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대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제19회 수필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 주제가 '수필시대'였다.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에 망설이다가 약속은 지켜야겠기에 5명이 청주로 출발했다. 행사장에 너무 일찍 도착해 청주 ‘직지인쇄박물관’ 을 둘러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1377년 청주흥덕사에서 제조된 것이 '직지(直指)'인데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되었던 것을 우리나라가 돌려받았다. 흥덕사지(사적315호)를 1986년에 발굴하여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 인류문명사에 빛나는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금속활자로는 직지가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성서보다 70여 년이나 앞섰다니 자랑스러운 일이다.
일행은 행사장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시간 여유가 있어 지하1층에 시설된 스파텔로 향했다.100% 천연탄산 광천수로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피부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오래된 온천임에 틀림없다. 물맛을 보니 탄산수로 사이다 맛이었다. ‘동으로 가는 긴 강물 영웅들의 시비성패 다 씻어가 버렸네.’ 월탄 박종화의 시가 생각나는 한유를 즐겼다. 시간이 되어 등록을 마치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전국에서 모인 300여 석의 대연회장은 만원이었다.
‘수필시대’라는 책자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소설은 너무 길고 시는 난해하여 수필이 대세'라는 것이었다. 모두가 사람 사는 이야기지만 수긍이 갔다.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회가 주최하고 충북문인협회와 충청북도, 청주시가 후원했다.
행사진행을 맡은 사회자의 실수가 돋보였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순서가 바뀌었는가 하면 행사진행이 매끄럽지 못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주최측이 사전 리허설도 없었는지 버벅대니 보기에 안타까웠다.
장호병 좌장의 진행 으로, 유한근 교수가 ‘유튜브 혁명과 수필의 역학성’을, 청주문협 부회장 최시선 수필가가 '수필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독자와의 소통활동' 이란 주제발표를 했고 이은희, 강대진, 김윤숭, 신금철 네 분의 질의가 있었다. 수필을 유튜브에 올려 발표한다는 말인데 가능성이 희박한 말인 것 같았다. 2001년도 등단한 나의 입장에서 볼 때 수필작가가 양적으로 늘어난 것은 틀림없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 작품 중에는 독자가 외면하는 수필도 많다고 생각한다. 양적으로 늘어났다고 해서 수필시대가 열린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식뷔페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빗길을 달려 전주로 돌아왔다. 직지에서 찍은 사진 몇 컷을 카톡에 올렸다. 행사에 참석치 못한 회장님을 비롯한 몇 명의 문우님들의 멘트 중에 K 문우님이 ‘베스트 드라이버 한 목사님 파이팅!’ 이란 응원 멘트가 마음에 들었다.
수필시대에 접어든 나는 수준 높은 작품 한 편이라도 발표했는지 반성하며 신변잡기에 불과한 작품들을 발표하지나 않았는지 반성한해 보았다.
운전에 열중하신 한 목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대부분 1박을 하는데 우리는 당일치기로 마무리했다. 오늘은 우중이지만 관광과 온천도 하고 수준 높은 수필 몇 편도 읽었으니 즐거운 하루였다. 대둔산에서 거행하는 제1회 전북 수필의 날 행사에 기대가 크다.
(2019.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