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들어진 여러 방중에서도 저는 이 방에 자주 들어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제가 회원이 되기 전의 기록들이라 읽을 거리가 많을 것 같아요.
글고, 생각난 김에 저도 저희 동창사이트에 있는 글을 좀 찾아봤습니다.
그중, 2005년 7월 5일에 어떤 친구가 쓴 글에 자그마치 70개의 답글이 달린 글이 있었으니, 제목이 '세운상가에 다녀와서' 였습니다.
세운상가에 갔다가 시작된 추억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몇날 며칠을 이어졌었는데, 그중에 제가 썼던 것만 추려서 메들리로 (?) 올립니다.
(1)
아, 코스모스 백화점 ! 나도 거기 너무 좋아했었더란다.
에스칼레이터 타고 맨 윗층까지 올라가면, 거기서는 그 당시 인기있던 유명한 배우들의 사진, 브로마이드 등을 팔았는데, 그 구경하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었던 때가 있었다.
명동 뒷골목 (소위 딸라골목) 에서 스크린 잡지를 사보고, 코스모스로 가서 맘에 드는 사진을 사곤 했었지 - 대부분은 눈요기로 그쳤지만.
네살 터울인 언니덕분에, 그래서 영화나 팝송등에 다른 애들보다 다소 일찍 눈을 뜬 덕분에 (?)
중2때 장래 희망난에다 디스크자키라고 써내서 당시 교무실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자가 바로 나여. ㅋㅋ
그 뒤로는 교무실 갈 때마다 선생님들이 무신 희귀인종 보듯이 일루 와봐라, 절루 와봐라 하시며 놀리셨는데 ...
끝까지 미련을 못 버렸었던지, 내 부전공이 신문방송학이자녀. ㅎㅎ
생일선물로 친구에게 그당시 인기짱이었던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 - 그당시 표기법대로) 의 판넬을 산 곳도 코스모스 였지.
ㄷㅁ아, 기억나냐? 그때 그 판넬, 물론 지금은 없어졌겠지?
세운상가에는 별로 가본 적이 없는데, 낙원상가쪽은 대학 졸업후 나의 구역에 속했었다.
우리회사가 1987년에 이쪽 빌딩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운니동 덕성여대 옆이라서
하다못해 낙원상가에 있는 하선정 요리학원에도 등록한 적이 있다. 결혼 날 잡은 애가 같이 듣자고 꼬시는 바람에 또 넘어가서. ㅎㅎ
그게 지금까지의 유일무이한 나으 유료 요리강습 경력 (?)이 되었지만.
울엄마가 그때 잘한다고 엄청 추켜세워가며 어떻게든 계속시켜보려구 했는데, 그만 탕수육에서 좌절 - 소스까지 뿌려서 룰루랄라 떠억 차려냈는데, 웬걸, 이거이 고기가 덜 튀겨진 게야.
결국 못 먹고 말았는데, 솔직히 별로 재미도 없던 판에 잘 됐다 하고 바로 엎었지.
지금도 우리언니는 그때 얘기를 하며 웃는다. 아니 놀려댄다.
쟤가 저래뵈도 우리집 딸중에서 유일하게 요리강습 받으러 다닌 애라고. ㅋㅋ
옛날 얘기 하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지네.
누구든지 못다한 얘기보따리들 풀어놓으렴. 열심히 들어줄테니.
(2)
아니, 엘비스 팬은 다 어드메 계시나?
난, 위에서 언급한 울언니한테 세뇌당해 대를 이어 (내동생까지 3대째) 무조건 엘비스였다.
선택의 여지? 그런 거 물론 없었지.
아직도 우리집에는 엘비스의 옛날 LP판 (해적판, 소위 ?판) 들이 고스란히 있단다. 모서리마다 너덜너덜해진 표지를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 놓았는데, 그 붙인 데가 떨어져서 또 붙이고 또 붙인 그런 상태지만, 내게는 보물단지들.
오래된 판중에, 트윈폴리오 고별 리사이틀 (그때는 콘서트 대신 리사이틀이었잖니) 실황 앨범 (2장짜리) 도 있다.
나, 이 아저씨들도 무지 좋아했었거든. - 이건 순전히 나으 선택이었음.
대신, 내 동생이 나 따라서 좋아하더라. ㅎㅎ
판만 산 게 아니고, 물론 남산 드라마센타에서 했던 리사이틀에도 갔었지.
guest가 김세환, 송창식, 이장희, 윤여정, 조영남, 박상규, 고영수, 윤의련으로 되어 있는데, 윤의련이 누구였더라? 동생이었나?
근데, 지난번에 우연히 얘기하다보니, 이 공연 보러 갔던 우리 친구들이 은근히 되는 것 같더라.
이러다가 또 삼천포로 빠질 조짐이 보이누먼.
세운상가에서 예전 우리들의 아이돌 야그로.
추신. 스크린 잡지 스크랩건에 대해여 -
중학생이 감히 직접 사기에는 눈치가 보이던 (출신성분이 한때 범생이자녀, ㅋ) 시대였던데다가, 용돈 문제까지 겹치다보니, 대개는 울언니가 사서 보고 자기 맘에 드는 사진 다 오려낸 후에, 감지덕지 불하받아서 남아있는 사진 중에서 또 오려냈었다는, 알고 보면 가여운 스토리란다.
그러니 또 얼마나 알뜰히 오렸겠냐구, 아마 검은 글씨 빼고는 다 오렸을걸? ^^
(3)
마지막에 쓴 '아테네극장' - 나도 생각나는 이름이다. 거기서 영화를 본 기억은 없지만.
머나먼 저어편에 차곡차곡 쌓여져 있던 기억중에, 그동안 거의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던 이름 중 하나네. 반갑다.
성북구쪽에 살았던 애들은 기억하겠지만, 삼선교와 돈암동 중간 쯤에 '동도극장' 이라고 있었느니라.
소위 말하는 재개봉 내지는 재재개봉관이어서, 우리같은 범생이들은 절대 가면 안 되는 곳이었지만, however, 나는 거기서 불후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야 말았느니라. 중딩 주제에.
걸릴까봐 조마조마 간 졸여가며, 여차하면 튈 자세로 제대로 엉덩이도 못 붙이고 봤지만,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끝까지 볼 수 있었단다.
근데, 너 점심은 먹었냐?
(4)
홍길동? 무울론 봤지. 그 만화가 아저씨 이름이. .. 신동우? 맞나?
근데, 그게 초딩 4년 때였어? 머, 그렇게 오래되구 난리야. ㅋㅋ
우리 어렸을 때는 방학 때마다 극장에서 만화영화 보는 게 큰 낙이었는데, 그때는 디즈니 만화가 주류라서 홍길동 같은 만화가 도리어 신기했었던 것 같아.
명동 영양센터 - 이 집은 유네스코 지하 피자집과 더불어 대학때, 그리고 졸업 후 사무실 선배들하고 잘 갔었던 곳이야. 통닭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그집 닭은 곧잘 먹었댔지.
우리 대학 1학년 때 그 뭐냐, 데모땜에 입학한 지 얼마 안되서 휴교라는 걸 했였잖니.
그 때 학교앞 대신, 명동 바닥을 훑고 다녔던 기억 - 다 있을 거다.
언젠간 그 때 얘기도 풀어보자꾸나.
자, 이쯤에서 명동을 다시 명동파에게 넘기고, 일하러 세상으로 나가련다.
명동파, 나와라 오바!
------------------
복사한 거라, 반말입니다. 지송합니다.
첫댓글 글을 읽자니 반가운 단어들이 줄을 잇네요.코스모스 백화점,세운상가,올리비아 핫세,트윈 폴리오,신동우,명동 영양센터등등.명동영양센터는 지금도 있지 않나요 닭을 로 좋아하지 않았던 저도 이 집의 전기구이 통닭만은 최고의 맛이었는데요 시큼한 무저림과 함께.아테네 극장은 이름은 기억나지만 가물가물.암튼 sophee님 덕분에 추억의 부스러기들이 머릿 속에 가득차는 것 같습니다.
그집이 아직도 있어요 하긴 그쪽으로 가본 지 꽤 되었다는. 훈장님도 닭 로 안 좋아하신다니 괜히 반갑네요.^^
태풍님이 들으심 섭하시겠다..
어 나도 시집가기전 하선정 요리학원 딱2 댕겼는데...찌개도 끓일줄 모른다고..전 요리반이 아니라...무슨 '생활요리반' 다녔어요..옆에서 수다떨듯 들려주는 쏘휘님 댓글 참 잼납니다
맞습니다. 딱 그겁니다. 수다
추억을 반추하는 좋은글...감사 합니다...
시간대를 보니 코스모스 男 님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