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사드립니다.
현재 강동송파 관내 묘곡초등학교(오언석 교장선생님)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직 경력은 27년째고 서울교대 28회 졸업, 나이는 마흔 아홉입니다.
제가 서신으로 먼저 소식을 전하는 것은 미동초등학교와의 인연 때문입니다. 태권도부에서 태권도를 시작한 것은 교대 1학년 재학부터입니다. 당시 이규형 사범님(1972년~2005년 미동에서 태권도부의 위상을 높이고, 이후 대구에 있는 계명대 태권도 교수로 퇴임, 잠시 국기원 원장을 하시고 현재 전 세계에서 요청하는 해외 세미나 활동을 하심)께서 왕성한 활동을 하셔서 대학 다니는 동안 태권도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교대 졸업 후에 가락초, 방산초, 신양초까지 교사 생활 하면서 미동초 태권도부 부사범으로 소속하여 주말이나 방학 중에 미동초에 들러서 시범활동 준비를 지원하였습니다. 사범님께서 계명대 교수로 가시면서 저 역시 미동초에 발길이 뜸해지면서 최근 몇 년 동안은 매년 2월 토요일에 진행하는 태권도부 졸업식에도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정영준 사범님께 들으니 교장선생님께서 작년에 부임하셨다는데 졸업식 때라도 인사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현재의 미동 체육관은 사연이 각별합니다. 그곳에서 86아시안게임, 88서울울림픽 개막식 태권도 시범을 준비하고, 전 세계 귀빈들이 오셔서 국위선양을 한 인연으로 지어진 태권도 전용도장입니다. 모두 이규형 원장님의 희생이 아니었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원장님은 미동을 떠난 이후로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고 계십니다. 지금도 원장님께 교육받고자하는 전 세계 수련자들이 많아서 외국에 자주 나가시지만, 국내에서 수련장소가 마땅치 않아 원장님께서 도장을 물색 중입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는 저와 가까운 제자들 입장에서는 연세(현재 72세)도 있으셔서 도장을 마련하기 보다는 기존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하에 미동초와 한국체대 등 몇 곳을 사전 조사하고 있습니다.
미동은 원장님께서 72년 군인 시절부터 예순을 바라보기까지 세계 태권도 교육의 요람으로 만드셨습니다. 원장님께서 어떻든 지원만 하시지 일체 간섭을 하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신께서 혹시나 조금이라도 폐를 끼치지 않고자 차마 말씀을 하시지 않습니다. 미동에서 원장님께 작은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어떨까요?
제자들도 조심스러워 원장님의 대강의 의중만 확인하고 교장선생님께 문의드립니다. 만약에 체육관을 사용한다면 현재 태권도부 교육 시간과 겹치지 않게 일요일 오후2시~5시 정도로 한달에 한번 정도일 것입니다. 체육관 시설 사용료는 행정실을 통해서 내도록 하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을 뵙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원하신다면 미동 사범님으로 계신 정영준 사범님과 함께 해도 좋습니다. 원장님 제자 중 대학의 정교수만 해도 7명 있습니다. 그중 가장 연장자가 정재환 교수(조선대 태권도학과 학과장)인데, 교장선생님께서 원하신다면 배석할 수 있습니다. 조선대가 광주에 있어 금요일 오후 시간에 가능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부장도 맡지 않고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이번주는 학부모 상담 주간이라 수요일만 오후에 조퇴 가능합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일단 저만 허락하시면 이번 주 수요일이라도 뵙고 싶습니다. 다음 주는 어느 요일이든 괜찮습니다. 연락주시면 따르겠습니다.(제 핸드폰 번호는 010-8935-8900입니다.)
아래 편지는 제가 원장님께 수련 모임을 제안한 편지입니다. 물론 원장님께선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입니다.
그럼 이만 글 줄입니다. 미동초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묘곡초 교사 민기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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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전무후무할 오직 하나뿐인 사범님께
이제야 결행할 수 있는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몇 년간 홀로 자유롭게 사유 실험한 것이 이번에 원장님의 이사로 인한 우연한 계기로 다시 원장님 말씀을 들으면서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이 일은 제가 할 수 있고, 도울 수 있으며, 신명나게 할 수 있고,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며, 제자들 모두가 기뻐하고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동안 전화로 오가다 어제 만나 확인했던 정재환 교수님께서도 저보다 더 구체적으로 사범님께서 행복하게 일을 펼치실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찾고 계셨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강요나 부담으로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원장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를 것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어제 밤에 댁에서 나와서 최재도 관장님과 차 안에서 마음 속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제대로 된 부사범을 만나지 못해서 원장님께서 힘드셨다고 자책까지 하셨습니다. 저 역시 지난 몇 년간 원장님께 연락도 드리지 않은 것이 제자로서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뵈면서 저는 이 상태로 원장님을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그래서 결행하고자 합니다.
우선 원장님께서 이번 기회에 국기원장을 나서지 않겠다고 하셔서 앞으로 3년간 원장님께 창조적인 시간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이 기간 동안 태권도 사범으로서 교육자적인 면모가 풍부하게 살아나는 원장님 전기에 도전하겠습니다. 서두에 “前無後無전무후무”라는 수식은 제가 전공하는 교육학의 관점에서 사범님의 교육적인 면모를 풀어내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사실일 뿐입니다. 제가 우선 쓰면서 <태권도 교육> 모임에서 함께 읽으면서 평가받고자 합니다. 다른 제자분들께서 제 글에 빠진 부분을 제안하시고 써 주신다면 제가 늘 궁금하게 생각했고, 많은 사범님들이 궁금해하는 원장님의 진면목이 조금은 드러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최종적인 책임과 권한은 사범님께 귀속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제가 겨울방학 전까지 목차 구성을 하겠습니다. 제가 사범님께 감사하는 일은 수없이 많지만, 사범님께서는 도장에서만큼은 남녀노소, 신분 고하의 차별 없고, 물질과 돈을 초월하여 교육애를 나누셨습니다. 제가 사범님께 받은 사랑을 돈으로 바꾼다면 집 한 채 이상이라고 말씀드렸던 것은 그만큼 사범님께서 베푸신 이익이 크신 것입니다. 사범이 업이 아닌 제가 그러한데 원장님의 제자로서 태권도 역사에 굵직한 한 획을 그을 많은 사범님들께 얼마나 큰 복을 베푸셨을까요? 원장님께서 건강하게 오랫동안 지켜보신다면 제자들의 활약상에 지난 세월의 희생을 보람의 희열로 받으실 것입니다. 제자들의 책이 아니라 사범님의 책으로 내야 하는 까닭은 원장님께서 여전히 교육하시는 사명이 있으시기 때문입니다. 다음 국기원장 나가시기까지 3년간은 부족한 제자들을 일깨우는 도장에서의 사범님을 보고 싶습니다.
저는 20대 초부터 원장님을 뵈어 원장님의 말씀과 실천하심을 기준으로 삼아서 사람들을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원장님께서 교육하시는 장소와 시간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습니다. 감동과 감격의 시간 속에 마치 도장이 경건한 교회와 성당 같은 분위기로 변하는 것은 저만의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지난 30년 동안 제자들 모두 함께 확인했고 여전히 기대하는 것입니다. 원장님께서 도장에서 교육하시면 모두 제자들에게 복덕이 주어집니다. 거듭 강조하고 확인하지만 제자들간에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어떠한 강요나 부담을 지우지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저는 체육관 운영을 업으로 하지 않고 이해관계를 벗어난 경우이고. 오로지 수련과 교육, 태권도와 품새 연구, 논문 지도와 관련하여 모임이 순화될 수 있도록 소리 없이 움직이겠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원장님은 물론 수련생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조그마한 문제라도 있으면 제게 야단쳐 주십시오. 저는 사범님의 엄격하신 야단이라도 고맙게 받아들일 나이가 되었습니다. 고치면 그만큼 제게 이롭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어린 마음에 부사범들이 야단 맞을 때 두려우면서도 부럽기도 했습니다. 사범님께서는 제가 버릇없거나 큰 실수를 했는데도 야단은커녕 한번도 싫은 소리를 하신 적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적어도 3년간 <태권도 교육> 모임에서 부사범으로 야단을 맞고 싶습니다. 제게 실질적인 부사범의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어제 정재환 교수님과 대화에서 구체적으로 교육 장소를 10월까지는 알아보고 결정짓고자 했습니다. 원장님께서 기뻐하실 소식이 빠르면 중국 다녀오신 이후에 다가갈 것입니다. 우선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오후 2시에 만나 두 시간 수업하고 4시부터 5시30분까지는 한 켠에서는 운동도 하고,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연구 과제 관련하여 원장님께 지도받고 서로 소식도 전하는 담소를 나누는 시간도 떠올려보았습니다. 물론 바쁜 분들은 수업만 마치고 가실 수도 있고, 정담을 더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저녁 식사까지 함께 하실 수 있도록 열어두겠습니다. 최재도 관장님께 이 애기를 전했는데, 얼굴이 환해지셨습니다. 일이 많아지고 힘들어지면서 원장님께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도장은 잘 되지만 아래 부사범들이 들쭉날쭉하여 고민이 많으셔서 함께 꼭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원장님께서 임하시면 어떤 도장이라도 정상화될 것이라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꿈의 도장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한 달에 한번일지라도 지속적으로 밀도있게 진행된다면 예전의 국가대표시범단 제자들은 물론 현재 미동초의 영준 사범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시는 서울, 경기권의 이름 모를 사범님들, 흰띠 매고 처음 참여하는 어린 제자부터 고단자까지, 남녀노소 누구든 참여하여 교육공동체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원장님의 전기 역시 이 모임에서 숙고되고 퇴고하여 소중한 책으로 태어날 것입니다. 제게 부사범의 지위를 허락해주시면 제가 원장님께 새 생명을 받은 감동을 원장님께서 편안하게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는 제가 원장님께 야단 받을 기회입니다. 그래야 저도 성장하는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이번에 이런 일을 계획하고 마음을 굳힌 것은 “원장님 인격의 신비”와 관련합니다. 제가 교육학을 마흔 넘어서 몰두하면서 한때 남들에게 애기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기면서 대화가 단절되는 고독에 휩싸였습니다. 심지어 사범님과도 쳇바퀴 돌 듯 대화가 끊어지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삼사년 제가 연락드리지 않는 불상사가 초래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 지식의 함정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제가 알량하게 의지했던 교육학 지식에 갇혀 원장님 인격 전체를 재단한 것이었습니다. 그 사이 원장님께서는 더욱 성스럽게 변모하신 느낌입니다. 제가 성장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원장님께서는 태권도 수련처럼 끊임없이 인격을 도야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귀가 조금 열리는 듯합니다. 원장님께서는 제가 책에서 읽었던 수많은 성자와 영웅을 실제로 구현하시는 분으로 제가 살아있는 이야기로 최초로 기록하고 싶습니다. 많은 기록을 알려주십시오. 책으로 공표되기까지 철저히 비밀로 할 것입니다. 최초의 기록자가 되고 싶습니다. 간절할수록 글로 나오지 않을 수 없기에 매주 금요일 저녁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셔야 합니다. 물론 제가 질문을 구체적으로 드리겠습니다.
원장님께 마지막으로 부탁드리는 것은 원장님의 건강입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한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늘 하신대로 드시고 운동하시고 연구하시면서 <태권도 교육> 모임에 오시면 제자들 모두 만세를 부를 것입니다. 미동의 옛 제자들과 자녀들, 원장님을 쫓는 사범이 되어 도장의 제자들과 함께 참여하고,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용기있게 참여하는 무명의 청년 세대가 모두 모여 기합을 토하는 교육의 용광로를 기원합니다. 원장님의 허락을 懇求간구합니다.
2019년 9월 14일 토요일 묘곡초 교사 민기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