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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미식가도 아니며 요리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지만, 두부는 다른 재료와 혼합되어도 두부 그 자체의 맛을 간직하며 살아있는 것 같다. 조림을 하게 되면 두부 속의 수분의 빠져 오그라들고, 찌개나 국거리에 넣으면 수분 가득한 두부가 더욱 수분을 머금어 출렁출렁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오그라들어도 부풀어도 여전히 두부의 느낌은 살아있다. 두부를 소재로 한 일본음식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두부 그 자체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단연 히야얏코, 유도후, 아게다시토후.
히야얏코(冷奴)는 한자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차갑고 주로 여름에 먹는다. 차가게 한 두부를 큼직한 사각형으로 썰어 파·가츠오부시·생강 등을 꾸미로 얹고, 마지막으로 간장을 뿌려 먹는다. 여름에 히야얏코가 있다면 겨울에는 유도후(湯豆腐)가 있다. 유도후는 두부, 물, 다시마로만 만들어내는 요리이니만큼 세 가지가 모두 고품질이어야 하니, 에도시대의 요리책『두부백진(豆腐百珍)』에 최상급 요리로 올랐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간장·식초·미림·다시물에 다진파, 얇게 선 유자, 무즙을 꾸미로 얹은 소스에 찍어 먹는다. 아게다시토후(揚げ出し豆腐)는 두부에 옷을 입혀 튀긴 다음 소스를 찍어 먹는 요리다. 한국에서는 두부에 옷을 입혀 튀기는 것이 생소하겠지만, 튀김옷 속의 폭신한 두부의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요즘 패션에는 미니멀이 유행이라고 한다. 일본요리의 미니멀함을 든다면 바로 이 세 가지가 아닐까. 소박하지만 재료의 맛과 계절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한국의 두부요리도 다채롭고 맛깔스럽지만, 가끔은 일본에서 생활했던 시절에 히야얏코, 유도후, 아게다시토후로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났던 기억과 함께 그 맛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