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온 나라가 두 달 동안이나 <국정농단>이라는 말로 모든 정치와 경제 및
일반사회를 커다란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에 대통령의 권한
을 정지시키는 탄핵결정을 내리고, 헌법재판소에 그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실
정이다. 그러면 "국정농단"이란 무슨 뜻이며, 그 어원과 출처는 무엇인지 알아
본다.
“국정농단(國政壟斷)”은 물론 한자어에서 온 말이다. 국정(國政)이라면, <나
라-국(國)><정사-정(政)>이라고 써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말한다. 國은
‘큰 입구’ 혹은 ‘에운 담’(⼞)에 8획을 더한 글자로 ⼞+或 = ⼞+戈+一 = 國 이
니, 창(戈)을 든 사람(口)이 사방으로 경계(⼞)안의 땅(一)을 지킨다는 데서 ‘나
라’라는 뜻을 나타낸다. 그런데 나라를 지키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나라 안의 백
성을 바로 다스려 배불리 먹이고,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서로 협력하여 다 함께
잘 살도록 이끌어나가는 지도자가 할 일이 국정(國政)이다.
그런데 이 政이란 글자가 재미있다. 攴(칠-복)부에 4획을 한 글자인데, 攴을
변화시켜 ‘등글월-문(攵)’ 이라고도 하여 政 =正+攵이 되어 정사(政事)는 ‘나
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이 글자는 ‘반드시 바르게 행사하도록 항상 손질한다
(攵)’는 뜻이 포함되어, ‘바루다. 부정(不正)을 바로잡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작금에 와서는 바를-정(正) 옆에 ‘등글월-문(攵)’한 이 글자를 ‘정치에
만 뛰어들면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있던 사람들도 비틀어진다’ 는 뜻으로 해석
하여 <정치할놈들-정(政)>이란 말로 정치꾼이라면 부정적이고, 비틀어진 생
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탄핵을 주도하여 이끌어 나간 구캐의
원이란 놈들이나 대통령을 감싸고 빌붙은 정치꾼이나 바른 인간은 없다.
농단(壟斷)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용단(龍斷)을 알아야 한다.
농단은 용단에서 비롯된 말이기 때문에 농단만으로는 한자풀이가 곤란하다.
본래 龍斷과 壟斷은 같은 말이었으나, 그 글자가 서로 다르게 분리되었다.
▶용단(龍斷) →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 임금이 구분해둔 벼슬자리
(龍 : 임금-용 / 斷 : 나눌-단)
▶농단(壟斷) → 모든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
(壟 : 언덕-농 / 斷 : 나눌-단)
이와같이 龍斷(용단)은 "나라를 경영하기 위해 천자 또는 임금이 구분해 놓은
중요한 벼슬자리"를 뜻하는 말이며, 壟斷(농단)은 "모든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뜻하는 말인바, 용단(龍斷)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노
(魯)나라 조정에서 사용했던 말이고, 농단(壟斷)은 시장에서 사용했던 말이다.
노(魯)나라의 조정에서 자숙의(子叔疑)가 임금을 통해 그의 아들을 경(卿) 벼
슬에 오르게 하자, 계손(季孫)은 이에 대해 사사로이 용단(龍斷)을 독차지하는
(有私龍斷焉) 처사라면서 자숙의(子叔疑)를 비난했다. 그런데 이 말이 조정 밖
으로 나와 이익을 독차지하는 행태를 비난하기 위해 농단(壟斷)이라는 말로 바
뀐 것이며, 당시 시장의 높은 곳에 올라가 시장상황을 한눈에 바라보고 시장의
이익을 독차지하였던 사람들때문에 생겨난 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요즘말로
하면, 농단은 용단을 패러디한 말인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은 儒學의 四書五經 중 《孟子》公孫丑(下)篇10章 致爲章三에서
찾아서 확인해볼 수 있다.
季孫曰 : 「異哉子叔疑! 使己爲政、不用則亦已矣、
又使其子弟爲卿。人亦孰不欲富貴?
而獨於富貴之中、有私龍斷焉。」
계손-왈 : 「이재라 자숙의여! 사기위정호대라、불용즉역이의어늘、
우사기자제위경하니라。인역숙불욕부귀리오마는?
이독어부귀지중에、유사농단언이라하니라。」
古之爲市者、以其所有、易其所無者、有司者治之耳。
有賤丈夫焉、必求龍斷而登之、以左右望而罔市利。
人皆以爲賤、故從而征之。征商、自此賤丈夫始矣。
고지위시자 -、이기소유로、역기소무자이어든、유사자- 치지이러니라。
유천장부언하니、필구농단이등지하여、이좌우망이망시리어느리라。
인개이위천、고로 종이정지하니라。정상이、자차천장부시의니라。
《孟子》 <公孫丑下篇10章致爲章三>
(孟子가 말하기를)
이전에 노(魯)나라 대부 계손(季孫)씨가 말했다. 「자숙의(子叔疑)는 이상한 사
람이다! 자신이 정치를 하다가 (자기의 뜻이) 임금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그만 두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 후임으로 다시 자제를 경(卿)에 올려놓
았다. 사람치고 누군들 또한 부귀를 원치 않겠는가? 그러나 자숙의(子叔疑)는
혼자서 부귀를 독차지하고도 더욱 농단(壟斷)하고 있다.」
(만약 맹자가 제나라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자숙의(子叔疑)와 같이 된다.
맹자는 계속하여 농단의 의미를 풀면서 말을 이어갔다)
- 옛날에 시장에서 교역하는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가지고 와서 자
기에게 없는 물건과 바꾸어 갔으며, 시장의 감독관도 그들 사이의 질서를 잡아줄
뿐 세금을 징수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천덕스런 사나이가 있어 반드시 높은 고
지를 차지하고 올라가서 좌우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시장의 이익을 모조리 거두어
갔다. 사람들은 다 그 자를 천덕스럽게 여겼고 감독관도 그를 따라가서 세금을 징
수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시장의 상품세는 바로 그 천덕스런 사람 때문에 받기
시작한 것이다. -
(孟子가 제나라에서 만 종의 녹을 받는다면, 이러한 천한 자들과 같이 농단하는
꼴이 된다)
◀註▶
♠ 季孫(계손) : 노(魯)나라 대부 계손씨.
♠ 子叔疑(자숙의) : 자숙(子叔)이 이름인지 자숙의(子叔疑)가 이름인지 아직 밝혀
지지 않았다. 자숙(子叔)을 이름으로 볼 때에는 <子叔疑>는 “자숙을 의심"
이라는 뜻이 된다.
♠ 使己爲政(사기위정) : 임금이 자기를 등용하여 다스리게 하다.
♠ 龍斷(농단) : 龍을 많은 사람들이 <룡-룡>자로만 아는데, 한자에 더 깊이 들어
가 보면 몇 가지 뜻이 더 있다. 물론 우리나라 대법원지정 인명용 한자음은
‘룡’이다. ①<룡-룡> ②<잡색-방> ③<언덕-롱> ④<사랑-총>으로 읽혀지는
글자이다. 여기서는 ③<언덕-롱>으로 壟과 같다. 龍의 뜻은 ㉮용. ㉯임금이
나 제왕을 비유[龍飛御天歌]海東六龍飛. ㉰뛰어난 인물. 호걸. 특별한 것. [蜀
志]諸葛孔明龍也. ㉱잡색. ≒尨. ㉲언덕. =壟. ㉳사랑. 은총(恩寵) =寵. [詩經]
爲龍爲光. 여기 “농단(龍斷)”은 ‘우뚝 솟은 고지’ 라는 뜻에서 더 나아가 ‘남을
제쳐놓고 혼자서 일방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이익을 독점한다’는 뜻으로 쓰인
다. “농단”의 한자어는 원래《孟子》에 나오는 “龍斷”이지만, 현대는 일반적
으로 壟斷이라고 쓴다.
♠ 易其所無(역기소무) : 자기에게 없는 것과 바꾸다.
♠ 有司者(유사자) : 관리. 감독관.
♠ 賤丈夫(천장부) : 욕심이 많고 천덕한 사람.
♠ 罔市利(망시리) : 罔은 網과 같은 뜻으로, 그물로 물고기를 쓸어서 잡듯 시장의
이익을 송두리째 독점한다는 말.
♠ 從而征之(종이정지) : 천한 사람을 쫓아가서 세금을 징수한다. 征은 <칠-정>으
로 ‘취하다' 라는 뜻이다.
《論語》에도「不義而富且貴、於我如浮雲」이라는 말이 있다. 仁義德治가 없는
나라에서 많은 녹을 독차지한다는 것은, 시장의 이익을 농단하는 천덕스러운 사람
이나 할 소행이니라. 孟子는 결국 齊나라를 떠나고 만다.
● 이 내용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제(齊)나라 선왕(宣王)때의 일이다.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실
현을 위해 제국(齊國)을 순방(巡訪)중이던 맹자(孟子)는 제(齊)나라에서도 수년간
머물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국하려 했다.
그러자 선왕(宣王)은 맹자(孟子)에게 높은 봉록(俸祿)을 줄 테니 제(齊)나라를 떠
나지 말아 달라고 제의했다.
그러나 맹자는 거절했다.
“전하,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데도 봉록에 달라붙어서 ‘재물을 독차지[壟斷]’
할 생각은 없나이다.”
이렇게 말한 맹자는 ‘농단(壟斷)’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농단’은 ‘깎아 세운 듯이 높이 솟아있는 언덕’이란 뜻인데, 전하여 ‘재물을 독차지
한다’, ‘이익을 독점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된 데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먼 옛날에는 시장에서 물물 교환을 했었다.
그런데 한 교활한 사나이가 나타나 시장의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는 ‘높은 언덕[壟
斷]’ 에 올라가 좌우를 살펴서 장사함으로써 ‘이익을 독점’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모두 이 사나이의 비열(卑劣)한 수법을 증오(憎惡)하고 그에게 세
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 때부터 장사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생겼다고 한다.
첫댓글 두류봉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한 때 국정의 책임 위치에 있던 정부 권력자들이 법정에서조차 정의롭지 못한 행동들을 보노라면 울분이 솟구칩니다.
정의는 멸하지 않는 다는 진리를 그들은 아직도 깨우치지를 못했나 봅니다.
많은 것 잘 배우고 갑니다. 두류봉님 늘 건강하시기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