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의 시인을 만나다-정안나 신작시
습관이 깨울 때 외 1편
꿈이 빠져나간 곳을 찾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나쁨인
잠의 비린내를 걸레질하는 곳
나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손부터 씻어야겠지만
신하는 신화의 옆얼굴에 예의 하는
습관을 숙여 전하를 깨우지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교과서를 따라가는 고산지대에서
문안인사의 덕담을 나누고
쓰러진 첩첩산중을 닦아주는 전하
밝아오는 기침에 천하는 눈 뜨고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칸트의 하루를 깨우는 이가 습관으로 있어
칸트도 전하였구나
새를 닮아서 일어나는 얼굴은
세 번은 실패하지 않는 새의 시간으로
교과서를 가로지르는 칸트 시계를 닦아
잠의 안경을 끼고 잠에서 배우는 건
머리를 닦아주는 언어로 나를 깨우는 이가 내가 아니었으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나쁨이라
미술관에 갈 수밖에 없겠구나
교과서의 줄을 서는 새는
고산지대의 문을 열어놓아
꿈의 비린내는 굴러다니고
잠이 길어 머리가 긴
옆얼굴의 나는 나를 속삭이는 신하
그만 일어나야지
습관이 나를 깨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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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에서
자다가 받는 전화는 눈 앞을 가리는 전쟁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살아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학습된 참고서를 뒤적이면 준비가 되나요
빨리 오셔야 합니다
택시는 전쟁을 기억하는 유령으로 달립니다
안전벨트는 빈자리를 부축하다
오늘의 안전은 사람 위의 하늘에 묻습니다
창문에 비친 라디오는 묻습니다
라오스의 기쁨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노래와 춤입니다
유가족은 땀 흘리는 탬버린을 흔들어
하늘이 웃는 노래와 춤으로 사찰을 한 바퀴 돕니다
하늘은 이 정도로 넓은가요
멀쩡하긴 힘들어도 이 정도로 넓은 눈앞인가요
유령은 창문에 비친 라디오는 끄고
나는 사연을 전하는 라디오입니다
기차가 떠날 때부터 울었다는 너와
기차가 떠날 때 사람이 바뀌었다고 기억하는 나는
태극기는 휘날리며 언제나 처음일 때
자다가 받는 전화는 눈 앞을 가리는 두 번입니다
자신에게 주는 준비에서
유령은 내 안의 아이를 끄집어내어
오래된 참고서를 뒤적이는 고해소입니까
나를 쏟아내는 길의 고해소입니까
빨리 왔습니다
모범택시에서 고아가 되었습니다
* 영화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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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안나
부산출생으로 2007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A형 기침』, 『붉은 버릇』. 『명랑을 오래 사귄 오늘은』, 『은신처에서 내려오는 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