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는 사람의 성품을 닮는다. 정성을 다한 마음이 고운 차를 우려내기 때문이다. 한잔의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기다리고 침묵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차는 입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마신다’고 한다. 차를 마시는 것은 자신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행위다. 차는 오래전부터 무거운 번뇌와 집착을 씻어내는 좋은 벗이었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차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구는 다인의 고장이라 할 만큼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역사
유럽에는 차가 16세기에 전해졌지만 동양에서는 BC 3천년경부터 차를 마셔왔다. 자연스럽게 차를 중심으로 한 문화가 발달했고 차를 모르면 동양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게 됐다. 특히 동아시아 3국(한국`중국`일본)의 차문화는 각기 다른 특성을 유지하며 발전했다.
우리나라 차문화 발생에 대해서는 자생설, 수로왕비전래설, 대렴전래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리나라 차문화를 이야기 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대렴이다. 대렴전래설은 삼국사기 기록을 근거로 한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이 귀국길에 차 종자를 가져와 왕께 드렸더니 지리산에 심으라고 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 있다. 그러나 대렴이 차 종자를 가져오기 전인 진흥왕과 선덕여왕 때에도 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시대부터 싹트기 시작한 우리나라 차문화는 고려시대 불교문화가 번성하면서 전성기를 맞는다. 연등회`팔관회 등 국가 행사에 차가 사용되었으며 차 생산을 전문적으로 관할하는 곳도 두었다.
◆분류
차는 색상, 모양, 제조방법, 효능, 산지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분류법이 많고 복잡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분류법은 발효 정도에 따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발효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발효와 다르다. 찻잎에 함유된 주성분인 폴리페놀이 효소에 의해 산화되어 독특한 향과 맛, 색 등을 갖게 되는 과정을 말한다.
발효 정도에 따라 불발효차, 반발효차, 발효차, 후발효차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가 많이 마시는 녹차는 불발효차로 열을 가해 산화효소 성분을 제거한 것이다. 녹차는 제조방법에 따라 증제차와 덖음차로 다시 나뉘어진다. 증제차는 찻잎에 증기를 쏘여 발효를 억제시킨 것이며 덖음차는 솥에 볶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증제차는 찻잎 모양이 곧은 반면 덖음차는 볶는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말려진 형태를 하고 있다. 맛에 있어서도 증제차가 깨끗한 맛을 강조한다면 덖음차는 고소하고 깊은 맛을 낸다.
반발효차에는 백차`화차`포종차`우롱차 등이 있으며 영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홍차는 발효차다. 후발효차에는 황차와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로 유명해진 흑차인 보이차 등이 있다.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차를 구별하기도 한다. 명나라 때 장원이 지은 ‘다록’에는 ‘차를 따는 철이 귀중하다. 너무 이르면 맛이 온전치 못하고 늦으면 신령스러움이 흩어진다’고 되어 있을 만큼 찻잎을 채취하는 시기는 차 맛과 깊은 관련이 있다.
첫물차는 봄, 두물차는 초여름, 세물차는 여름에 수확한 잎으로 만든 차를 말한다. 초가을 경에 잎을 채취한 것은 끝물차라고 부른다. 여름으로 갈수록 차의 질이 떨어진다.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적어지고 떫은 맛을 내는 성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잎의 크기와 여리고 굳은 정도에 따라 세작, 중작, 대작 등으로 나뉘며 산지에 따라 차를 부르는 이름도 다르다. 또 중국에서는 제조방법 등에 따라 녹차, 백차, 오룡차, 홍차, 황차, 흑차 등으로 나누는 6대 분류법이 사용되고 있다.
◆팔공산 차밭
제주도를 비롯해 전남 보성`강진, 경남 하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차밭이 몰려 있는 곳이다. 영하 15℃ 이하의 저온이 3일 이상 지속되면 동사(凍死)하는 차나무의 특성상 이들 지역보다 위쪽에 위치한 곳에서는 차 재배가 안 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대구 팔공산에서도 차가 재배되고 있다. 대구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팔공산 자락인 동구 백안동(백안삼거리 인근)과 도학동(방짜유기박물관 인근), 송정동(파계사 인근) 일대에 5천940㎡의 차밭이 조성돼 있다.
팔공산 차 재배는 2004년 당시 공산농협 조합장이었던 한상일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겨울에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팔공산에서는 차 재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지만 한씨는 팔공산에서 차나무를 재배해 관광자원화하겠다는 생각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대구시교육과학연구원장을 지낸 김종욱씨와 농업인 현성환씨가 동참했다.
이들은 2004년 전남 보성에서 씨앗을 구입해 비닐하우스에서 싹을 틔운 뒤 이듬해 봄 2천600여㎡의 땅에 묘목을 옮겨 심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어린 차나무들이 모두 겨울을 무사히 넘겼기 때문.
재배면적을 점차 늘리면서 지난해까지 4년간 실시한 시험재배도 성공적이었다. 일부 차나무가 동사했지만 방풍벽만 설치하면 동사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재배 3년 만인 2008년 8kg의 차를 첫 수확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5kg의 차를 따는 성과도 거뒀다.
맛과 향도 풍부해 차 애호가들로부터 호평도 얻었다. 2008년 농업기술센터로부터 우수 품질 인증을 받았으며 차 전문가들로부터도 시중에 유통되는 다른 차보다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해에는 대구시농업기술센터도 차재배에 참여했다. 농업인 채희복씨가 도학동에 조성한 1천980㎡ 차밭에 종묘와 부직포 등을 지원한 것. 대구시농업기술센터는 올해 차재배 농가를 더 늘리는 한편 장기적으로 농가의 새소득 작목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차를 팔공산 특산품으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상일, 김종욱, 현성환, 채희복씨와 차를 만드는 홍영기씨는 지난해 녹차보급연구회를 발족시켰다.
한상일씨는 “지구온난화로 차재배 북방한계선이 점점 상승하고 있고 농사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대구에서도 얼마든지 차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온차가 심할수록 농산물의 맛과 향이 뛰어나기 때문에 팔공산 지역은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곳입니다. 대구시농업기술지원센터도 지원을 하고 있어 팔공산 차를 지역 대표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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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팔공산에 녹차밭이 있는줄 몰랐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임정희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