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08] 미국 서부의 커피문화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입력 2021.11.11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08] 미국 서부의 커피문화
20세기 커피의 역사에는 크게 세 번의 물결이 있다. 첫 번째는 저렴한 가격의 대중적 커피다.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널리 보급된 인스턴트 커피나, 수퍼마켓에서 큼직하게 포장되어 판매되고, 일반 식당에서 무한 리필로 부어주는 커피다. 원두의 근원이나 유통은 물론 중요하지 않다. 두 번째는 ‘녹색 인어’와 같이 우리에게도 친숙한 커피 브랜드들이다. 생산지에 관심을 가지고 차별화하면서 에스프레소 기반의 다양한 음료를 소개했다. 그리고 제3의 물결은 이에 더해서 공정 거래, 로스팅 및 드립의 방법 등을 강조하는 개별 커피숍들의 등장이다. 커피 시장이 워낙 넓고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도 다양하다 보니, 하나의 물결이 다른 물결을 대체한 것은 아니고 모두 공존하는 형상이다.
유명 미국 커피 브랜드들은 모두 미국 서부에서 시작됐다. 스타벅스는 시애틀, 스텀프타운(Stumptown)은 포틀랜드, 블루 보틀과 피츠 커피(Peet’s Coffee)는 샌프란시스코가 탄생지다. 사진은 샌프란시스코 피츠 커피./박진배 뉴욕 FIT 교수</figcaption>
미국인은 하루 평균 2.7잔의 커피를 마시고, 그 시장 규모는 36조원을 넘는다. 질과 풍미보다는 속도와 양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커피문화는 ‘아메리카노’라는 베스트셀러까지 탄생시켰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명 미국 커피 브랜드들이 모두 미국 서부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스타벅스는 시애틀, 스텀프타운(Stumptown)은 포틀랜드, 블루 보틀과 피츠 커피(Peet’s Coffee)는 샌프란시스코가 탄생지다.<사진> 이는 서부의 으슬으슬한 날씨와도 관련이 있다. “커피는 시애틀의 액체 햇볕이다”라는 표현이나 마크 트웨인의 “내가 경험한 가장 추운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이었다”는 유명한 문장들이 이를 설명해 준다. 하지만 여기는 또한 대학 졸업자가 많고, 서점의 숫자도 많은 지성의 도시들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과 같은 기업의 창업지이기도 하다. 동부에 비해서 넓은 공간과 가까운 자연환경은 창의적 사고를 향상시키고 보헤미안 커피문화도 탄생시켰다. 심지어는 커피와 칵테일의 중간에 위치한 아이리시 커피도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후 샌프란시스코의 ‘부에나 비스타 카페(Buena Vista Cafe)’에서 처음으로 손님에게 제공되기 시작했다. 1952년 11월 10일, 69년 전 어제부터였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 커피숍의 라테 아트./박진배 뉴욕 FIT 교수</figca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