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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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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디에서 온 그 사람은 실버선의 최고급 술을 단숨에 반병이나 마셔 버렸다. 술은 그의 목에 낀 먼지를 내려가게 해주었고, 그때 빨강머리 플로렌스가 빠를 따라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그녀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나는 플로렌스가 일찍이 그렇게 큰 사내를 본 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말을 붙이기도 전에, 그는 팔을 뻗어 그녀의 옷깃을 잡아채어 허리까지 북 찢어버렸고 그래서 그녀의 젖가슴이 노란 불빛 아래에서 덩그마니 드러나 버렸다. 우리는 모두 의자를 밀치고 일어났다. 그녀의 처지가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우리들 중 누구도 그녀를 그런 식으로 대했던 적은 없었다. 그가 들어오기 전부터 그가 오는 것을 오랜 시간 동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술집은 꽉 차 있었지만, 그러나 정작 그런 일이 일어나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 마을은 다코타 준주에 있었고, 동남서 삼면에는 아무 것도 없이 황야만 수 마일씩 뻗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지평선의 먼지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였는데, 그것은 마차의 행렬이 황야의 가장자리에 바퀴자국을 내면서 지상의 가장자리에 기다란 먼지 자국을 (먼지 똥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우리 쪽으로 말을 타고 오면, 그는 대기 중에 점점 더 넓어지는 부채를 만들었다. 북쪽으로는 바위산이 있었고 거기에는 광산이 있어, 비록 별 볼일 없는 마을이긴 했지만, 그 마을을 존재하게 하는 구실을 주었다. 사실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모여든다는 점 말고는 마을이 있을 그럴듯한 구실은 없었다.
그래서 그가 실버선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을 때 우리들은 그가 누구인지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멍청한 짓이었는데, 왜냐하면 이 지역에서는 자부심을 가진 사내는 누구에게든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그가 그 여자에게 그 짓을 하고 나서 우리를 둘러보며 씩 웃었을 때, 우리는 다른 쪽을 보거나 마른기침을 하거나 아니면 가만히 앉았다. 플로는 그런 와중에서도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믿지 못하여, 그녀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입을 벌린 채로 서있었다. 그는 빠에서 손을 떼어 갑자기 그녀의 팔목을 잡더니 그녀의 팔을 빙 돌려 비틀어 그녀가 한바퀴 돌아 고통스레 몸을 접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마치 애완용 곰이라도 된다는 듯이, 그는 그녀를 앞세워 계단으로 가 이층의 한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문이 꽝 소리를 내며 닫히고 나서야 우리는 위층을 바라보며 일어서서 종내에는 플로렌스가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들으면서 우리는 그녀에게 비명을 지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어떤 부류의 인간일까 하고 의아해 했다.
지미 휘는 마을에서 유일한 어린아이였는데, 플로가 계단에서 옷자락에 걸려 비틀거릴 때, 그는 문(자동문) 밑으로 머리를 숙이고 빠져나가 현관으로 내달아 그 사람의 말을 지나 길을 건넜다. 그의 아버지 휘는 목수였는데, 거리 양쪽의 건물들은 거의 모두 그가 혼자 지은 것이었다. 휘는 마을 마구간의 귀틀을 고치느라 사다리 위에 올라가 있었다.
“아빠, 그 사람이 아빠 애인을 데려갔어!”하고 지미는 그에게 소리쳤다.
외팔이이면서 절름발이인 잭 밀레이가 지미가 어려서 그 손님이 보우디에서 온 나쁜 놈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할까봐 휘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려고 어린아이를 따라 갔었다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나에게 말해주었다. 휘는 사다리에서 내려와 길 아래쪽의 그의 집 뒤켠으로 돌아가더니 튼튼한 판자를 들고 나왔다. 그는 자그마한 사내였지만, 대머리에다가 목과 어깨는 굵은 사람이었는데,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인생이 무엇인지를 알았던 얼마 안 되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나는 실버선의 창문 곁에 서 있다가 휘가 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직 비명소리가 멈추지는 않았지만,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가 나처럼 빠져나왔다. 휘가 두꺼운 널빤지를 다잡아 쥐고 실버선에 들어왔을 때,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우리는 모두 거리에 흩어져서 일이 벌어지기만 기다리고 서 있었다. 뚱뚱한 술집 주인 에이버리는,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한 손은 엉덩이에 대고 거리의 먼지구덩이 속에 서서, 가지고 나온 술을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병째로 들이부었다. 나는 그때까지 햇빛 아래에서 에이버리를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해는 서쪽 황야에 걸쳐진 채 네 시쯤을 가리키고 있었다. 술집에서는 이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 앞에 매여 있던 말은 그 낯선 자의 것밖에 없었는데, 물이나 손길을 원하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 커다랗고 못생긴 말이었다. 그 말 뒤로 먼지구덩이 속에 새로운 거름더미가 있었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자하니 안에서 소음이, 한 바탕 소란이 일더니, 그 뿐이었다. 잠시 후 휘가 그의 몽둥이를 들고 실버선에서 나와 현관에 섰다. 그는 앞쪽으로 걷다가 계단을 헛디뎠다. 그 나쁜 놈의 말은 잽싸게 옆으로 비켜섰고, 휘는 나뒹굴다가 말똥에 무릎을 처박았다. 그가 바지에 똥을 덜렁거리며 일어나 고속마차 매표원 에즈라 메이플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자, 에즈라는 “앞이 안 보이는가본데,” 하고 말했다. 에즈라는 휘가 그의 옆으로 비틀거리며 지나가자 몇 발짝 비켜섰다. 휘의 벗겨진 머리의 뒤통수는 후려갈겨져서 머리카락이 피로 거미줄 같이 엉켜 있었고 그는 그의 양쪽 귀를 싸안고 있었다. 어린 지미는 내 옆에 서서 자기 아버지가 거리를 따라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며 서있었다. 그는 몇 야드쯤 쫓아 달려가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달려갔다. 아버지를 따라잡자, 그는 아버지의 허리띠를 잡고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그 술집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기에 급급했다. 나는 내 사무실 앞에 와서야 힐끔 뒤를 돌아보았고, 그때까지도 거리에 서있었던 사람은 에이버리 뿐이었는데, 그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나는 그가 나를 쳐다볼 첫 번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
“블루, 그 사람이 내 가게에 있으니, 자네가 그를 쫓아내 줘야 하잖나.”
“나는 그 사람이 자네한테 돈을 주는 것을 봤네, 에이버리.”
“그 빠 뒤에 물건도 있고, 창문엔 유리창도 끼워져 있고, 뒤에는 주정하고 증류기도 있다네. 그놈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르잖나.”
“그 사람 어쩌면 곧 떠날 걸세.”
“그 사람은 휘의 골통을 부숴놨다구!”
“싸움은 싸움이야. 내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네.”
“빌어먹을!”
“이봐 에이버리 내 나이가 마흔 아홉일세.”
“빌어먹을!”
나는 서랍에서 권총을 꺼내어 책상 위로 뚱뚱한 에이버리에게 내밀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대신 그는 내 야전용 침상에 걸터앉아 버렸고, 우리는 함께 기다렸다. 땅거미가 질 무렵 되자 지미 휘가 와서 그의 아버지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밖으로 나가서 우리의 의사로 봉사했던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포니족 존 베어를 찾았고, 함께 휘의 집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 인디언은 어깨를 움찔하더니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곳에 남겨져 밤새 어린 지미를 위로했다.
도중에 한번 자정 무렵, 너무 추워서, 나는 담요를 가지러 내 사무실로 갔다. 가는 길에 나는, 달빛이 비쳐 밝은 곳 뛰어가면서, 창문으로 실버선의 안을 들여다보려고 살금살금 길을 건너갔다. 켜진 불들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빠 뒤에서 플로렌스가 빨간 머리를 풀어헤친 채 울면서 혼자 독한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내가 창문을 두드렸지만, 그녀는 휘가 죽은 것을 알고 있었고 또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뒤로 돌아가 보았다. 위층은 어두웠고 보우디에서 온 놈이 코를 고는 소리가 요란했다.
내가 다른 짐마차들과 함께 서부에 왔을 때, 나는 그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에 잔뜩 부풀어있던 젊은이였던 터라, 물론 지금은 그게 무엇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미주리 주의 철로변의 커다란 바위에 타르로 내 이름을 적어 두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그런 기대들은, 마치 그 바위 위에 적어 두었던 내 이름처럼, 풍화에 씻기어 닳아 없어져버렸고, 나는 살아남았다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우디에서 온 나쁜 놈들은 보통 악당들은 아니었다. 그놈들은 땅 때문에 왔고, 누구도 먼지나 우박에 대적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구도 그들과 대적할 수 없었다.
날이 밝자 나는 휘의 책상에서 12달러를 찾아내 독일 출신인 하우센필트에게 주었다. 하우센필트는 목욕통을 하나 갖고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멀리 세인트 루이스에서 그의 짐마차에 실어가지고 왔다. 매달 초 그는 그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그 통을 채우고서 그의 집 뒤에 앉아서 목욕을 하곤 했었다. 그는 마구간도 가지고 있었다.
돈을 건네자 그는 마구간으로 가서 채를 잡고 짐마차를 밀어내어 그의 노새와 회색 말에 맸다. 그 마차는 널빤지로 창문을 가린 그리고 의자가 다 찢어진 낡은 승합마차였다. 그것은 검은 색이었는데, 마을에서 색이 칠해진 마차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는 그 마차를 휘의 집 앞으로 몰고 갔다.
“시체를 마차에 실어줘요.”
옆에 서있던 외팔이 잭 밀레이가 나를 도와 휘의 시체를 밖으로 들어내어 마차에 실었다.
“관도 하나 없나, 하우센필트?”
“휘가 안 만들어줬어요. 그 사람 나한테 열개를 만들어 준다고 말만 하고는 하나도 안 만들어줬어요.”
나는 마차의 문을 닫았고 그 마차는 삐걱거리며 길을 내려가 황야로 나갔다. 날씨가 차갑고 시간도 일렀지만 마을 사람 거의 모두가 나와 마차가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곡괭이 하나가 그 마차의 지붕에서 덜거덕거렸고 바퀴 하나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는데, 그 덜거덕거림과 삐걱거림이 휘의 장송곡이었다. 하우센필트의 회색 말이 노새보다 더 힘차게 마차를 끌었기 때문에 마차는 동쪽으로 약간 둥글게 틀어졌다. 황야로 일마일쯤 나가더니 마차는 멈췄다. 마차 뒤, 남동 하늘 저쪽으로부터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플로렌스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미 휘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그 마차를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저기 좀 봐 블루!”
길 건너 술집 앞에는 그 나쁜 놈의 말이 어제부터 매여 있었던 곳에서 떨며 서있었다.
“감기가 그놈의 말을 잡았구먼 그래. 주인이 말한테 아무런 신경도 안 써주니까.”하고 잭 밀레이가 말했다. 잭이 말을 하던 바로 그 순간 그 말은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바라던 바이긴 하였지만, 사실 나는 그 사람이 아무 어려움이나 곤란을 겪지 않고 떠나 주기를 바랐다. 내가 생각을 좀 정리하려고 사무실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사람이 고통을 당하고 있으면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으면서 동물이 고통 받는 꼴을 참지 못하는 한 머저리가 실버선에서 안전할 만큼 떨어져서, 아마 어느 집 현관 정도나 될까, 그의 카빈소총으로 그 밤색 말을 쏘아버렸다.
내가 밖으로 달려 나왔을 때 그 말은 옆으로 누워 비트적거리고 있었고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아니 도대체 누가 그랬어!” 하고 나는 소리쳤다.
그리고 나서 일분쯤이나 지났을까 보우디에서 온 그 나쁜 놈이 그의 탄띠를 매면서 술집에서 나왔다. 나는 미동도 않고 서있었다. 그는 그의 말을 내려다보더니 그의 머리를 긁적거렸고, 그 순간에 나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쳐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내 사무실의 뒷벽쪽으로, 간이침대 뒤에 다른 문이 있었고 나는 그 곳으로 해서 밖으로 빠져 나갔다.
나는 에이버리가 나의 변소 옆에 서서 자기 술집의 다른 여종업원 몰리 리오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몰리도 그 사람이 플로렌스를 채갈 때 실버선에서 잽싸게 도망 나왔었다. 그녀는 자기를 딸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하는 노병 먼 소령네 집에서 그날 밤을 보냈다. 그리고 그때 에이버리는 그녀를 오라고 해서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에이버리, 넌 개자식이야,”하고 그녀가 그에게 소리쳤다. 몰리는, 안색이 창백하고 곰보인데다, 입술도 가늘고 턱도 날카로워서 결코 내 취향의 여자는 아니었지만, 그러나 그녀가 에이버리에게 대드는 행동은 내 맘에 들었다.
“블루, 이 개자식이 나더러 술집으로 건너가서 그 덩치 큰 후레자식한테 갈기갈기 찢기라고 지랄을 하네요 글쎄.”
“그렇게 큰 소리 내지마 몰리, 제발!” 하고 에이버리는 통사정을 했다.
“당신은 이 엉덩이가 통통한 이 개자식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단한 사람이지요, 안 그래요, 블루?”
“몰리, 그 빠 뒤에 내 물건이 있어. 내 돈이 모두 그 카운터 아래에 있어. 내 모든 재산이 그 안에 다 있단 말다고.” 에이버리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몰리의 뺨을 힘껏 때렸고 그녀가 한손으로 맞은 얼굴을 싸안고 울기 시작하자 앞치마 밑에서 단검을 꺼내어 그녀가 받을 때까지 내밀고 있었다.
“빠 너머로 쭉 들어가 봐, 혹시 그놈이 너를 붙들면, 소매에서 이 칼을 꺼내서 그 녀석의 모가지에 박아 버려. 난 그 녀석이 내 집에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어, 그 녀석이 빨리 가버렸으면 좋겠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