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쫀드기’와 ‘빼때기’
두 개 다 전래의 간식거리이다. 주재료는 고구마요,
이름이 다른 것은 만드는 방법이 다르거나
그 음식의 특성을 나타내어 주기 때문이다.
우선 ‘쫀드기’는 고구마를 삶아 얇게 썰어서
햇볕에 적당하게 말리면 그 촉감이나 질감이 쫀득하게 변해서
그냥 먹을 수 있는 겨울철의 별미(別味) 간식거리가 되고,
‘빼때기’는 일명 ‘절간고구마’로서 생고구마를 그냥 얇게 썰어서
햇볕에 말려서 건조시켜 소주의 재료인 주정(酒精)이나
팥을 넣고 끓인 ‘빼때기죽’을 먹을 때 주재료가 된다.
사실 이렇게 해 먹는 것은 고구마 철에 많이 생산 한 것을
갈무리하여 오랫동안 먹기 위한 방편으로서 그렇게 한 것이다.
공통점은 고구마로 만든 것으로 무공해요,
둘 다 구황작물의 으뜸이요,
밭에서 잘되고 흔하게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요즘 시장이나 인터넷에서 거래하는 것을 보면
그 가격이 만만찮은 것을 볼 수가 있으니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생각이 날 정도이다.
수 만평 밭에 심어 기계로 파종과 수확을 할 수가 있고,
큰 창고를 지어 출하(出荷)를 조절할 수 있다면
고구마 농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고구마는 크게 농사짓는 기술이 필요치 않고,
또 거친 땅, 박토, 황무지에도 잘 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지을 수 있는 농사이다.
방금도 베란다에 널어놓은 ‘빼때기’를 뒤집어 놓고 왔다.
이렇게 해야 햇볕에 고르게 마를 뿐만 아니라,
식감(食感)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올 겨울에도 ‘쫀드기’를 좀 많이 만들어서 동지섣달 긴긴밤을
‘뻥튀기’와 함께 먹으면서 TV삼매경에 빠져볼 생각이다.
옛날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 강냉이와 함께 쌍벽을 이루었던
고구마가 지금은 웰빙(wellbeing)시대를
맞이하여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바,
저 칼로리에다 요리하기가 쉽고,
만드는 방법에 따라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로 변하니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 고구마를 즐기며,
삼천리강토를 푸지게 가꾸는 일에 일조할 때에
‘쫀드기’와 ‘빼때기’는 그 구수한 정감어린
명칭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두고두고 오래 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염된 식재료로 인해 식탁이 위협을 받고 있는 이때,
과도한 영양 섭취, 고칼로리로 인한 성인병과 비만에서 오는
각종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친환경적인 식단이 필요하고,
또 그에 부응하는 식재료가 고구마라고 볼 때,
고구마의 여러 가지 요리방법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참 좋겠다.
물론 전통적인 보관법인 ‘쫀드기’와 ‘빼때기’도
결코 뒤지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쫀드기’를 맛있게 먹는 찐득함과 아울러
‘빼때기’의 날씬한 모양도 본받아서 건강 생활을 유지하고
지키는 일에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요즘은 못 먹어서 탈이 아니라,
너무 많이 먹는 과식(過食)이나
너무 먹기를 멀리하는 거식(拒食)이 탈이 된다.
한 편에서는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다른 편에서는 못 먹어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현상이 일어나니,
참으로 아이러니(irony)가 과언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식단(食單)이요,
그것을 알고 취사선택(取捨選擇)할 수 있는
소비자의 안목(眼目)을 기르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앞으로 농사도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을 위해서 텃밭을 가꾸는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교외 근교에 자기가 힘을 크게 많이 안 들여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텃밭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물론 주재료인 쌀과 곡물은 사야겠지만,
그 밖에 채소나 양념류 등은 얼마든지
자기가 자급자족할 수가 있는 것이다.
자기가 재배하니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있고, 또 기르는 재미,
수확하는 재미도 함께 맛볼 수 있으니 더 좋은 일이다.
농촌에서 태어나 살며, 흙냄새를 즐기는 사람들이 맛보았던,
‘쫀드기’와 ‘빼때기’의 추억은 어린 유년의 시절 뇌리에 박혀 있다가
성인이 된 지금 그것을 다시 끄집어내어
아련한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요,
실제로 지금 생활에도 생활의 재미로,
또한 잔잔한 기쁨의 활력소(活力素)가 되니
더 말할 이상의 그 무엇이 없다.GAE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