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팀 2패 했습니다.
너무 속상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야구장 빠져나왔습니다.
차에 타는데...아내에게 전화가 빗발치더군요.
사실 어제는 운수 좋은 날의 아내처럼 제발 야구장 가지 말아달라고...애원했거든요.
18번의 Missed call을 확인하는데...왜 그렇게 화가 나던지...
그 놈의 야구...왜 이리 못하게 말리는지...맘 편히 야구 한 번 못하는 이 신세...
그래...
전화 받고 있는 신경질 내고...집에 돌아와 씻지도 않고...마루 소파에서 그냥 자버렸습니다.
아침에 온 몸이 욱신욱신...어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조금만 양보할 걸...하는 후회.
인터넷 켜고 스포츠 면 확인해 보니...
LG 트윈스 넥센에게 연장 11회에 10:9로 지고...맨유도 아스날에게 지고...김연아도 은메달 따고 눈물 죽죽 흘리고...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느낌...
한 주가 엉당이겠구나...그런 생각도 들고...야구 떼려치울까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속상한 한 주의 시작입니다.
차 타고...학원 출근 하는데...차는 왜 이리 막히는지.
그러다가 문득 바라본 하늘 참 맑고, 아름답다는 엉뚱한 생각.
요즘 제가 응원하는 LG 트윈스 꽤 선전하고 있습니다.
한 평생 응원하고 있는 팀인데...8년인가 9년인가 가을 리그에 참가 못하는 슬픈 팀입니다.
선수 면면 놓고 보면 정말 훌륭한 팀인데...팀내 이런저런 내홍이 많아서 그런지 조직력이 모레알입니다.
한번 무너지면 와르르...
그래서 다른 팀들은 우리 LG를 놓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지요.
그 때마다 저는 이번은 달라...이번은 다르다니까...그렇게 말하지만 현실은 늘 참담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제 일상은 LG트윈스가 이기면 아내와의 관계도 좋고, 학생들에 대한 수업의 질도 높아지는 열성 LG팬입니다.
어제는 우리 드림이 흡사 LG와 같아서 무척 속상했습니다.
능력은 있는데 승리는 못하는 팀.
박빙의 승부에서 늘 한 점 두 점으로 지는 팀.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모레알 조직력.
팀보다는 개인의 아집으로 똘똘 뭉쳐...개인의 욕심만 앞서는 팀.
조금만 내려 놓으면 좋을 것들에...정말 많이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
우리팀에 대한 제 단상은...이렇습니다.
그 주축엔 겸손하지 못하고, 팀원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제가 도사리고 있지요.
그래...욱하는 이 성질 죽이고...뼛 속 깊숙한 드림의 일원으로 자리할까 합니다.
묵묵히 운동하다가...땀 흘리고...희비하고...그러다 보면 승리도 따르겠지요.
제 속에서 계속 승리에 목말라하지 말아야겠다고 말합니다.
즐겨야겠지요. 하지만 최선은 다해야겠지요.
실수한 동료에게 이렇다 저렇다 재단하기 이전에 칭찬하고...잘 할 수 있다고 해야겠지요.
우리가 야구를 잘 하면 얼마나 잘 하겠습니다.
다...즐기자고 하는 것인데...
하여간...어제 두 경기 지고...생각이 많아졌습니다.
" 내려갈 팀은 내려갑니다...하지만 즐기지 못하는 팀은 사람들의 가슴에 멍을 남깁니다."
조금 못했다고 서로에게 가시가 되는 시선도 말도 삼가야겠습니다.
다음 한 주 쉬고...심기일전해서...즐기는 야구해야 겠습니다.
동료 플레이에 불평하던 제 꼴불견스런 입에 오바르코 쳐야겠습니다.
인간부터 되야겠습니다.
어제...야구와 관련된 모든 장비...다 버릴까 생각했다가...조강지처 버리지 못하는 마음으로 다시 집 안으로 들였습니다.
우리팀...잘해서...신나게 운동해서...즐거운 팀이...팀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참.
마지막으로 우리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경기 중 팀원을 교체하거나, 작전을 할 때만큼은 단 한 명의 사람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지시하고 명령하고 변화주는 모습...어수선해 보입니다.
중심이 있으면 믿음이 있고...즐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혹...
저와 같이 여전히 LG트윈스 응원하는 분...이번 어린이날 시리즈에서 두산을 스윕하는 상상으로 한 주를 보내는 것이 어떨지...?
첫댓글 어제 저도 레프트, 라이트 쌰다구를 원투 펀치로 맞은것 같습니다. 우승을 자만하고서는 1번 타자의 임무를 제쳐두고 개인 타율을 올려볼 요량으로 배트를 휘둘러 댄 것이 큰 패인이었습니다. 결국 타율도 망치고 팀 분위기에도 영향을 주고... 무엇보다도 최선을 다한 투수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수비로서 안정감 주지 못하고 타격도 집중력을 갖지 못했고... 그렇지만 리그 중반기를 지난 시점에서 좀더 화이팅할 수 있는 계기가 된것 같아 제 스스로를 좀 더 채찍질 할 계기가 된 듯 싶네요. 조만간 재현 형네 집으로 지옥 훈련 하러 갑니다~! (아흑 온몸에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이여~!! 이 고통, 악몽조차도 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