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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도연명의 글을 좋아합니다
그의 글은 옛사람의 그것이라고 하기에는 고루함이라거나, 도사연하는 허풍도 없고
젠체하는 사대부의 현학적 꾸밈이라든가, 민초들을 사지로 내모는 선동적인 어용성도 없이
꾸밈없고 진솔하게 전원 생활에 대한 그의 꿈을, 실천하며, 노래하고 있어
천수백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의 시나 글은 마치 친구의 잔잔한 독백을 듣는 것 같습니다.
도연명은 아들이 다섯명 있었는데, 전부 불민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마음 고생도 많았던 듯한데 - 아래 ' 5. 責子 ' 참조 -
정작 그는 죽기전에 큰아들에게, 자신이 너무 성품이 곧기만 할 뿐 재주가 없어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자식들을 가난에 시달리게 했다며 사과하였다
고 합니다.
엄청난 정감이지요? 천재의 감성은 세월을 초월하는가 봅니다.
저는 지금 '古文珍寶' 詩篇을 짬짬이 읽고 있습니다.
우리말로의 번역은 책의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제가 고친 것도 있어서
전문가 시각으로는 틀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옥편의 내용들을 훑어 보며 내 마음에 닿는 방향으로 번역했으니까요.
읽어 가며 좋은 글들을 더 추가하겠습니다.
2009. 2.
1. 歸 田 園 居
種 豆 南 山下 道狹 草木長
종두 남산하 도협초목장
草盛 豆苗稀 夕露 沾我衣
초성 두묘희 석로첨아의
侵晨 理荒穢 衣沾 不足惜
침신 리황예 의첨부족석
帶月 荷鋤歸 但使 願無違
대월하서귀 단사원무의
남산 아래 콩을 심으니 길은 좁고 들풀은 무성하니
풀만 무성하고 콩싹은 드물어 저녁 이슬 옷 적시지만
새벽길 나서 잡초를 뽑고 옷 젖는 것 아쉬울 것 없지
달빛에 호미 메고 돌아 오네 오직 농사나 잘 되었으면
**侵晨 理荒穢 , 帶月 荷鋤歸 의 구절이 마치 아름다운 동양화를 접하는
것 같습니다.**
2. 雜 詩
結廬 在人境 (결려 제인경) 오두막이라도 사람 틈에 짓고 사는데
而無 車馬喧 (이무 차마훤) 수레 몰고 찾는 이 없다네
問君 何能爾 ( 뭄군 하능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 묻는가 ?
心遠 地自偏 ( 삼원 지자편) 마음이 멀면 사는곳 또한 절로 외지지
採菊 東籬下 (채국 동리하 ) 동쪽 울타리 국화꽃 따들면
悠然 見南山 (유연 견남산 ) 남산이 한가로이 눈에 든다네
山氣 日夕佳 (산기 일석가 ) 해질녁에는 산기운이 더 아름다운 법
飛鳥 相與還 (비조 상여환) 날새들도 어울려 돌아오고...
此閒 有眞意 (차간 유진의 ) 이 여유로움에 참뜻이 있는데
欲辯 已忘言 (욕변 이망언) 말하자니 할 말을 못찿겠군
** 採菊 東籬下 悠然 見南山 : 소동파는 見 자 대신 望을 넣으면 이 시가 갖는
神氣가 흩어져 버린다고 평했답니다. 見 은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보이는
것, 望은 보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 것입니다. 見을 望으로 바꾸어 적은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3. 雜 詩
秋菊 有佳色 (추국 유가색 ) 가을 국화 색이 고와
裛露 掇其英 (읍로 철기영 ) 이슬 머금은 그 꽃부리 따
汎此 忘憂物 (범차 망우물 ) 술(忘憂物)잔에 띄우니
遠我 遺世情 (원아 유세정 ) 속세 버린 마음 멀리 달려간다.
一觴 雖獨進 ( 일상 수독진) 한잔의 술 비록 홀로 마시나
盃盡 壺自傾 ( 배진 호자경) 잔이 비니 술항아리 절로 기우누나
日入 群動息 (일입 군동식) 날 저물어 만물이 조용한데
歸鳥 趨林鳴 (귀조 추림명) 집 찾는 새 우짖으며 숲을 나네
嘯傲 東軒下 (소오 동헌하) 동헌에 앉아 후련히 휘파람 불어
聊復 得此生 (요부득차생) 홀연 다시 참 삶을 얻는다.
** 저는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一觴 雖獨進 盃盡 壺自傾 표현은 정말 오묘합니다
4. 擬 古
日暮 天無雲 (일모 천무운) 날 저물어 하늘에 구름한점 없고
春風 扇微和 (춘풍 선미화) 봄바람 부드럽게 부는 밤
佳人 美淸夜 (가인 미청야) 고운이 이 맑은 밤을 사랑하여
達曙 酣且歌 (달서 감차가) 밤새워 술잔 기우리며 노래한다.
歌竟 長歎息 (가경 장탄식) 노래 끝에 길게 탄식하니
持此 感人多 (지차 감인다) 그 긴 탄식 마음에 닿는다.
皎皎 雲閒月 (교교 운간월) 구름 사이 교교한 달
灼灼 葉中華 (작작 엽중화) 이파리 속의 고운 꽃망울
豈無 一時好 (기무 일시호) 어찌 한때의 호시절이 없을까만
不久 當如何 (불구 당여하) 그 길지 못함을 어이하리
5. 責 子
白髮 被兩鬢 (백발 피양빈) 백발이 양볼을 덮고
肌膚 不復實 (기부 불부실) 살결도 전같지 않은데
雖有 五男兒 (수유 오남아) 아들녀석 다섯이지만
總不 好紙筆 (총불 호지필) 하나같이 지필을 멀리한다
阿舒 已二八 (아서 이이팔) 서란놈은 벌써 열여섯인데도
懶惰 故無匹 (나타 고무필) 게으르기 비할 상대가 없고
阿宣 行志學 (아선 행지학) 둘째 선은 곧 열다섯이 되는데
而不 愛文術 (이불 애문술) 글재주를 좋아하지 않는다
雍端 年十三 (옹단 년십삼) 옹과 단도 열세살에
不識 六與七 (불식 육여칠) 여섯과 일곱도 분간하지 못하며
通子 垂九齡 (통자 수구령) 막내 통은 아홉살이 가까웠는데도
但覓 梨與栗 (단멱 이여율) 오직 배와 밤만을 찾는다.
天運 苟如此 (천운 구여차) 천운이 진실로 이러하니
且進 盃中物 ( 차진 배중물) 술잔이나 기울릴밖에
첫댓글 '고문진보'는 한시를 공부하는 학교에서도 고급반에서 배우는 과목이라더군요. 대단하십니다.
사실 어려울 건 없읍니다.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문과 한글 번역을 병기하고 해설이 있어서 독서 하는 기분으로 읽으면 되니까요..
眞書가 많군요. 올리신 글을 한줄한줄 읽습니다. 어린시절 종아리 올리고 祖父님께 회초리 맞던 생각이 납니다.
英詩를 압도하는 중국의 시문학입니다. 귀한 시 감사합니다
영상사진 속의 물빛이 너무아름답습니다. 조각배도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선생님의 조용한 미소와 닮았어요.가을국화 색이고와~속세버린마음 멀리달려간다. 두고두고 음미하며 배우고싶네요.
열심히 공부할 것이 또 늘어났네요.... 천천히 음미하면서 느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