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여행기

[정광수]

코타키나발루 여행

정광수

올 2월 쯤 입대 예정이던 윤식이[윤식이는 이미 지난 2월 4일 입대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논산에서 열심히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를 위해서 가족들이 추억여행을 마련해 주기로 계획을 한 건 지난 해 가을쯤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희중희 지원금과 법인지원금이 딱 겹쳐 맞아 떨어지는 해이기도 하고, 또 겨울방학 중 신입생 애들 수업도 하고 하니까 그럭저럭 여행비도 해결되어 잘 되었다 싶었고…. 집사람은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 말레시아의 코타키나발루로 가자고 했다. 예전에 임승규 선생님을 비롯한 뫼올 산악회 선생님들이 이미 다녀오셔서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높다는 키나발루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준 바가 있어 낯선 곳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정보가 있었던 곳도 아니었다. 집사람은 나름대로 이곳저곳 알아보고 여행사와 계약을 하는 등 일을 진행해 나갔고….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가 있는 말레시아 반도가 아니라 대부분이 인도네시아 영토이자 밀림지역인 보루네오 섬의 북쪽에 위치한 말레시아 영토 중 사바(Sabah)주 동북쪽에 위치한 휴양도시이다. 어릴 적 살았던 인천의 만석동에는 대성목재라는 큰 목재회사가 있었는데, 매일 그 회사로 어마어마한 나무들이 큰 트레일러에 실려서 끝없이 들어가던 기억이 있는데, 어른들은 그 나무들이 모두 보루네오에서 가져온다고 했었다. 집사람은 바로 그 보루네오 섬으로 가자는 것이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그 곳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하면서…. 특히 ‘싸돌아다니는’ 여행을 ‘지겹도록’ 다닌 아이들은 이제는 ‘한 곳에서 푹 쉬면서 휴양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던 차에 잘 됐다 싶기도 했고….

[코타키나발루 위치]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말레시아로의 여행에 나서기 전에, 이번 여행 중 알게 된 말레시아에 대해 몇 가지 사실들을 우선 알아보고 가자.

1. 말레시아와 우리나라는 시차가 1시간이다. 그러니까 시차걱정은 안 해도 된다.

2. 말레시아는 회교 국가다. 그러니까 술은 공항 세관에서 다 몰수되거나 아니면 세금을 왕창 내야한다. 그렇지만 말레시아는 중동 국가들 같은 갑갑한 회교 국가는 아니고, 무척이나 개방적이다. 비싸기는 하지만 관광객들은 술을 살 수도 있다. 여자들은 이슬람의 상징인 히잡을 결혼 전에는 아버지, 결혼 후에는 남편 등 남자들이 안 써도 된다고 하면 쓰지 않아도 된다. 또 이슬람 이외의 종교도 금지하지 않는다. 단 이슬람교도와 다른 세율을 적용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르게 살겠다고? 그래, 그럼 세금이나 더 많이 내…’ 뭐, 이런 식이라는 거다.

3. 말레시아는 링깃(Ringgit; MR[자국 내에서] 혹은 MYR[외국에서]로 표기)을 쓴다. 1링깃은 약 300~350원 정도이며, 말레시아 내에서 1달러를 통상 4링깃으로 계산하면 된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지폐의 모델이 다 다른 우리나라와 같은 일반적인 지폐와는 달리 말레시아의 모든 지폐에는 초대 국왕인 툰구 압둘라만의 초상만이 그려져 있다.

[말레시아 100링깃]

참고로, 오늘 날의 말레시아를 만들어낸, 말레시아의 국부(國父)로 추앙받고 있는 것은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22년간 총리직을 맡으며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시아 맹주로 키운 마하티를 빈 모하맛 총리다. 싱가포르 리콴유 전총리와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정치인인데, 놀랍게도 22년간의 통치를 끝으로 물러나려고 했을 때 전국적인 데모가 있었다고 한다…. ‘왜 벌써 그만두려 하십니까, 더 해 주십시오!’ 하는, 우리 역사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빈 모하맛 총리]

4. 말레시아는 철저한 영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쉽게 말해서 모든 것에서 돈을 내야한다. 우리로서는 정말 황당한 경우지만, 심지어 쇼핑몰에서 화장실을 갈 때도 돈을 내야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음식점에서 추가로 뭘 시키면 당연히 돈을 낸다.

5. 자동차가 영국과 일본에서와 같이 왼쪽으로 다닌다.

6. 그러다보니 길거리에는 온통 일제차들만 다닌다. 우리나라 차도 지나다니긴 하는데, 운전석 위치 때문에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더군다나 고장이 나서 AS를 받아야 할 경우에는 부품을 영국 등지에서 역으로 수입해다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더더욱 그런단다.

7. 우리는 잘 몰랐지만, 말레시아는 당당히 아시아 4대 자동차 생산국가다. Perdua, Proton등 양대 자동차 회사들이 차를 생산하는데, 미쓰비시 기술을 그대로 전수받아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모양은 거의 일본차와 같고, 동남아시아나 동구권 등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길거리에 서 있으면 마치 일본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8. 말레시아는 동남아 국가니까 물가가 저렴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면 큰코다친다. 국민소득이 $17,000이 넘는 중진국이다. 특히 관광지에서의 물가는 거의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더군다나 말레시아는 철저히 자국민 위주의 물가 정책을 펴고 있는데, 예를 들어 자국민이 1,000원 낼 거면 관광객들은 5,000원을 내야하는 식이어서 그냥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살 때와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9. 말레시아는 영어식 알파벳을 쓰기 때문에, 읽는 데 있어서는 다른 동남아 간판에서 느끼는 황당함은 없다. 단, 영어 단어를 자기 식으로 표기한다. 예를 들어 bus를 bas, police를 polis 뭐 이런 식이고, 자기네 말은 알파벳을 이용해 그냥 표기하고 있다.

10. 코타키나발루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우리나라 어지간한 항공사들이 다 간다. 그러니까 자신이 편리한 시간과 비용에 맞춰 골라 타면 된다.

A. 여행 첫 날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인천공항 - 코타키나발루 - 숙소(Nexus Resort)

우리가 이용하기로 한 것은 저가항공인 이스타항공. 4인 가족 왕복으로 따지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선택했을 때보다 몇 십 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그 돈으로 현지에서 한 가지라도 더 체험하는 게 낫다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 비행기 시간은 저녁 8:35분. 비행시간은 5시간이지만, 거기가 우리보다 한 시간 늦기 때문에 현장 도착시간은 0:50[-1시간]분이다. 돌아올 때의 비행기 출발은 새벽 1:50지만 인천 도착시간은 7:55[+1시간]이다.

인천공항에서 메이저들은 모두 본청사에서 출발하지만, 외국항공사들이나 저가항공 비행기들은 신청사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이 두 청사를 연결해 주는 셔틀 기차를 타고 옮겨가야 한다.

[본청사와 신청사를 연결해주는 셔틀기차 안에서]

이번 여행을 계획하고 예약한 집사람은 정작 여행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두 주 전에 집사람은 교육청에서 선발한 미국 서부 시찰단에 뽑혀 미국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욕실에서 넘어져 갈비뼈를 다치는 바람에 정작 자신은 이번 여행에 참가할 수 없었던 거다. 그래서 졸지에 효도여행이 되어 버렸다. 집사람을 대신에 어머님을 모시고 가기로 한 것. 그래서 연주와 윤식이, 어머니 김송자 여사님, 그리고 나, 이렇게 3대가 함께 가는 여행이 된 거다.

[이스타항공기 실내는 온통 그림 스티커들이 붙여져 있다.]

비행기 시간에서 알겠지만, 첫 날은 그냥 코타키나발루에 가서 자는 것 밖에는 다른 활동을 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우리는 어떤 정신 나간 여자가 우리 가방을 자기 거로 착각해서 들고 가는 바람에, 그 여자 가방을 가지고 1시간 반 가량을 가방 찾는 데 허비하는 바람에, 현지 시간으로 새벽 3시나 돼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물론 단체로 온 그 여자, 외국 여행에 들떠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사람 참 피곤하게 만들었다.

참, 여기서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숙소 소개 좀 하고 넘어가야겠다.

코타키나발루에서 묵을 수 있는 숙소는 크게 호텔형과 리조트형으로 나눌 수 있다. 호텔형은 말 그대로 우리가 흔히 시내에서 보는 호텔형인데, 여기 숙소 개념에서는 B급으로 보면 된다. 시내 복판에 있는 Horizon Hotel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리조트형은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형으로, 보통 골프장과 해변을 끼고 있어 우선 ‘그림’이 좋다. 대표적인 리조트들로는 수트라하버 마젤란(Sutera Harbour Magellan Resort), 넥서스(Nexus Resort Karambunai), 샹그릴라 라사리아(Shangri-La's Rasa Ria Resort)와 상그릴라 탄중아루(Shangri-La's Tanjung Aru Resort) 등이 있다. 수트라하버 마젤란은 가장 최근에 지어졌고,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또 해양 스포츠의 천국인 툰구 압둘라만 해양국립공원으로 가는 쾌속보트들이 출발하는 포구를 끼고 있는 등 편리한 면이 있지만 매립지 위에 세워진 것이라서 다른 리조트들이 가지고 있는 Beach가 없다는 흠이 있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샹그릴라 라사리아와 샹그릴라 탄중아루인데, 공항 근처인 탄중아루와는 달리 라사리아는 시내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한 시간 가량 달려가야 할 만큼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시내를 오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탄중아루와 착각해서 예약했던 사람들은 현지에 와서 황당해 한다고들 한다. 우리가 머문 곳은 넥서스인데, 여기도 공항에서는 차로 35~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떨어져 있지만, 그림 같은 해변이 있어 우리 가족 모두 만족해했다. 더군다나 길지 않은 이동 중에 유원지가 아닌 일반 말레시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볼 수도 있고, 차에서 잠시 쉴 수도 있어, 내 개인적으로는 넥서스를 강추한다.

[NEXUS 리조트의 모습]

B. 여행 둘째 날 (2013년 1월 24일 목요일): 툰구 압둘 라만 해상공원 (Mamutik 섬)

우리가 머문 곳은 Nexus에서도 5 Block 2층에 위치한 바다 풍경이 보이는 방이다. 방을 두 개를 썼는데, 마침 두 방은 벽에 난 문을 통해 서로 통해 있어, 우리 가족은 마치 큰 방 하나를 쓰는 것 같이 편리하게 쓸 수 있었다. 만일 Nexus를 예약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5 Block이나 6 Block에 있는 2층 방으로 예약하라고 권한다. 여기에서는 야자수가 하늘거리는 푸른 잔디밭 너머에 있는 파도 소리 넘실대는 바다를 베란다에서 볼 수 있어 금상청화기 때문이다.

[객실 그리고 베란다에서 바라다 본 풍경]

현지 가이드의 말처럼, ‘시끄러운’ 새들의 지저귐에 잠에서 깨어났다. 마치 녹음 방송을 틀어주는 듯 온갖 종류의 새들이 새벽부터 지저귀고, 창밖에 아련하게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새벽에 늦게 잠들었음에도 기분 좋게 잠에서 깨어났다. 아이들도 일으키고 해서 본관 1층에 있는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식당까지는 잘 정비된 그림 같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서 5분 정도 걸으면 되는데, 정말 주위 풍광이 장난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이국적(exotic)’이다. 더군다나 식당 근처에 있는 연못에는 왕도마뱀들이 살고 있는데, 아침이면 일광욕 겸, 잔디밭으로 기어 나와 식당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데,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볼거리다.

[연주와 윤식이가 왕도마뱀과 함께 걷고 있다]

식당은 뷔페식으로 되어 있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챙겨 먹으면 된다. 식단은 일반적인 관광지에서 보는 Breakfast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말레시아 음식들이 간간이 섞여 있어 이를 함께 맛 볼 수도 있다. 직원들도 너무도 친절하고, 음식도 괜찮은 편이다.

 

[식당 내부와 외부 모습]

오늘은 해양스포츠를 즐기러 가는 날이다. 아침을 먹고 라운지에서 우리를 데리러 온 가이드를 만나서 시내에 있는 마젤란으로 갔다. 오늘 우리가 갈 곳은 코타키나발루 앞 남중국해 바다에 있는 툰쿠 압둘 라만 해양국립공원(Tunku Abdul Rahman Marine Park) 이다. 이 해양공원은 5개의 섬으로 되어 있다. 제일 북쪽에는 가장 큰 GAYA섬이 있고, 그 아래쪽에 SAPI, MANUKAN, MAMUTIK, SULUG 등 네 개의 섬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데, 원래 주로 SAPI 섬으로 들어갔었지만, 훼손이 심해서 지금은 관광객들을 MAMUTIK 섬으로 데려간다고 한다.

 

[마젤란 옆에 있는 보트 터미널로 가는 길. 온갖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MAMUTIK 섬까지 오가는 보트들은 말 그대로 날라 다닌다. 10여 명을 태우는 배에 커다란 엔진을 두 개나 달아 그 힘이나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애초 탈 때 노약자는 배 뒤편으로 가서 앉으라고 한다. 달리는 내내 앞쪽은 계속 높이 치솟았다가 수면으로 떨어지면서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물론 파도가 너무 일어서 물방울이 승객들을 덮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15분쯤 달리면 섬에 닿는다. 그래도 한 가지 기특한 게, 모든 승객들에게 반드시 구명조끼를 입히는 것이다. 감시가 삼엄하단다. 물론 ‘귀찮으시면 그냥 걸치고라도 계세요….’ 뭐 이러긴 해도 말이다.

[Mamutik 섬에 도착해 나무로 되어 있는 PIER에 선 남매]

산호모래 섬인 Mamutik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할 수 있다. 스노클링은 기본이고, 패러글라이딩, 스쿠버다이빙 뿐 아니라 산소 공급 장치를 쓰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 산책하는 Sea Walk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보통 점심 비용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점심때가 되면 해변에는 현지인들이 마련한 점심 뷔페가 차려진다. 그러나 맛은 그다지…. 그런데 한 가지. 점심에 나오는 삶은 옥수수 조각들은 꼭 갈무리 해 둘 것. 강원도 옥수수보다는 맛이 싱거워 별로 내키지 않지만, 그래도 이걸 가지고 스노클링을 해야 물고기들과 제대로 사귈 수 있다. 산호 위를 떠도는 물고기들에게 밥으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주는 삶은 옥수수 조각을 몇 개나 가지고 들어가 물에서 나올 줄 모르고 스노클링의 진수를 맛 봤다. 아쉬운 건, Sea Walk를 신청해 놨는데(1인당 80불),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오늘 거의 모든 수상 스포츠 활동이 다 취소되어 버렸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TV에서 나오는 그 장면이 너무 흥미로워서 꼭 해보려고 했는데, 정말 아쉽다.

 

 

[1월 한겨울에 맞보는 여름 바다. 이것만으로도 신나는 경험이 된다.]

실컷 여름 바다를 만끽하고, 점심도 먹고, 바닷가 산책도 하고…, 그렇게 하루를 Mamutik에서 보내고 다시 쾌속 보트를 타고 Magellan으로 돌아와 준비된 차량으로 Nexus에 돌아 왔다. 새벽에 도착해서 컴컴할 때 들어가고, 오늘도 아침에 피곤한 상태에서 Mamutik으로 가야해서 잘 몰랐지만, 저녁 일찌감치 돌아와 여유를 가지고 돌아다보니 이제야 Nexus의 여러 모습들이 눈에 들어 왔다. 커다란 골프장이 남쪽으로 펼쳐져 있고, 북쪽 바다 쪽으로 숙소가 마련되어 있는 데, 그 중에서도 우리가 묵고 있는 5, 6, 7 Block은 베란다가 북으로 나 있어 자연스럽게 바다를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물론 구태여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아도 리조트 안에서도 나름대로 즐길 수 있다. 헬스나 탁구장 같은 체육시설도 있고, 자전거도 탈 수 있고, 하루에 몇 가지씩 리조트 자체 이벤트도 있어 거기에 참가하면서 현지 생활도 맛 볼 수도 있고, 숙소에서 잔디밭 너머 30m 밖에 있는 해변에서 바다를 만끽하다가 피곤하면 그늘에 놓여 있는 기다란 비치 체어에 누워 쉬기도 하고, 배고프면 식당에서 밥 먹고. 저녁에는 바에 들러 즐기고…, 그렇게 게으름을 만끽하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건, IT 강국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갑갑함이다. 보통 공항에서 데이터 차단 로밍을 하고 오기 때문에 WiFi가 아쉽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큰 휴양지에서도 오직 중앙 로비에서만 WiFi가 비교적 가능하고, 방에서는 정말 어쩌다 잡히다가는 금방 끊기곤 한다. 그러니 웃지 못 할 진풍경 하나. 식사 후 사람들은 하나 둘 2층 로비로 모여 소파에 죽치고 앉아서 핸드폰에 빠져 있는 모습. 우리가 얼마나 IT 강국인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 된다.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혼자 집에 남아 아파하고 있을 집사람이 안부가 걱정되어서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동안 저녁이면 로비에서 집사람과 카톡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C. 여행 셋째 날 (2013년 1월 25일 금요일): Kellybay(혹은 龍尾灣)

오늘은 선택 관광의 날이다. 전 날, 사람들은 가이드에게 자신이 원하는 선택관광 상품을 알려주었다. 물론 원치 않는 사람들은 그냥 숙소에 머물면서 하루를 보낼 수도 있고, 시내 관광을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것은

1. 클리아스 리버 투어, 속칭 반딧불이 투어: 이는 점심을 먹고 오후에 시작하는 것으로, 정글을 가로지르는 강을 따라 올라 저녁을 먹고 맹글로브 숲에서 활동하는 반딧불이를 보는 것인데, 주로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팀에게 인기 있는 상품이다.

2. Kellybay 혹은 용미만(龍尾灣) 투어: 우리나라 김포 쪽 한강처럼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있는 만에 배를 타고 들어가 하루를 보내는 것인데, 이곳의 아래쪽은 강의 하구, 100m 위쪽으로는 태평양 바다가 펼쳐져 있는 독특한 지역이다. 일단 신청해서 돈을 내고 들어가면, 그 안에 있는 모든 시설을 맘껏 이용할 수 있어 인기다. 점심도 포함되어 있다.

3. 키나발루 국립공원 투어: 물론 4,095m 키나발루 산 정상을 오르는 등산은 아니다. 일반인들이 갈 수 있는 산 중턱 베이스캠프까지 가서 사진 찍고, ‘캐노피’라는, 겁나게 높은 나무위에 연결된 5개의 줄사다리를 건너는 모험(?)을 하고 돌아오는 건데, 어떤 이들은 키나발루 산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추천하기도 한다. 참고로 키나발루 산은 이런 식으로는 갈 수 없다. 최소한 1박 2일은 걸리는데, 문제는 숙박할 대피소에 자리 잡는 것. 워낙 유명한 산이라 최소한 2개월 전에 예약을 통해 자리를 확보한 다음 등산 여행사를 통해서 여행을 계획하고, 현지 가이드와 함께 1박 2일 등산을 한 다음 시내에서 1박 2일정도 관광을 하는 코스가 일반적인 키나발루 등산 코스라고 한다.

4. 그 외에도 Marimari Culture Village나 Rafting, 바다낚시, 혹은 Sunset Cruise 등도 인기 있는 선택 관광 상품들이다.

우리는 그 중에서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하루를 맘껏 즐길 수 있는 Kellybay Tour를 선택했다. 1인당 $60. 점심 뷔페 포함이다. 여기서는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이 하루 종일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다. 바나나 보트를 타고 싶으면 강가에 있는 식당 겸 베이스켐프 바로 아래 바나나 보트장으로 내려가면 기다리던 현지인이 바나나 보트를 태워주고, 조용히 혼자 혹은 파트너와 카약을 즐기고 싶으면 거기 놓여 있는 카약을 누구에게 허락받을 필요도 없이 그냥 타고 나가 맹글로브 숲으로 둘러 싸여 있는 강을 탐험하며 즐기면 된다. 또 원숭이 사냥에 쓰이던 독침인 Bloodpipe를 쏘고 싶으면 거기에 가서 쏘면 되고, Half Surfing[사람이 일어서서 타는 큰 보드가 아니라, 바다쪽으로 들어가서 파도를 만나면 돌아서서 올라타 엎드려서 파도를 타고 해안으로 돌아오는 작은 보드. 따로 연습도 필요 없이 누구나 탈 수 있다]을 하고 싶으면 바닷가에 가서 거기 마련되어 있는 보드를 가지고 바다로 들어가면 된다. 이도 저도 다 싫으면 그냥 바닷가 그늘에 묶여 있는 해먹에 누워 실컷 게으르게 잠을 자도 되고…. 또 현지인들의 수건 공예의 일종인 Batik 체험을 해 봐도 좋구요. 바틱은 현지인들의 머플러 같은 건데, 현란한 색이 돋보입니다. 보통 관광객들을 위해 린넨에 촛농을 이용해 밑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그 바탕 그림에 자신이 원하는 색을 칠한 후 말렸다가 돌아 갈 때 가지고 나온다.

 

[Kellybay 입구 표지판에서 오누이/ 선착장을 오가는 집 모양의 띠 배]

 

[ 바틱 체험하고 있는 연주와 어머니. 오른쪽은 평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내 작품 ^^;]

 

[수렵 무기인 Bloodpipe 체험 중인 연주와 카약을 타고 있는 나]

 

[점심은 뷔페식으로 제공되며, 널찍한 수상 식당 마루판 위에서 펼쳐진다.]

 

[바닷가에 설치된 야자수잎 그늘막과 그 뒤에 설치되어 있는 해먹]

 

[원하면 언제든 바나나 보트도 탈 수 있고, 그냥 강가로 난 탁자에 앉아 구경하며 쉬어도 좋다.]

[맹그로브 숲 사이로 뻗은 강줄기를 카약을 타고 들어가 보다.]

Kellybay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6시 무렵. 저녁은 원래 골프장에 있는 한식당으로 가서 먹을 예정이었지만, 가이드가 거기가 좀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기로 했다. 그 대신 아이들이나 어머니도 구내식당에서 어제와 같이 뷔페식으로 먹길 더 원했다. 그 대신 비용은 따로 물어야 했는데, 나중에 Check out 할 때 보니까 1인당 거의 5만원인 셈이었다. 물론 음식이 좋아서 별 불만은 없다. 아 참, 이럴 경우 현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카운터에 가서 방 열쇠 보여주고 자리를 안내받아 그냥 먹은 다음 퇴실할 때 한꺼번에 계산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D. 여행 넷째 날 (2013년 1월 26일 토요일): 시내 관광 - 코타키나발루 공항

오늘은 ‘물놀이’가 아니라 코타키나발루 시내 관광을 하기로 한 날이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우리를 데리러 온 가이드와 다른 일행들과 반갑게 재회하고 코타키나발루 시내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코타키나발루 대학교. 서울대의 5배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의 캠퍼스를 갖춘,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아나가고 있는 대학이란다. 우리의 투어 목적은 그 안에 있는 아름다운 모스크 방문이다. 회교국가이니만큼 모스크가 있는 것은 당연한데, 대학 구내 모스크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여기서 알게 된 건, 그 모스크의 규모를 결정짓는 것은 건물 자체의 크기가 아니라, 그 의미나 중요성에 따라 세워져 있는 Minaret(기도시간을 알려주는 뾰족탑)의 숫자라고 한다. 여기는 대학생들만을 위한 모스크라서 아름답고 커다란 본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Minaret은 하나뿐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모스크는 그 중요성이나 의미에 따라 Minaret의 수가 결정된단다.]

이어서 일행들이 옮겨간 곳은 코타키나발루의 상징인 구(舊) 시청사 건물이 세워져 있는 공원이다. 이 건물은 마치 옥수수를 까서 세워놓은 것 같이 일주(一株)형 건물이다. 물론 건물 전망대는 회전식 식당으로 되어 있고…. 가이드 말로는 ‘재벌’들이 식사하는 곳이고, 일반인들이 들어가기에는 음식값이 감당할 수 없다고 하더라만. 어쨌든 이 건물이 코타키나발루에서는 가장 임대료가 비싼 상징적 건물이라고 한다. 또 Sabah주의 자부심이기도 하고. 그 이유는 이렇다. 우리는 흔히 동남아 지역이니까 태풍이나 지진, 해일, 쓰나미 등 천재지변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이 보루네오 북쪽 말레시아 Sabah주는 예외라고 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태풍은 이 섬의 북쪽 필리핀 남쪽에서 형성되어 중국, 일본,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가 버리고, 지진도 없으며, 쓰나미는 인도네시아 섬들이 막아주기 때문에 이 Sabah 주는 말 그대로 천재지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곳이라고. 그래서 그것에 대한 상징적 선언의 의미로 건물을 이처럼 하나의 기둥모양으로 만들어 놨다고…. 현재 시청 업무는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맞은편에 새 청사를 지어 옮겨 갔다고 한다.

[일주형 구청사와 맞은편의 신청사. 구청사는 온갖 가지 방법으로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어 들른 곳은 시내에 있는 Blue Mosk. 아까 대학 모스크와는 달리 여기는 화려한 Minaret이 4개다. 이 모스크 주변은 해자(垓字)가 둘러싸고 있는데, 금요일 기도를 마친 신도들이 여기서 배를 타고 즐긴단다.

[대학 모스크와는 달리 이 모스크는 minaret이 4개로 되어 있다.]

이어서 옮겨 간 곳은 코타키나발루에 처음으로 영국인 Jesselton이 배를 몰고 와 개항하게 된 항구인 Jesselton Point다. 처음에는 마치 우리의 옛 제물포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너저분한 항구마을이던 것이 지금은 인근 해역으로 떠나는 배를 타는 부두시설과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는, 마치 월미도를 축소해 놓은 것 같은 분위기다.

참, 한 가지. 말레시아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지만, 최소한 이곳 코타키나발루에서 불편한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화장실이다. 쇼핑몰에서도 화장실 갈 때는 돈을 받는다는 건 유럽에서 공중화장실 갈 때 돈 내는 것처럼 이해할 수 있다. 헌데 리조트만 벗어나면, 화장실이 좀 그렇다. 마치 30년 전 우리의 화장실 문화와 같다고 할까. 중국 화교들이 거의 모든 경제, 사회, 문화 구조를 지배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화장실 시설이나 유지방법 등이 우리 입장에서는 짜증난다. 물론 ‘푸세식’은 아니지만 협소한 곳에서 쪼그리고 앉아 일을 봐야 하고, 대부분은 일보고 나서 ‘바가지로 물을 부어라’는 식이다. 그나마 시설도 황당한 곳이 많고…. 집사람이 미국 하이웨이 휴게소에 들렀을 때도 우리 휴게소와 너무 너무 비교된다고 하더니만, 이제 우리는 세계 어디를 가든 우리의 화장실 문화를 그리워하게 되어 버린 듯하다. 하기야 우리의 휴게소 화장실 문화를 벤치마킹하는 나라가 많다고 하더라만.

 

[Jesselton Point 입구와 부두로 가는 길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상점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바로 그 유명한 코타키나발루의 Sunset이다.

우리는 흔히 Sunset이라 하면 해가 바다 속으로 뉘엿뉘엿 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여기서 말하는 Sunset은 그게 아니고 태양이 물속으로 꼴깍 넘어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 약 10여분동안 하늘을 온통 휘황한 색으로 물들이는 그 짧은 순간이라고 한다. 그리스의 산토리니, 남태평양의 피지와 함께 흔히 세게 3대 Sunset이라고들 한다. 보통 12월에서 2월은 이곳이 우기라 Sunset이 잘 나타나지 않는데, 가이드 말이 우리는 정말 행운이란다. 너무도 멋진 Sunset이 우리 앞에 펼쳐졌으니까…. 사진에서는 잘려 있지만, 현장에서는 180도 시야 파노라마 모두가 색의 향연이 펼쳐졌다. 해안의 야자수와 어울어져 장관이다.

 

[우기임에도 다행히 보게 된 세계 3대 Sunset이라는 코타키나발루의 Sunset]

저녁은 우리나라 샤브샤브와 비슷한 현지 음식 스팀보트였다. 우리나라 짬짜면 그릇처럼 둘로 나뉘어 있는 큰 전골냄비에, 한쪽은 닭고기로 만든 육수가 들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똠양꿍’으로 만든 육수가 들어 있다. 똠양꿍이 어떤 맛일지 궁금했는데, 마치 우리의 묵은지에 된장을 풀어 만든 것 같은 구수한 맛이 맘에 든다. 아이들도 처음 먹는 것이지만 오히려 똠양꿈 육수에 넣은 고기나 해산물을 더 좋아하는 거 같다.

[‘스팀보트’; 우리의 샤브샤브요리다. 왼쪽 짙은 부분이 똠양꿍 육수쪽]

저녁 식사 후 선물 숍에 들러 간단한 선물들을 산 후 필리핀 시장에 들렀다.

말레시아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동남아에서는 잘 사는 나라에 속한다. 그래서 이들은 우리와 비슷하게 3D 업종을 기피하는데, 그 직종을 떠맡고 있는 사람들이 필리핀 등 주변 어려운 나라 사람들이라 한다. 말레시아 정부도 이들의 역할을 인정해서 추방 등의 강제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해 주고 있는데, 그래서 자연스레 필리핀 불법 체류자들이 모여들어 나름대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살고 있는데,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볼 수 있는 그 우중충한 수상가옥들이 대표적인 필리핀 거주지이다. 이들이 시내에 들어와 주로 과일과 야채를 파는 시장을 열고 있은데, 여기가 바로 필리핀 마켓이다.

주의할 점은, 우선 냄새가 고약하다는 것. 야채 다듬은 것들을 그냥 바닥에 버려서 이것들이 썩으며 내뿜는 냄새가 고약하다. 뭐 그렇다고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또 밤중에 여자들만 간다든지 하면 ‘껄렁껄렁’한 필리핀 애들이 슬쩍 만진다든지 하면서 집적거리기 십상이란다. 그래서 보통은 남자들과 함께 가라고 가이드들이 말해준다. 그래도 여기에 가면 과일, 정말 헐값이다. 과일은 세관 통과가 안 되기 때문에, 세관 통과 전까지 다 먹어버려야 한다고 해서 망고 두 개만 사려고 했는데, 파는 젊은이가 영어를 전혀 못해서 의사소통이 안 됐다. 그런데 값을 보니 조금 작은 것은 6개 한 무더기가 10 링깃, 중간 것은 6개 한 무더기가 20링깃, 큰 것은 30링깃이다. 그러니까 조금 작은 것(그래봐야 우리나라 마켓에서 사는 일반적인 크기지만)은 18개가 1000원이 채 안 된다는 거다! 알겠지만 이곳 망고는 완전히 ‘본토 맛’이라,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좀 씁쓸한 그런 맛이 전혀 없다. 그냥 달콤하다. 입에서 그냥 녹고. 그게 이렇게 싸다. 참, 여기서는 Dollar가 전혀 안 통한다. 꼭 말레시아 링깃을 가지고 가야 한다. 망고 장사 청년에게 어렵게 어렵게 1달러를 주고 망고 큰 거 두 개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그 1달러가 1링깃인 줄 알고 있다가 자기가 ‘횡재’했다는 것을 옆 가게 아주머니에게 들어 알고는 귀에 입이 걸렸다. 너무 순박하면서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1달러 가지고 말이다.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필리핀 시장 입구에서 야자수 열매를 맛보고, 맛있는 망고를 샀다.]

E. 여행 다섯째 날 (2013년 1월 27일 일요일): 코타키나발루 공항 - 인천공항 - 집

코타키나발루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도 요금 순서대로 출발한다. 비싼 요금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떠나고, 날이 바뀌어야 진에어나 이스타항공 비행기가 출발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스타는 제일 늦은 시간, 그 나마 좀 연착되어서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출발한다. 공항이야 우리로 보자면 제주공항 수준이고, 승객들이 앉아서 쉴만한 곳도 많이 부족해 보였다. 우리도 모르게 외국에 나가도 현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우리 것들과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이제는 많은 것들이 우리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그 만큼 우리가 많이 걸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에 가서 겨울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가방을 부치고, 필리핀 마켓에서 사온 커다란 망고를 까 먹으면서 기다리는데, 좁은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게 무척이나 고단하다. 그나마 1시까지 열어준 매점 덕에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가게가 문을 닫아 버리니까 다시 복도로 나와서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웃긴 건 아래층 탑승 게이트가 있는 곳에는 빈 벤치가 수백 개인데, 이 황당한 인간들이 문을 열질 않는 거다. 참 시스템도 답답하다. 그러니 사람들이 더 지치고 짜증도 나고…. 한 참이 지나고 나서야 문을 열어주는데, 답답하게도 아까 다 하고 들어온 세관검사를 여기서도 다시 하네…. 어쨌든 그렇게 아래층으로 내려가 좀 여유를 가지고 넓게 앉거나 누워서들 비행기를 기다린다.

[비행기를 기다리다 지쳐 누워 잠든 윤식이; 그러나 야무진 연주는 빈 전기 outlet을 찾아 충전을 해 가며 음악을 듣고 있다.]

이렇게 해서 5박 3일의 코타키나발루 여행이 끝났다. 한 겨울에 한 여름 속으로 뛰어 들었다가 다시 5시간 만에 -10℃를 넘나드는 한 겨울로 돌아온다. 우리나라 영공에 들어 섰을 때, 비행기 창밖으로는 찬란한 아침 해가 솟고 있다. 여행 중 2월 4일 입대라는 소식을 엄마한테 전해들은 아들 윤식이에게는 저 해가 많은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비록 자기가 계획했지만 사정상 참가하지 못한 집사람은 약이 좀 오르겠지만, 나로서는 입대하기 전 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또 중학교를 졸업하는 딸아이에게도 멋진 졸업선물이 되었고, 또 어머니에게는 기대치 않은 효도관광을 해 드릴 수 있었던 좋은 여행이 된 것 같다. 아쉬워하는 집사람과 꼭 다시 한 번 오자고 약속하면서 여행기를 마친다.

[정광수]

겨울방학 끝무렵에 다녀온 여행인데, 그동안 정리할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정리해 봅니다. 혹시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계획 하신다면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joinstar]

가족 여행 알차게 잘 하셨네요. 사회 구성중에 가장 작은 단체인 가족이 화목하면 사회가 발전하는 것 아닌가요?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정광수]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기도탑을 Minaret으로 정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용아장성(조항열)]

긴 여행기인데 지루하지 않게 다 읽었습니다.
여행작가로 책을 쓰실 것을 추천합니다.
코타키나발루에 대하여 아주 많은 것을 알게 됬습니다. 여행시 참고하고 도움될 내용이 많네요.
즐거운 여행하신 것 축하드리고, 사모님 다치신 부분 빨리 나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정광수]

집사람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많이 좋아져서 별 불편없이 돌아다닐 정도는 되었습니다.

[산마루]

장문의 여행 스케치를 읽으면서 글쓰는 재주는 타고나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진촬영 하시는 솜씨도 프로 못지 않으십니다. 가정이 화평해야 나라가 평화로워진다.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고 싶습니다. 구경 잘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