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지, 인 삼재로 보자면 동양사상에서 천은 사주명리요, 지는 풍수지리요, 인은 한의학이다. 하지만 이 땅에선 어떤가. 비유컨대 한의학이 영주권자라면, 풍수지리는 시민권자요, 사주명리학은 불법 체류자 격. 사주명리학에 대한 한 소장 동양철학자의 육성고백이 담긴 이 책은, 그동안 미아리 고개에 방치되어 '미신'이나 '잡술' 쯤으로 여겨지던 사주명리학의 당당한 복권을 얘기한다. 곧 명리학이란 천문을 인문으로 전환한 것이며 하늘의 문학을 인간의 문학으로,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저자는 박정희의 유신 점친 것으로 유명한 제산 박재현의 일화, 10.26 사태를 일으킨 김재규의 운세를 점친 도계 박재완의 일화를 통해 사주명리학의 여러가지 실례를 들어준다. 특히 2002년 대선 주자들의 관상을 동물의 형태에 비유해 풀어놓은 것이 재미있다. 가령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관상은 위엄이 있으면서 비교적 맑은 관상으로, 동물의 형태에 비유한다면 독수리나 매의 얼굴이라는 것. 때문에 대권을 잡으려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밑바닥 서민의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 또한 원숭이의 입에 가까운 입은 그의 말년의 행보를 암시하는데, 원숭이가 동료들의 이도 잡아주고 재롱도 떨듯 이 후보도 국민을 위해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도 지적했듯, 정작 신통력으로 남의 사주를 봐주던 박 도사가 말년에 큰돈을 들여 집을 짓고, 보증을 잘못 서서 빚 독촉을 받는 등 자신의 명을 재촉한 어리석음을 들으며, 천기를 다루는 도사들이기에 더욱 더 스스로 몸을 낮추고 경망하지 말 것을 얘기한다. |
첫댓글 깊이 있는 내용보다는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좋은 책입니다. 사주명리에 대한 편견이 있는 분께도 권합니다. 아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