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강
노령산맥 끝자락
정읍 촛대봉은 퐁퐁 맑은 물 솟아오르게 하였다.
그 숱한 세월들을 흘러 보내고
어느 땐 천수답으로 우리들의 아버지 한숨도
가느다란 강줄기로 흘러 보냈다.
만석보가 세워지고 이제 오랜 가난도 사라지려니
그렇게 배들 평야는 기꺼워하였다.
그게 아니었다.
만석보가 깨어지고 우리들의 아버지 꿈도 깨어지고
그리고
그 가느다란 강줄기는 핏빛으로 물들어 갔다.
사발통문에 담은 분노와 함성과 기막힘은
고부. 벽골. 낭주골을 돌아
어디 숨을 곳 없는 그 황량한 들판에서 동학혁명을 일으킨
우리들의 아버지는
東津江가에 핏빛으로 물든 하얀 옷을 적시며
가난만은 남겨주지 않으려 애썼다.
할머니들의 쉰 울음소리도
어머니들의 헝클어진 머리칼도
아이들의 누렇게 뜬 얼굴도
우리들의 아버지 죽음 비장한 마음으로 맞던 날
東津江. 그 강은 痛哭의 강이 되어 흘렀다.
그들의 손에 잡았던 그 죽창도
그들이 들었던 깃발도 스러져 간 지금.
백리길 돌고 돌아 백산면의 무거운 고요
노을에 긴 그림자 남기고
죽산면에 새벽이면 내리는 찬이슬에 젖은 채
지금도 흐르는 東津江은
옛날의 그 아픔 깊은 강물 소용돌이 속에
새만금 그곳에
새까맣게 타버린 가슴을 흘러 보내고 있었다.
첫댓글 그런 아픔을 간직한 강이군요....새롭게 깨닫습니다. 귀한 글 갑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