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수년전 내나이 20대 중반이었을 그때 나를 만나러 되돌아가 봅니다. 때가되면 늘 기다려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예비군훈련이 있는 날 이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면 누구나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지요. 누구나 받는.. 그러나 대부분
받기 싫어했던 훈련! 나는왜 늘 기다렸는지. 늘상 반복 되어지는 일상생활과 다람쥐 챗바퀴 도는것 처름 반복되어
지는 직장생활을 일탈하고 싶어 였을까? 아니 난 어린아이 처름 너무 단순했었습니다. 어머니가 사주신 김밥 도시락이
먹고 싶어 였습니다.학창 시절엔 도시락을 싸다녔지만 그뒤 도시락을 챙길 일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훈련날은 내게 주어진 휴일이자 소풍가는 날이지요. 힘들지 않는 훈련을 마치고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소나무 둥지를 벗삼아 김밥 한입 머금으면 세상
무엇이 이보다 부러울까. 난 그것을 즐겼었고 기다렸습니다. 28살때 결혼을 하고 어머니께서 사주시던 김밥도시락을
집사람(일명 꽃돼지)이 대신해 싸줬을뿐 바뀐것은 없었지요. 다만 그행복한(?) 나만의 기다림도 민방위훈련 대상이 되면서
누릴수 없었고 그런날과 이별을 고했었습니다. 지금도 등산을 갈때나 여행을 할때면 맨밥도시락,김밥집 음식을 싸가지고 가지
않습니다. 항상 집사람의 정성이 담긴 김밥 도시락을 꼭 가져 가지요. 하지만 그때 그 맛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돼지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그기억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그저께 토요일 우리교당 남자단이 일일 출가훈련을 났습니다. 타종교단체나 사회 각종 단체들은 세미나,심포지움,컨퍼런스니
00교육 등 품위(?) 있는 명칭으로 포장하지만. 우리 원불교는 항상 촌스럽게(?) 모든것이 훈련으로 귀결되지요.
어찌보면 훈련이란 단어가 압박감과 피교육생으로서 긴장감을 수반하는 것이지만 내가 받는 느낌은 아이니컬 하게도
기다림으로 그리고 김밥도시락으로 연해짐니다.
그날 저녁 식사와 다음날 아침 식사때 먹을 반찬을 각자 조금씩 가지고와서 많은 도반들과 함께 음식 품평도 하고, 음식솜씨도
자랑하며 즐겁게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도 그러하거니와 많은 식구들이 둘러 앉아서인지 두그릇이나 비웠습니다.
식사가 끝나면 훈련이 시작되는데 한껏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이 스쳐갑니다.
반찬이 아니라 도시락을 가져오라 했으면 나는 분명히 돼지가 만든 김밥도시락을 가져왔을 텐데....
그리곤 김밥 한모금 머금고 20수년전 그때 그날 나를 만나러 갈수있었을 텐데....
아쉬움과 그리움을 뒤로하고 후일을 또다시 기약해 봅니다.
김밥도시락을 챙기는그날을....
왜냐고 물으신다면 그날은 훈련(?)날 이니까요 !
첫댓글 유부회장님의 김밥에 얼킨 추억을 활동사진 보듯이 소상하게 그려놓으셨네요. 언제 한번 꽃돼지(?)님의 김밥 맛을 볼 기회가 있으려는지요? 남자교도님들의 일일 출가 모습을 잘 보고 갑니다. 교감님, 교무님, 교도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동래교당 화이팅~~~!
부회장님의 글을 읽으며 어머님께 향한 애틋한 그리움과 마나님께 사랑스런 애교부리시는 모습이 떠올라 씩~~웃어봅니다.훈련의 값진 결과도 중요하지만 교도님들과의 화합과 단합으로 진보하는 동래교당을 만들어가고 있네요..이미 경원님의 음식 솜씨가 일품이신 사실은 월요일자 11단 ♣적공신문♣ 광고란에 컬러로 나왔던데요??? 부회장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