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림과 딸꾹질은 기의 병, 혈자리를 자극해라
트림과 딸꾹질을 멈추게 하는 법
어릴 적 필자가 속이 더부룩하고 체한 듯 하면 할머니께서는 손을 달라고 하셨다. 할머니의 따뜻한 손으로 엄지와 검지 사이의 골을 누르며 등을 두드려주면 얼마 후 속이 편해졌다. 약손이 따로 없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할머니께서 누른 그 골이 소화불량을 치료하는 혈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혈자리를 알아두면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다
혈자리는 현대 의학에서 아직까지 그 실체를 밝히지 못한 한의학만의 독특한 세계다. 우리 몸에는 기(氣, 여기서 말하는 ‘기’는 아래에서 나오는 ‘기’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기’를 일컫는다)를 싣고 다니는 버스가 있는데 그 버스가 다니는 길이 경락이고, 버스가 서는 정류장이 경혈, 즉 혈자리다. 요약하면 경락은 기가 흐르는 통로다. 혈액이 혈관을 따라 흐르고, 자극이 신경을 따라 전도되듯이, 기는 경락을 따라 흐른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기’가 멈추면 피의 흐름이 막히고 마음의 흐름도 막힌다. 그 막힌 시간이 오래될수록 해당 장부의 기능이 악화된다.
침의 원리는 경락에 흐르는 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사가 침을 놓을 때에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바로 경락의 선택이다. 환자를 볼 때에는 통증 부위, 양상 등을 고려해 경락을 우선 선택한다. 소화기에 문제가 생겨 답답하고 아프면 비ㆍ위ㆍ대장 등과 연결된 경락을 우선 고려한다.
우리 몸에는 12개의 중요한 경락이 있다. 이 가운데 손에서 시작해서 손에서 끝나는 것이 각각 3개, 발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것도 마찬가지로 3개씩이다. 손발에서 시작되고 끝나지만 몸통과 머리 부위까지 촘촘하게 흐르는 것은 물론이다.
다리가 삐거나 부었을 때, 어깨가 아프고 팔을 들 수 없을 때 침을 맞으러 한의원을 많이 찾는다. 그런데 경락에 대해 알아두면 가벼운 타박상이나 통증의 경우 집에서도 간단하고 손쉽게 치료할 수 있다. 필자의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단, 침을 스스로 놓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침 대신 지압용으로 은단이나 작은 씨앗을 붙여두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경락을 결정하고나면 그 경락에서 어떤 혈자리를 취하는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소화기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혈자리는 합곡혈이다. 합곡혈은 대장경(大腸經)의 반장 원혈(5화 – 탈모와 흰머리에 좋은 하수오 편에서 반장 원혈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이다. 손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 기능은 위와 대장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다.
엄지손가락의 안쪽 중간에 있는 관절 가로무늬를 반대쪽 손 범아귀(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의 사이) 입구에 대고 그대로 누르면 엄지손가락 끝이 닿는 부위가 합곡혈이다.
참고로 필자의 할머니가 눌렀던 그 자리가 바로 합곡혈이다. 얼마 전 점심을 사먹고 고속버스를 탄 적이 있다. 음식이 안 좋았는지 장에 문제가 생겼다. 필자 때문에 차를 멈출 수도 없고 해서 열심히 합곡혈을 지압한 결과 별 탈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속버스에서 내릴 때에는 더부룩하던 속이 오히려 편안해졌다. 차만 타면 멀미하는 아이들의 경우 합곡혈에 은단을 붙이고 차를 타면 멀미를 예방할 수 있다.
트림과 딸꾹질은 기의 병
누구나 한번쯤은 트림이나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서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갑자기 트림이나 딸꾹질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의학에서는 트림의 원인과 관련하여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말을 하면서 공기가 함께 들어가 만들어진 배 속 가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딸꾹질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횡경막 수축에 의해 음성기관이 닫혀 특이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한편 [동의보감]에서는 트림과 딸꾹질을 기(氣)의 실조(失調, 조화나 균형을 잃음)로 보고 있다.
태연혈과 격수혈을 자극하라
사람은 생기(生氣)를 들이마시고 사기(死氣)를 내쉬며 생명을 유지한다. 이는 기가 곧 호흡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때 사람의 호흡을 주관하는 장기가 바로 ‘폐’다.
기의 실조로 발생하는 트림이나 딸꾹질은 폐를 다스리면 멈출 수 있다. 고로 폐의 반장 원혈인 태연혈을 자극하면 딸꾹질을 멈추는 데 좋다.
태연혈을 자극하면 트림과 딸꾹질을 멈추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태연혈의 위치는 엄지손가락 쪽에 위치한 손목 안쪽 가로무늬의 끝에 있다.
태연혈은 맥(脈, 혈관)의 기운이 모두 만나는 맥회혈(脈會穴)이기도 해서 한의사들이 맥을 볼 때 반드시 만져보는 곳으로,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태연혈을 세게 누르면 전기에 감전된 듯 짜릿한 느낌이 든다. 이를 보고 큰 병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트림 정도라면 이 태연혈을 자극하는 것만으로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심각한 딸꾹질이라면 등에 있는 격수혈(膈兪穴)을 지압(또는 자극)해야 한다. 격(횡격막)에 직접 자극을 주기 때문에 딸꾹질 외에도 낙법을 잘못해서 숨이 막혔을 때나 체했을 때 두드려주면 트림이 나오면서 속이 편안해진다. 격수혈은 워낙 유명한 혈자리라서 이름은 몰랐어도 이를 통해 효과를 본 사람은 꽤 많다.
이미지 목록
격수혈의 위치. 격수혈은 어깻죽지뼈 맨 아래를 서로 잇는 선상에 있는데, 등뼈의 중심(지양혈)에서 양옆으로 1.5촌 거리에 있는 자리다. |
1촌은 보통 엄지손가락 마디 굵기 정도를 말한다. |
감꼭지를 달여 먹는 것도 좋은 방법
인터넷 창에 ‘트림’이나 ‘딸꾹질’을 치면 이를 멈추게 하는 방법이 정말로 많이 나와 있다. 그중 [동의보감]에서는 강한 진정 작용이 있는 감꼭지를 소개한다.
[동의보감]에서는 트림이나 딸꾹질이 날 때 감꼭지를 달여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때 상강 즈음에 거둔 감꼭지, 그중에서도 나무에 달려 있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고 한다. <출처: (cc) Tomomarusan at commons.wikimedia.org>
트림이나 딸꾹질이 날 때는 감꼭지를 먹으면 좋다. 그러나 봄, 여름의 감꼭지는 약이 되지 않는다. 반드시 떨어지는 기운이 강한 가을, 그중에서도 내리는 기운이 가장 센 상강(霜降, 24절기 중 18번째, 양력 10월 23~24일경) 즈음에 거둔 감꼭지만이 트림이나 딸꾹질을 멈추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땅에 떨어진 감꼭지를 주워서 쓰는 것보다, 감은 떨어졌으되 꼭지는 나무에 달려 있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감꼭지 10여 개를 물에 달여 하루 2~3번에 나누어 먹으면 딸꾹질을 멈출 수 있다.
이런 감꼭지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면 곶감을 구하는 방법이 있다. 곶감에서 감꼭지를 10여 개(60kg의 성인 기준) 떼어내어 끓여서 마시면 된다. 보통 일주일 정도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이들의 경우 체중을 감안하여 감꼭지의 개수를 결정하도록 하자.
트림이나 딸꾹질을 습관적으로 하거나 오랫동안 잘 낫지 않는 사람은 배가 찬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니 이럴 때는 생강이나 솔잎 등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재료를 약간 넣고 달여 먹는 것이 좋다. 이런 사람은 겨울에 맥주를 마실 때도 트림이나 딸꾹질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따뜻한 물(혹은 커피) 한잔이면 해결된다.
Q. 궁금해요! 은단을 혈자리에 어떻게 붙이나요?
본문에서도 설명한 바 있듯이, 훈련되지 않은 일반인들이 침을 놓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환자들에게 먹는 은단을 활용하라고 권한다(필자는 이를 ‘은단침’이라 부른다). 이는 가벼운 통증이 있거나 병원 진료가 끝난 시간에 임시방편이기는 해도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다. 침 대신 은단으로 혈자리를 지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준비물: 반창고 또는 열이 나는 파스, 은단 또는 은단 크기와 비슷한 씨앗(포도씨, 팥, 율무씨 등)
1. 반창고나 파스를 가로세로 2cm씩 자른다.
2. 혈자리에 은단을 놓는다.
3. 반창고나 파스를 이용하여 은단을 단단하게 고정한다.
4. 은단침은 최소 30분 이상 붙여두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 한 번 붙인 은단침은 최장 24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진다.
첫댓글 잘 보고갑니다^^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입니다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네..처음알았습니다.한번 해봐야겠군요.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ㅋ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실생활에 응용해 봐야겠네요~
좋은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