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나라에 입국할 때 공황에 길게 줄을 서서 출입국 수속을 하기 위해 기다릴 때 텃세 때문인가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좀 빠르게 진행할 수는 없을까 하고 한번쯤은 반문해 본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또 어떤 쇼핑몰에 가서 결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을 때 다음에도 다시 와 똑같은 기다림을 좋아 할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해 본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기다리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이것이 '노라인(No Lines)'이다. 노라인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 북, 스타벅스, 넷플릭스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하는 첨단 트렌드다. 계산대에서 줄을 설 필요 없는 '아마존고' 매장에 등장한 'No Lines. No Checkout'이란 말에서 혁신은 시작되어 확산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산업계 구분, 아이디어의 한계 등을 확정하는 '라인'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이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내부에서 혁신의 캐치플래이어로 사용하고 있다. 노라인은 크게 4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우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소멸이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확장했으나 지금은 온라인과 디지털을 중심으로 오프라인을 잠식하는 것이다. 그 예로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로 거대 백화점 JC페니 등이 파산 위협에 직면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로 통합하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없애는 기술인 증강현실(AR)이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둘째는 실제로 줄을 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아마존고와 아마존 픽업 매장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이용자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물건을 그냥 들고 나가면 된다. 인공지능이 일상으로 침투하면 이 같은 노라인 현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미래 비즈니스 기회도 여기에 있다. 셋째는 여기에 가상현실(VR)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해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점차 사라지는 것도 '노라인' 현상을 반영한다. 앞으로 가상현실에서 지인과 만나 연락을 주고받고 결제도 하고 여행도 하게 된다. 네 번째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다는 뜻의 노라인이다. 복제 기술, 유전자 편집 기술 등이 크게 발전해 복제 와인, 복제 고기, 심지어 편집 인간(Edited Human)이 나타날 것으로 미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노라인' 공세에 줄줄이 쓰러져 가는 기업들을 살펴보자. 장난감 유통회사 토이로저스가 지난해 9월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이 회사 파산에는 높은 부채비율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 원인으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공세를 퍼부은 아마존·월마트 같은 기업들의 '노전략'이 꼽힌다. 1948년 미국 워싱톤DC를 시작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세계 공급망 1위 아성을 구축해왔던 토이로저스의 몰락은 온·오프라인 융합 전략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사례는 미국 유명 의류 브랜드들의 파산이다. 대표적으로 의류회사 중 미국 전역에 250개 매장을 갖고 있던 리미티드와 전 세계 330개 매장이 있던 웨트실이 작년 초에 파산을 신청했다. 아동 의류 브랜드로 이름이 높았던 짐보리도 지난해 6월 빚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다. 의류뿐만이 아니다. 전자제품 유통망 HH그래그, 라디오색 등도 노라인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했다. 미국 최고 전자제품 유통망인 베스트바이는 앞으로 5년간 6억 달러의 추가적 비용 절감 책을 발표하였다. 의약품 소매 유통회사 비타민월드, 향수 체인 퓨마니아도 파산했다.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메이시스, 시어스, JC페니 등 미국을 대표하는 소매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이 실망스럽게 나오자 올해가 200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많은 소매업체들이 매장을 폐장하는 해가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1위 조립식 완구업체인 레고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작년 상반기에 폐점한 오프라인 상점 수는 5300개로 전년도에 비해 3배나 늘었지만 미국 소매 전체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3.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비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이처럼 폐점하는 상점이 늘어나는 이유는 바로 아마존 때문이다. 아마존이 기업 간 거래(B2B) 사이트 '마켓 플레이스'를 공격적으로 운영함에 따라 약 7조 달러에 달하는 B2B 시장을 재편하면서 미들맨(중개상)들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아마존은 통제 불가능한 거대한 힘을 가진 초일류 기업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작년 5월 주가 1000달러를 돌파와 시가총액 500조 원대 돌파로 '베저스 매직'을 만들어 낸 베저스 CEO와 아마존은 온·오프라인, 제조와 서비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없애는 '노라인 혁신'의 상징이다. 1994년에 창업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아마존은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임직원수 45만 명을 돌파했다. 시애틀 본사에만 3만 명이 근무 중이다. 추가로 1만 명 채용 공고를 냈다. 시애틀 중심가 40개 빌딩에 아마존 직원들이 포진해 있고 아마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제프 베저스가 근무하는 '데이원(day one)'빌딩 주변에 또 초대형 건물 4~5개를 신축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말고 사업하자는 의미로 데이 원(첫날)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시애틀 서쪽 소도 지역에 또 하나의 유명한 노라인 기업이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다. 이 커피회사는 지금 모바일 결제 기반 핀테크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시애틀 본사에는 500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중 1500여 명이 정보기술(IT) 담당 부서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다. 아마존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마존고를 실험하는 것처럼 스타벅스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온리' 매장을 실험하고 있다. 스타벅스 모바일 오다는 결제카드가 등록돼 있는 스타벅스 앱을 내려 받은 후 주문을 하면 1분 내에 바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주문하기 위해 그리고 커피를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줄(Line)은 없다. 결제는 이미 10~100달러 충전된 스타벅스 앱으로 한다. 스타벅스는 아마존의 노라인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몰 폐쇄를 결정했다. 대신 스마트폰 앱을 중심으로 모바일 사업을 더욱 확대해 가기로 한 전략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모바일 주문·결제'라는 노라인 비즈니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발표한 스타벅스 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 56억6000만 달러 중 모바일 주문·결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10잔 중 3잔은 모바일로 주문 받고 결제한 셈이다. 스타벅스는 향후 전체 결제의 50%를 모바일로 처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미 미국에서 가장 큰 선불 카드업체이기도 하다. 스타벅스가 이처럼 모바일에 올인하는 이유는 매장에서 고객 대기 시간을 1초 줄이면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달러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 1명이 주문에서 결재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30초 수준이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문과 수량을 실시간 변동시키고 복잡한 메뉴를 줄이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 커피 머신은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이 도입돼 하루에 몇 잔을 만들었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도 바로 분석해낸다. 세계적인 커피점이 발 빠르게 변신하는 것을 보고 우리 기업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커피가게가 IT기업이 되어 버렸다. 그래야 사라지지 않고 생존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정치도 오로지 국익만을 생각하는 노라인 정치로 혁신을 할 수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