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144] 너의 얼굴을 꽃병에 꽂아둔다
문태준 시인
입력 2026.10.25. 23:42
너의 얼굴을 꽃병에 꽂아둔다
연못을 파지 말아야지
잉어와 붕어와 가재는 기르지 말아야지
연꽃과 수선화도 심지 말아야지
분수와 대리석 조각은 들이지도 말아야지
나는 헛된 몽상에만 빠지리라
깊은 물속에서 내가 보고 싶은 그이가
얼굴을 들이밀고 발을 내밀면 몸을 숨기고
그이를 몰래 훔쳐보기만 하리라
수양버들 왕벚꽃 따위는 주위에 심지 말아야지
비석은, 하물며 연못 이름 따윈 절대 짓지 않으리라
그래도 혹시 돌이마 정도라면
-박판식(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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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연못에 관한 유쾌한 몽상(夢想)을 보여준다. 유영하며 사는 것과 수중식물을 기르지 않겠다고 말한다. 연못 쪽으로 거대한 뿌리를 뻗는 수양버들이나 왕벚꽃도 심지 않겠단다. 분수, 비석, 허명(虛名) 같은 것을 들이는 일도 사양하겠단다. 다만 “돌이마” 정도라면 고민을 하겠다는데, 어떤 의미인지는 시인의 다른 시 ‘돌아’를 통해 조금은 추측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시인은 “내 욕심과 번뇌를 잊게 하는 돌아/ 능금 같은 어린 아기 같은 돌아”라고 썼고, “달빛 같은 이목구비”가 세속에 정이 든 마음을 씻어준다고 했다. 돌이마는 순수함과 무욕함의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시인은 일상에 생긴 균열과 기적처럼 연못을 뜻밖에 갖게 된다면 사모하는 그이의 얼굴을 물속에서 수줍어하며 몰래 바라볼 일에 더 설렌다. 시의 제목에 등장하는 꽃병도 시인이 몽상하는 연못의 공간과 다를 바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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