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에는 믿을 교리가 있습니다.
이는 가톨릭교회 신자라념 누구나 무조건 받아들여다 하는 가르침으로서, 주로 신경의 내용입니다.
예전에 세례를 준비하던 모든 사람에게 가르쳤던 그리스도교의 4대 믿을 교리를 다들 기억하시나요?
하느님이 분명 계시다는 천주존재, 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말씀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시다는
강생구속, 마지막으로 착하게 산 사람은 천국에 가고 악하게 산 사람은 지옥에 간다는 상선벌악입니다.
이 네가지 교리는 세례를 받기 위해서 무조건 믿어야 할 교리로서, 특히 죽을 위험에 처한 사람이 대세를 받기 전에 최소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교리입니다.
죽은 다음에, 착하게 살았던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하게 살았던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상선벌악의 가르침은 그리스도교뿐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천국 가기에는 좀 부족하고, 지옥으로 바로 떨어지기는 애매한 사람들이 가는 곳을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연옥이라고 부릅니다.
이 연옥에 대한 교리는 오직 가톨릭교회에만 있고, 개신교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동방교회에서는 연옥이라 부르지 않고, 마지막 정화라고 하여 연옥의 존재를 부분적으로 인정합니다.
사도신경에 저승에 가시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저승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라틴어 인페리 infern, 그리스어 하데스 Hades,
히브리어 셔올 scheol(혹은 셰올, 쉐올)등이 의미하는 바와 비슷합니다.
유다인이셨던 예수님은 구약의 종교와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셨고 그 배경 아래서 사람들을 가르치셨습니다.
당시 구약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인간이 죄 때문에 고통과 질병을 겪고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고 믿었습니다.
죄의 결과인 죽음은 하느님과 멀어지고, 하느님과 분리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따라서 죽음 이후에 가는 곳인 셔올은 하느님과 완벽한 분리를 의미하기는 하지만, 셔올과 다릅니다.
구약의 셔올 개념은 하느님과 분리된 채 언젠가 메시아가 와서 자신들을 해방시켜 주리라 믿으며 기다리는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다음에 가신 저승은 바로 셔올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지 사흘째 되는 날(3일 후가 아닙니다!) 저승 문 여시고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습니다.
메시야가 와셔야만 열릴 수 있으리라 믿었던 문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활짝 열렸습니다.
이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또 따르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의 가능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천국에 갈 수도 있고, 천국에 갈 준비를 하고, 언젠가 천국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국에 도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곳이 바로 연옥입니다.
연옥이란 단어가 교회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2세기 전후이지만,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기억하는
관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유다교에도 그러한 관습이 있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연옥에 대한 교리가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생겨난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직접 목격했던 사도들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고, 신앙의 내용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살아서는 물론 죽은 다음에도 회개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정화의 시간을 주십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알았지만, 아직 온전히 정화되지 못한 이들에게도 영원한 구원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단 정화되지 못한 이들이 천상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죽은 후 정화의 시간을 거쳐야 합니다.
연옥은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가톨릭교회는 예 라고 답합니다.
물론 많은 사람이 이 대답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연옥의 존재에 대해 성경이 아무런 증언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요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지만, 모든 것이 들어 있지는 않습니다.
사도 바오로도 모든 것을 기록하지 않았고,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 밖의 것은 내가 가서 일러주겠습니다."(1코린 11,34)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을 담고 있지만, 성경에 하느님의 말씀 전체가 다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가르침, 즉 계시는 성경과 성전, 즉 사도들과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서 주어진다고 가톨릭교회는 가르칩니다.
연옥이란 어떤 곳일까?
중세 이탈리아의 작가인 단테는 자신의 대표적 서사시인 신곡에서 지옥, 연옥, 천국을 각각 구분하는데, 연옥은 남반구에 있는 유일한 육지인 산에 있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이는 당시 세상의 중심으로 여겨진 예루살렘에서 정확히 반대 방향을 상정한 것입니다.
연옥의 제일 아래층부터 위층까지 칠죄종, 즉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참회하면서 한 층씩 위로 올라가는 구조로 묘사합니다.
연옥 영혼들이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꼭대기, 즉 에덴동산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모든 죄의 보속을 마치고 정화된 영혼들은 지상낙원인 에덴동산에서 잠시 대기한 후에 하느님 나라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연옥은 소설의 비유에 나오는 것이나 인간이 상상하는 것처럼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는 어떤 장소가 아닙니다.
사실 장소나 시간은 지극히 인간적인 개념입니다. 죽은 다음에는 시간이나 장소 개념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연옥이란, 장소가 아니라 인종의 존재 상태라고 가톨릭교회는 가르칩니다.
그리고 연옥이란 어떤 대피소나 뜨거운 벌을 받는 곳도 아닙니다.
연옥이란 무엇보다도 정화소입니다. 연옥의 불은 벌을 주는 지옥의 불과 같은 것이 아니라, 깨끗하게 해주고 따뜻하게 해주는 하느님 사랑의 불입니다.
정화시키는 하느님 사랑의 불을 토해서 더욱 순수해져야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연옥에 있는 영혼은 스스로 기도하거나 천국에 갈 수 없다. 우리의 기도와 희생이 있어야만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 맞는 말인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우리가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 기도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연옥 영혼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연옥 영혼 역시 자신을 위해 기도할수 있고, 정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연옥 영혼도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결합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과 결합된 사람들은 각각 지상 교회(투쟁 교회, 순례 교회) 연옥 교회(정화 교회), 천상 교회(개선 교회, 승리 교회)에 속해 있습니다.
사도신경에 나오는 성인들의 통공(여기서 라틴어는 남성 복수 2격으로 거룩한 사람들 또는 중성 복수 2격으로 거룩한 것들이라고 번역될 수 있습니다.)이란 바로 이 교회에 속한 사람들으 기도와 공로가 서로 통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모든 이가 하느님 교회의 구성원이고, 이들의 기도와 희생과 선행은 서로 관계를 맺고 결합된다는 것입니다.
중세를 거치면서 연옥은 지옥과 비슷한 곳으로 오해되기도 했습니다.
중세에는 누구나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기에, 제대로 준비를 시키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죄와 벌에 대해서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이 없다 보니, 죄를 지으면 벌을 받고 지옥에 간다는 단순한 교리에 치중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아무 죄도 짖지 않아 바로 천국에 갈 수 있을 만큼 깨끗한 사람도 많지 않고, 죄를 많이 지어 지옥에 바로 갈 만큼 나쁜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살아생전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었던 사람에게 천국 아니면 지옥리나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면 좀 억울하지 않을까요?
천국에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는 지복직관(1코린13,12 참조) 의 세계이고, 지옥은 하느님을 영원히 절대 만날 수 없는 완전히 차단되어 고통받는 상태라면 이 양극단의 중간 상태도 필요합니다.
모든 인간이 구원받기를 바라시는 하느님께서 인간이 죽자마자 바로 천국 아니면 지옥으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교회는 오랫동안 믿어왔고 가르쳐왔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천국과 지옥의 존재를 인정하고,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상태인 연옥의 존재를 믿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외에 어느 누구도 죽었다가 부활한 사람은 없기에(예를 들어 라자로와 과부의 아들처럼
다시 살아난 사람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부활한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만 다시 살아났다가 결국 죽었으므로 소생한 것입니다.)
죽음 이후의 상태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연옥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구원을 보장받은 인간이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정화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지상 교회에서 순례 중인 그리스도인들은 기도, 희생, 자선, 보속 등을 통해 연옥 영혼들이 정화되로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