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제일 객잔》
## 제22화 ― 천검성군의 검
마령산 깊은 곳.
수천 년 동안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거대한 석문이 천천히 열렸다.
쿠르르르릉—
산 전체가 흔들렸다.
검은 안개가 갈라지고 눈부신 푸른빛이 어둠을 밀어냈다.
석문 안에는 거대한 제단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
한 자루의 검이 허공에 떠 있었다.
검집도 없었다.
받침대도 없었다.
마치 스스로 세상을 떠받치듯 고요히 떠 있는 검.
천명검.
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전설의 검이었다.
연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검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웅—
맑은 검명이 마령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풍백이 숨을 삼켰다.
"깨어났다."
"천명검이 주인을 알아본다."
백노인도 처음 보는 광경에 말을 잃었다.
설화는 연우 곁에서 검을 거두지 않았다.
그 순간.
천명검에서 푸른 빛기둥이 솟구쳤다.
빛은 연우를 감싸더니 순식간에 의식 속으로 그를 끌어들였다.
---
끝없는 흰 공간.
아무것도 없는 세계.
연우 혼자 서 있었다.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걸어오는 한 남자.
푸른 장포.
긴 흑발.
그리고 연우와 똑같은 얼굴.
천검성군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천검성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연우는 조용히 물었다.
"당신이... 나인가."
천검성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너의 전생."
"그리고 너는 나의 다음 삶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천검성군은 천명검을 들어 보였다.
"이 검을 다시 들면."
"천하제일의 무공."
"천 년의 기억."
"모든 힘을 되찾게 된다."
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검성군이 다시 말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연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조건?"
천검성군은 담담하게 말했다.
"객잔을 버려라."
"..."
"설화를 잊어라."
"..."
"연우라는 이름도 버려라."
"..."
"다시 천검성군으로 살아라."
고요한 침묵.
연우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천검성군은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후.
연우는 작게 웃었다.
"싫습니다."
천검성군의 눈빛이 흔들렸다.
"왜?"
연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천하를 구하는 영웅보다."
"손님에게 따뜻한 국수 한 그릇 끓여 주는 삶이 좋습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객잔에는 나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습니다."
"설화가 있고."
"청아가 있고."
"묘묘가 있고."
"백노인과 풍백도 있습니다."
"그리고..."
"연호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있는 곳이."
"내가 살아갈 세상입니다."
천검성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의 얼굴에 아주 작은 미소가 번졌다.
"그래."
"천 년 전의 나라면."
"그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천명검을 연우에게 내밀었다.
"그래서."
"네가 나보다 강하다."
순간.
천명검이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
푸른빛이 연우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잃어버렸던 무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흩어졌던 기억이 하나로 이어졌다.
천검성군의 기억.
연우의 기억.
두 삶이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여전히 '연우'가 있었다.
---
현실.
연우가 천천히 눈을 떴다.
천명검은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검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오래된 친구처럼 따뜻했다.
설화가 다가왔다.
"괜찮아요?"
연우는 미소를 지었다.
"응."
"다녀왔어."
설화는 아무 말 없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멀리서 흑월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낮게 웃었다.
"역시..."
"그런 선택을 했군."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아주 작은 흔들림이 스쳐 지나갔다.
천 년 동안 기다렸던 결말과는 전혀 다른 선택이었다.
---
한편.
객잔에서는 묘묘의 결계가 검은 꽃의 번짐을 가까스로 막아 내고 있었다.
묘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주인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
### 다음 화 예고
## 제23화 ― 얼음 동굴
천명검의 진정한 주인이 된 연우.
그는 설화와 함께 얼음 동굴 깊숙이 잠든 연호의 육신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마지막 길목에는 흑월이 홀로 기다리고 있었다.
천 년의 원한과 천 년의 약속.
모든 인연이 마침내 하나의 결말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