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방의 ABC 트레킹 기
ABC 는 희말라야 산 아래 위치한 작은나라 네팔국의 북쪽에 위치한 Annapurna산의 Base Camp 의 약자 다. 지난 2001년 4월에 Landruk에서 Ghandruk까지 2박3일의 짧은 코스의 산행 경험은 있지 만 본격적인 트레킹은 처음이라 막상 결정하고도 자신이 없다. 매주 토, 일요일 근교산행으로 체력을 키우기는 했으나 해발4.130m 가 동네 뒷산도 아니고 본인으로서는 정말 어려운 결정을 했다. 큰 장 비는 필요치 않지만 그래도 소소한 옷가지라도 준비하느라 꼭 어린 시절 소풍 전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이제 막상 떠난다. 혹시 이 여행기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로서는 그 또한 큰 기쁨이리라.
네팔 가는 길
2004년 9월 24일. 다음주부터 약 1주간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그 기간에 1주간을 추가하여 10월 10일 귀국하는 것으로 여행기간을 정하였다. 충분한 시간일 것 같다. 24일 늦은 밤 출발시간이라 종 일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항공 편은 태국항공을 이용하면 여러모로 조금은 덜 불편하다 기에 그리 정하였다. (그것은 올바른 선택이 었다.) 20:3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지금 서울시간 25일 01:30분 어딘지 모르는 상공을 지나고있다. 기내 에서 제공되는 위스키에 잠시 취하고있다. 공항까지 배웅 나온 희끗한 머리칼의 마누라의 모습이 보 기 싫어 뒤도 보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술 취한 머리 속에 마누라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나 도 조금은 나이를 먹었나 보다. 현지 시간 12:30분에 태국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공항 내에 위치한 여 행객을 위한 간이 호텔(Day Room)에서 6시간 예약하고 잠자리에 들다. 정확한 시간에 전화벨이 울린다. 9월25일 여행 2일째이다. 간이식당에서 크림 수프와 커피한잔으로 아침밥을 대신하고 현지시간 10:40분 출발하여 네팔 시간 1:45분 도착하였다. (참고로 시차는 태국과는 2시간. 네팔과는 3시간 15 분) 긴 시간의 여행을 마치고 도착한 네팔 국제공항은 말이 국제공항이지 한국의 어느 시골 작은 공 항과 같은 규모다. 공항에 마중 나온 김동흔 님과 운전기사 알래 군이 반갑게 맞아준다.
시내 중심 가 Tamel의 한 중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1박할 숙소가 있는 Bihani Basti에 도착하니 빌 도스 따망 군과 Buruna라는 도우미 아가씨가 또한 반갑게 맞아준다. 본관 2층에 짐을 풀고, 서울 맛과 똑같은 빌 군이 준비한 된장국으로 저녁 식사를 마쳤다. 술꾼은 역시 술이 좋아 네팔 전통주 럭시 몇 잔에 얼큰히 취하여 아주 좋은 술이라 계속 칭찬하는데 늦은 밤 바깥에서 흥겨운 소리가 들린다. Dasain 이라는 네팔 Newar족 민속 축제로 우리나라 추석 명절과 비슷한 축제의 전야제 형식으로 약 1달간 매일 밤 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 하는 행사란다. 축제에 참가하여 함께 즐긴 후 마을 이장과 함께 또 럭시 몇 잔을 나누었다. 잠 이 꿀맛 같다. 내일 포카라로 간다. (9/25일 밤 비하니 바스티 에서)
산과 호수가 있는 마을 Pokhara (800m)
9월 26일 아침, 인도산 5인 승 벤 트럭은 성능이 좋아 보였다. 나이 어린 (21세)운전기사 알래군은 결혼하여 아들까지 둔 의젓한 가장이다. 조혼의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나보다. 김동흔 님과 이하정 교무 님 그리고 나,나와 동행한 김형. 우리 일행은 7:00시 포카라로 향해 카트만두를 출발하였다. Baraju 주변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붑빈다. 붑빈다기 보다 그냥 앉아 있다가 맞는 표현인 것 같다. 곳곳에 무장한 군인들이 총을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겨누고 있다. 저러다 오발이라도 하면 어쩌나. 3년 전 보다 매연이 더 심한 것 같다. 시내는 온통 모래와 자갈을 싫은 화물차뿐이다. 전쟁(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내전) 중인 나라에 건설이 매우 활발해 보인다. 해외로 이주한 노동자들로부터 본국에 송금된 돈은 모두 부동산에 투자 (?) 된단다. 카트만두와 포카라는 자동차 거리로 약 200㎞이고 직선 거리로는 약 60㎞인데 자동차 운행 시간이 약 8~9시간 걸린다. 가히 도로사정을 짐작할 만하다.
가는 도중 「River Side Spring Resort」라는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먹는 것이 무슨 여행기냐고 말하겠지만 이 휴게소는 정말 아름다운 곳에 정말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일반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곳에 있다. 음식 맛이 괜찮다.
식사 후 자동차로 약 1시간 정도 지난 곳에 Manakamana라는 힌두 사원이 위치한 곳에 도착했다. 외국 여행객이 들르기에는 조금은 힘든 곳에 위치해있다. 전세차 또는 자가용차가 필요하다. 네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설치된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곳으로 고도가 1,000m정도이고 약 10분간 올라간다. 어느 수필가는 금강산 가는 기차가 숨이 차 헐떡인다고 하더니만 지금 이 곤돌라 형식의 케이블카가 정말 힘들게 올라간다. 인도인을 포함한 많은 현지인 들이 참배하고 있다. 이곳에서 기도하면 장가도 가고 아들도 낳는다나 어쩐다나. 아주 영험한 신이 모셔진 곳이란다. 나도 무엇인지 모를 기도를 했다. 물론 나 자신을 위한 것이겠지만.
조금 이른 저녁 포카라의 원불교 이하정 교무님이 세운 禪 센타에 여장을 풀었다. 주위가 너무 아름답고 조용하다. 초원이다. 소가 풀을 뜯고 있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 좋아하는 술 한잔도 못하고, 그래 그냥 자자. 그러나 내일 비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9/26밤은 포카리 선센타 에서) 9월 27일 포카라 원불교 禪 센타의 아침. 간밤에 많은 바가 내렸다. 6:30분 기상하여 먼 산을 바라보니 온통 구름으로 싸여 있다. 센타 밖 초원에 가랑비가 촉촉이 내리고있다. 포카라 호수 옆에 위치한 「한국사랑」이라는 식당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가이드와 포터를 교섭하고 본격 산행을 위해 점심 식사를 마쳤다. Lumle(1,650m)까지 차로 이동했다. 이제부터 모든 이동은 도보다. 자동차도 달구지도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그 어떤 도구도 없다.
걸어서 약1시간 거리에 위치한 Chandrakot(1,580m)의 Malaresort 호텔에 도착했다. 그 아름다운 들과 산은 안개와 구름에 덮여 전혀 보이지 않는다. Malaresort의 시설은 참 좋다. 정식 숙박료가 미국 돈 75달라란다. 엄청 비싼 곳이다. 잘 먹고 잘 잤다. (9/27밤 마라 리조트 호텔에서)
포카라에서 Landruk(1,590m) 까지
포카라에서 라기 보다는 찬드라콧이 맞는 것 같다. 오늘 9월28일 추석이다. 이 교무 님께 오늘이「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추석이라고 했더니 그냥 미소만 짓는다. 무슨 웃음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그네는 떠나야 한다. 일행과는 거기 까지 동행이고 잠시 후에 있을 그 공포의 거머리 지역을 생각도 못하고 출발했다. 제법 굵은 비가 내린다. 약 5시간 후에 도착한 란드록 의 Lali Gurans Guest House에 도착하여 바지를 걷으니 양 종아리에 무려 17마리의 거머리가 얼마나 빨아먹었는지 바늘 만한 놈이 엄지손가락 크기다. 거머리는 떨어 젖으나 지혈은 되지 않는다. 현지인 들은 나쁜 피만 먹는다고 한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러면 어떠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던 가. 3년 전에 하루 밤 쉬어간 산장의 젊은 안 주인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무어라 설명했더니 그제야 알아보고 반갑다며 여러 사람 안부를 묻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통하는 정인가 보다. 오늘 내가 걸어온 이 길은 이 산행에 매우 중요한 코스이다.ABC로 가는 옛 길로서 ACAP (안나프루나 관리사무소) 가 통행료를 받기 위해 만든 길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구길 이란다. 초행 자도 이 길을 택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평탄한 논길이다. 산길이 아니고 논길이라니, 걱정을 마시오. 내일도 걸어야 하니까. 산장에 앉아 따끈한 레몬차 한잔을 마시며 村松 靖之라는 아주 예의바른 일본청년과 몇 마디 주고받다. 3년 전에 없던 전기가 지금 이곳까지 덜어 오고있다. 삶의 질의 향상인가.산행 후 휴식시간 마시는 한잔의 레몬차는 일미다. 그것도 따끈한 것으로.오늘이라고 럭시가 없으면 안되지. 또 참 좋은 술이라고 칭찬하며 마시고 또 마시고. 하루동안 간이 삭은 가이드 Hitman Gur 과 포터 Bhuwani Dhungana가 싶게 농담도 건넨다. 내일부터 Hitman은 장효조 라는 한국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야구선수 장효조씨의 별명이 안타 제조기라던가. 설명을 했더니 Hitman, 그도 동의했다. 안나푸르나 골짜기에 왠 장효조. 본인이 아시면 섭섭해하시겠지. 내일을 위해 자자. 제발 비가 오시지 마시길 빌며. (9/28일밤 란드록에서)
란드록에서 Chomrong (2,170m)까지
Devi Gur 아줌마가 만들어준 비장의 거머리 퇴치 무기를 지참하고 (그 무기의 이름은 비밀이다.) 길을 재촉한다. 그 무기가 필요하신 분은 본인에게 직접 문의하여 주시기 바란다. 왜냐하면 그 무기의 값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오늘은 9월29일 수요일이다. 여기서는 날 자도 요일도 필요 없다. 촘롱(2,170m)까지 가야한다.
가는 길가에 촌 노파가 다른 길을 알려 준다. 지난 장마에 Himatpani의 다리가 무너져 건너지 못하고, 갔다가 다시 돌아오자면 3시간이 걸린단다. 할머니 복 받으세요. 오래오래 사시면서 복 많이 지으세요. 어쩔뻔 했는가.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간드록 가는 Modi강까지 내려가는 돌 계단이 인상적이다. ABC가는 길은 계속 올라만 가는 것이 아니라 능선을 몇 번이고 오르막 내리막이다.장난이 아니다. 여기서부터 모든 생필품을 사람이 머리로 운송한다. 그(?) 바구니에 넣어서. 참 많은 짐을 이고 간다. 계곡 길을 몇 굽이, 굽이굽이 돌아 돌 때마다 노랑꽃 보라색 꽃 참 많은 꽃들 피어 있다. 꽃 이름이나 또는 새 이름 등에 대해 나는 아는 게 없다.저 예쁜 꽃들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사진이라도 남기고 싶어나 빗속이라 배낭을 열기가 매우 불편하다. 소금을 뿌린 듯 하다는 매밀 꽃도 한창 많이 피어있다. 저기 보이는 꽃은 아마 망초꽃 같다. Jhinu에 도착하니 그 일본청년이 먼저 도착하여 자연의 노천온천욕을 권한다. 계곡을 내려가는 것이 싫어서 목욕을 삼갔다. 지누에서 보이는 촘롱은 뒷산 언덕 같았다. 실은 그것이 아닌데. 2시간을 급경사를 오른 후에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나는 이 촘롱 고개를 살인고개라 부를 것이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곳이다. Panorama Point Lodge 에 오후 3:30분 도착하다. 온통 안개와 구름뿐이다. 하늘과 산 좀 봤으면. 한국남녀 5명을 만나다. 통 성명은 아니하고 그냥 서울 청계산에서 만나면 인사하자고 말했다. 그렇게 하자며 웃는다. (9/29일밤 촘롱 에서)
촘롱에서 Dovan(2,505)까지
주변 상황은 어제나 오늘이나다. 이 코스에서 사람이 사는 마을은 촘롱이 마지막이다.
도반 출발부터 아열대 우림 지역의 돌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표고는 점차 높아지고 숨은 점점 차 오른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남 보다 폐활량이 적은 편이라 오르막의 숨쉬기가 무척 힘들다. 무거운 짐을 진 몸무게가 45㎏정도로 보이는 포터 브외니의 걸음은 느림도 빠름도 없이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 저 몸으로 11명의 가족을 부양한다니 참 존경스럽다. 작은 몸이라 고용하지 않으면 그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물론 나와는 별개의 문제라면 아무 할 말이 없지만. 오늘 안나푸르나 골짜기는 온통 한국 사람뿐이다. 누구의 가이드인지도 모르는 현지인 이 나에게 지금 한국은 추수감사절 휴가라면 서요? 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시 의사회 산악회원들이 하산하시면서 조심하라고 친절이 말해준다. 참 고맙다. 촘롱부터 생수 파는 곳이 없다. 먹고 싶으면 꼭 준비해 가야 한다. 생수통을 버리면 썩지 않으니 당국에서 반입을 통제하는 것 같다. 이곳부터는 끊인 물도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한다. 골자기의 저렇게 깨끗해 보이는 물 잘못 먹으면 목구멍 처음에서부터 몸의 마지막 아래까지 직통이란다. 고산병을 예방하자면 물을 많이 먹어 라는 자료를 익히 보아왔다. 그러나 물통이 한 개 뿐이라 먹고 없으면 다음 쉼터까지는 그냥 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100년인지 1000년인지 모를 아름 들이 나무에 뿌리부터 가지 끝까지 잔뜩 이끼가 끼어있다. 그 위에 또 다른 식물이 공생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은 아무런 불편이 없나보다. 그 고목의 뿌리가 나그네의 발 밑에 계단을 만들어 주어 돌계단보다는 한결 수월하다. 원래 오늘 일정이 히말라야 호텔까지인데 늦게 가면 빈방이 없을 수 도 있다는 장효조 군의 말에 도반에서 자기로 했다. 전체 일정에는 차질이 없단다. 도반에서 자자. (Annapurna Approach Lodge 에서 9월30일밤) 아참!! 매우 중요한 이야기가 빠졌다. 술!!! 그것 먹으면 안 된다. 여기서부터는. 왜냐면 살아야 하기 때문에.
도반에서 MBC(3,700m)까지
출발부터가 비다. 그러나 산은 보이겠지. 그것이 희망 아니겠는가. 아열대 우림 지역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 보다. 달리 생각 할 수 없다.
2,900m을 넘는 순간 이곳부터는 「신성한 신」의 곳이란 팻말이 붙어있다. 보통 인간들은 웃기는 예기하지 말라 는 모양이다. 어느 곳 한곳 한 구비 돌아보니 큰 고목들은 사라지고 잔잔한 잡초 같은 작은 잡목 군이다. 교묘한 선이다. 3,000m을 넘은 것 같다. 잠깐 햇살이 보인다. 안나푸르나는 보이지 않고. 그것도 정말 잠시. 손끝이 약간 저림을 느낀다. 고산증인가보다. 불편은 없다. MBC (Machhapuchhare Base Camp) 에 도착했다. 도착 하자말자 포터 브외니와 가이드 장효조는 고산 초원의 뒷산으로 뛰어 오른다. 그기에 무엇이 있기에? 나도 따랐다. 서는 순간 현기증을 느낄 정도의 절벽이다. 절벽 아래쪽을 볼 수 가없다. 올라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많은 양떼들이 고산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산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개들이 양몰이를 하는 것 같다. 가이드가 내게 말하길 저 양 한 마리 잡아먹는 값이 2,000Rs란다.(미국 돈 약 27 달라) 한국사람들이 많이 먹는다고 한다.
약간의 행운이 있어 오후 늦게 먼 산 부근을 잠시 볼 수 있다. 요즘 같은 날씨에 행운이다. 환상적이다. MBC에서 잠들다. 밤새 억수 같은 바가 쏟아진다.칠흑 같은 밤에 그 공포의 개짓는 소리는 고문 그 자체다. 그러나 자야한다. 안자면 어쩔래. 10월 2일 아침 05:00기상 ABC로 향하다. 손전등 하나들고. 비는 오지 않는다. 과연 오늘은 행운이 주어질까. 2시간 거리의 ABC길은 완만한 경사 길이다. 4,120m 그곳이 ABC다.
더 갈 곳이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구름사이로 잠깐잠깐 보이는 설산 을 감상하고 있다. 따끈한 차 한 잔 마시며 한 무리의 서양 총각들과 실없는 농담 따먹기 하다가 하산 하다. 마차푸츠레는 약간 보였으나 안나푸르나의 주봉은 끝내 보여 주지 않는다. 아마 보고 싶으면 다시 오라는 이야기 인 것 같다. 그래 보고 싶으면 내 다시 가마. 그 까짓 못 갈 것도 없지. (10월 1일 MBC 에서)
MBC에서 Bamboo(2,335m)까지
하산길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얻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가. 몇 일간의 계속된 산행이라도 머리는 맑은데 다리가 말을 잘 듣지 않으려 한다. 평지길 이나 내리막길은 잘 걷는 편인데 조그만 언덕도 숨이 하늘에 닿는 것이 내 체질이다. 오늘 이 골짜기는 온통 이스라엘 사람뿐이다. 그들도 추석 연휴 인가. 밤부의 작은 산장에서 잤다. 영어를 잘 모르는 아마 나만큼 모르는 것 같은 프랑스청년이 물을 (골짜기의 자연수) 잘못 먹고 심한 설사병에 걸렸다. 약을 준다고 하니 싫다고 한다. 그래 어디 한번 견뎌봐라. 아침에 눈을 뜨니 그 친구 초죽음상태다. 동행한 녀석의 친구는 보이지 않고 혼자서 밤새 들락날락한 모양이다. 그때서야 약을 좀 달라고 한다. 약 먹을 힘조차도 없어 보인다. 10월2일 밤은 그렇게 잤다.
밤부에서 Jhinu(1,780m)까지
오늘은(10월3일) 촘롱을 지나 아래로 내려간다. 촘롱을 지난다는 것은 생수를 마음 것 먹을 수 있다는 예기이다. 이 산행에 그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시원하게 정말 시원하게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생수. 물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런걸 보고하는 말인가 보다. 포터 브와니는 참 즐거운 표정이다. 지누에서 우리가 묵을 산장은 그곳에서 제일 작아 보였다. 올라올 때 그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Hot Spring Guest House 다. 그 집 주인이 브와니와 동족이란다. 주인은 30대 초반으로 보이고 주방장 Sida양은 15살이란다. 부부냐고 물으니 누나의 딸이란다.
지누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깊은 언덕 아래 노천온천장으로 온천욕을 갔고나는 배낭을 열고 젖은 빨래를 잠시 난 햇살에 말렸다. 금방 뽀송뽀송 해 진다. 목욕보다 좋다. 신발도 함께 말리고.오늘이 안나푸르나의 마지막 밤이다. 브와니가 화이날 파티를 하잔다. 좋다. 지금부터 럭시 마음 것 마셔도 된다. 안 죽는다. 그 산장에 손님은 우리 밖에 없다. 식당 한 쪽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네팔 음악이 흘러나온다, 주인은 나에게 음악이 어떠냐고 묻는다. 좋다고 답했다. 좋다. 럭시가 한 순배 돌았다. 또 한잔 또 한잔. 좋다. 좋다. 음악에 맞추어 춤이 나온다. 덩실덩실. 15살 Sida가 함께 춤추자며 뛰어 나온다. 15살. 한국 같으면 지금 시간 어느 골방에서 과외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어디서 왔는지 村老들이 한두 사람 음악소리에 몰려온다. 시간은 지나가고 유흥은 계속된다. 참 신 나는 밤이다. 여기가 정토인가. 천당인가. 집나간 노인이 궁금한지 그 가족까지 모여든다.그러나 시간은 없다. 9시가 되면 전기는 끊긴다. 이렇게 안나푸르나의 마지막날 밤이 깊어간다. 2004년 10월 3일 밤은 자나가고 있다.
지누에서 포카라 까지
Ghandruk 까지 올라 가자면 또 얼마나 힘들까. 두뇌회전 빠른 브와니가 아버지하며 아래 길을 손끝으로 가리킨다. 당나귀무리가 짐을 싣고 돌계단 언덕을 오르고 있다. 유일한 운반용구다. 사람이 아닌 다른 것으로는. 이번 산행에 많은 생각은 아니 했다. 모든 걸 잊고 오로지 걷기만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생각이 없겠는가. 이번 산행에서 얻은 것은「모든 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고 다만 나와 생각이 다를 뿐이다」가 전부이다. 포카라의 한국식 음식점 「한국사랑」의 김치찌개는 과히 환상적이다. 적어도 안나푸르나에서 7일 을 보낸 한국 사람에게는. 잠깐 포카라를 소개하겠다.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약 200㎞ 떨어져 있다.해발 800m로 고도가 카트만두보다 낮다. 그 때문에 훨씬 따뜻하게 느껴진다.아열대 기후다. 800m에서 8,000m 높이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으니 그 고도차이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단다. Phewa 호수 주변은 대대적인 관광지다. 온갖 등산장비 각종 기념품 많은 상품들이 진열되어있다. 브랜드 의 진품여부는 나는 모른다. 그냥 좋다. 그리고 밤과 낮의 볼거리도 다르다. 관광객을 위한 민속공연을 볼 수 있는 민속주점과 흔히들 말하는 무희가 춤추는 서울의 뒷골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 흔한 주점 등.
여기서 볼 수 있는 히말라야는 포카라의 상징 Machhapuchhare(6,993m) 다. 하늘 높이 솟아있는, 피라미드 모양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안나푸르나Ⅰ(8,091m)과 마차푸츠래 에서 동쪽으로Ⅲ(7,555) Ⅱ(7,937m) 봉이 나란히 서 있다. 이번 산행에서 볼 수 없었다. 아름다운 호수가 눈에 아른거린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누구라도 아름답다고 말할 것이다.
아름다운 Pokhara 그리고 Annapur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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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좋은 여행 하셨네요. 부럽 습니다. 역시 산행을 열심히 한 덕분이지요?
안전산행을 축하하며, 수고 수고 했네.
건강하게 산행을하고돌아왔디니 고맙네 후에 만나서 더좋은예기듣고 싶네~~/
건강미 철철 흘러 넘처요. 내년에 ? 좋은 의견 부탁 ? 늦기전에 한번쯤은 가보고싶은 곳이지요.정말 잘 다녀오셨습니다.
선배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생생한 경험담 다음 산행시 들려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설악산 유격대가 에베레스트를 등정하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
좋은글과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멋진 선배님이십니다.
A(attack) /B(base)/C(camp) 까지 올라가셨고, 우림지대에서 산소 엄청 마시고 오셨으니 장수하시겠습니다. 만수무강하십시오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