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신라시대의 고찰인 마곡사…자장이 절을 완공한 후 설법했을 때, 사람들이 '삼'[麻]과 같이 빽빽하게 모여들었다고 해서 마곡사라 했다는 이 절은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本寺)로, 현재 충청남도 70여 개 사찰을 관리하고 있는 유명한 절인데, 가을철이면 원색으로 물들인 단풍이 유난히 맑아 보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절이기도 하다.
고복저수지까지 내려온 가을
청주에서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찾아 나선 가을의 천년 고찰 길은, 한적한 시골길을 찾아 나섰기에 한가함과 여유로움을 한껏 안겨준다. 조치원시내 1번 국도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연기군 서면으로 향하는 길이 나오는 데, 이 길은 연기군에서 심혈을 기울여 조성해 놓은 군립공원인 고복저수지 길. 언제나 낚시꾼들로 북적이는 저수지를 끼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가을철 시골길은 코스모스의 하늘거림과 푸른 하늘과의 만남이 한껏 운치를 돋우고, 물가에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 떼는 풍성한 가을을 축복하는 듯이 여유로워 좋다.
어느덧 마곡에도 가을이 젖어들고
시골의 정취를 한껏 마시며 20여분을 달리다 보면, 공주에서 천안으로 향하는 길이 나오는데, 여기가 밤의 고장 공주시 정안면이다. 밤으로 유명한 정안면에서 천안쪽으로 향하다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좌회전을 하면 바로 마곡으로 향하는 길이 나타난다. 풍성한 가을을 맞아 노란 볏논이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산을 타고 내려오는 가을의 정취는 살아있음을 한껏 축복하듯이 한없이 여유롭다.
굽이굽이 길을 타고 나타나는 풍경들이 한없이 새로운 그림을 선사하고, 가을을 맞아 가지가 버겁도록 굵어진 붉은 감과 단풍과의 어울림은 가을의 풍요로움을 가득 안겨주는데, 가을 내음에 반해 다다른 곳은 어느덧 마곡의 태화산…입구엔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이고, 태화산 줄기에 안긴 마곡사는 흐르는 냇물과 산을 타고 내려오는 붉은 빛에 어울려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한적한 사찰에 몸을 맡기고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즐기는데, 사찰 입구부터 시작하여 사찰 전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공사는 사찰의 부(富)를 과시라도 하는 것 같아 오랜만의 여유로움은 순간에 사라진다. 이런 저런 공사판(?)을 피해 가면서, 잠시나마 마곡사의 가을 맛에 젖어 지난해의 마곡의 추억을 그리며 성급히 사찰을 나선다.
낙엽을 타고 내린 가을은 어느덧 시냇물에도
맑은 골바람은 어느덧 늦가을을 재촉이라도 하는 듯한데, 그럴 듯한 많은 밥집들은 어느 집을 택해야 후회가 없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지만, 오늘도 여지없이 후회를 하면서 산채비빔밥으로 허기를 메운다. 가을의 따가운 햇살을 뒤로 하고, 마곡에서 우성면을 지나 공주시 장기면 “영평사”를 찾아 발길을 재촉한다.
구절초로 단장한 영평사 전경
오월 단오에는 다섯 마디가 되고, 구월이면 아홉 마디가 된다하여 구절초라고 한다는 구절초 축제로 유명한 공주시 장기면 장군산 기슭의 “영평사”…장기면에서 영평사로 향하는 길에 들어서자 길손을 반기는 수많은 구절초 꽃의 하늘거림은, 초겨울의 언덕에 흩뿌려진 진눈깨비를 연상케 하는데, 영평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구절초의 행렬은 영평사 스님들의 노고인가 자연의 노고인가?
장군산 기슭에 자리한 영평사는 입구에서부터 하얀 구절초꽃으로 휩싸여 있으니, 마치 하얀 눈 위에 한 폭의 그림이 자리한 것 같아 한 나절의 가을 나들이는 오늘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하얀 꽃에 젖어 한참을 헤메다 눈이 머문 곳은 사람들의 행렬인데, 아직도 점심 무렵인지라 점심공양 행렬이 아닌가?
늘 맛을 보지 못해 아쉬워했던 영평사 점심공양
작년에도 맛을 보려 했는데, 시간을 맞추지 못해 서운해 했던 국수행렬 꼬리에 붙어 오늘은 기어이 맛을 보겠다고 나섰다. 커다란 솥을 세 개나 걸어 놓고 장작불로 끓여내는 국수의 양은 대단함을 자랑하니, 여기에 열무김치를 섞어 먹는 절집의 국수 맛은 그런대로 꽃밭에서 먹는 국수, 절집의 장독대 위에서의 국수 맛으로 장관을 이루는 멋진 그림이었다.
풍성한 가을날 오후, 은은한 절집 소리에 젖어 꽃밭을 거니는 한가로움은 일상에서의 번거로움을 훨훨 떨쳐내고, 살아있음의 즐거움을 잠시나마 찾을 수 있는 나들이로는 제격이었다.
첫댓글 좋은 여행하셨습니다. 산사에서의 국수 더욱 맛있어 보이고 부부의 금슬 참으로 부럽소이다... (난 토욜 새벽길로 설악산 대청봉(1702 M) -9시간 산행을 했다오.)
무릎통증 핑계로 주말마다 방콕생활을 했는데, 이젠 가을맞이하러 나다녀봐야겠다. 여행기와 멋진 사진 잘 둘러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