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안녕? 아까 전화로 ‘왜 이름을 밝히지 그랬냐?’고 해줘서 좀 고마웠네. 안 그래도 첨엔 ‘친구’ 대신 니 이름을 넣었다가, 혹시 너한테 피해주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막판에 이름을 뺏거든. 아무튼 재밌게 읽고 있다니 다행이다.
너는 아무말도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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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번째 시간이야. 주제는 ‘종교다원주의 문제’. 이정배 교수님(감신대)이 발제해 주셨어. 논평은 김경재 교수님(한신대)이 해주셨고. 음... 넌 잘 모르겠지만, 두 분 다 교계에서는 엄청 유명하신 분들이야. 뭐, 잘생기셨거나, 노래를 잘하셔서 그런건 아니구, 학문적으루다가 말이지. 물론, 얼굴도 어디 가서 빠지는 분들은 아니시지.^^
자! 오늘은 이 종교다원주의문제에 대해서 말해줄건데, 사실 이건 말해주기가 참 어려운 주제긴해. 이유는 이래. 첫째는 어제 4개 정도 용어 정리를 했었잖니? 근데 이 주제는 너한테 어제보다 훨씬 더 생소한 개념의 용어들이 많이 나와. 그래도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볼게. 둘째는 이 주제가 기독교에서는 엄청 예민한 주제이기 때문이지.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도 목회자들 사이에선 이 문제를 공개석상에서 거론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 물론 사적으로 만나면, 이보다 더 재밌는 주제가 없기도 해. 왜 그러냐구? 에구, 그걸 얘기해주려면 연재를 한편 더 늘려야 하니까 그건 나중에 만나서 얘기해 줄게. 됐다고? 그래. 막상 들으면 지루할 수도 있을 거야.
변선환 교수님이라고 계셨어. 지금은 벌써 작고하셨는데, 이분은 오늘 주제인 이 종교다원주의 분야의 대가셨지. 혹자는 ‘세계적인 석학’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하구 말이야. 한국 토착화 신학(거봐 벌써 낯선 용어가 나오잖어)의 거두라고 할 수 있는 분이셨는데, 결국 종교재판으로 출교를 당하셨단다. 뭐? 언제적 사람이냐구? 내가 대학 다닐 때 수업을 들었으니까 요즘사람이지. 근데 무슨 종교재판이냐구? 그러게 말이다. 뭐 들은 얘기로는 중세시대 이후에 세계 최초로 열린 종교재판이었대. 근데 더 웃긴 건 뭔지 아니? 그 당시 변 선생님을 집요하게 괴롭히던 단체가 있었는데 ‘교리수호 대책위원회’라는 거야. 그게 왜 웃기냐구? 응, 그건 교파마다 다르긴 한데, 감리교는 원래 교리가 없는 교파거든. 설명하자면 기니까 간단하게 얘기할께, 감리교는 교리가 없어. 대신 교리적 선언이라는 게 있지.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장점이 있는 거거든. 어쨌든 종교재판도 웃기지만, 교리가 없는데 교리를 수호한다고 모인 사람들한테 출교를 당하셨다는 게 더 웃기는 거란 얘기지. 없는 교리를 수호하겠다는 건 결국, 자기 눈 밖에 나면 다 죽여 버리겠다는 얘기니까... 종교재판과 비슷한 말로는 마녀사냥. 메카시즘. 파시즘. 나찌즘, 독재 같은 단어들이 있지. 그러니 이보다 더, 사람 열받게하는 게 세상에 어딨냐고?
이 종교다원주의 문제도 마찬가지야. 이게 교계에선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서 엄청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예요. 이건 아무리 목사님들이라도 몸싸움도 불사하는 주제거든. 주로 얻어터지는 쪽은 에큐메니컬/진보쪽이지만... 이게 뭔소리냐면, 원래 서로 토론이나 논쟁을 할 때는 주장과 근거를 가지고 하는거잖니? 근데 이 문제만큼은 그게 없어. 다원주의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바로 사탄 마귀가 돼버린다규! 그 전형적인 예가 바로 변선환 선생님 사건이라구 할 수 있구 말이지.
근데 어떤 측면에선 이번 선언문 사태가 잘 된 일일 수도 있어. 그동안 들으려 조차 하지 않았던 이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니까 말이야. 오늘은 사설이 길지? 그만큼 이게 민감한 주제라서 그래. 친구야? 나 떨고있니? ㅋㅋ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들어왔네. 자, 그럼 선언문엔 뭐라 했는지 먼저 볼까?
선언문엔 이렇게 돼있어. 1번으로 언급됐는데, 그만큼 한기총 이양반들이 이 문제를 엄청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겠지. 자 한번 읽어봐.
1. 우리는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합니다. 1) 우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외에 구원이 없음을 천명합니다. 2) 우리는 예배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주라고 고백하는 자들만이 성령으로 말 미암아 드릴 수 있는 행위임을 고백하고, 그러므로 초혼제와 같은 비성경적인 종교혼합주의의 예배 형태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천명합니다.
진짜 VS 가짜
자! 우선, 기독교가 뭔지부터 짚어보자구. 그게 무슨 말이냐면, 일단 기독교가 종교냐 종교가 아니냐의 문제를 먼저 얘기해야 돼. 이 지점에서 동의가 이뤄져야 그 다음 얘길 진행할 수가 있거든. 이거 합의 못하면 그냥 서로 입다물고 각자 할 일 하는 게 훨씬 정신건강에 이로워.
그럼 얘기 시작할게. 기독교에 대한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져 있어.
첫째는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종교가 아니고 그럼 뭐냐고? 쉽게 얘기해 줄게. 그 주장은 간단하게 말하면 이거야. 유교, 불교, 힌두교 같은 종교를 ‘종교’라고 하구, 기독교는 그 이상의 무엇이라고 하는 주장이지. 타종교는 ‘종교’ VS 기독교는 ‘진리’, 혹은 ‘진짜 종교’라고 부른단 말이야. 그게 뭔소리냐고? 물론 너같이 종교가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황당무계하고 어처구니없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어. 주로 한국하고 미국에 살고 있지.
그 대표적인 단체가 한기총이야. 물론 그 안에 계신 목사님들이 다 그런건 아니시겠지만 어쨌든 한기총의 공식입장은 그래. 그런 생각(아니 이건 생각보다는 믿음이라고 해야겠다), 믿음이 잘 드러난 것이 이번 공동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지. 뭐 이거에 대해서는 할 애기가 많아. 하지만 오늘은 패스야. WCC에 집중하자구.
둘째는, 그래, 금방 눈치챘지?^^ 그건 당연히 ‘기독교도 하나의 세계 종교다’라고 생각하는 거지. 근데, 반대쪽 사람들은 ‘기독교도 하나의 종교’라고 하면, 예수를 믿지 않는 거라 생각해. 근데 이게 아주 근거없는 고약한 생각이란 말이지. 첫날 공산주의에 대해서 애기했지? ‘공산주의의 이런 점은 장점이다’라고 하면, 극우들은 그게 곧 자본주의를 부정한 거로 듣는다고. 그거랑 같은 거야.
기독교는 종교라고 생각해도 얼마든지 기독교 신앙을 따라 평생을 살 수 있는 거거든. 그런 사람들도 실제로 엄청나게 많고 말이야. 안 그냐? 예를 들면, 내 부모가 다른 집 부모보다 사회, 경제, 학벌, 외모 다 딸려도 평생 부모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살 수 있는 거잖아. 가령 누가 물었어? 당신 부모님은 어떤 분이시냐고? 그래서 ‘우리 부모님은 그냥 남들 부모처럼 평범한 분이세요.’라고 대답했다고 해서, 그게 어떻게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는 거냐고? 납득이 안 되요. 납득이.
어쨌든, 이런 두 가지 생각이 기독교 안에 공존하고 있어. 그니까 이 문제는 다원주의를 말하기 전에 반드시 짚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이 생각에 먼저 합의를 봐야 다음 진도가 나갈 수 있기 때문이지. 근데 이게, 너도 짐작했겠지만, 그렇게 쉽게, 당장 합의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늘은 ‘기독교도 하나의 종교다’라는 관점에서 얘기를 해준다는 걸 먼저 밝히는 거야. 뭔 말인지 알지? 그니까 ‘기독교만 진짜 종교’라고 믿는 분들 중에서 혹시 심신이 허약하거나, 고혈압 환자, 노약자, 임산부들이 읽으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지. 넌 상관없다고? 알았어. 어쨌든 난 미리 얘기했다.
종교다원주의 이게 뭥미?!?
이정배 교수님이 정리를 해주셨어. 이 교수님의 발제문이 워낙 문장이 수려하고, 많은 신학적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이걸 다 정리하려면 너무 힘들어. 그래서 요렇게 정리할 거야. 1. 용어정리. 2. 종교간 대화에 관한 WCC의 입장으루다가 말이지.
우선 용어정리. 자~ 먼저 선언문에 나타난 ‘우리는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합니다’부터...
이 종교다원주의라는 말은 원래 학문적 용어야. 이웃종교들과의 관계를 놓고, 배타주의, 포괄주의, 다원주의로 보통 이렇게 구분하거든. 근데 여기서 또 다원주의는 실재중심적, 신앙중심적, 신-인-우주적, 실존중심적, 구원중심적, 문화-언어적, 그리스도중심적 다원주의로 나눠져. 어지럽다고? 미안. 내용까지는 몰라도 되니까. 그냥 이런 게 있다는 정도만... 그러니까 일단은 선언문이 반대한다는 다원주의가 어떤 다원주의를 반대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거야. 만약 ‘됐고, 다원주의란 말이 들어가면 무조건 다 싫다’는 거면 더 이상 대화 불가능이지 뭐. ‘니가 하는 건 뭐든 다 싫다’랑 동의어가 되니까.
아님, 이분들이 이 용어를 학문적인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그럼 어떤 뜻으로 다원주의라는 말을 사용한 걸까? 이건 뭐 인터넷에서 찾아 볼 수도 없구. 미안. 솔직히, 진짜루 잘 모르겠어.
만약 학문적인 뜻이 아니라 일상적인 뜻이라면...
‘종교다원주의’라는 단어는 어떤 현상에 대한 설명이잖아. 뭔 말이냐면... 내가 퀴즈 하나 내볼게? 자 불교, 유교, 기독교 등 여러 종교가 같은 시, 공간 안에 존재하고 있는 현상을 무엇이라 할까요? 정답! 종교다원주의. 말 되지? 그니까 이렇게 보면 불교랑, 유교랑, 혹은 다른 종교들이랑 같은 시, 공간 안에 존재하는 걸 반대한다는 뜻인데... 그럼 불교보고 꺼지라고 하든지, 아님 자기가 사라지든지 해야지. 논리적으로... 그니까 이것도 말이 안되고...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한다’는 이 말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말인지 방구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그래서 종교다원주의는 이렇게 바꿔 부를거야. 물론 내 맘대로지. 그게 뭐냐면 ‘종교간의 대화’로 말이야. 그니까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한다는 말은 ‘종교간의 대화를 배격한다’라고 말이지. 어때 바꾸니까 훨씬 이해하기 쉽지.
WCC & 종교간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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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다원주의문제 발제 중인 이정배 교수. 이 교수는 발제 내내 상기된 표정과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
근데, 애석하게도 한기총이 종교간의 대화를 반대하는 거랑은 상관없이 WCC의 종교간의 대화 노력은 1910년부터 시작됐대. 2010년이 아니라 1910년 말이야. 이 교수님은 WCC가 이 종교 간의 대화의 문제와 관련해서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붙들고 있는 고민이 있다고 하셨어. 그게 뭐냐면, 증언(기독교 복음에 대한)과 대화(종교간의)에 대한 긴장관계래.
왜 내가 어제 기독교는 복음을 전해야하는 게 ‘사명’같은 거라고 했잖아? 그 이유는 성경이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고. WCC도 그게 항상 고민인거지. 증언을 강조하면 대화가 약해지고, 대화를 강조하면 증언이 약해지는 게 말이야. 그래서 늘 양쪽을 왔다 갔다 한대. 가령 1961년 인도에서 총회가 열렸을 때는, 인도의 종교상황은 알지? 대화가 강조되고, 또 너무 그랬나 싶으면 다시 증언이 강조되고 하는 식으로 말이야.
그니까 ‘WCC는 기독교 복음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말은 틀린 주장이라는 거야. 오히려 그 반대지. 이런 다종교 상황에서 기독교인의 정체성으로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평화롭게 살아갈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건강한 협의체라고 할 수 있어. 난 그렇게 생각해. WCC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해보면, 적어도 남의 절에 들어가서 페인트로 십자가를 그리고 불상 목을 뎅강 자르는 짓 같은 건 안하게 될 거라고 말이야. 입장 바꿔바. 강사 모셔다가 부흥회하고 있는데 교회 밖에서 목탁 두드리면서 염불 외우고 있으면 기분 좋겠냐고?
어쨌든 1910년 그때부터 종교간 대화를 꾸준히 시도하니까 보수적인 사람들이 WCC를 자꾸 종교혼합주의라고 비판하더래. 그래서 고민 끝에 대화와 관련한 원칙을 세웠다 하더라구. 그게 뭐냐면 바로 ‘자기 종교만 알아서는 결국 자기 종교도 알 수 없다/One who knows one knows none’는 거라는 거야. 이게 무슨 뜻이겠어. 결국 대화의 목적이 나를 더 잘 알기 위한 거라는 거지. 섞자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WCC는 혼합주의다’라는 말은 오해야. WCC도 그것 땜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말 있잖아. 세상에서 젤 무서운 사람은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라구. 그게 전분지 아니까. 그리고 이게 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느끼고 공감하는 얘긴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누군지가 점점 선명해져요. 공부 많이 했냐구? 들은 얘기야.ㅋㅋ 뭐, 그런거하고 비슷한거지. 종교간 대화를 하면 할수록 기독교인의 정체성이 분명해진다는 거 말이야.
이정배 교수님은 오히려 WCC는 학문적으로 진단해보면 포괄주의적 입장이라는 거야. 포괄주의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런 거야. 예수 믿어야 구원받는다는 교리는 알지? 그럼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고려시대 사람들은? 신라시대 사람들은? 다 지옥 갔나? 왜 우리 어렸을 때 그런 질문 많이 했잖니. 일종의 그거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어. 그거에 대한 바울의 대답도 있긴 해. 하나님은 자연을 통해 양심을 주셨다는 거지. 그걸 자연계시라고 하는데, 예수님은 특별계시고. 어쨌든 예수님을 모르던 사람들은 그 자연계시를 통해서 구원받았대. 그러면 이런 질문이 또 가능해지지. 그럼 자연계시를 따라 성실히 살던 사람이 만약 불교인이었다면? 힌두교인이었다면? 그럼 뭐겠어. 당연히 구원받는 거지. 그래서 나온 말이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야. 대충 그래. 그런데 생각해봐. 만약 불교 안에 익명의 그리스도인이 있다고 스님한테 말해주면, 스님은 기분 나쁠 거 아냐. 그래서 스님이 묘안을 생각해 내지. 기독교 안에 익명의 불교인이 있다고. 그 말 들으면 기분이 어떻겠어? 기독교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별로겠지? 그래서 “아니거든. 니네가 잘 못 알았거든. 불교 안에는 익명의 기독교인이 있지만, 기독교 안에는 익명의 불교인이 없거든”. 이라고 말하는 게 WCC의 현재까지의 입장이라는 거야. 철저한 기독교 중심적 발상이라는 거지. 근데 이게 무슨 종교다원주의고 혼합주의냐고. 그냥 싫은 거지. WCC가...
성숙한 신앙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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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재/한신대교수 종교다원주의문제에 대해 논평을 한 김 교수는 19세기말 식민주의, 문화제국주의 시대가 종말을 고한 후 서양인들은 이미 위대한 문명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인정했다며, 이제 우리도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존캅이라는 유명한 신학자가 이런 말을 남겼대 ‘기독교가 살아있는 종교가 된 이유는 다른 종교들과 너무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라고. 이거 어디서 들어봤지?
“자본주의가 살아남은 것은 공산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여 변화했기 때문이고, 공산주의는 반대로 자본주의로부터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망했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똑같지?
근데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로부터, 어떻게 자기들의 필요를 채울 수 있었겠어? 뭐, 그거야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거 아냐? 민주주의라고 하는 제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겠지. 대화와 타협의 원칙. 어떤 생각이든지 맘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 같은 거 말이야.
존캅 선생님의 말씀도 그거지 뭐. ‘종교간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거’ 기독교의 생명을 유지시켜 줄만큼 말이지.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는데, 어제 개종전도 얘기하면서, 타종교인에 대한 프로스라이티즘 얘기한다고 했잖아? 바로 그건데, 불교도, 유교도, 힌두교도 사실은 기독교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종교거든. 물론 기독교도 유대교랑 합치면 그보다 오래됐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중요한 건 이모든 종교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거야. 즉 살아있는 종교라는 거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바로 내 곁에서 숨 쉬면서 말이야. 우리 아파트 바로 옆집에 불교인이 살고 있다는 얘기야. 지금.
WCC는 그래서 기독교가 이 이웃종교들과 함께 공존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자고 천명했다는 거야. 그러니까 공존하려면 당연히 대화가 중요해지는 건데, 여기서 이 프로스라이티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거지. 왜냐면 복음 전달 방식이 이제 프로스라이티즘이 아니라 대화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복음은 계속 전하겠다는 거...
친구야. 아까 내가 이 편지는 ‘기독교도 하나의 종교다’라는 관점으로 쓴다고 했지. 김경재 교수님도 같은 생각이신가봐. 김경재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하나님은 인간이 만든 종교나 경전, 교리나 신학보다 훨씬 더 높고 크시기 때문에, 특정 종교의 관점이 하나님을 독점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 죽음 그리고 부활 가운데서 자기 자신의 실존적 문제들을 해결 받은 존재임을 고백한다”고 말이야.
이 교수님이 천주교 정양모 신부님의 신앙 고백도 소개해주셨어. 기독교 신학자신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거야. “예수에 대한 다양한 해석 없이도 나는 신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수가 없다면 나는 기독교 신학자가 아니다.” 진보적인 신학자들과 신앙인들도 그 만큼 기독교 신앙이 철저하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제발 오해하지마라.
그리고 이건 종교다원주의랑은 상관없는 얘긴데 꼭 덧붙여야겠다. 왜냐면 내일 성서무오설은 사실 WCC랑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셔서 말이지.
자 봐봐. WCC 총회가 한국에서 열려. 그리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다 목사님, 신부님, 사제들이라고. WCC가 세계최대의 기독교 단체고, 자주도 아니고 7년마다 한번씩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같은 목사끼리 이걸 꼭 반대하고, 나서서 행사를 방해한다구 협박하고 그래야 겠냐고. 정 싫으면 그냥 모른 척 하면 되지. 아니 뭐 자기들만 목사고 예수님 믿어. 거기 오는 사람들도 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신앙인들인데 말이지... 입장 바꿔서 자기들 뭐하는데 가서 재 뿌리면 좋겠냐 말이야. 나 원 참. 사실 내가 이거 연재하는 거, 쉽지 않았는데 하겠다고 한 건. 이 말이 진짜 꼭 하고 싶어서였어. 쫌 흥분했네. 미안~
자 정리하자.
“WCC가 종교다원주의라는 한기총의 지적과 혼합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비난은 ‘오해’ 혹은 ‘무지’에서 비롯된 그릇된 판단과 지적이다. WCC는 ’종교다원주의‘가 아니라 학문적으로는 오히려 포괄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WCC가 종교 간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더불어 함께 평화롭게 살기 위함이지, 하나의 종교를 만들려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떻게 얘기가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네. 내일은 성서무오설문제에 대해 말해줄꺼야. 벌써 1주일이 후딱 갔네. 명절 준비 잘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