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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의 감촉이 하루 하루 다르다.
봄바람은 싱그럽고 뿌연 황사도 걷혀 하늘도 맑은편이다.
무엇보다 대자연에 물이 올라 식물은 선명하고 생기가 넘친다.
땅의 기운이 절로 몸속에 스며드는 느낌이다.
도보여행 다녀오기 딱 좋은 계절이다.
화창했던 지난 주말 다녀온 전북 군산 구불2길 구슬뫼길은
봄 트레킹의 참맛을 알게해주는 매력적인 길이다.
구불길은 7코스까지 거의 100km가 넘는 장거리 코스다.
코스 이름만큼이나 볼거리도 다양하다.
산길, 들길, 수변산책길은 기본이고 새만금간척지길, 근대건축문화유적길,
채만식 소설 탁류길, 역사문화탐방길등 트레킹족들을 유혹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길이다.
그런데 왜 하필 '구불길'일까.
그 의문은 옥산저수지를 한바퀴도는 구슬뫼길에 가서야 풀렸다.
구슬뫼길로 불리는 옥산저수지 수변산책길은 참 재밌는 길이다.
걷다보면 길 곳곳에 마치 지뢰처럼 비경이 툭툭 튀어나오고 원시림같은
자연생태계가 살아쉼쉬고 있다.
군산시내와 인접한 곳에 이같은 저수지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군산시민들에겐 축복같은 저수지일것 같다.
옥산저수지를 한바퀴 둘러 보려면 두가지 코스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우선 청암산으로 이어진 산길로 가는 것과 수변산책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변산책길을 택했다.
물길을 따라 걷는것이 훨씬 멀기는 하지만 도보여행을 제대로 맛보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옥산저수지 수변산책길을 한참 걷다보면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한시간여를 걸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저수지 반대편에
출발지점이 보였다.
" 멀지않았구나" 하고 가벼운 발걸음을 옮겨 구불구불한 모퉁이를 도는
순간 그 앞에 저수지가 멀리 펼쳐졌다.
마치 고개만 넘으면 목적지에 도착할것 같지만 막상 고개위에서 또 높은 고개가
보이는 식이다.
그렇다고 결코 힘든길은 아니다.
14km가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길 중간중간에 왕버드나무군락, 습지,
대나무숲이 테마공원처럼 등장한다.
특히 대나무숲이 유독 많았다.
굳이 대나무길을 걷자고 전남 담양에 갈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저수지에서 물가에 카텐처럼 서있거나 양 길가에 병품처럼 늘어서 있는
대나무를 보는것은 무척 색다르다.
대나무숲 사이에서 불어오는 살랑살랑 봄바람이 피로를 풀어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마음을 끄는 것은 생태의 보고(寶庫)인 습지다.
옥산저수지는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바 있다.
최근엔 환경부의 람사르 습지보호지정을 받으려다 유보됐다.
인근 마을까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옥산저수지에는 습지가 폭넓게 분포됐다.
습지에는 괴목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원시림을 방불케한다.
이들 나무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원초적인 생명력을 느끼게한다.
물가에 줄지어 있는 왕버드나무는 수변산책로에서 빠질 수 없는 풍경이다.
수변산책로에 구불구불 이어진길은 거의 흙길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최근에 소문난 트레킹코스를 가보면 인공구조물이 유난히 많다.
괴산산막이길이나 진천 초롱길은 아예 나무데크가 코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저수지에 접해있는 산의 지형상 어쩔수 없는 부분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도보여행길의 품격은 떨어진다.
좋은길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자연생태계가 살아있어야 한다.
여기에 코스 길이도 다양하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구불길이 바로 그런길이다. 그중에서도 구슬뫼길은 마음에 와닿는 길이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주차장이 미흡하고 수변산책길에 이동식 화장실이 없어
특히 여자들이 불편을 느낀다는 점이다.
벤치주변에 쓰레기도 드믄드믄 보였다.
트레킹족의 매너도 문제지만 꼭 필요한 장소에 쓰레기수거함이 없으니
지저분해질 수 밖에 없다.
또 입구에 인위적으로 작은 갈대밭을 조성해놓은것도 내눈에 거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