 배수정(排水井), 집수정, 소형 우물
rayonner: 방사형으로 뻗다, 빛나다, 광채를 발하다
cheminer: (길이) 이어지다, 서서히 걷다
enclore: 둘러싸다, 울타리를 치다 (과거분사형: enclos)
carré: 사각형, 사각형 밭 구역
bordé (de): (~으로) 테두리가 둘러진
buis: 회양목(繪楊木)
cultiver: 재배하다, 경작하다, 함양하다
arbre fruitier: 과일나무
Une fois madame Magloire lui avait dit avec une sorte de malice douce :
une sorte de ~: "일종의 ~", "일말의 ~"라는 뜻이다.
malice douce: "부드러운 장난기", "악의 없는 놀림"을 뜻한다. 평소 하녀인 마글루아르 부인이 주교를 깊이 공경하면서도, 집안 살림을 도맡은 책임자로서 주교의 유별난 꽃사랑을 귀엽게 타박하는 친밀하고 따뜻한 가솔 간의 분위기를 전한다.
— Monseigneur, vous qui tirez parti de tout, voilà pourtant un carré inutile.
tire parti de ~: "~을 활용하다", "~에서 이득을 얻다", "~을 요긴하게 쓰다"라는 매우 중요한 관용 구문이다. 주교가 평소에 낡은 휘장의 기운 자국조차 십자가로 승화시키는 등 매사를 긍정적이고 가치 있게 변모시키는 모습을 영리하게 짚어낸 표현이다.
un carré inutile: 앞선 문장에서 언급된 네 개의 사각형 밭 구역 중 주교가 꽃을 심은 네 번째 구역(le quatrième)을 가리킨다. 실용적 살림꾼인 마글루아르 부인의 눈에는 먹지 못하는 꽃밭이 "쓸모없는 구역"으로 비쳤음을 보여준다.
— Madame Magloire, répondit l’évêque, vous vous trompez. Le beau est aussi utile que l’utile.
se tromper: "착각하다", "잘못 생각하다"라는 대동사이다.
Le beau와 l’utile: 형용사에 정관사를 붙여 추상명사화한 형태로, 각각 '아름다움(美)'과 '유용성(用)'을 대표한다.
aussi ~ que... (동등 비교): "아름다운 것은 유용한 것만큼이나 유용하다"라는 주교의 선언은, 물질적인 생계의 도구 못지않게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고 고양하는 정신적·미적 가치가 인간 실존에 있어 동등한 무게를 지닌다는 인문주의적 가치관을 천명한다.
— Il ajouta après un silence : Plus peut-être.
après un silence: "잠시 침묵한 뒤에"라는 삽입구는 주교가 이 진리를 가볍게 던진 것이 아니라, 평생의 신앙과 성찰을 통해 도달한 내면의 확신을 무겁게 꺼내놓았음을 시각화한다.
Plus peut-être: "어쩌면 그보다 더(유용할지도 모른다)"라는 뒤이은 반전은 이 단락의 백미이다. 육체의 배고픔을 채우는 상추(l’utile)도 중요하지만, 영혼의 굶주림을 채우고 신의 창조적 신비를 묵상하게 하는 꽃(Le beau)은 인간을 단순한 생존의 차원을 넘어 신성(神性)의 영역으로 인도하기에 훨씬 더 본질적이고 숭고한 유용성을 지닌다는 고도의 영성적 통찰이다.
malice: 장난기, 악의 없는 장난, 재치
tirer parti de: ~을 활용하다, 이용하다, 이익을 얻다
pourtant: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inutile: 쓸모없는, 무익한
il vaudrait mieux + 동사원형: ~하는 편이 더 낫다 (조건법 현재)
se tromper: 실수하다, 착각하다, 잘못 알다
le beau: 아름다운 것, 미(美) (형용사의 명사화)
l'utile: 유용한 것, 유용성 (형용사의 명사화)
Ce carré, composé de trois ou quatre plates-bandes, occupait M. l’évêque presque autant que ses livres. Il y passait volontiers une heure ou deux, coupant, sarclant, et piquant çà et là des trous en terre où il mettait des graines. Il n’était pas aussi hostile aux insectes qu’un jardinier l’eût voulu.
서너 개의 화단으로 이루어진 이 사각형 밭은 책 못지않게 주교 백하의 마음을 거의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기꺼이 그곳에서 한두 시간을 보내며 줄기를 자르고, 잡초를 뽑고, 여기저기 흙구멍을 파서 씨앗들을 심곤 했다. 그는 정원사라면 바랐을 만큼 곤충들에게 적대적이지 않았다.
Ce carré, composé de trois ou quatre plates-bandes, occupait M. l’évêque presque autant que ses livres.
plate-bande: 정원의 길가를 따라 길쭉하게 조성된 '꽃단' 혹은 '화단'을 의미한다.
occupait ~ presque autant que ses livres: 평소 고대 비평서 집필과 성서 연구에 매진하던 주교의 지적 노동(ses livres) 못지않게, 꽃밭을 가꾸는 육체적 노동 또한 그의 내면적 시간과 열정을 가득 채우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에게 원예는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대지와의 교감이자 영성 생활의 연장이었다.
Il y passait volontiers une heure ou deux, coupant, sarclant, et piquant...
volontiers: "기꺼이", "즐겨"라는 뜻이다.
현재분사의 병렬 활용 (coupant, sarclant, piquant): 주교가 화단에서 행하던 구체적인 몸짓들을 생생한 동작으로 시각화한다. 전정 가위로 가지를 치고(couper), 김을 매며 잡초를 솎아내고(sarcler), 씨앗을 심기 위해 뾰족한 도구로 흙에 구멍을 뚫는(piquer) 소박한 노동의 땀방울이 문장에서 리듬감 있게 이어진다.
Il n’était pas aussi hostile aux insectes qu’un jardinier l’eût voulu.
hostile à ~: "~에 적대적인"이라는 뜻이다.
접속법 대과거(Subjonctif plus-que-parfait)의 조건문 대용: l'eût voulu는 문맥상 조건법 과거(l'aurait voulu)에 대응하여 "정원사였다면 원했을 법한 수준만큼"이라는 가정적 뉘앙스를 세련되게 담아낸다.
정원의 작물과 꽃을 보호하기 위해 해충을 박멸해야 하는 정원사(jardinier)의 관점과 달리, 모든 미물에게도 존재의 권리가 있다고 믿는 주교의 초월적 생명관을 드러낸다. 해충과 익충의 도구적 이분법을 넘어, 신이 창조한 모든 피조물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그의 우주적 자비심이 돋보이는 묘사이다.
plate-bande: 화단, 꽃단 (복수형: plates-bandes)
presque autant que: 거의 ~못지않게, 거의 ~만큼이나
volontiers: 기꺼이, 즐겨, 흔쾌히
sarcler: 김을 매다, 잡초를 뽑다
piquer: 찌르다, (구멍을) 뚫다, (식물을) 꺾꽂이하다
graine: 씨앗, 종자
hostile: 적대적인, 반대하는
insecte: 곤충, 미물
Du reste, aucune prétention à la botanique ; il ignorait les groupes et le solidisme ; il ne cherchait pas le moins du monde à décider entre Tournefort et la méthode naturelle ; il ne prenait parti ni pour les utricules contre les cotylédons, ni pour Jussieu contre Linné. Il n’étudiait pas les plantes ; il aimait les fleurs. Il respectait beaucoup les savants, il respectait encore plus les ignorants, et, sans jamais manquer à ces deux respects, il arrosait ses plates-bandes chaque soir d’été avec un arrosoir de fer-blanc peint en vert.
하기야, 그는 식물학에 대한 어떠한 지적 허영도 부리지 않았다. 그는 식물의 분류군이나 조직론(고형병리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투르네포르 체계와 자연 분류법 사이에서 판정을 내리려는 시도 따위는 털끝만큼도 하지 않았다. 자엽(떡잎)에 맞서 낭상체(미세 주머니) 편을 들지도 않았고, 린네에 맞서 쥐시외 편을 들지도 않았다. 그는 식물을 연구하지 않았다. 그는 꽃을 사랑했다. 그는 학자들을 매우 존중했으나, 무지한 이들은 그보다 훨씬 더 존중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존중을 결코 저버리지 않은 채, 여름날 저녁이면 언제나 녹색으로 칠해진 양철 물뿌리개를 들고 자신의 화단에 물을 주곤 했다.
Du reste, aucune prétention à la botanique ; il ignorait les groupes et le solidisme ;
prétention: "지적 자만", "허영심", "과시"를 뜻한다.
solidisme (조직설/고형론): 18~19세기 생리학 및 의학에서 생명 현상과 질병의 원인을 체액이 아닌 신체의 고체 조직(solide)의 긴장과 이완에서 찾으려 했던 이론이다. 주교는 이러한 당대의 첨단 학술 이론이나 식물 분류학적 구분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음을 뜻한다.
...il ne cherchait pas le moins du monde à décider entre Tournefort et la méthode naturelle...
le moins du monde: "결코", "털끝만큼도"라는 강한 부정 표현이다.
Tournefort 대 la méthode naturelle: 프랑스 식물학자 조제프 피통 드 투르네포르(Joseph Pitton de Tournefort)가 제안한 인위적 분류법(꽃관의 형태로 분류)과, 이후 발전한 자연 분류법(식물의 전체적인 구조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분류) 사이의 당대 학술적 논쟁을 가리킨다. 주교는 이 학계의 해묵은 논쟁에 개입하려 하지 않았다.
...il ne prenait parti ni pour les utricules contre les cotylédons, ni pour Jussieu contre Linné.
prendre parti pour ~ contre...: "...에 맞서 ~의 편을 들다"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ni ~ ni...(A도 아니고 B도 아니다)와 결합하여 철저한 중립 혹은 무관심을 나타낸다.
utricules (낭상체) 대 cotylédons (자엽/떡잎): 식물의 미세 세포 구조와 발생학적 기관을 둘러싼 학술적 대립 구도이다.
Jussieu 대 Linné: 근대 식물 분류학의 기초를 닦은 스웨덴의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의 성선택 기반 이분법적 분류 체계와, 이에 맞서 식물의 종합적 특징을 중시한 프랑스의 앙투안 로랑 드 쥐시외(Antoine Laurent de Jussieu) 가문의 대립을 뜻한다. 주교는 이러한 학문적 당파성에 연루되기를 거부했다.
Il n’étudiait pas les plantes ; il aimait les fleurs.
단문 대조를 통한 주제 의식 선언: 대상을 해부하고 분석하여 범주화하는 객관적 학문 행위(étudier)와, 대상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수용하는 주관적 영성 행위(aimer)를 날카롭게 대비시킨 명구이다. 주교에게 자연은 해부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었다.
Il respectait beaucoup les savants, il respectait encore plus les ignorants...
지식을 소유한 자(savants)를 예우하되,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무지한 자들(ignorants)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을 더욱 따뜻하게 품었던 주교의 기독교적 인본주의와 겸손의 태도를 명시한다.
...sans jamais manquer à ces deux respects, il arrosait ses plates-bandes...
manquer à ~: "~을 저버리다", "~를 이행하지 않다"라는 뜻이다.
지식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고르게 긍정하는 자비의 마음을 간직한 채, 매일 저녁 녹색 칠을 한 투박한 양철(fer-blanc) 물뿌리개를 들고 식물들에게 물을 주던 그의 소박한 행동은, 우주 안의 모든 미미한 존재들을 돌보는 성자의 구체적인 일상적 의식(Ritual)으로 격상된다.
prétention: 허영심, 과시, 권리 주장
botanique: 식물학
solidisme: 고형론(생리학/의학 이론)
le moins du monde: 조금도, 결코 (~않다)
utricule: 낭상체(囊狀體), 미세 주머니 세포
cotylédon: 자엽, 떡잎
savant: 학자, 지식인 (형용사형: 학식이 있는)
ignorant: 무지한 사람, 문맹자 (형용사형: 무식한)
manquer à: (의무·약속·기대를) 저버리다, 어기다
arrosait: 물을 주었다 (동사 arroser의 반과거 3인칭 단수)
fer-blanc: 양철, 주석 도금 판목
La maison n’avait pas une porte qui fermât à clef. La porte de la salle à manger qui, nous l’avons dit, donnait de plain-pied sur la place de la cathédrale, était jadis armée de serrures et de verrous comme une porte de prison. L’évêque avait fait ôter toutes ces ferrures, et cette porte, la nuit comme le jour, n’était fermée qu’au loquet. Le premier passant venu, à quelque heure que ce fût, n’avait qu’à la pousser. Dans les commencements, les deux femmes avaient été fort tourmentées de cette porte jamais close ; mais M. de Digne leur avait dit : « Faites mettre des verrous à vos chambres, si cela vous plaît. »
그 집에는 열쇠로 잠글 수 있는 문이 단 하나도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대성당 광장과 같은 높이로 바로 연결되어 있던 식당 문에는 과거 감옥 문처럼 자물쇠와 빗장들이 장착되어 있었다. 주교는 이 모든 철물 장치들을 떼어내게 하였고, 그리하여 이 문은 밤이나 낮이나 오직 걸쇠로만 닫혀 있을 뿐이었다. 길을 지나가는 행인은 그가 누구이든, 그것이 몇 시이든 간에, 그저 문을 밀기만 하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초기에 는 두 여인이 결코 잠기지 않는 이 문 때문에 몹시 애를 태웠으나, 디뉴의 주교 백하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만약 원한다면, 당신들의 방 문에는 빗장을 달아 두도록 하시오.'
La maison n’avait pas une porte qui fermât à clef.
접속법 반과거(Subjonctif imparfait)의 사용: 부정문 뒤에 오는 관계절의 서술이거나, 실재하지 않는 가정적 속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동사 fermer(잠그다)가 접속법 반과거 3인칭 단수 형태인 fermât로 굴절되었다. 단 한 군데의 잠금장치도 허용하지 않는 주교관의 공간적 성격을 선언한다.
...donnait de plain-pied sur la place de la cathédrale...
de plain-pied: 계단이나 문턱 없이 "같은 높이로", "곧바로" 연결된 구조를 뜻하는 건축·공간적 관용구이다. 식당 문이 대성당 광장(la place de la cathédrale)이라는 완전한 공공의 영역과 아무런 물리적 장애막 없이 곧장 닿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était jadis armée de serrures et de verrous comme une porte de prison.
être armé de ~: 원래 "무장되다"라는 뜻이나, 사물에 쓰여 "~이 장착되어 있다", "구비되어 있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porte de prison (감옥 문): 타인을 배척하고 철저히 격리하기 위한 감옥 문과 같았던 과거의 엄격한 폐쇄 장치들을 언급함으로써, 주교가 취한 개방의 행위가 얼마나 파격적인 변화인지를 대조적으로 부각한다.
...cette porte, la nuit comme le jour, n’était fermée qu’au loquet.
ne ~ que (제한 구문): "오직 ~뿐이다"라는 뜻이다.
loquet (걸쇠): 고리나 홈에 쇠막대를 살짝 걸쳐두는 간단한 고정 장치로, 밖에서 밀면 언제든 쉽게 열리는 구조이다. 밤낮으로(la nuit comme le jour) 이 최소한의 도구로만 문을 유지했다는 것은 주교관이 완전한 무방비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Le premier passant venu, à quelque heure que ce fût, n’avait qu’à la pousser.
le premier venu: "누구든지", "아무나"를 뜻하는 숙어적 표현이다.
à quelque heure que ce fût: 양보절 구문으로 "그것이 몇 시이든 간에", "아무리 늦은 시각일지라도"를 뜻한다. 동사 être는 접속법 반과거 fût로 굴절되었다.
n'avoir qu'à + 동사원형: "~하기만 하면 된다"라는 간결한 관용구이다. 주교관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육체적 수고가 그저 손으로 문을 미는 행위(pousser)뿐이었음을 명시한다.
...les deux femmes avaient été fort tourmentées de cette porte jamais close ;
tourmenter: "괴롭히다", "불안하게 만들다"라는 뜻이다. 밤마다 치안과 강도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에서 마글루아르 부인과 누이 바티스틴 양이 겪었을 지극히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인간적 공포를 서술한다.
« Faites mettre des verrous à vos chambres, si cela vous plaît. »
faire + 동사원형 (사역 구문): "~하게 시키다", "~하도록 조치하다"라는 뜻이다.
주교는 자신의 무소유와 타인에 대한 신뢰를 타인(두 여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한다면(si cela vous plaît) 각자의 방에는 빗장(verrous)을 달아 사적 안전을 도모할 자유를 주면서도, 자신만큼은 온전히 세상의 위협 앞에 벌거벗은 채로 서 있겠다는 성자로서의 확고한 단독자적 결단력을 보여준다.
de plain-pied: 같은 높이로, 평평하게, 곧바로
armer: 무장시키다, (기계·장치를) 장착하다
serrure: 자물쇠
verrou: 빗장, 걸쇠 (복수형: verrous)
ferrure: 철물 장치, 금속 부품
loquet: 걸쇠, 손잡이 달린 걸개
passant: 행인, 지나가는 사람
tourmenter: 괴롭히다, 안달하게 만들다, 고통 주다
close: 닫힌 (형용사 clos의 여성형)
Elles avaient fini par partager sa confiance ou du moins par faire comme si elles la partageaient. Madame Magloire seule avait de temps en temps des frayeurs. Pour ce qui est de l’évêque, on peut trouver sa pensée expliquée ou du moins indiquée dans ces trois lignes écrites par lui sur la marge d’une bible : « Voici la nuance : la porte du médecin ne doit jamais être fermée ; la porte du prêtre doit toujours être ouverte. »
그녀들은 결국 그의 신뢰를 공유하게 되었거나, 적어도 공유하는 것처럼 행동하게 되었다. 오직 마글루아르 부인만이 때때로 두려움을 느낄 뿐이었다. 주교의 경우에는, 그가 어느 성경 책 여백에 적어 둔 다음과 같은 세 줄의 글귀에서 그의 생각이 설명되어 있거나 적어도 나타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의사의 문은 결코 닫혀 있어서는 안 되며, 사제의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Elles avaient fini par partager sa confiance ou du moins par faire comme si...
finir par + 동사원형: 앞 단락에 이어 "결국 ~하게 되다"라는 귀결을 나타낸다.
faire comme si ~: "~인 것처럼 행동하다/가장하다"라는 뜻이다. 주교의 절대적인 평화주의와 무방비 상태에 마침내 동화되어 간 누이와 하녀의 심리적 변화를 묘사한다. 비록 내면의 완벽한 동의는 아닐지라도 주교의 뜻을 존중하여 묵인하는 방식을 택했음을 의미한다.
...madame Magloire seule avait de temps en temps des frayeurs.
frayeur: 갑작스러운 공포나 두려움을 뜻한다. 실무적인 살림꾼으로서 치안의 현실적 위험을 가장 먼저 체감할 수밖에 없었던 마글루아르 부인의 인간적인 불안감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Pour ce qui est de l’évêque, on peut trouver sa pensée expliquée ou du moins indiquée...
Pour ce qui est de ~: "~에 관해서 말하자면"이라는 뜻의 관용구이다.
expliquée ou du moins indiquée: "설명되어 있거나 적어도 나타나 있는"이라는 표현으로, 성경 여백의 친필 메모가 주교의 실천적 삶을 해명하는 열쇠임을 시사한다.
...sur la marge d’une bible : « Voici la nuance... »
la marge d’une bible: 성경의 여백이다. 주교가 텍스트 자체에만 머무는 학자가 아니라, 성서의 진리를 자신의 일상적 삶에 직접 주석으로 달아 나가던 실천가였음을 시각적으로 입증하는 서지학적 디테일이다.
nuance: 미묘한 차이, 음영을 뜻한다.
...la porte du médecin ne doit jamais être fermée ; la porte du prêtre doit toujours être ouverte.
대조를 통한 주제화: 의사(le médecin)와 사제(le prêtre)의 직무적 성격을 '문'의 상태를 통해 엄밀하게 규정한 명구이다.
ne doit jamais être fermée (결코 닫혀 있어서는 안 된다): 의사는 육체의 질병을 고치기 위해 환자가 부르면 문을 열고 '나서야' 하는 수동적 혹은 즉각적 대기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그의 문은 닫히지만 않으면 된다.
doit toujours être ouverte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사제는 영혼의 치유를 갈구하며 찾아오는 길 잃은 죄인과 나그네를 '환대'해야 하는 능동적이고 무조건적인 개방 상태를 뜻한다. 사제의 문은 단순히 잠기지 않는 것을 넘어, 들어오고자 하는 모든 상처받은 영혼을 향해 언제나 열려 있는 피난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선언은 훗날 범죄자 장발장이 밤중에 이 문을 밀고 들어왔을 때, 주교가 그를 거부하지 않고 품어 안는 도덕적 정당성의 신학적 근거가 된다.
Sur un autre livre, intitulé Philosophie de la science médicale, il avait écrit cette autre note : « Est-ce que je ne suis pas médecin comme eux ? Moi aussi j’ai mes malades ; d’abord j’ai les leurs, qu’ils appellent les malades ; et puis j’ai les miens, que j’appelle les malheureux. »
『의과학 철학』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책에, 그는 이러한 또 다른 메모를 적어 두었다.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의사가 아닌가? 내게도 나의 환자들이 있다. 우선 그들이 '환자'라고 부르는 그들의 환자들이 나의 환자이고, 그다음으로는 내가 '불행한 이들'이라 부르는 나만의 환자들이 있다.」
Sur un autre livre, intitulé Philosophie de la science médicale, il avait écrit cette autre note :
intitulé: "~라는 제목의", "~라고 명명된"이라는 뜻으로 과거분사가 형용사처럼 쓰인 형태이다.
Philosophie de la science médicale: 당대 19세기 실증주의적이고 과학주의적인 관점으로 인간의 몸과 질병을 분석하던 의학 서적의 제목이다. 주교는 이러한 물질적·객관적 과학 서적을 읽으면서도, 그 행간에 종교적이고 실존적인 사유의 흔적(cette autre note)을 새겨 넣었음을 보여준다.
« Est-ce que je ne suis pas médecin comme eux ? »
comme eux (그들처럼/그들과 같이): 여기서 '그들'은 책에 등장하는 생리학적이고 육체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물리적 의사들을 가리킨다. 주교는 스스로를 영혼의 질병을 돌보는 존재로서 그들 못지않은 당당한 '의사(médecin)'로 정체화한다.
« Moi aussi j’ai mes malades ; »
주교가 규정하는 사제직의 본질이다. 그는 권위적인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상처받고 앓는 자들(malades) 곁에 머무는 치유자로서 자신을 바라본다.
« d’abord j’ai les leurs, qu’ils appellent les malades ; »
les leurs (그들의 것/환자들): 소유대명사로, 의사들이 다루는 육체적 질병을 앓고 있는 일반적인 환자들을 뜻한다. 주교는 육신의 병고로 고통받는 이들 역시 당연히 자신의 영적인 돌봄과 기도의 대상임을 밝힌다.
« et puis j’ai les miens, que j’appelle les malheureux. »
les miens (나의 것/환자들): 소유대명사로, 일반적인 병원과 의사들이 치료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사회적으로 버림받고 영혼이 부서진 이들을 주교 자신이 온전히 떠맡아야 할 존재로 포섭한다.
les malheureux (불행한 이들/비참한 자들): 이 작품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의 핵심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단어이다. 가난, 굶주림, 범죄, 사회적 소외, 양심의 가책 등 육체적 병리 현상 너머에 존재하는 실존적이고 사회적인 고통을 앓는 자들이다. 훗날 등장할 장발장과 팡틴이 바로 이 '불행한 환자들'의 가장 비극적이고 대표적인 표상이 되며, 주교는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스스로의 문을 영원히 열어두는 영혼의 참된 의사로서 기능한다.
intitulé: ~라는 제목의
Philosophie: 철학
science médicale: 의과학, 의학
médecin: 의사
malade: 환자, 병자 (형용사/명사)
malheureux: 불행한 이들, 비참한 사람들 (형용사 malheureux의 명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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