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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남자] 시놉시스
기획의도 &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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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의도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남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시작하는 인생도 있지만
가진 것 하나 없이 시작하는 인생도 있다.
어둡고 비참하게 살아갈 운명을 안고 태어난 한 남자가
자신의 운명을 뛰어넘고 싶었다. 너무나 성공하고 싶었다.
가진 것 없는 그의 유일한 무기는 자신의 몸과 사람의 마음을 얻는 유혹의 기술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악마가 된다.
사랑을 이용해 욕망의 사다리를 위태롭게 올라가지만
뫼비우스의 띠처럼 성공의 정점은 파멸과 맞닿아 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을까.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그런 순간이 오지만...
그 순간 바로 그의 인생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그토록 자신만만해 하던 사랑 때문에...
처음엔 그저 사랑한 척 했을 뿐인데, 척하다 보니 어느새 사랑이 되었고
치명적이 된 사랑은 슬픈 악마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다.
⑉ 2009년 왜 <적과 흑>인가?
19세기 프랑스.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 권력은 귀족과 성직자 그리고 부자만의 것이었다.
그들의 세계는 철저히 폐쇄적이었으며
성실하고 능력 있는 자라도 절대 그들처럼 될 수 없었다.
그리고... 200년 후의 지금 한국사회에서 19세기 프랑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신분제도도 계급도 없는 세상이 왔지만...
비빔밥 속 양념처럼 뒤엉켜 밑바닥에서 다시는 위로 솟구치는 게 원천적으로 차단된
사회. 그런 사회에서 우리가 겪을 수밖에 없는 좌절과 한계는 적과흑의 줄리앙 소렐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
우리는 모두 욕망 덩어리지만 위선과 가식으로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포장한다.
하지만 애써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않는 그는
모두가 욕망했지만 누구도 실행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손에 넣는다.
폭력이 때론 약자의 정의이듯...
출발선이 다른 그들과 싸우기 위해 자신의 매력을 이용하는 그를 섣불리
악인이라 재단할 수 있을까?
그의 모습은 위험하고 위태롭지만 끊임없이 욕망하고 그 욕망에 좌절하는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 등장인물
∎심건욱 (29세, 액션스쿨 스턴트맨)
“난.... 사람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목숨을 걸지
사람을 위해 목숨 걸지 않아...”
그는 치명적이다.
지독한 가난, 끔찍한 불행과 함께 신은 그에게 아름답고 섹시한 남성성과
건장한 육체, 그리고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매력을 선사했다.
그도 안다 자신의 매력이 여자들의 가슴에 얼마만한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스스로 악마가 되길 선택했을 때 그는 결심한다.
그가 가진 유일한 무기, 그가 받은 유일한 신의 선물을 사용하겠다고.
어린 시절, 집나간 어머니와 집을 지키는 무능력한 아버지.. 이런 환경 속에 건욱은 유독 밝은 아이였다.
아버지가 일용직 일을 갈 때마다 방치해두고 간 백화점에서 그는 태성에 대한 소식을 들었고,
그 소식을 건욱에게 전해들은 아버지는 건욱의 인생을 바꿀 거짓말을 한다.
건욱이 태성이었다며.. 이제는 태성으로 살 때가 되었다며 그를 고아원으로 보낸다.
태성을 찾고 있던 일행은 건욱의 설명에 건욱을 태성으로 데려가고,
건욱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1년을 보낸다. 유전자검사까지 건욱이 태성이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가장 행복한 그 순간, 건욱 앞에 진짜 태성이 나타난다.
건욱은 유전자검사에 대한 발칙한 누명까지 덮어쓰고 그 집에서 쫓겨난다.
고아원으로 돌아간 건욱은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이 태성이라고 울부짖지만
고아원을 후원하러 온 홍회장, 신여사, 태성을 만난 후 모멸감을 이기지 못하고 고아원을 뛰쳐나가 건욱으로 돌아간다.
아버지를 찾아 간 집엔 여전히 어머니를 기다리는 아버지가 문을 열어놓았다.
어머니가 아닌 건욱을 보고 놀란 아버지는 많이 쇠약해져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근근이 살아가던 건욱. 쇠약해진 아버지의 건강상태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고..
건욱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홍회장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자신을 믿어주고 도와줄 거 같던 태라 누나마저 건욱을 외면하고 만다.
모두.. 이 세상 모두가 등을 지고, 절망에 빠진 그 때. 나영이 손을 뻗어준다.
하지만 나영도 어렸다. 그녀가 내민 저금통에 든 돈은 약 한번 사먹으면 없어질 돈이었다.
아버지는 점점 앓아갔고.. 건욱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사라졌다.
그는 다 잊고 살고 싶었다. 모두... 아니, 잊고 싶었다.
그래도 그날의 그늘은, 해신그룹 아들로 있던 그 시절, 그 화려함의 그늘은 그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미국으로 가서 어렵게 학위를 따고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그는 기적처럼 어머니를 만난다.
멋진 남자와 결혼해 미국에 이민와서 살고 있던 어머니는
건욱이 태성으로 돌아갔을 때 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건욱이 태성으로 살고 있단 소릴 듣고 결혼을 결심했다던 어머니.
어머니는 가끔 태성을 건욱으로 착각하고 그의 소식을 어렵게 흘려듣고는 만족하며 사셨단다.
그런 어머니 앞에 건욱은 ‘어머니, 제가 건욱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끝인가.. 내가 해신그룹 아들로 들어가면 어머니는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신 걸까.
그 곳에서 난.. 내가 행복했었다면...
그렇지만 그런 거짓말은 나에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버지는..
그래도 날 찾아왔어야 했다. 어머니는...
미국에 태성이 유학, 아니 도피를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태성을 건욱으로 알고 만나러 가셨고,
태성에게 개망신을 당하고 쫓겨났다.
미친 여자 취급을 받고.. 진실마저 알게 된 어머니는,
제 자식이 그 집에서 쫓겨나 어딘가 떠돌고 있을 거란 말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건욱이 자신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차가운 주검으로 건욱에게 돌아왔다.
건욱은 해신그룹 그 자리를 다시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아버지를 잃게 만들고, 어머니를 잃게 만든 곳.
나에게 비참함을 안겨준 곳.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아들이란 이유로 대접받고, 누군가의 아들이란 이유로 버림받아야 되는
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그 자리가 그렇게 대단하냐고.. 그곳에 난 올라가겠다고.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더라도...
건욱은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토록 바라던 자리, 해신그룹의 후계자, 아니 해신그룹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거리낄 건 없다. 양심의 가책, 이런 것도 없다. 도대체...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지.
그는... 드디어 치밀한 계획 끝에 모네를 만난다.
모네는 그에게 빠졌고, 그는 이제 드디어 세상이 자기 뜻대로 돌아가 준다고..
세상이 자신에게 드디어 손을 들어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어린 시절, 자신을 아껴준 유일한 사람 나영이 찾아온다...
그녀가.... 그가 유일하게 믿고 있던 유일한 그녀가 자신의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그는 이미 출발한 길의 마지막에 닫기 위해..
간신히 출발한 그 지점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가 가는 길 곳곳에서 지뢰처럼 그를 위협한다.
∎문재인(29세, 미술관아트컨설턴트)
“날 욕하지 마.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내숭이라고 말해도 상관없다. 그게 나다.
내 부족함은 내가 알아서 채우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말할 수 있어?
지방 소도시 초등학교 선생님의 딸로 태어나 반에서 줄곧 1등만 해오고,
대학도 명문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진학해 동네에선 꽤나 대접받으며 살아왔지만
막상 서울에 와보니 이제까지 재인은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닫는다.
잘난 사람들의 세상에서 더 잘나지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재인은 늘 뭔가 허전했다.
어린 시절 신문 칼럼에서 신여사의 글을 보고 좋아하게 된 이후에 미술사 쪽에 관심을 가지고
전문적인 큐레이터로 발돋움을 했지만 아쉬웠다.
큐레이터는 생각만큼 멋있지도 않았고, 창의성 없는 잡무는 그녀를 괴롭혔다.
큐레이터 생활을 탈출해 아트컨설턴트로 발을 내딛기 위해 몇 번의 실패와 성공을 오가다
미술관 설립에 관심이 많다는 신여사의 소식을 듣고 직접 기획안과 미술관 설립 관련 아이템을 만들어서 찾아간다.
당돌한 재인이 한눈에 마음에 든 신여사는 그녀에게 자신이 설립할 미술관의 첫 번째 전시회 기획을 맡겼다.
남들은 큐레이터 4년, 아트컨설턴트 2년 차인 재인이
도대체 뭐가 그리 대단해서 중요한 첫 전시회를 맡겼냐고 하지만 재인은 자신감이 넘쳤다.
남들이 신여사에게 가식으로 존경을 표할 때 그녀는 진심으로 신여사를 동경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더욱 더 가까이 다가살 수 있었고 지금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벽은 존재했다.
재벌가의 우아한 마나님.. 그 벽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그리고 대학 시절 때부터 동경해오던 상류층 진입을 위해 재인은 태성을 찾기 시작한다.
미스터리한 해신그룹의 숨겨진 아들 태성. 태성이 지금은 비록 실세도 없고 대접받고 있지 못한 상태라지만
재인은 태성이 자신을 만나면, 곧 이 해신그룹에서 꽤 큰 세력으로 존재하게 될 거라는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다.
물론 실수를 해서 건욱에게 못 볼꼴을 보였지만, 오히려 건욱은 재인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진짜 태성을 만났고, 재인은 의외로 너무나 꼴통인 태성이 좀 짜증나기도 했지만 만나다보니 정이 들었다.
그 남자의 빈곳을 보니 마음이 갔고, 채워주고 싶었다.
강한 척 하지만 여리디 여린 태성에게 든든한 여자가 되어주고 싶었다.
재인이 태성의 든든한 배경에 기대고 싶어 했다면, 태성은 자신의 마음에 기댈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늘 친구처럼 자기와 닮은, 편안하게만 생각했던 건욱이,
태성의 동생 모네와 결혼하게 될 건욱이 자꾸만 밟힌다.
그에게.. 자꾸만 끌리기 시작한다. 태성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이 마음이 도대체 뭘까!
∎최태성(29세)
그는 센 척 할 뿐이다. 그는 못된 척 할 뿐이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그게 그가 되어버렸다.
못된 남자.. 그러나 누구보다 여린 남자.
그걸 아는 유일한 사람은 나영이었다. 그래서 태성의 가시 돋친 말에도 웃어주고, 감싸주었다.
자기 피가 흘러도 괜찮다며 안아줄 여자. 나영.
외국에서 외로운 유학생활을 하던 태성은 배낭여행을 온 나영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행복했다.
어린 시절, 꽤나 미모를 날린 어머니는 해외에 유학을 가서 태성을 낳고 죽어버렸고,
혼자 외롭게 살아가던 태성은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의 가족을 만난다.
그들은 차가웠다. 한번도 진심으로 웃어준 적이 없었다.
태성은 밖에서 낳아온 자식이라는 이유로 한번도 그들에게 웃음을 선사받지 못했고,
그들에겐 대내외적으로 쉬쉬하는 존재가 되었다.
드러내놓고 싶지 않은 존재. 태성은 그런 삶에 지쳤다.
신여사도 자길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늘 해외를 떠돌며 살았다.
한국으로 가끔 찾아올 때면 그나마 가족 중에서 가장 편한 모네와만 잠깐 씩 만났을 뿐이다.
그것도 신여사는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다는 걸 한번도 기대하지 않았던 태성은
나영이 자신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무한정의 사랑을 하자 드디어 조금씩 마음을 연다.
그러나 어느덧 만남의 시간이 길어지고 결혼을 원하는 나영에게,
늘 외롭게만 살았던 그녀에게 좋은 가족이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가족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운 자신 때문에 고아로 외롭게 살아온 나영의 나머지 삶을 또 외롭게,
어른들에게 사랑받지도 못하며 살게 하긴 싫었다. 그래서 매몰차게 떠나보냈다.
착한, 자신밖에 없는 나영이 자신을 잊게 하려면 그녀를 비참하게 버려야만 된다고 생각했다.
그 상처야 아프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녀를 사랑해주는 따뜻한 가정을 가진 남자를 만나
어른들에게도 사랑받으며,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해지리라 믿고 나영을 보냈는데...
나영이 죽어버렸다. 자살이란다.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태성이 살던 펜트하우스가 있던 건물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고한다.
뼈저리게 아파오던 태성은 스스로 걸치고 있던 가족이란 허울을 던져 버리고 혼자 자유롭게 살아보고자 한다.
아니 자유롭게란 말을 할 수도 없다. 제 멋대로.. 제멋대로 살려고 일본으로 향했다.
거기서 아무여자나 껄떡대다가, 그녀가 마음을 주지 않은 걸 오히려 즐기며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았다.
그 때 한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모네가 사랑한다던 남자 건욱과 어머니, 신여사가 총애하는 한 여자, 재인.
태성은 자기가 증오하는 신여사를 존경하는 재인과 이상하게 자꾸 얽히며,
나영과는 달리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 같은 재인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 기대고 싶어진다. 이 여자라면...
다시 사랑할 수 없을 거라 포기하고 있던 순간에 다시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여자, 재인을 만나
태성은 조금은 강해지고 싶고, 조금은 제 발로 내딛고 서고 싶어진다.
∎홍태라(35세)
그녀는 강하다. 늘 당당하다.
그러나 그녀에게 아주 티끌 같은 틈에 그가 들어오려 한다.
그 바람에.. 그녀의 강함은 풍선 바람 빠지듯 허물어지려고 한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검찰청장의 아들인 박재훈 검사와 결혼했다.
남편은 홍회장의 뜻과는 달리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소박한 정신세계를 가진 약간은 특이한 사람이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직생활을 견디지 못하던 재훈은 검사직을 그만뒀다.
태라는 실망했었지만 남편의 뜻을 따라주기로 했다.
결혼 전 해신그룹에서 일을 하던 태라는 아직도 해신그룹 업계에 미련을 두고 있는 상태다.
소담이 태어난 후, 소담이 학교에 들어가면 일선에 복귀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두 오빠의 죽음으로 태라는 일찍 복귀에 들어간다.
그 동안 학위를 따며 계속 준비하고 있던 태라는 갈고닦은 경영능력을 선보이고자 하는데...
한 번도 다른 누군가 때문에 떨리지 않던 심장이 떨리기 시작한다.
동생 모네의 마음을 앗아간 위험한 남자. 건욱에게 자꾸만 빠져들게 된다.
재훈에게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떨림을 느낀다.
이 남자.... 안고 싶어 미칠 것만 같다.
한번도 찾아오지 않은 뒤늦은 격정적인 사랑 앞에 태라는 가족도 아이마저도.... 잊고 싶다.
이게 영원이 아닐 거란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순간만은 진정 여자가 되고 싶다. 안기고 싶다.
그런데 사랑에 빠진 건욱에게서 낯익은 그림자를 느낀다.
어린 시절, 자신의 마음을 다치게 한 첫 번째 아이... 한때는 사랑스럽던 내 동생.
태성이었던 그 아이가 자꾸만 떠오른다.
∎홍모네(21세)
해신그룹 홍회장의 막둥이.
오냐오냐 키웠지만 밝고 예의바르고 착하다. 여려서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게 두렵다.
여중, 여고에 이어 여대에 입학하는 바람에 남자들과 만날 일도 별로 없었고,
티없이 자라 소녀의 감성이 아직도 묻어있다.
가족을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고 특히나 자길 예뻐해 주는 아버지,
홍회장은 자기에게만은 너무나 다정한 아버지이고, 홍회장 때문에 자기가 이렇게 편하게 커온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홍회장이 엄상무와 결혼했음 좋겠다고 말했을 때 두말하지 않고 오케이했다.
모네는 아버지가 좋다고 한 사람은 당연히 자기도 좋아할 거라 믿었다.
만화 속, 소설 속 영화같은 로맨스를 꿈꾸기도 했지만, 엄상무 정도라면 멋진 남자인줄 알았다.
쉽게 텀벙텀벙 뭐든지 빠지지만, 그만큼 빨리 싫증을 낸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늘 문턱에서 그만둔다.
재미가 없다고 말했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잘 할 수 있는데 첫 고비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힘든 걸 하기 싫어하는 천성 탓도 있고,
다른 것들도, 해보지 못한 다른 것들도 수많이 있다는 낙천적인 마음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런데 건욱은 그녀를 자꾸만 조금씩 빠져들고, 헤어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홍회장의 말을 거역하게 만들었고, 그녀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오랫동안 하도록 만들었다.
바로 사랑이란 것을..
그녀는... 그래서 건욱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무엇보다 큰 배신감을 느낀다.
그녀는 그녀만의 방법으로 건욱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이범우(30세, 형사)
왜 그날 누나를 좀 더 붙잡지 못했을까.
누나에게 왜 좀 더 일찍 고백하지 못했을까.
왜.. 누날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을까.
왜... 아니.. 난.. 도대체 누나가 죽어가는 동안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엄마같은 누나, 연인같은 나영 누나가 죽었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녀가 만나 부부를 이뤄 가족을 만들듯이,
누나는..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 가족 같았다.
그래서 진짜 가족이 되고싶었는데 나영에겐 연인이 있었다.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나영을 잃게 되었다. 그 상실감은 컸다.
우직하고, 착하고, 한 길만 바라보고, 약간은 어리숙하던 그가 나영의 죽음 이후 제대로 된 형사로 다시 태어난다.
나영의 죽음을 파헤쳐가며 건욱의 목을 조금씩 죄여온다.
∎박나영(31세)
어린 시절부터 고아원에서 자라면서 착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대해 엄마처럼 때론 누나처럼 사랑받았었다.
대학에 들어가 독립한 후 열심히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크진 않지만 조그마한 중소기업에서 취직도 했다.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월급을 모은 돈으로 처음으로 해외에 배낭여행을 떠난 나영은
그 곳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자신을 태워준 한국인 태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여행의 달콤한 추억은 그 뿐이라고 믿었었지만..
얼마 후 한국에서 태성과 재회하게 된 나영은 온 마음을 다 바쳐 그를 사랑한다.
못된 척 굴어도 태성의 마음에서 외로움을 본 나영은 함께 서로 쓰다듬으며 평생 살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태성이 자신을 밀어낸다.
자신을 버린 절망 끝에서 7년 만에 건욱을 만났다.
고아원을 떠나 가끔씩 자길 찾아오던 건욱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단 걸 나영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건욱이 자기 부탁을 들어주리라, 자신의 행복을 빌어주리라 믿고 태성과 연결시켜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만큼이나 건욱과 태성의 과거, 건욱의 욕망을 알고 있던 나영은 끝내 건욱의 욕망의 첫 희생자가 된다.
∎홍 회장
해신그룹 총수.
대기업 회장의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위트가 있으며 딸인 태라와 모네에게는 자상한 아버지,
신여사에게는 다정한 남편이다..
콧대 높은 신여사와 결혼한 후, 단한번의 바람..
아주 짧은 한 번의 밤으로 태성을 가진 후, 신여사와의 신뢰관계가 깨졌지만,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니 신뢰관계도 회복되고 있다.
유일한 흠인 태성에게 정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언젠간 이 녀석이 큰 건을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더 강하고, 독하게 키우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게 태성이 앞으로 이 세계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고, 자신이 아들에게 보여주는 사랑이라 믿는다.
∎신 여사
지체 높은 장관집 따님으로 어렸을 때부터 당당한 실력으로 좋은 학력,
아름다운 외모로 남자들의 구애를 받아왔지만 고상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홍회장과 만나서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그녀에게 단 한 가지 부족한 건 예술가로써의 자질.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화가가 되기엔 너무나 미천한 미술실력 탓에 늘 미술계를 동경하고 작품 수집만 해오다
뒤늦은 나이에 미술관을 열겠다는 꿈을 가지고 제대로 된 미술관 설립에 힘을 쓴다.
홍회장이 밖에서 낳아온 자식이 있다는 소리에, 그 아이가 돌림자인 ‘태’자를 쓴 태성이란 이름에
뱃속에 가진 자식인 아이 이름은 무조건 태자를 넣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고,
딸이 태어나자 자신과는 달리 예술가가 되길 바라며 모네라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의 이름을 붙였다.
귀족처럼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뿌리깊이 자리 잡은 재벌가의 자부심과 일반인들이 넘어서지 못할 벽이 굳건히 지키고 서있다.
박재훈 (태라의 남편)
태라의 남편, 변호사.
앞만 보고 달리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남은 것이 없었다.
부장검사, 검사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부단히 채찍질을 한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한다.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과거의 권력을 이용해 엄청난 사건을 수임하고 그만큼 많은 돈을 벌수도 있었지만 그는 여유를 택한다.
자신의 인생에 휴식을 준 것이다.
부인인 태라에게 잘해준 것도 없지만 특별히 못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태라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언젠가 태라가 사랑 한 번 못해본 인생에 투정한 적이 있어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따지고 보면 자신도 뜨거운 사랑이 있었으니, 부인도 그런 경험 한번쯤은 해봐도 좋을 듯 했다.
짧으면 며칠, 길면 일주일...
그렇게 흔들리다 다시 가정으로 돌아올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는 제일 중요한 것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비서실장 (김실장)
홍회장의 비서실장이자 충직한 가신이다.
20대에 입사해 30년 동안 홍회장을 보필하고 있으며, 지난 세무조사 청탁 무마사건에서 홍회장의 혐의가 입증되자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홍회장 대신 구속되었다가 풀려난다.
그 일로 홍회장의 신임은 더욱 두터워지고, 가족 이상의 존재가 된다.
홍회장이 그룹사 일을 맡기고 떠날 때부터 김실장은 자신의 음모를 실현시킨다.
김실장의 적은 최대 지분 구조를 흔들 수 있는 태라, 유일한 아들 태성, 그리고 모네와 연결된 건욱이다.
안경 아래 숨겨놓은 날카로운 눈매에서 그는 늘 때를 기다려왔단 걸 알 수 있다.
김실장은 단 한번의 배신을 위해 30년간 충성을 보여준 무서운 사람이다.
∎문원인
재인의 동생. 고등학생.
출세지향적인 재인과는 달리 그냥 편하게 사는 게 좋다.
재인은 원인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근사한 직업을 얻길 원하지만
원인은 아직 뭘 하고 싶은 지 결정도 못했고, 천천히 느긋하게 생각하며 살고 싶다. 지금을 즐기며..
언니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대하지만, 솔직히 언니 때문에 올라온 서울에 아직 적응을 못해 사춘기를 겪고 있다.
재인이 걱정할까봐 태연한 척 하지만 은근히 왕따도 당하고, 말썽도 부리곤 한다.
그 상담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건욱을 통해 푼다.
건욱이 유일하게 자신의 욕망과 상관없이 가볍게 마음 편하게 대하는 아이.
∎엄기준 상무
청수그룹 엄회장 차남. 모네의 약혼자.
혜주와 모종의 관계를 가지지만, 겉으로는 순진하게 공부만 해온 남자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
해신그룹 막내딸인 모네와 결혼을 약속함으로 앞으로 더 탄탄하게 고속승진할 일만이 남아있는데
건욱이 사사건건 자기 앞길에 나타난다.
∎최혜주
떠오르는 신예스타. 도도함이 제 맛인 그녀는 첫 영화데뷔작으로 액션을 택한다.
연기력이 딸리는 걸 몸으로 커버할 수 있을 거란 기획사와 최혜주의 공통된 생각에 정한 작품.
뒤에선 엄상무의 도움을 받아 광고모델로도 주가를 올리지만
영화 촬영 때 만난 건욱 때문에 지금까지 인기를 얻기 위해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전다림
혜주의 코디네이터. 아직 코디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늘 혜주에게 무시당한다.
게다가 사교성은 제로라서 혜주는 더더욱 다림을 싫어하는데.
그런 자신을 가끔씩 따뜻하게 대해주던 건욱이 고마워서 잘해주지만,
건욱이 혜주를 만나기 위해 자신을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자 과감하게 복수를 시도한다.
곽 반장
나영의 자살 사건을 조사하다 건욱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 사건이 미심쩍게 마무리되자 서연의 실종 사건이 터진다.
두 사건 모두 건욱이 연관되어 있다.
놀랄 만큼 날카로운 현장 감각으로 범우의 수사를 돕는다.
범우에겐 아버지와 마찬가지인 존재.
곽토정(25세)
곽반장의 딸. 범우와 친구가 된다.
∎장 감독
건욱이 일하는 액션스쿨 무술감독. 다른 무술팀원들에게는 큰소리 빵빵 치지만 이상하게 건욱 앞에선 꼼짝을 못한다.
∎박소담
6세, 태라의 딸.
그 외 무술팀 등등.
간략한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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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모네, 건욱을 만나다.
직부감으로 잡히는 도심의 천박한 불빛들...
한 여자가 도심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끝없이 아래로 추락한다.
보도블록 위로 번지는 검붉은 피와 피에 반사된 도심의 모습...
위로 호들갑스런 모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해신그룹 홍회장의 막둥이인 모네는 요트 위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하늘에 출몰한 패러글라이딩을 보고 방방 뛰어다닌다.
모네와는 달리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의 언니 태라는 자기 딸 소담보다 더 어린애 같은 모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만다.
하늘 위에선 긴박한 무전음이 들린다.
“야, 너 죽고싶어? 떨어지잖아!!! 얌마~”
바다를 향해 떨어지던 카메라가 급히 창공을 향해 올라가며 휴양지 모습이 보인다.
최고급 휴양 리조트답게 경관은 수려하고, 사람들은 요트를 즐기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해변까지 다다랐던 패러글라이더가 선회를 해서 다시 바다로 나간다.
“너 때문에 지레 죽겠다. 10m 밑으론 내려오지 말란 말야.”
무전기를 통해 무술감독의 투정어린 목소리와 건욱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수면을 스칠 듯 낮게 날았다가 하늘 높이 차고 올라가는 패러글라이더, 자유낙하를 하는 듯 떨어지다가 다시 중심을 잡으며 보는 사람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최고 신인배우라는 평을 받는 최혜주가 처음으로 단독 주인공을 맡은 영화에서 건욱은 남자배우의 대역으로 스턴트맨을 맡고 있다.
모네는 여전히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는데.
감독의 마지막 OK 사인과 동시에 건욱은 요트 위로 불시착 한다.
놀란 태라와 달린 아직 어리고 순수한 모네는 낯선 이방인의 출몰에 즐거워하는데, 건욱은 모네가 미처 말을 걸 사이도 없이 바다로 뛰어내린다.
급작스럽게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진 건욱은 모네의 뇌리 속에 깊이 남는다.
촬영용 보트로 옮겨 탄 건욱은 모네의 바람과 달리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가 떠난 자리엔 건욱이 떨어뜨린 무전기만 남아있다.
저녁이 되고, 감독과 배우 등은 조촐한 회식을 겸한 술자리를 갖는다.
그곳에서 혜주는 은근히 건욱에게 관심을 비춘다.
건욱은 혜주가 건네오는 말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는다.
조금은 무례하고, 무성의하고, 무관심한 듯 보이는데 그것은 상대방을 급하게 만든다.
대화를 더 나누고 싶은 상대가 금방이라도 일어설 것 같은 묘한 조급증...
그 조급증은 혜주를 자극해 자꾸 말을 걸게 만들지만, 건욱은 자리를 뜬다.
스턴트맨들 사이에서 건욱의 평가는 좋다.
부모님은 모두 해외에 계시고, 건욱은 좋은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 겸 스턴트맨을 하고 있다. 운전이라면 모두 자신 있는지라 레이싱 자격증도 있고 요트 자격증도 따두었다.
레이스에 대한 욕심은 결국 하늘에 닿는다고, 스피드 글라이딩은 선수급 실력하늘에유하고 있다. 하나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유독 단체행동하늘싫어한다는 점 뿐이다.
혜주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건욱을 좀 더 알고 싶어한다.
건욱이 자꾸만 떠오르는 또 한명, 모네는 약혼자인 청수그룹 엄상무와의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건욱을 보게 된다.
청수그룹 장남 엄세준 상무와 해신그룹 막내 홍모네의 결혼은, 재계에서는 모두 알고 있는 공식적인 사이다. 모네가 타던 요트도 엄상무가 모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한 것. 엄상무는 철없고 어린 모네를 연인보단 마냥 귀여운 동생처럼 대하지만 은근히 좋아하는 마음을 표시하기도 한다. 낮에 본 건욱을 레스토랑에서 또 다시 보게 된 모네는 엄상무와 건욱을 두고 혼자만의 겨누기를 해본다. 그렇게 해보아도 어차피 건욱과는 다음 만남을 기대하지 않는다. 게다가 건욱 앞자리에 떠오르는 스타 최혜주가 앉는다. 두 사람의 모습은 꽤나 어울린다. 둘은 마치 연인 같아 보인다. 모네는 더 이상 건욱의 생각은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굳이 혜주와 건욱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 해도 모네는 어차피 엄상무와의 결혼을 포기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엄상무는 자신과 결혼할 사람이란 걸 모네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처음이라는 엄상무를 보면 공부만 하고 살아왔을 엄상무가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최혜주는 지하 주차장에서 렌트카에 올라탄다. 잠시 후 그 차에 엄상무가 탄다.
모네와의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뜬 엄상무가 찾아온 것. 엄상무는 최혜주의 스폰서였다. 모네에게 순진한 척 던진 말들은 모두가 거짓이었다. 엄상무에겐 어른답게 만날 여자가 필요했고 최혜주는 기꺼이 엄상무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밀회를 즐기기 위해 다른 곳으로 벗어나는데, 우연찮게 끼어든 오토바이와 접촉사고가 난다.
둘 다 세상에 알려진 사람들이라 섣불리 차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데, 오토바이 운전자가 일어나 헬멧을 벗는다.
건욱이다.
우연이건 그렇지 않건, 건욱은 엄상무와 관련 있는 두 여자와 운명처럼 스친다.
엄상무와 부적절한 관계를 들킨 혜주는 좌불안석이지만 자신의 코디 다림을 통해 오히려 건욱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자 오히려 당당해진다.
오늘 촬영은 텐덤비행으로 건욱과 혜주가 함께 비행하는 장면이다.
그 시간 모네는 갑판에 누워 이어폰을 끼고 있다.
음악을 듣는 듯하지만, 이어폰 잭은 건욱이 두고 간 무전기에 꼽혀 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면 스텝들의 분주한 무전 내용이 들리고, 마지막 채널에서 건욱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리곤 최혜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건욱과 최혜주의 일상적인 대화.
혜주와 건욱이 함께 있던 모습을 보았던 모네는 건욱이 혜주와 사귀는 줄로만 알고 이어폰을 빼려한다. 생일 축하를 위해 샴페인과 목걸이를 준비한 엄상무는 처음으로 모네에게 사랑고백을 하고, 동시에 아직도 꽂고 있던 이어폰에선 엄상무와 혜주의 관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모네는 엄상무의 품에 토하고 만다.
모네는 엄상무가 여배우의 스폰서였다는 사실이 역겨운 것이 아니다. 아무 여자도 만난 적 없는 척, 순진한 남자인척 하며 자신 앞에서 가식을 떨던 그 모습에 갑자기 역겨움을 느꼈을 뿐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모네는 자신과 엄상무와의 결혼이 진행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모네는 충동적으로 건욱을 찾아간다.
무전기를 통해 혜주와 건욱이 아무 사이도 아닌 걸 알게 되었다. 건욱이라면... 왠지 건욱이라면 모네는 엄상무와의 답답해진 관계에서 그가 어떤 시원한 숨통이 되어줄 것만 같다.
모네는 건욱과의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모네는 건욱과의 만남, 엄상무와의 관계를 알게 된 것 모두 우연이라 믿지만... 건욱은 모네의 연락을 받고 조소를 띤다.
갑작스런 첫 만남부터 엄상무에 대한 정보를 흘려버린 것 모두
건욱이 계획한 일이었다. 다림에게 혜주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도 모두 그 계획의 일부였다. 모네에게 혜주와 엄상무의 사이를 밝히려는 건욱의 수.
모네가 자연스럽게 자신을 찾아오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건욱은 꽤나 오랜 시간 전부터 해신그룹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첫 번째 행동에 들어간 거다.
막내 딸 모네의 마음을 얻는 것!
모네는 건욱의 뜻처럼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건욱은 아무렇지 않은 척, 모든 게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인 듯 태연한 척 하였다.
드디어 건욱은 해신그룹을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
더 이상 어떤 방해물도 자신을 방해하지 않으리라.. 세상이 이제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람의 방향을 바꾼 것이리라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나영을 만나기 전까지..
태성, 나영을 버리다.
나영은 태성과 3년 째 사귀는 중이다. 직장생활을 해서 적금한 돈으로 생애 처음 떠난 배낭여행. 그곳에서 히치하이킹으로 얻어 탄 차는 태성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같은 한국인이란 이유로, 다음엔 서로 마음이 통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여행 기간의 짧은 로맨스는 한국에서의 재회로 이어져 둘은 오랫동안 만남을 가져왔다.
태성보다 연상인 나영은 나이가 점점 들자 결혼을 바라게 되고, 결혼이 부담스런 태성은 나영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홍회장의 숨겨진 아들인 태성은 나영이 자신처럼 대접받지 못하는 삶을 살긴 원했지 않기 때문에 나영을 사랑하지만 매몰차게 외면한다.
태성의 진심을 알 수 없는 나영은 충격에 휩싸이고 절망의 끝에서 건욱을 만난다.
어린 시절부터 건욱을 알고 있던 나영은 건욱이 모네와 만나는 모습을 보고선 모네를 통해 태성과의 재회를 시도하려 하는데....
건욱은 자신의 욕망과 자신의 과거까지 알고 있는 나영이 처음으로 부담스러웠다.
태성과의 이별에 미쳐버릴 듯 건욱에게 매달리는 나영. 건욱은 어린 시절부터 믿어온 누나 나영이 모든 걸 폭로해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하자 크나큰 실망을 하게 되고...
건욱은 이제야 시작된 해신그룹 모네와의 만남, 그리고 앞으로 시작될 해신그룹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나영이 무엇보다 큰 방해물이 된다는 걸 깨닫는다. 건욱은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럴수 없었다. 그게 삶의 이유였기 때문에.
건욱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하지 말아야 될 일을 하기로 결심을 한다.
그리고......
범우, 나영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름도 폭력적인 ‘폭력반’ 형사 범우는 옛 고아원 누나인 박나영의 자살에 충격을 받는다. 형사가 되자마자 나영에게 사랑고백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나영이 결혼을 한다는 말에 실연의 아픔을 담담히 삼키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나영이 죽었다니....
범우는 나영의 죽음 앞에서 처참하게 절망하지만 나영의 연인 태성의 알리바이는 확실했고, 나영의 자살동기 또한 명확하게 드러나자 나영을 쓸쓸이 보내주기로 한다.
그러나... 나영이 죽기 전 날 밤 통화에서 범우는 나영이 혼자 있지 았았단 걸 직감한다. 증거도, 본 사람도 없지만 범우는 나영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장소가 나영과는 전혀 상관없던 장소였다는 것에서 혼자만의 재수사를 시작한다.
나영 누나의 죽음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다. 어쩌면....
나영이 누나는 자살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범우는 나영이 남긴 흔적을 찾아 파고들기 시작한다.
모네, 건욱과 진실한 사랑에 빠지다.
건욱의 의도를 알 리 없는 모네는 갑작스레 나타나는 건욱에게 자꾸만 빠져든다.
뭐든 쉽게 싫증내고, 어떤 일도 제대로 끝까지 못하던 모네에게 건욱은 새로운 흥밋거리, 그러나 건욱은 자신이 먼저 놓아버리기도 전에 도망쳐 버리고, 뜻하지 않을 때 찾아와 다시 간절하게 함께 있고 싶게 만들어버린다.
건욱에게 엄상무의 연인이 자신임을 들킨 모네는 갑자기 건욱이 연락을 끊자 안절부절 어쩌질 못한다. 그럴수록 모네는 건욱이 자꾸만 그리워지고, 간절하게 보고 싶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엄상무의 제안으로 찾아간 놀이공원에서 한창 촬영 중인 건욱과 재회한다.
자기도 모르게 건욱 앞으로 뛰쳐들어간 모네.
건욱은 차갑게 모네를 대한다.
자신에 대한 건욱의 감정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된 모네는 절망한다.
한편 엄상무는 건욱을 기억해낸다. 자신과 혜주와의 관계를 알고 있는 건욱이 그걸 이용해 모네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하는데. 건욱은 엄상무 앞에서 너무나 당당하다. 어차피 엄상무의 약점을 쥐고 있는 건 건욱이다.
모네는 혼자 촬영현장을 떠난다.
조수석에는 건욱이 남겨둔 무전기만 놓여있다.
모네는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렸던 것에 스스로를 한심스러워 한다.
건욱과의 지난 만남이 후회스러웠다.
혼자만 마음을 뺏겨버린 거다.
아무 것도 아니었어...
모네는 창문을 열고 무전기를 든다.
밖으로 막 무전기를 던지려고 하는데, 거짓말처럼 건욱의 숨소리가 들린다.
오토바이를 탄 건욱이 모네를 따라오고 있다.
거친 모네의 운전을 달래듯 어느덧 앞으로 와서 천천히 차를 끌어주고 있다.
모네는 차를 멈춰 세운다.
이 사람을 잡아야 된다.
다신 건욱을 놓치지 않으리라....
건욱, 재인을 만나다.
해신그룹의 안방마님이자 모네의 엄마이기도 한 신여사는 오래전부터 미술관 설립을 계획 중이었다. 그 중심 인력인 아트컨설턴트 재인은 신여사의 총애를 받으며 첫 기획전인 가면전시회 준비에 한창이다.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인사동에서 재인은 모네와 함께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숨겨놓았던 욕망을 드러낸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재인은 동네에선 수재 취급을 받는 대단한 신동이었다. 학창시절 성적도 좋았고, 대학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자 그녀는 이 세상이 자신의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막상 서울에 올라와 대학 생활을 하니 잘난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중 볼품없는 한 명에 불과했다.
재인은 거기서 멈출 수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큐레이터로 취직을 하지만, 재인은 작은 갤러리를 지키는 데에 만족하지 않았다. 미술계에서 뛰어든 이상, 이 업계에서 첫 손가락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선택한 첫 번째 사다리가 신여사였다. 어린 시절 신여사가 연재하던 신문칼럼을 읽으며 그녀가 미술에 대한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한국에선 손꼽힐만한 규모의 미술관을 열 계획이란 소문도 들었다. 몇 달을 고민하고 며칠 밤을 꼬박 세워 만든 기획안을 가지고 신여사를 찾아갔다.
신여사는 발칙한 재인이 좋았다. 당돌했고, 똑똑했으며 자신과 예술적 관점이 비슷하면서도 은근히 기품이 묻어났다. 신여사는 남들이 소개해준 베테랑이 아닌 신선한 감각의 재인에게 덥석 첫 번째 전시기획을 맡겼다. 더불어 미술관의 아트컨설턴트까지.
신여사와 가까이 하면 할수록 재인은 신여사처럼 되고 싶었다. 우아한 삶, 자신이 원하는 미술품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사들일 재력. 그 뿐만 아니라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이 동경에 대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신여사의 두 아들은 모두 결혼을 한 상태다. 숨겨진 태성이라는 아들이 있다는 소문은 들리지만 태성을 실제로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아들을, 태성을 만날 수만 있다면. 태성과 결혼을 할 수만 있다면. 재인은 그 기회만 노렸고 모네가 엄상무가 아닌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한 순간, 당연하게도 그게 태성이 인줄로만 알았다.
다가가려고 애썼고, 의도적이었지만 싫지도 않았다. 재인은 제 뜻대로 일이 풀리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모든 건 착각이었다.
오히려 모네와 건욱이 재회하는 기회만 만들어주었을 뿐이다.
모네는 건욱을 몰래 만난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어서 건욱을 오빠 태성이라고 재인에게 거짓말을 한 거였고, 건욱은 자신을 태성으로 대하는 재인에게 태연스레 모네의 거짓말을 감싸주기라도 하는 듯 태성인 척 굴며 재인을 놀려댔다.
재인은 처음으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과연 신여사처럼 되고자하는 자신의 희망이, 그 욕망이 정말 가능한 것인지 회의도 들었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혼돈스러웠다.
그러나 건욱에게 욕망을 드러낸 바람에 재인은 뜻하지 않은 지름길을 만날 수 있었다.
태성, 외롭다.
일본으로 떠난 태성은 날이면 날마다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서있다.
나영의 죽음 이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일본에 간 태성에게 홍회장은 여러모로 엄포를 주지만 태성에겐 통하지 않는다.
태성은 외롭다.
아들 둘에 딸 하나, 더 이상 자식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나름 가정적이었던 홍회장이 단 한번 신여사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났었다. 술집여자였지만 여리고 따뜻했다. 홍회장은 짧은 기간이지만 사랑했고 그 사이에 태성이 태어났다.
태성의 존재를 알게 된 신여사는 태성이 달가울 리 없었다.
밖에서 낳은 자식인 주제에 두 형인 태형, 태준, 큰 딸인 태라를 이어 태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자 더욱더 화가 났다. 그래서 태라를 낳고 십여년이 흘러가진 막둥이에겐 ‘태’로 시작되는 글자가 아닌, 형제들과의 이름과 전혀 상관없는 ‘모네’라는 이름을 붙인 거다. 그렇게 해서라도 신여사는 태성이 자신의 아이들과 엮이는 공통점을 줄여보고 싶었다.
신여사 뿐 아니라, 태라와 두 형도 태성에게 정을 주지 않았다.
신여사는 어릴 때부터 조기유학을 핑계로 태성이를 외국으로 보냈고, 태성은 부모가 없느니만 못한 사람처럼 가족의 정이란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외로움의 끝은 파괴다.
남을 파괴하건 자신을 파괴하건, 둘 중 하나의 결과를 가져온다.
태성은 후자를 선택했다.
스스로 철저히 망가지면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나영을 만났다. 따뜻함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서 나영을 지켜주려, 자신과 같은 외로움을.. 평생 부모없이 살아온 나영에게 안겨주고 싶지 않아 이별을 선택했지만 나영은 세상을 떠났다.
태성은 더욱더 망가지기로 결심했다.
그래야 나영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시는 것만 같다.
태성은 요즘 일본 최고의 가수 유코에게 수작을 부리는 중이다.
엄청난 재력을 바탕으로 그녀의 환심을 사려 하는데, 그녀는 녹녹치 않다.
범우, 건욱의 과거에 접근하다.
범우는 나영의 자살에 관련된 일련의 단서들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고아원에 함께 지낼 때 나영이 유독 아끼던 남자아이.
태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첫 번째 단서였다.
그리고 태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아이가 한 때는
나영이 누나가 사귀었던 홍태성이라는 이름을 한 채로 해신그룹에 한동안 입양을 가서 지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해신그룹 진짜 아들인 태성은 이미 일본으로 떠난 상태고, 범우는 그 때 입양간 태성이 파양되어서 고아원으로 다시 찾아온 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걸 떠올린다.
나영은 그 때의 태성과 가끔씩 연락을 했을 거라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범우는 나영의 죽음이 나영의 연인인 홍태성과 해신그룹으로 입양됐다 파양된 태성이란 이름을 가진 아이와 어떤 관계가 있음을 직감한다.
그러나 태성이란 이름을 가졌던 아이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로 갔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고 행방이 묘연하다.
홍회장, 건욱을 일본으로 보낸다.
모네는 홍회장에게 건욱을 인사시킨다.
“아빠, 남자친구에요.”
건욱은 이 날을 기다렸다.
예전에 아빠라 불렀던 사람,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
범우가 찾고 있던 아이는 건욱이었다. 고아원에서 살던 어린 시절, 해신그룹의 잃어버린 아들 태성이 되어 해신그룹 본가에 들어갔던 건욱, 그곳에서의 생활은 너무 황홀했다.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야...
태성을 다시 찾고 유전자 검사로 건욱이 진짜 태성이 아님이 탄로 나기 전까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이 무엇인지 뼛속 깊이 느꼈었다.
건욱은 옛날의 그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건욱을 알아볼 리 없는 홍회장은 막내의 철없음이 짜증난다.
청수그룹과 일찌감치 사돈을 맺은 까닭은 조선업, 그중에서도 특수선박 건조 기술을 교류하기 위함인데 모네는 본분을 모르고 여느 20대 꼬마처럼 행동하고 있다.
엄상무가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그만한 허물쯤은 덮고 살아야 하는 것이 재벌가 안사람의 소임이다.
자신 역시 그랬고, 자신의 아버지 역시 그랬으나 그런 이유로 혼사가 뒤틀린 경우는 없었다.
엄상무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과 모네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은 비중이 다른 문제다.
홍회장은 이번 결혼을 성사시켜야 한다.
홍회장은 건욱을 처리해야 함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회장님이 부르십니다.
옛날, 건욱을 그의 집으로 데려갔던 비서실장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백발이 성성하지만 절도 있고 절제된 언행은 여전하다.
건욱은 이 날을 기다렸다.
예전에 아빠라 불렀던 사람,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
건욱은 옛날의 그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홍회장은 건욱을 회사로 채용하고, 모네의 약혼식을 서두른다.
두 집안의 혼담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하고 결혼을 확실히 해두려는 계획이다.
약혼식이 열리기 전 날, 건욱은 일본 발령을 받는다.
태성의 비서로 가서 그의 그림자가 되라는 명이다.
홍회장은 모네의 약혼을 서두르고 건욱은 미련 없이 공항으로 향한다.
약혼식장으로 떠나던 모네는 차를 돌려 건욱을 뒤따른다.
모네는 물어볼 것이다.
내가 그냥 약혼식을 올리게 둘 거냐고.
보딩게이트 앞에서 건욱은 자신을 찾으려 뛰어다니는 드레스 차림의 모네를 발견한다.
그리고 숨어버린다.
자신이 모네 때문에 일본으로 내쳐지는 것이고, 홍회장의 첫 시험에 통과해야만 해신그룹의 중심부로 들어갈 수 있음을 그는 안다.
모네 때문에 그 시험의 초창기부터 불신의 굴레를 쓰고 싶지 않음이다.
모네는 계속 공항을 뒤지며 건욱을 찾고, 건욱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한다.
“모네가 공항에 있습니다. 약혼식 늦지 않게 데려가세요.”
모네는 보딩게이트 앞에서 건욱을 기다린다.
일본행 비행기의 탑승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무렵 비서실장이 공항에 나타나 모네를 끌고간다.
모네가 포기하고 공항을 나서는데, 건욱이 달려온다.
모네를 안는 건욱, 그리고 뜨거운 키스...
“아까부터 보고 있었어...”
건욱은 마지막으로 그 미소를 남겨두고 보딩게이트 안으로 사라진다.
이로서 건욱은 모네의 마음을 완전히 가지고 일본으로 떠날 수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에 나타난 한줄기 희망처럼, 모네는 결코 건욱을 잊지 못할 것이다.
건욱, 숨겨진 조각들이 드러나다.
건욱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착하고 순진했고, 굳이 남들과 다른 점을 찾는다면 어머니는 도망쳤고, 혼자 남아서 어머니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유일하게 남은 재산인 집을 팔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무능력한 아버지가 세상의 전부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건욱을 백화점 앞에 내려다놓고는 공사판을 떠돌며 하루하루 가까스로 버텨나갔다. 건욱은 백화점을 놀이터마냥 돌아다녔고, 배가 고플 때면 지하식품매장 시식코너를 떠돌며 주린 배를 채웠다. 어리고 눈치도 없던 건욱은 남들이 뭐래도 접시에 있는 음식을 꾸역꾸역 먹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다 못한 백화점 직원이 건욱을 잡으러 쫓아오고 사무실에 숨어든 건욱은 인생을 바꿀 이야길 듣게 된다.
해신그룹 홍회장이 아들 태성이를 찾고 있다고.. 상세한 이야기를 들은 건욱은 집으로 돌아가 그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했다. 건욱의 아버지는 그 다음날 아침, 건욱에게 사실은 건욱이 주워온 자식이며 드디어 진짜 아버지를 찾게 되었다며 건욱의 이름은 태성이고, 건욱이 어제 말한 해신그룹 아들이 건욱이라고 한다. 다시는 나가서 건욱에게 자기 이름이 건욱이란 걸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하며 말이다.
건욱의 아버지는 건욱을 고아원에 몰래 버렸다. 아버지의 말대로, 자신이 태성이라 믿은 건욱은 백화점에서 들은 이야기를 했다. 곧 사람들이 찾아왔고 건욱은 해신그룹에 입성했다.
혹시나 아버지가 거짓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건욱은 유전자검사의 결과마저 확실히 자신을 친자로 가리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 아버진 이제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부잣집 아들인 날 주워와 키웠던 거야.
건욱은 아버지가 한 말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자 기뻤다.
혹시나 자기가 배고플까봐, 좀 더 좋은 집에 가라고 한 거짓말일까봐, 그렇다면 들켜서 쫓겨날까봐 마음 졸이고 있던 생활은 끝났다.
해신그룹 본가에서의 생활은 너무 황홀하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밑바닥에서 정점까지 순식간에 차고 오른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는 뼛속 깊이 느낀다.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야...
홍회장은 막내아들을 아꼈고 신여사는 아주 살갑지 않았지만 그를 존중해 주었고, 이곳에선 건욱을 모두 떠받들어 주었다. 고아원에서 자신을 돌봐준 나영이 누나를 대신할, 착한 태라 누나도 있다.
건욱은 행복했다. 태라가 자기 팔에 상처를 내고 울 고 있어도 건욱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내가 아픈데 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진짜 태성이가 나타났다고 한다.
홍회장은 비밀리에 유전자검사를 다시 의뢰한다.
아니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아니었다.
첫 유전자 검사 때 사용된 머리카락은 태성의 형의 것이었다.
어린 건욱의 영악함에 속았다고 생각한 홍회장의 분노는 컸다.
그래도 1년간의 정 때문에,
아직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꽤 큰 위로금이라도 함께 줘서 건욱을 보내려는 홍회장 앞에.
건욱은 자기가 한 거짓말이 들킨 줄 알고, 고아원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훔쳐듣고 거짓말을 하긴 했었지만 유전자검사결과가 아빠 아들이라고 하는 거 아니냐며 울며 매달린다.
건욱이 유전자검사 때 속인 것에 이어, 홍회장에 대한 모든 걸 알고 거짓말을 했다는 데 더욱 놀란 홍회장은 건욱을 비참하게 고아원으로 쫓아낸다.
건욱은 그렇게 자신을 친아들처럼 감싸던 사람들이
한 순간, 핏줄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함께 살아온 정 따위 모조리 버린 채
매몰차게 돌아서자 암담하다.
잘 보이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었는데...
건욱은 진짜 태성을 멀리서 지켜보며 주먹을 쥐었다.
원장 수녀님의 손에 이끌려 그 집을 나오는 시간, 태성이 그 집으로 들어간다.
짧은 시간, 둘의 시선이 교차된다.
건욱은 그 뒤로도 자주 홍회장 집을 찾아갔다.
그 집에서 나오던 태성을 봤고, 그 집으로 들어가는 태성이를 봤다.
높은 담, 담장 밖으로 보이는 정원수 끝자락, 고아원 대문보다 훨씬 큰 주차장 출입문... 이제는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세계가 됐지만 건욱은 그곳에 두고 온 마음은 가지고 나오지는 못했다.
그날 이후 건욱은 말수가 적어지고 항상 고민에 빠져있는 아이가 된다.
얼마 후... 원장수녀님에게 불려간 건욱은 환영사 준비를 시킨다.
고아원에서 가장 총명하고 공부 잘하던 건욱이었기에
장학금과 구조물품 전달을 하러 오는 외부 손님을 위해 환영사를 읽는 아이로 뽑힌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건욱을 부러워 했지만...
건욱은 해신그룹의 홍회장과 그의 아들 태성을 위해 환영사를 읽어야 하는 자리를 피하고만 싶다.
폭우가 쏟아져 내리던 어느 날 오후
운동장에 서 있던 고아원 아이들은 비를 피해 하나둘 처마 아래로 달려가지만...
단상에 선 건욱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원장 수녀님은 손님들이 언제 도착하실지 모른다며
폭우가 쏟아지는 운동장에 건욱을 그대로 계속 세워둔다.
몇 시간을 그렇게 비를 맞으며 기다리던 건욱 앞에 홍회장과 태성이 탄 차가 도착한다.
건욱은 힘주어 환영사를 읽기 시작한다.
건욱 앞에 멈춰선 차에선... 아주 약간 창문을 내리고 그런 건욱을 바라보더니
이내 원장실로 홍회장과 태성이 들어가 버린다.
환영사를 읽던 건욱은 남들이 찾을 수 없는 건물 뒤로 달려가 울음을 터트린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건욱이었건만...
그날만큼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태성은 숨어있는 건욱을 찾아내 굴욕을 안기고 건욱은 다시 이를 악문다.
저 여자, 나한테 데리고 와봐...
건욱은 망나니 태성의 비서로 온다.
말이 비서지 하는 일이라곤 술값 계산하기, 호텔비 계산하기, 밥 값 계산하기...
그리고 사고 처리하기 등이다.
건욱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돈이 아니다.
건욱은 매일 화려한 일상에 동참하지만 자신의 일상은 아니다.
건욱은 몰래 태성의 옷을 입어본다.
테성의 시계를 차보고,
태성의 차도 몰아본다.
어린 시절, 입양됐다 파양된 그 집 앞에 찾아갔던 것처럼, 건욱은 여전히 그 세계를 놓지 않았다.
몇 건의 사고를 처리해주고 막아주면서 건욱은 태성에게 신뢰를 얻는다.
“넌 닌자야. 난 사무라이고... 넌 평생 나를 지키면서 살아야 돼.”
신뢰를 얻었다 한들 둘은 친구가 아닌 주종관계일 뿐이다.
태성이 유코에게 망신을 당한 후, 일상은 더욱 어그러진다.
그리고 재인을 만난다.
도박장에서 딴 모든 돈을 걸인에게 나누어주는 재인.
태성은 건욱에게 명령한다.
“저 여자, 나한테 데리고 와봐.”
건욱은 재인이 누구보다 태성과 만나고 싶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건욱은 재인도, 태성도 눈치를 채지 않게 둘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한다.
재인은 건욱을 이미 친구처럼 생각하고 있었고, 태성과도 편안한 만남을 이어갔다. 건욱이 또 태성이라는 이름의 남자를 소개시켜 줄 때는 다시 한번 놀림을 받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건욱은 정말 자신이 바라던 태성을 재인에게 안겨주었다.
재인은 못되게 구는 태성이 처음엔 무척 싫었다. 하지만 태성의 마음 속에 있는 쓸쓸한 틈을 보았다. 재인은 해신그룹 아들이라서가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써 태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재인과 진심으로 소통한 태성 역시 스스로를 바꿔간다.
자신의 아픔을 그녀가 공유해주고,
유전병처럼 각인된 외로움이 그녀를 통해 치유되면서 태성은 점점 올곧은 사람이 되어간다.
건욱은 재인에게 끌린다.
목적을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끌리는 것이다.
처음엔 자신과 닮은 모습에 편하게 느껴졌고, 자신과 닮아있지만 밝고 씩씩한 모습에 호감을 가졌다. 태성과 이어주고 난 후에야 건욱은 여자로써의 재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욱에게 사랑은 사치고 낭비다.
모네는 엄상무와 약혼식을 마쳤고, 둘의 약혼 소식은 경제면을 장식하며 화려한 출발을 예고한다.
둘은 미국으로 건너가 함께 생활할 것이며 조만간 결혼식을 올릴 것이다.
모네는 자신의 예정된 운명을 돌리려 한다.
모네가 일본으로 찾아온다.
건욱과 모네는 포옹을 하지만, 건욱의 시선은 재인을 향한다.
재인 역시 건욱의 시선을 느낀다.
다른 여자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
재인은 그 상황이 싫지만 건욱의 눈길을 끝내 외면하지 못한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