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콩과 모란(목단)씨 / 한복순

[복담 / 한복순]

 
 
검은콩과 모란(목단)씨
 
 
지난해 귀하게 얻어 온 
모란씨앗 열 개 
 
개구쟁이 손자와 손녀
어디서 찾아들고 와
“내 거야”
“아니 내가 먼저 찾았어”
서로 티격태격
 
화분 옆 통속에 잘 두었던
모란씨앗이란 걸 깜박 잊고
“어디서 갖고 온 콩이니?”
“저기요”
“거기 있는 건 모란씨앗이야”
 
손자는 양손에 쥔 씨를 검은콩과 똑같다고
재빠르게 콩 통속에 쏙
마루에 쏟아놓고 모란씨앗을 찾으려니
색도 크기도 같다
 
“모란씨앗이 술래잡기하나 봐
콩 속에 꼭꼭 숨었네''
찾아내지 못하고 깔깔깔 까르르
 
“검은 콩밥 먹게 되면
누구에게서
모란꽃이 피어날까''
“누나 누나야”
목소리 큰 손자는
누나라고 둘러댄다
 
“아니 아니야
현수에게
빨갛게 피어나겠지''
모두가 깔깔깔
 
술래잡기 하는 모란씨앗과 검은콩이 데굴데굴
마루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데굴데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