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5월 7일 수요일, Creel, Casa Margarita
(오늘의 경비 U$35: 숙박료 70, 점심 14, 버스 165, 3, 4, 3, 입장료 10, 간식 8, 맥주, rum 71 *환율 U$1=10 peso)
Chihuahua를 떠나서 5시간 걸려서 Creel에 도착했는데 완행 버스였는지 서다가다를 수없이 반복했다. Creel은 멕시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미국 Rocky 산맥에 있는 조그만 도시를 연상시키는 도시이다. Casa Margarita라는 호스텔에 들었는데 외국 배낭 여행객들이 많이 묵고 있다. 침대 하나에 70 peso인데 아침과 저녁 식사가 제공되고 맥주도 포함된다. 내가 배정된 방에는 침대가 넷 있는데 나 외에 미국, 일본, 오스트리아 여행자들이 묵고 있다. 이 호스텔에서는 단체 관광도 주선하는데 숙박업보다는 단체관광으로 돈을 더 많이 버는 것 같다. 이곳은 도시와 호스텔이 내 마음에 꼭 들어서 이틀 정도 쉬었다 갈 생각이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포식을 했는데 음식이 모두 맛있었다. 이런 곳이야말로 배낭여행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나지막한 소나무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도시 Creel
2003년 5월 8일 목요일, Creel, Casa Margarita
(오늘의 경비 US $21: 숙박료 70, 관광 120, 입장료 15, 환율 US $1 = 10 peso)
오늘 숙박비에 포함되는 아침 식사를 들었는데 먹을 만했다. 커피, 바나나, 따뜻한 우유 죽, 프렌치토스트 등이었다. 같은 방에 묵는 히피차림의 40대말로 보이는 미국 남자와 함께 식사를 들면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좀 이상한 친구였다.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왔다는데 자기는 이곳에 자주 오는데 아주 와서 살 생각도 있단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으나 떠돌아다니면서 사는 사람 같았다. 돈도 없는 모양으로 자기가 그렸다는 아주 작은 수채화를 나에게 팔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꺼내서 나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며칠 전에 San Miguel에 하루 팔려고 다녀왔는데 하나도 못 팔았단다. 자기 아들은 장학금을 받으며 혼자 힘으로 Dartmouth 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자랑을 한다. Dartmouth 대학은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대학이지만 Harvard, Yale, Princeton 대학교가 속하는 Ivy League 대학 중에 하나다. 멕시코에서 어디 갈 때는 주로 히치하이크를 하는데 아주 쉽다고 한다. 주로 트럭을 얻어 타는데 어느 트럭 기사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남은 거리는 버스를 타고 가라고 버스 요금까지 주었다고 한다.
오늘 호스텔에서 모집해서 가는 관광 두 가지 중에 온천 관광을 택해서 아침 9시 30분에 출발했다. 같이 가는 사람은 영국에서 온 Ian과 이탈리아에서 온 Monica와 David였다. Ian은 자기 친구 한 명도 같이 갈 예정이었는데 아파서 못 가고 침대에 누워 있단다. Ian과는 주로 월드컵 축구 얘기를 했다. 월드컵 예선에서 영국은 독일에게 5대 1로 이겼는데 결승에서는 독일은 브라질과 결승까지 갔는데 영국은 준준결승에서 우승국인 브라질에게 2대 1로 졌다며 애석해 했다.
영국 프로축구 리그에 관해서 설명해 주었다. 5개 리그가 있고 각 리그마다 팀이 20개 있단다. 제1 리그가 (프리미어 리그) 가장 잘하는 리그인데 매년 시즌이 끝난 다음에 제2 리그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4팀이 제1 리그로 올라가고 제1 리그에서 제일 성적이 나쁜 4팀이 제2 리그로 내려간단다. 제3, 4, 5 리그 역시 그런 식으로 운영된단다. 재미있는 시스템 같다. 자기 생각에는 유럽의 축구 강국은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이고 네덜란드와 독일은 좀 떨어진단다.
Monica와 David와는 그들이 사는 이탈리아의 Trieste 지역에 관한 얘기를 했다. Trieste는 이탈리아 동북쪽 Adriatic Sea 해안에 있는 작은 지역인데 원래 오스트리아의 일부였는데 1차 세계대전 후에 승전국이었던 이탈리아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항구가 없는 나라가 되었다. 자기네는 이탈리아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참 싫고 오스트리아에 돌아가고 싶단다. 적어도 6백여 년 동안 오스트리아의 일부로 살았다니 당연한 감정이겠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남들이 물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이탈리아라고 하는데 참 싫단다. 내가 Trieste의 이런 역사에 관해서 좀 아는 척을 했더니 놀라면서 아주 반가워한다. 자기네의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단다.
차를 타고 한 30분 달리니 멕시코의 Grand Canyon이란 Copper Canyon의 일부가 보이는데 Grand Canyon만은 못한 것 같다. 차에서 내려서 한 시간 반 정도 경사가 심한 계곡으로 걸어서 내려가는데 50대 멕시코인 가이드는 날다시피 뛰어서 내려간다. 나는 혹시 다치지 않을까 조심을 하면서 간신히 따라갔다. 계곡 밑에 도착하니 수영장 같이 생긴 온천이 있었다. 과테말라에서는 온천에서 유황냄새가 났었는데 이곳 온천은 샘물을 데운 것 같이 깨끗했다. 어디서 나오는 물이고 어떻게 데워진 물일까? 온천에서 3시간 정도 보냈다. 원주민 애들 50여 명도 왔는데 10년은 세수를 안 한 꾀죄죄한 모습이다. 온천물 속에서 한참을 놀아도 조금도 깨끗해 보이지가 않는다. 그 중에 한 애는 백인 모습인데 어떤 연유로 백인 피가 좀 섞였나보다.
온천을 끝내고 계곡 위로 올라오는 데는 약 3시간 걸렸다. 천천히 걸어서 전혀 힘이 안 들었다.
멕시코의 Grand Canyon이라는 Copper Canyon이 내려다보인다
온천에서 3시간 정도 보냈다
원주민 애들 한 그룹이 왔다
2003년 5월 9일 금요일, Creel, Casa Margarita
(오늘의 경비 US $12: 숙박료 70, 식료품 15, 13, 입장료 15, 인터넷 10, 환율 US $1 = 10 peso)
어제는 온천 관광에서 돌아와서 조금도 피곤을 안 느꼈는데 저녁을 먹고 난 후 갑자기 피곤해저서 들어 누었더니 틀림없는 몸살 기운이었다. 옆방에 아파서 하루 종일 들어 누어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근처에 갔을 때 무언가 옮아왔나? 큰일 났다 싶었다. 푹 자고 나면 괜찮겠지 하면서도 겁이 난다. 옛날에 이런 증상이 생기면 일주일 정도 아팠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말짱했다. 천만다행이다. 오늘 8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호수 구경을 갈 계획이었는데 같은 방에 묵는 James가 자기도 오늘 그곳에 간다고 해서 같이 갔다. James는 52세로 미국 Rhode Island 주에서 왔는데 캠핑 준비를 완전히 해왔다. 그는 주로 걷는 세계 여행을 한단다. 작년 프랑스에서 두 달 동안 걸어서 여행을 했는데 파리에서 기차로 대서양 해안에 있는 어느 도시에 가서 걷기 시작해서 지중해 해안까지 두 달 동안 캠핑을 하면서 걸었단다. 정말 싸게 하는 여행이다.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James가 배낭을 싸는데 보니 아주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모든 물건을 조그만 크기의 자루를 사용해서 구분해서 넣는다. 하나도 배낭 안에 그냥 넣는 물건은 없었다. 배낭은 조그만 배낭을 큰 배낭에 띠었다 붙였다 하는 식이었다. 하루 먹을 음식과 물까지 넣었는데 들어보니 보통 무거운 것이 아니었다. 거의 25kg은 되는 것 같았는데 나에게 너무 무겁다. 나에게는 15kg 이상은 무리가 된다.
오늘 아침을 먹을 때 네덜란드에서 온 젊은 남매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네덜란드가 월드컵에 못 나가는 대신 한국을 응원했단다. 한국에서 한국 월드컵 팀 감독인 히딩크의 인기가 굉장했고 아직까지도 인기가 많은 것도 다 안단다. 좀 웃기는 것은 월드컵이 끝난 후 히딩크가 태어난 집과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관광 명소로 만들었는데 찾는 사람은 주로 한국 사람들이란다.
오늘 호수 구경을 떠나기 전에 James와 근처 가게에 가서 점심거리를 샀다. 오렌지 하나, 바나나 하나, 빵 두개, 햄 한 조각, 초콜릿 하나로 단 15 peso에 훌륭한 점심이 되었다. James와 함께 Lonely Planet에 나온 정보를 이용해서 호수 쪽으로 걸었다. 원주민 마을 한 가운데를 통해서 가는데 교회, 학교, 집들을 지나갔다. 인구 5만의 부족인데 거의 충청남도 크기의 땅을 소유하고 있고 농사와 목축을 하면서 산단다.
걸어가면서 James와 정치 얘기를 했다. 우연히 나온 정치 얘기였는데 James는 지나치게 Bush 대통령을 비판한다. 이라크 전쟁은 순전히 이라크의 석유 때문에 시작한 것이고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Bin Laden 때문이 아니고 가스 파이프라인 때문에 일어난 것이란다. 중국도 좀 더 커지면 미국이 전쟁을 시작할 것이란다. 그러면서 자기가 얘기하는 것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고 "fact"란다. 그런 fact의 소스가 무어냐고 물었더니 Nation이라는 잡지와 Alternative Voice/Opinion이라는 사이트란다. 미국 좌파의 대표적인 잡지와 인터넷 사이트이다. 나도 한때 흥미가 있어서 Nation 잡지를 1년 동안 구독했으나 기사가 너무 독선적이고 선정적이라 조금 보다가 그만두었다. 내 생각에는 Nation 잡지에 나온 기사들이 fact라는 James의 주장은 억지 같다. 전혀 형평성이 없는 기사들이다. James는 그런 것을 fact라고 믿다니, 이 세상에는 James 같이 fact와 "fantasy"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호숫가에 도착해서 James와 함께 점심을 들고 James가 텐트를 치는 것을 도와준 다음에 함께 호수 주위를 걸어서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호수 끝이 안 나온다. 3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국 3시간이나 걸려서 돌았다. 다행히 걷는 것이 차도 옆에서 끝나서 James와 작별을 하고 나는 차도를 좀 걷다가 히치하이크를 해서 호텔로 돌아왔다. 나를 태워준 친구는 내 호텔 이름을 묻더니 호텔 앞에서 내려주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내일은 Batapilos로 떠날 예정이다.
Creel 시내 풍경
이 호수에 걸어서 갔다 왔다, 같이 간 James는 이 호수에서 캠핑을 했고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호수에 가는데 원주민 마을을 통과해서 갔다
원주민 여인들
어제 온천에서 봤던 애들 같다, 주위에 물이 많은데 잘 씻질 않는 모양이다
이곳 원주민 사람들은 미국에 사는 인디언들이나 중남미에 사는 원주민들과도 연관이 있는 종족일 것이다
Copyright (c)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글과 사진을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