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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eway arch
세인트루이스는 미국 중부 대평원의 젖줄 미시시피강과 미주리강이 합류하는 지점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는 미주리주 최대 도시다. 미국의 정 중앙에서 동쪽으로 조금 치우치긴 했지만 동서나 남북 방향으로 미국 땅의 거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두 개의 강을 낀 지리적 조건 때문에 19세기 초부터 서부개척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서부로 서부로 떠나는 초기 미국인, 이른바 개척자들은(Pioneer)증기선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따라 끊임없이 세인트루이스로 몰려 들었다. 이들은 이 곳에서 말과 마차, 먹거리 등을 챙겨 서부로의 긴 여정에 올랐다.
프랑스가 미국 땅에 개척한 식민지 루이지애나에서 모피사업을 하던 피에르 라클레드( Pierre Laclede)가 1764년 세인트루이스에 처음 마을을 세운 때부터 미국 정부가 서부 개척의 완료를 선언한 1890년대까지 1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모피교역의 중심지로 서부 개척의 관문으로서 세인트루이스는 성장을 거듭했다.
새로운 땅과 종교의 자유, 금을 찾으려는 인간의 욕구가 서부 확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지만 이들의 의지를 서부 팽창정책으로 묶어낸 사람은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었다. 제퍼슨은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땅을 매입해 대서양 연안에 국한됐던 영토를 중부지역까지 두 배로 늘리고 드 넓은 서부 개척의 초석을 놓았다.
루이지애나 매입은 미국이 미시시피강을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초석이 됐고 이는 서부 확장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다. 나폴레옹 치세의 프랑스는 막강한 영국의 해군력에 대항하고 유럽 원정의 군비를 마련하기 위해 북 아메리카 중부의 식민지를 신생국 미국에 팔아버린 것이다.
최초로 북미 대륙을 횡단했던 루이스와(Meriwether Lewis), 클라크(Meriwether Lewis)도 1804년 제퍼슨 대통령에 의해 파견됐다. 무한한 자원의 보고인 서부로의 확장정책은 건국 초기 당위를 넘어 운명으로 받아들였는데 ‘매니페스토 데스티니’(Manifest Destiny) 즉 영토확장론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영토확장은 신의 의지이고 대륙을 양도받을 미국인들의 권리라는 것이 영토확장론의 요지이다.
굳건한 사상,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한 미국 정부의 서부 팽창정책은 더욱 가속화돼 1890년 미국 인구조사국이 “미개척 영역이 없다”고 발표할 때까지 불과 90년도 걸리지 않아 일단락됐다.
탐험가 루이스와 클라크는 노스 다코타 인디언 마을에서 첫 번째 겨울을 보내면서 인디언 소녀 세카가웨아(Sacagawea)를 만나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클라크 일행은 다코타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록키산맥을 넘고 태평양에 닿을 때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세인트루이스에는 30만명의 인구 대이동이 일어난 서부로의 확장을 기념하기 위한 제퍼슨 서부 팽창 기념관(Jefferson National Expansion Memorial)과 관문 아치(Gataway Arch)가 건립돼 있다. 미시시피강 서쪽 강변에 있는 192미터 높이의 아치 타워는 서부개척시대 세인트루이스가 광활한 서부지역으로 가는 관문이었음을 상징하고 있다. 아치 지하에 있는 제퍼슨 서부 팽창 기념관은 1803년 루이지애나를(louisiana) 매입한 것에서부터 1890년 서부 개척이 종료될 때까지의 역사와 기념물들이 수집 전시돼 있다.
게이트웨이 아치는 세인트루이스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조형물이기도 하다. 세인트루이스는 인구 250만명의 거대도시인 만큼 시내에 고층 건물들이 적지 않지만 다운타운 어디에서도 아치가 보이지 않는 곳은 없다.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건조된 아치는 단아한 아름다움이 뛰어나고 아치의 그림자가 유유히 흐르는 미시시피 강물에 비쳐 더욱 멋있다.
아치의 2개 기둥에는 정상의 전망대로 갈 수 있는 트렘이 설치돼 있어 약 4분만에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자그만 원형 캡슐형인 트렘 객실이 아주 좁고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아치 기둥을 덜커덩 거리면서 올라가기 때문에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어른 10&, 아이 5$)
전망대는 아치의 정상 부분 약 3~4평의 좁은 공간에 설치돼 있다. 양쪽으로 설치된 유리창을 통해 세인트루이스 시의 전경과 미시시피강, 강 건너 일리노이주를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다. 유리창 앞 난간에 엎드리거나 손을 짚고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건물이 아니라 아치여서 그런지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치 전망대 바로 아래에 있는 법원 건물은(historic old courthouse) 1846년 드레드 스콧(Dred Scott)과 그의 아내 해리엣(Harriet)이 자유인이 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Dred Scott v. Sandford case’ 판결로 유명하다. 스콧 부부가 자유를 찾기 위해 미주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일리노이와 미주리, 미네소타 등 일부 주들에서는 노예제가 불법이었고 스콧 부부는 미주리 지방법원 판결에서는 승소해 자유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에서 미주리법원의 판결을 여지 없이 뒤집어 엎어버렸다. ‘Dred Scott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반인권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는 점에서 미국 사법사상 최악의 판결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미국으로 수입된 아프리카인 후손들은 그들이 노예이든 아니든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결코 미국의 시민이 될 수 없다. 또한, 미국 의회는 연방 영토 내에서 노예제도를 금지할 권한이 없다. 노예는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법정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그리고 사적 소유물인 노예들은 법 절차 없이는 그들의 주인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판결문의 요지이다.
이 결정은 노예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남부와 보다 견고한 연방을 구축하기 위해서 흑인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또 흑인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북부 주들 사이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켜 독립전쟁이 가속화됐다.
미국 의회 처럼 지붕 위에 큐폴라가 얹혀 있는 법원 건물은 당시 판결을 기념해 사적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고 이 곳에는 당시 재판 기록을 포함해 미주리 주 법원에서 있었던 주요사건 기록들이 보관,전시되고 있다.
1947년 메모리얼 아치 건축을 위한 설계 경쟁에 총 172개의 설계작이 출품됐는데 이 가운데 에로 사린엔(Eero Saarinen)의 게이트웨이 아치가 뽑혔다. 아치 건축이 추진된 것이 1935년인데 비해 정작 아치가 세워진 것은 1965년도로 시간적 간극이 큰 것은 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재원조달, 건축 기술상의 문제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치가 받는 바람의 압력을 줄이고 진동으로 발생하는 압력을 줄이기 위해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게 만들었고 아치의 다리는 자연에서 가장 강력하고 견고한 기하학적 모양인 이등변 삼각형의 모양과 특징을 채택했다.
버나드 딕만(Bernard Dickmann)세인트루이스 시장은 '슬럼으로 변해가는 강변지역에 서부확장 기념관을 세우자'는 한 변호사의(Luther Ely Smith) 아이디어를 플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루즈벨트 대통령이 1935년 12월 세인트루이스에 제퍼슨 서부확장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아치 건립이 이뤄지게 됐다. 서부 개척 박물관
박물관 안에 있는 버팔로 박제
세인트루이스 다운타운 미시시피강 가의 아치
4년뒤인 1939년부터 강가 슬럼지역의 모든 건물이 철거되고 프로젝트가 시작됐지만 2차대전이 발발해 전면 중단됐고 47년부터 다시 시작돼 건축이 추진된 지 20년이 넘은 65년에야 완공됐다.
미국 팽창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만큼 세인트루이스에는 아치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시가지는 미시시피강 서안에 있는 아치를 기점으로 서쪽으로 팽창해 오늘날 세인트루이스의 모습을 갖췄고 아치로부터 서쪽으로 1.5마일에 걸쳐 형성된 다운타운에서 포리스트 파크(Forest Park) 사이에 모든 관광 포인트가 밀집해 있다. 아치로부터 미드타운을 거쳐, 포리스트 파크로 메트로가 지나가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내 관광도 가능하다.
다운타운에서 아치와 서부 확장 기념관, 법원, City Museum, 부쉬(Busch)스타디움, 시청을 둘러본 뒤 서쪽으로 이동해 메트로 ‘그랜드(Grand)역’에서 하차해 북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극장과 박물관이 밀집돼 있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는 유명한 폭스 극장과 그랜델 극장, 셀든 콘서트홀, 파웰홀, 현대종교미술관, 현대미술관 등 문화시설 10여곳이 있다. 유명한 폭스 극장에서는 맘마미아를 비롯한 인기 뮤지컬이 장기 공연되고 있다.
그랜드역 남쪽에는 미주리 식물원(Botanical Garden)과 타워 그로브 공원이 위치해 있다.
극장 거리에서 다시 서쪽으로 1.5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포리스트 파크가 있다. 포리스크 파크 내 사이언스센터에는 식물에서 유전자를 분리하기 등 다양한 과학실험을 직접 해볼 수 있고 재밌는 수학문제 풀이 도전, 레고게임, 아이맥스 영화관 등이 갖춰져 있어 아이들이 재밌어 한다.
공원내의 미술관에는 고흐와 루벤스, 르누아르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가볼만하고 세인트루이스 동물원과 미주리 역사박물관도 공원 내에 있다. 또, ‘트리플 A’와 ‘노만 프롭스타인’ 등 2개 골프 코스, 공원 중앙에는 그랜드 배신이란 커다란 분수 연못이 설치돼 있어 경관이 아름답고 산책하기에 좋다.
아치 꼭대기까지 운행하는 트렘
아치 꼭대기 전망대에서
192미터 높이의 아치는 세인트루이스의 상징이자 미국 서부 개척의 상징
세인트루이스에도 구석 구석 찾아 다니면 볼 것이 많지만 미국엔 뉴욕과 워싱턴,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등 워낙 유명한 관광도시가 많아 외국인에게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관광지는 아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인기 관광지도 아니다. 미국에 사는 교민들이나 연수를 목적으로 시 근처에서 단기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종종 찾는 정도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는 미주리주 콜럼비아로 가는 관문으로서 연수생이나 유학생들에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도시다. 대부분의 연수생과 유학생들은 미국의 주요 대도시를 경유해 세인트루이스 램버트 공항에 도착한 뒤 자동차로 2시간을 더 달려 콜럼비아시로 들어간다. 한국을 출발해 만 하루의 긴 여행 끝에 도착하는 곳이고 낯설고 물선 미국땅으로 들어가는 통로여서 처음엔 어떤 곳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지만 미국생활에 익숙해진 지금은 먼 여행에서 돌아올 때 지나치기만 해도 푸근한 도시가 바로 세인트루이스다.
가깝고 잘 안다는 이유로 여행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뒀다가 추운 겨울 할 일도 없고 무료함도 달랠 겸 아이들이 학교를 쉬는 지난 2월 19일 세인트루이스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 아치와 미시시피강, 과학센터, 미술관, 극장가, 유니온 스테이션을 둘러보고 이날 저녁 늦게 귀가했다. 세인트루이스 관광은 단 하루면 OK다.
세인트루이스 유니언 스테이션, 중심역이니까 서울역과 같은 곳
세인트루이스 미술관, 고흐의 작품 |
첫댓글 사진 잘 봤다. 언제 찍었노?
2010년 2월 20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