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인간에게 선함은 필요하다 |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 지음, 북플라자, 2017) |
1969년 효고현에서 태어난 작가는 영화 시나리오와 배우, 만화 원작을 그린 이력이 있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목표로 노력한 끝에 2003년 [천사의 나이프]로 이 상을 수상하며 미스터리와 사회적 문제를 다룬 소설을 본격적으로 쓴다. 2015년 [침묵을 삼킨 소년]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를 수상했고 다음 작품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표지에는 노파와 모자를 쓴 주인공이 다리 위에서 만나는 소설 속 장면이 애니메이션 장면처럼 표현되어 있다. 벚꽃이 날리는 모습의 [초속 5센티미터], [너의 이름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 작품의 표지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원작에서는 誓(맹세할 서) 約(맺을 약) 두 글자와 어두운 복도 끝 밝을 창은 공포와 미스터리한 느낌을 강조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로 해석된다.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한 문장의 편지는 주인공에게 15년 동안 잊고 지냈던 강렬한 공포의 기억을 소환한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주인공이 과거에 저질렀던 일과 사소한 행동 하나가 예측할 수 없는 지금의 미스터리한 사건 속에서 쫓기고 범인을 추리하도록 독자를 이끄는 작가의 긴 호흡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무카이는 15년 전 다리 위에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노파를 만나게 되고 그 노파는 자신의 딸을 살해한 범인이 감옥에서 출소하면 죽여 달라는 부탁을 한다. “유키코를 죽인 그놈들이 지금도 살아서 내가 마시는 공기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미쳐 버릴 것 같다고요!”(71p) 딸을 잃은 모정은 애절하지만 살인이라는 제안 앞에 망설이는 무카이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이제는 유령이 된 노파에게서 범인이 출소했으니 약속을 지키라는 편지를 받게 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딸을 죽일 수도 있다는 협박을 받는다. 가정도 지키고 살인범이 되지 않기 위해 협박범을 찾는 무카이의 추리와 추격이 숨 가쁘게 이어지며 결말을 알고 싶어 단번에 읽게 되는 추리소설이다.
여기에서 야쿠자라는 범죄조직과 범죄로 고통 받는 가족 등 작가의 사회적 문제를 보는 시각이 사건 속에 녹아있다.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일말의 선함이 나비효과처럼 오해가 낳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결말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치밀한 스토리로 보여주고 있다. 장편소설임에도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사건에 집중할 수 있다. 15년 전의 약속, 유령처럼 조작된 전화 목소리, 오랜 기간 정체를 숨기며 같이 일하는 동료 등 작품의 스토리는 신선하다. 책의 크기는 아담해서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기 편하고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반전 결말을 좋아한다면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