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는 나와 같이 사는 강아지 이름이다.
크기가 작아 말이 강아지라서 그렇지 실제론 지금 한창 팔팔한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어엿한 숫컷 성견이다.
종자는 포메라이언이고 (노란색이고 가슴에 털 많은 놈) 나이는 이제 3살로 접어든다.
이 놈과 관련된 글을 썻었는지는 잘 기억이 없지만 지나간 이야기들을 좀 하고 싶어서 컴에 붙어 앉았다.
"강아지 구경이나 가자"
"우와,,,그래...빨랑 가자.."
"갑자기 뭔 개 구경을 가?"
아내는 개를 유난히 싫어했다.
아니, 싫어했다기보다는 좋아할 기회가 없었다는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천성적으로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아내는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는건 결사 반대인 입장이었다.
평택에 살던 당시였는데 역전 앞에 애견센타들을 주욱 흝어 보다가 눈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완전 똥개 처럼 생긴 놈이 딩굴거리며 혼자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완전히 곰새끼를 짜브를 시켜 놓은것 같은 모습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딸아이에게 물었다.
"요놈 어떠니.."
"웅,,디게 귀엽다...근데 똥개 같아"
"똥개가 진짜 개인거야"
"할머니 이거 똥개죠?"
주인인 듯한 할머니가 질겁을 하며 튀어나오는 틀니를 집어 넣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거 뽀메여.."
"예?"
"그거 뽀메라구"
"아,,예....음..뽀메.."
저쪽에서 푸들을 홀라당 깝데기를 벗기고 있던 아줌마가 이쪽으로 오신다.
"예,,그거 포메라이언 이라는 개예요..좀 사나운데 주인 밖에 몰라요..머리도 좋고요.."
생명을 가지고 흥정을 하는게 별로 마음에 안들어서 주머니의 돈은 모자랐지만 호기있게 카드를 내밀고 힘차게 외쳤다
"일시부울..."
얼떨결에 일어난 사태에 딸은 좋아 죽고,,아내는 이게 뭔 일인가 아직 실감이 안나는것 같고,,,,
무엇을 사면서 아내와 같이 상의를 하지 않은 유일한 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확신은 가지고 있었다.
같이 지내면 딸아이에게도 좋고 특히나 아내에게 더 좋으리라.
막상 데리고 나오자 아내도 더 이상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궁시렁 거리고 잇었다.
"아,,몰라,,똥,,오줌,,그런거 다 알아서 해,,밥도 알아서 주고"
그렇게 해서 한식구를 더 만들고 나는 출근하고 딸애는 학교에 갔다.
저녁때 집에 들어오자 곰탱이가 작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고 아내는 잔뜩 부어서 말한다.
"인터넷에 보니까 똥,오줌 가리려면 어릴때 해야 한대. 신문지 깔아 주면서 조금씩 움직여서 목욕탕 쪽으로 가져가면 된대.."
"웅,,구래..."
나는 씨투리하게 대답을 했고 결국 강아지의 수발은 아내 몫이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일요일 아침에 잠자다가 벼락 떨어지는 소리에 나와 딸애는 질겁을 하고 일어났는데 아내가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얘가 오줌을 목욕탕에 누웠어.....야,,,되게 신기하다..."
하하하..그때 아내는 강아지에게 "얘" 라는 표현을 썻다.
일주일 만에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생겨난 것이다.
이름을 지었는데 처음에는 "쏘주" 로 지었었다.
근데 강아지가 늘 몽롱할것 같아서 한달 쯤 부르다가 딱지라는 이름으로 바꿔주었다.
딱지는 천성적으로 밝고 사납고 모르는 사람이 오면 잡아먹으려고 덤벼들고...해서 아내는 어떨때는 든든하단다.
코딱지 만한 강아지 인데 말이다.
딱지에게는 약간의 문제가 잇었다.
태어날때 부터 뒷 다리의 관절에 탈골 증상이 있어서 수술을 해주어야 한단다.
거의 성장을 다한 일년이 조금 지났을때 뒷다리를 두개를 모두 절개하고 관절을 맞추어주는 대 수술을 받았다.
하나씩 하려 햇는데 아플때 한번 아프고 끝내는게 좋다는 의사의 말에 두 다리를 모두 수술을했다.
과정은 사람수술과 다르지 않다.
마스크에 산소 주입하면서 마취 성분을 넣어주고,,,조금 지나면 의식을 잃는다.
혀가 옆으로 주욱 빠져 나온걸 보면서 아내는 엉엉 울었다.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를 않아서 시간이 두시간을 넘어서도 끝날줄 모른다.
나중에 의사가 나를 불렀다.
오른쪽 무릎을 보여주며 설명을 한다.
10센치 정도 절개를 하고 드러나잇는 살과 뼈가 사람의 것과 다르지 않다.
상태를 설명하는 의사의 말을 건성으로 흘리며 수술이 잘되기만 바란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와서 기다렸다.
한시간여가 더 지났을까...
의사는 수술이 잘 되었다는 말과 함께 다 낫더라도 다리를 조금 절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걸을수만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의식이 아직 덜 깬 딱지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데리고 오긴 했는데 한쪽에다 뉘어주니까 영 불편한지 계속 뒤척인다.
그놈에게 잇어 양쪽 10센치 절개는 사람으로 치면 엄청난 크기의 상처와 같으리라.
"개는 통증점이 적어서 사람보다 아픔을 덜 느껴요..."
의사는 이렇게 이야기 했지만 그래도 어찌 아프지 않으리...
아내는 오줌,똥 걱정을 했고 ,,,나와 아내는 자그마한 강아지 철망을 구해 신문지를 깔아주고 그 안에 딱지를 넣고 문을 잠갔다.
거실 바닥에 돌아다니면서 오줌과 똥을 눌까봐 아무런 생각없이 그렇게 해준 것이다.
그리고는 엎치락 뒤치락 하는 딱지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아플까...하는 걱정을 하며 잠이 들었다.
아침이 오고...
"어,,,딱지가 오줌을 하나도 안 쌋네"
아내의 말에 철망안을 들여다 보니 정말 신문지가 깨끗했고 밤새 통증과 혼자 싸운 딱지는 지친듯이 반쯤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놈이 답답해 할것 같아서 조심스레 안아서 거실에 내려 놓았다.
그런데........
거실에 내려 놓은 딱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뒷다리는 끌고 앞다리에만 힘을 잔뜩 준채 조금씩 , 조금씩,,,,
딱지는 목욕탕을 향해서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며 옮길때 마다 통증이 있는지 한번 움직이고 조금 쉬고,,,그러면서 욕실 앞에까지 제 힘으로 갔다.
어떻하나 두고 보았다.
문턱을 넘어 욕실 안에까지 들어간 딱지는 그제서야 오줌을 누웠다.
밤새도록 참은 오줌을 한번에 눈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나도 눈물이 나고 아내는 엉엉 울었다.
식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그 놈은 밤새도록 오줌을 참았다.
아픈 다리와 싸우기도 힘겨웠을텐데 그걸 어떻게 참았누.
그 마음을 모르고 아무데나 오줌을 누울까봐 밤새도록 철창안에 가두어 놓았으니.....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는 어리석은 인간이 얼마나 미웠을까.
오줌을 누고 돌아 나오는 그 놈의 얼굴을 벌개진 눈으로 쳐다 보았다.
강아지가 웃는다.
힘겹게 웃는다.
그리곤 꼬리를 흔든다.
그 놈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을 벌써 용서하고 있었다.
.
.
.
그리고 시간이 다시 흘렀다.
지금은 다리가 다 나아서 날라 다닌다.
의사도 신통해 하고....
그래도 나이가 들면 문제가 생길거라고 한다.
아내는 말한다.
문제가 생기면 보조기구 만들어 달아주면 되고...
그래도 안되면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단다.
그리고 하나를 더 키우잔다.
그런데.....글쎄,,,딱지가 샘이 많아서.....하하하....
지금은 딱지가 없는 우리집은 생각하기 힘들다.
자신을 싫어하던 아내와 그리고 딸아이,,,그리고 나....
이렇게 세 사람의 마음속에 가족으로 자리잡은 조그마한 강아지의 생명력이 놀랍다.
원래 자연에서 주어진 생명력은 경외스러울 정도로 위대하다.
현재의 과학으로는 복제도 제대로 못하니까 그 창조는 말할 나위도 없겠다.
어쩌면 그 창조는 과학적으로는 규명이 안될것 같다.
또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수십억년의 장구한 역사가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인 이 생명체들은 항상 정상상태를 유지하고 자신이 스스로 살아있기를 지향한다.
사람들은 착각을 하며 산다.
그 생명체의 정점에 인간이 있는 줄 안다.
나는 그 반대로 생각한다.
진화의 가장 하부점에 인간이 매달려있다.
생명이 울리는 항상성의 소리를 제일 듣지 못하는 생명체가 인간이다.
생명은 틀린 일이라고 말해주는데 인간은 그걸 거스른다.
바로 욕망 때문이다. 돈,명예,권력,,,,,,
강아지는 자신의 솔직한 생명력을 거짓없이 사랑하지만 사람은 자신에게서 우러나는 아름다운 생명력을 왜곡하며 산다.
나도 나로부터 우러나는 자연스런 생명력의 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며 살았는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봄은 아름답다.
대지의 온갖 생명들의 사이클이 시작됨을 우리에게 알린다.
개나리,진달래,철쭉,목련,,,,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것은 생명이 지향하는 바가 평안함 삶,온전한 삶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말은 나 자신의 생명에서 요구하는 마음의 항상성을 존중해 주자는 말이라 생각한다.
발밑에서 딱지가 다리를 긁는다.
박박,,,벅벅,,,
안아서 다리에 올려 달라는거겠지.
그 놈의 눈을 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망울 이다.
"야,,너 자꾸 귀찬게 하면 된장 바른다..."
내가 좀 귀찬아 하는줄 알았던지 슬그머니 거실로 나간다.
그렇게 무서운 말을 했는데도 힐끔 뒤돌아보는 모습이 나를 미안하게 한다.
"딱지야,,,시원찬은 식구 만났더라도 행복하게 네 명대로 살다가 가렴...."
ps.
생명은 고귀한 것이라고 말들 합니다.
단순히 살아 있기에 고귀한 것이 아니라 늘 항상성과 평상성을 유지하려는 생명의 지향점이 있기에 고귀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생명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생명의 소리를 가끔은 따라가면서 살고 싶습니다.
때로는 미련하다,바보같다,,라는 말을 듣더라도 말입니다.
첫댓글 긴 글 읽어보니라 아주 목빠지는줄 알았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잘보구 갑니다요
개도 이제는 당당히 가족으로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애완견을 15년씩 키우다고 노환으로 죽으니 주인도 우울증에 걸려 옆에서 보기에도 안타까워 개 기르고 싶은 생각이 별로...
동물을 사랑할수 있는 여유로움이 부럽군요^^ 저는 개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남들이 기르는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마음에 나도 키워봤으면 하는 마음은 있답니다. 좋은글 살아가는 아름다움의 이야기 잘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