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우리나라에 사치성 스포츠로 도입되면서 관행처럼 되어 있는 잘못된 습관들을 이제는 고쳐야 할 때가 되었다.
며칠전에 충북에 있는 한 회원제 골프장에 골프치러 갔다. 이른 아침이라 클럽하우스에서 1만 5천원짜리 식사를 시켜서 먹으려는데 밥이 이상했다. 숟가락을 갖다 댔더니 발효가 된 것처럼 밥이 숟가락에 묻어서 냄새를 맡아봤더니 상한게 아닌가. 식당 종업원을 불러 밥이 이상한 것 같다고 하니까 밥을 바꿔주면서 식대값은 받지 않겠다고 한다. 새로운 밥을 내왔지만 밥맛이 있겠는가.
이처럼 클럽하우스의 식대는 시중가격의 두배에 달하면서 맛이나 서비스는 영 아닌 경우가 많다. 가격에 비해 맛도 없이 없으니 두끼중 한끼만 클럽하우스에서 먹고 다른 한끼는 밖에서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골프장의 식음료 가격이 이렇게 시중가격보다 비싸게 받으면서 클럽하우스를 포함한 식음부문의 경영수지는 적자이거나 1억~2억원의 흑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군산CC(회원제 18홀+퍼블릭 63홀)의 경우, 식사대를 대폭 현실화시켰다. 예컨대, 남원추어탕은 8천원, 해장국·해물된장찌개는 각각 9천원 등으로 주변 골프장의 60~70% 수준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골프장의 지난해 식음매출액이 31억원, 식음원가가 23억원으로 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 골프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식음료 가격이 대폭 인하되더라도 이용객수가 늘어나면서 경영수지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골프장의 그린피, 카트료, 식음료 대금 등의 이용료(캐디피 제외)는 적게는 15만원, 많게는 30만원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이용료를 계산할 때, 총액이 적힌 영수증만 주고 상세한 내역이 없다. 일반 슈퍼마켓에서 몇천원짜리 과자를 사더라고 상세한 내역이 담긴 영수증을 주는데, 하물며 수십만원에 달하는 골프장 이용료 영수증에는 달랑 총액만 적어 놓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골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접대성 골프가 많았고 아직도 기업들의 접대성 골프가 적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공짜로 치는데 식사값이나 음료수값이 얼마인지 굳이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돈 내고 골프를 치는 중산층 골퍼들도 상세한 내역을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괜히 따지고 들면 쪼잔한 놈(?)으로 생각할까봐 그런 것 같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이 먹은 음료수값이나 담배값을 골퍼들에게 뒤집어 쒸우는 경우도 있다고 어떤 골프장 사장은 얘기한다. 이제 골프가 대중화되는 상황에서 300만명의 골퍼들은 골프장 이용료에 대한 상세한 내역을 요구해 자기 권리를 찾을 때가 되었다.
이제 국내 골프장산업은 2000년대 초반 이후의 호황이 끝나가면서 불황기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만해도 골프장이 40~50개 신규 개장하고 골프인구는 골프붐 소멸로 정체되면서 한 골프장당 이용객수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또 골프장 시장이 공급자(골프장 운영회사) 중심에서 소비자(골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되면서 골퍼들의 소비자단체도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로만의 고객만족경영이 아니고 가시적인 조치로 골퍼들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 끝.
첫댓글 맞아요. 대금결제 할때 상세내역표를 요구하고 하나 하나 체크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단체팀 결제할 때에 엉뚱한 내역들을 집어 넣어서 결제하는 경우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