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 2023년 3월.24~25일
-.코스 : 아시지역-유자쿠공원-후코지 절-소가와 주장절리-오카성터-성하마을 다케타-분고다케타역
벚꽃들이 팝콘처럼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고 이에 뒤질 새라 노란 개나리와 진달래가 마구 피어나고 있는 이 화려한 이 봄날에 일본 벚꽃 개화 시즌에 맞춘 트레킹을 나선다.
이 무순 부조화인지….
그 동안에 존심을 버린 굴욕의 외교가 계획되었던 여행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고 어제에 이어 구질구질 하게 내리고 있는 비로 인해 그냥 선술집에나 주저 앉아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시류에 편승해 버렸음 싶다.
한 인간이 이토록 싫어질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마음이 이러하니 억지 소 끌려가 듯한 지루한 이동 속에서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가고 겨우 미팅 시간을 맞춰 부산항에 도착을 한다.
여행사와의 익숙한 절차에 이미 마음이 들뜬 친구들은 도시락을 챙겨 한 켠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고 늘어진 승선 절차는 우리를 난민으로 전락시켜 놓고는 완전하게 순치를 시켜 놓고 서야 카멜리라호의 승선을 허락한다.
빗줄기가 선창을 무늬 유리로 만들어 놓고 행동반경을 선실 내로만 제한하여 우리들의 밀착도를 높여 준다.
여행 가방들은 24시 마트가 되어 주류 조달은 충분하고 선내의 자판기는 프랜차이 점으로 수시 이용이 가능하니 공인된 주당들의 천국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가족화가 되어 다인 룸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파도에 통통거리던 진동이 어머님이 들려 주는 자장가와 토닥거려 주는 약손이 되었던지 안내방송이 모닝벨이 된다.
불편한 다인 룸에서도 깊은 숙면을 했으니 어제의 흥겨웠던 자리는 그 시간과 공간의 가치를 충분히 해 낸 것 같고 모두들 숙취 없는 모습에서 안도감이 든다.
선내의 욕탕에서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도시락으로 조식을 먹는다.
일정상 어쩔 수 없다 해도 너무 열악한 여행 스케줄에 나 자신 마저도 점점 초라해져 가고 있는 느낌만은 어쩔 수가 없다.
배는 일본의 하카타항에 접안을 했고 입국 수속 후 배정된 2호차에 올라 오쿠분고 올레트레킹 장소로 이동한다.
가이드는 부산에서부터 그대로 순간이동을 하여 친근감이 있고 차창으로 비친 후쿠오카공항과 일본 도시의 풍경은 옛 기억들을 되살려 놓기에 충분하다.
날씨마저 그대로 옮겨 온 듯 우중충한 날씨에 벚꽃 핀 풍경들이 활동사진인 것 마냥 몽환적으로 흘러 가고 있고 긴 이동거리는 거주지에서 부산항으로 이동했던 것만큼의 지루함을 동반하고 있다.
고속도를 빠져 나오고도 한참이나 국도변을 달려 12시를 넘기고서야 간이역인 JR 아사지역 앞에 정차를 한다.
어제 부산까지의 이동에서부터 지금 것의 여정들이 강제이주를 당한 듯한 이질감은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다행히도 비는 그쳤고 시골의 상쾌한 공기는 차 안에서 구겨진 육신을 다리미질하여 트레킹에 최적화 상태로 만들어 놓아서 경주마처럼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역시나 도시락 하나씩을 받아 들고 오늘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노동자들처럼 올레길을 향해 길게 줄을 잇는다.
제주도의 올레길을 완주했고 대한민국 국토 종주를 어어 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런 길은 지도를 보지 않고서도 찾아 갈수 있을 만큼 매우 익숙하다.
허수아비와 같은 인형이 사람을 끌어 모을 뿐인 지극히 올레길 스럽다.
유자쿠공원에 들어 선다.
새싹이 돋아나는 생동감으로 들떠 있는 우리들을 잔잔한 호수가 어린양들을 지켜 보고 있는 듯 가만 가만히 보듬어 주고 있는 한적한 시골 공원이다.
이곳이 현지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진들 우리들은 소풍 나 온 도보꾼들이라서 삼삼오오 모여 여유로운 점심 자리가 된다.
빤한 도시락이니 나눠 먹을 음식이야 없고 한 순 배씩 돌아가는 술잔 속에다 새봄의 생동감을 희석시켜 들이키니 세상이 다 내 것이 되었다.
세상 뭐 별거 있겠는가?
춘삼월의 호시절과 마주 하면서 경치에 취하고 한잔 술에 취하고 사람에 취했으니 이 어찌 아니 즐겁겠는가?
동백꽃 잎 떨어져 붉어진 길을 불과한 얼굴들이 걷고 있다.
이 좋은 날, 이 모든 순간 순간 들을 내 자신만의 행복으로 채워 가는 길이다.
유채꽃도 덩달아 따라서 웃다가 황달이 걸려 버렸고 우린 눈물 찔끔 나게 웃다가 하늘이 노래 진다.
점점 트레킹에 익숙해지며 우리도 단순해져 간다.
화장실과 쉼터가 발길을 멈추게 하고 솜털처럼 하얀 벚꽃나무가 우리들을 모여 들게 만든다.
전망대라 하여 갔더니 주차장만 보여 되돌아 왔는데 다녀 왔던 사람들은 유명한 후코지 절을 지나쳐 왔다며 다시 다녀 오라 하지만 오직 걷고 즐기는게 목적인 우리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너울진 산하가 푸르다.
새파란 새순이 돋고 야생화들이 마구 피어나는 화려한 봄날은 국경을 구분하지 않지만 이렇게 푸르디 푸른 산하가 심신을 참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길은 농로로 이어져 가면서 농산물 보호 철책이 우리를 격리 시키고 있다.
노란 닥나무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 났고 노란 유체와 하얀 벚꽃들로 산하는 총천연색으로 그려진 유채화다.
앗차, 뭔가가 칼날처럼 심장을 파고들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곳을 추진 할 때는 참수리 5형제 였는데 운봉님이 애사로 빠져서 완전체가 되지 못하다 보니 커다란 카메라로 자기 몸무게만큼을 감당해야 할 올챙이님을 방치하고 말았다.
허니문여행 와서 이별여행이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밀착도를 더 높여야겠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지니 자꾸만 엇박자를 내어 여의치가 않다.
바위를 휩쓸며 흘러 내리는 물줄기가 제법 거세다.
소가와 주상절리 라는데 개천만 같아서 천엽장소로 딱 이다.
오카 성터로 올라 가면서 하늘금은 눈높이와 같아지고 고산지대의 파노라마 같은 전경들이 펼쳐진다.
새 생명들로 제 각각의 색감을 달리하면서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숲은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하얀 벚꽃길 아래에 걷고 있는 사람들이 신선이듯 하느작거리고 있고 각자의 성지를 찾아 흩어지니 나 또한 독립군이 되어 성터를 탐익한다.
완벽한 봄의 그림이다.
온갖 색감들이 현혹하여 저절로 빨려 든다.
다행스럽게도 앞선 일행과도 합류하여 성터를 내려 오는데 성터 지킴이가 입장료를 내라며 불러 들인다.
우리나라는 없는 후문입장료를 받고 있는 징수 시스템에 놀랍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입장료를 내지 않는 사람을 골라 내는 능력에서는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2개의 터널을 지나 성하마을로 내려선다.
도로를 따라서 곧장 내려 가면 JR분고 분고다케다역에 도착을 할 것만 같은데도 올레는 마을 길로 안내를 하고 있다.
아하 이런 배려심이 있었구나.
마을의 구석구석을 휘어 돌면서 진정한 일본의 전통마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참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이라서 선술집에서 사케나 한잔 했으면 했던 마음이 어떻게 통했던지 주군이 댓병을 사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오늘 밤에는 저 술로 이국에서의 첫날 밤을 맞이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참 좋아지는 마무리다.
분비지 않은 역은 간결함이 있고 우리는 산뜻하게 규슈올레를 마무리 짓고 또 얼마나 이동을 할지도 모를 버스에 오른다.
숙소에 일전에 묵었던 곳이지만 음식은 단짠으로 영 입맛이 아니고 샤케도 토가 나올 정도여서 차마 목 넘김을 하지 못한 채로 밖을 기웃거리다가는 엄 동생의 비좁은 룸을 대여하여 일본에서의 첫날밤을 지세 운다.
행복하게 사는 게 행복이다.
지금처럼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고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