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이 허락한다면 오를 수 있는 모든 산을 다 가보고 싶은 것이 산꾼들의 희망이겠지만 그러기엔 모든 것이 역부족이고, 접근하기 용이한 근교산이 아무래도 가볼 기회가 많지요.
그중에서도 지역 일간지의 산행 답사기에 게재된 진해의 천자봉 시루봉은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몇번이나 산행지도를 살펴보고 진해시청 담당과에 문의하여 버스 하차지점까지도 파악해두었습니다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가보지를 못하였는데, 같은 곳을 두세번 다녀오신 친구가 이번주 산행을 그곳으로 잡았다고 같이 가자고 권유를 하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도 사정이 생겼습니다.
가고는 싶고, 사정은 허락치를 않고,,,
같은 사무실에 있는 직원분에게 부탁하여 보았더니 흔쾌히 대신 해 준답니다. Thanks!!! ㅎㅎㅎ
전날 가깝게 지내는 또 다른 분 식구들과 아내와 함께 약간 늦게까지 소주잔을 기울인터라 조금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맘이 통하는 친구와의 한잔은 활력소가 되어 주는군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새벽에 잠을 깹니다.
몸이 쬐끔 찌부둥 합니다.
하늘을 보니 비구름이 많이 끼어 있습니다만, 몇분만 함께 가기로 한터라 비가온들 걱정할 거 없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햇볕 쨍쨍 내리 쬐는 날씨 보다 훨씬 걷기 편하겠지요.
요즘 새로 취미를 붙인 풍란과 분재에 물 흠뻑주고 베란다 청소까지 마치고 산행준비를 하려고 하니 아내가 일어나 나와 도시락을 준비해 줍니다.
같이 갔으면 했지만 집에서 쉬겠답니다. 조금 아쉽군요.
약속장소까지 좀 태워다달랬다니 피곤하다고 택시타고 가랍니다. ㅠㅠ
택시로 약속장소에 도착해보니 함께 가시기로 한 몇분들이 먼저 나와 있습니다.
정류소 바로앞 가게에서 필수준비물(?)인 쐬주 2병 구입하여 배낭에 챙겨넣고 뒤에 오신 분들을 기다렸다 진해행 버스에 오릅니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시외버스라서인지 요금이 많이 비쌉니다. 20분정도 거리인데, 1인당 4,200원.
기사님에게 하차장소를 이야기하였더니 정류소는 아니지만 해당지점에 정차하여 내려 주십니다.
하차하여 임도를 따라 오르려고 하는데, 인솔자가 잘못 내린듯 하답니다.
사진상의 임도를 통하여서도 오를 수는 있지만 많이 둘러가게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조금 더 걸어내려와서 도로옆 옹벽을 넘어 산길로 올라섭니다.
올라서자마자 무성한 수풀속으로 길이 시작됩니다.
그래도 걷기 편안한 흙길입니다.
반팔 상의를 입고 왔던 터라 팔이 벌써 풀에 긁혀 따갑습니다.
약 10분 올라가니 임도가 나타납니다.
그렇군요. 임도를 가로질러 올라가는 길인 모양입니다.
등로는 나무계단을 설치하여 토사유출울 방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얼마전까지는 없었는데 최근에 설치한 듯 하답니다.
계단이긴 하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조금 올라가니 또다시 임도가 나타나고 올망졸망한 섬들이 엎드려있는 남해 바다의 한가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몇번인가 나타나는 임도를 질러서 산길을 오르다보니 산속에 커다란 정자가 나타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널찍한 대형 데크도 보이고, 주위가 공원으로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진해시청에서 많은 공을 들여 조성한 듯 합니다.
시민들의 휴식처로 아주 훌륭해 보입니다.
정자옆에 설치된 게시판의 서정적인 詩 내용이 마음을 한갓지게 해줍니다.
정자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 역시 훌륭합니다.
잠시 휴식후 다시 출발하는 데, 찌푸린 하늘에서 아주 약간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많이 내릴 비는 아닌 듯 하고, 맑은날 보다 걷기가 훨씬 편합니다.
오늘 산행은 날씨마저 거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풀사이로 난 편안한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갑니다.
얼마후 나타나는 이정표,
천자봉의 높이가 502M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무성한 수풀사이로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됩니다.
오늘 오르는 산길은 신록이 푸르른 초여름이긴 하지만 유난히 수풀이 무성합니다.
싱그러운 풀내음이 아주 상쾌합니다.
땀으로 목욕을 할 즈음 천자봉 정상 도착입니다.
그런데 이정표에 표기된 것 과는 달리 정상석에 표시된 높이가 465M 입니다.
어느 게 맞는 건지??
천자봉에서 내려다본 진해시내 전경입니다.
진해시내가 한눈에 들어 오는군요.
우리가 오늘 거쳐가야 할 시루봉이 까마득하게 멀리 보입니다.
무척 멀리 보입니다만, 인솔자의 얘기로는 여기서 1시간 정도의 거리랍니다.
여기서 이틀에 한번은 이코스를 걸으신다는 현지주민 한분을 만나 담소를 나누며 함께 걷습니다.
여러가지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힘든줄도 모르겠고 재미있군요.
천자봉 정상에서 1시간 조금 넘게 걸어서 시루봉 아래의 체육공원에 도착합니다.
올라오신 분들이 꽤 많군요.
진해시청이나, 자은동쪽에서 바로 올라올라 올수 있는 등로가 있는데, 전부가 계단으로 조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나무 계단은 얼마전에 왔을 때는 없었는 데, 최근에 설치한 듯 하답니다.
내가 예전에 신문에 게재된 답사기의 사진에서 계단을 봤다고 했더니 그건 시루봉 바로 아래에 예전부터 설치되어 있는 계단이랍니다.
저 계단을 올라가 다시 이어지는 계단을 걸어올라가야 된답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 시루봉 아래에 도착 하였습니다.
무척 힘들여 보였지만 지그재그로 올라가며 계단 중간중간 워킹보드를 두고 완만하게 설치돼있어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시루봉을 돌아 내려와 뒤돌아 보았습니다.
여기서 중식을 들고 가려고 자리를 잡았다가 아직 늦지않은 시각이라 조금더 가다 먹기로 하고 자리 접고 다시 출발합니다.
조금 걷다보니 나타나는 구름다리를 건너 계속 걸어 갑니다.
1시간정도를 걸으니 조금 시장해지는 데, 사방으로 조망이 트이는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속이 다 뚫리는 것 같습니다.
한점 걸리는 곳이 없군요. 시원합니다.
여기서 자리잡고 쇠주 한잔을 곁들여 중식을 듭니다.
중식후도 여유가 있어 하늘을 보고 누워 한담을 즐깁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보니 산세가 굉장히 웅장합니다.
상상했던 바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계곡도 깊고 산역도 무척 넓습니다.
이제부터는 하산길입니다.
그래도 약간의 오르막내리막은 반복되는군요.
지나가는 산객들에게 몇번이나 확인을 해가며 하산길을 잡아 내려가는 데, 한참을 진행한 후 앞서가던 인솔자가 아무래도 길을 잘못든 듯 하답니다.
마침 올라오시는 산객한분에게 우리가 계획한 하산로를 말씀드리고 다시한번 확인을 해봤더니 우리가 내려갔어야 할 길을 지나쳐 안민고개쪽으로 내려 가고 있답니다.
갈림길에서 길을 잘 못든 것 같다고 내려갈 길을 알려줄테니 같이 올라가잡니다.
현지에서 나고 자란 분이라는데, 여기 길은 훤하시군요.
한참을 되돌아 와 가르쳐주시는 길을 보더니 인솔자도 맞답니다.
그다지 분간이 힘든 길이 아니었는 데, 그냥 지나쳐 내려 갔군요.
정상적인 등산로는 아니고 아는분들만 다니는 인적드문 길인 듯 합니다.
지금부터는 산길이 쏟아지듯 급해집니다.
울창한 숲으로 인해 하늘이 안보여 대낮인데도 어둡습니다.
스틱에 의지하여 서로서로 주의를 당부하며 조심조심 내려옵니다.
급경사길이 한참을 계속되더니 이제야 어느정도 한숨돌릴 정도로 조금 완만 해집니다.
조금 더 내려오니 옆에서 물소리도 들리고 약간 편안해지는 군요.
마른 계곡도 지나고 꼬불꼬불한 소로를 따라 내려오니 드디어 시원한 계곡물과 조우합니다.
얼른 윗옷벗고 땀으로 범벅이된 얼굴이며 몸을 씻습니다.
시원 하군요.
물이 아주 맑고 제법 굵은 피리도 많이 보입니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걷기는 많이 걸었지만 여기서 부터 성주사까지는 30분 거리이고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 여기서 쉬고 가기로 합니다.
배낭에 남아있는 반찬과 소세지를 썰어넣고 부대찌개(?)를 끓여서 안주로 삼고 남은 술을 꺼내어 한잔씩들 합니다.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시원하고 깨끗한 물가에 앉아서 한잔 하다보니 오늘 산행의 피로는 어느새 사라져 버리는 군요.
한참을 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복장 추스리고 하산을 다시 시작합니다.
조금 내려오니 옛절터가 보이고 지나서 계속 내려오니 오늘의 산행종점인 성주사입니다.
복장 추스리고 경내에 들어, 댓돌위에 배낭 벗어두고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참배하고 나옵니다.
경내를 둘러본 후 약수한잔으로 갈증을 풀고 느긋한 걸음으로 정류소를 향합니다.
경내를 벗어나 포장도로를 조금 걸어 내려오니 주차장입니다.
여기서 자리잡고 장사를 하시는 분께 물어보니 여기서 시내버스 정류소까지 15분정도 걸어가서, 시내버스를 타고 부산가는 버스를 탈 수있는 시외버스 정류소까지 가야한다며 콜밴을 불러서 타고 갈 것을 권해주십니다.
일리있는 말씀이라서 114에 문의하여 콜밴 불러, 부산가는 시외버스 정류소까지 타고 옵니다.
요금은 5,000원.
포장도로를 걷는 고역도 면할 수 있고, 시내버스요금보다 경제적인 것 같네요.
얼마후 도착한 버스에 올라 창원터널과 남해안고속도로를 경유하여 부산 서부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몇분은 아직도 덜 푸신 회포가 있는 지 한잔들 더 하신다고 하여 나혼자 버스로 귀가를 합니다.
오늘 산행은 걷는 시간도 적당하였고 걷는 내내 즐거운 마음이었습니다.
좋은 산 인솔하여 주신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첫댓글 기다린 산행기가 인자 올라왔네...ㅎ 낼또 구만산 가야하는디...
생생한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수고 많이 하셨어요,....
흐미 자세하게 ~안간사람두댕기온것처럼써놧네요
글을 보니 마음이 푸근함을 느낍니다 그날본 경치가 다시또 눈앞에 펼처지는군요 수고 많았구요 고맙습니다!!~~
보고잡은 님들 이렇게 나마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