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4
성인들의 수능시험
<쇼우펜 하우워>
-이 죽음을 잠이 든 상태로 가정합시다.우리의 일생을 돌아볼 때 과연 고통과 슬픔
없이 수면과 같은 나날을 얼마나 보냈을 까요.-
<소크라 테스>
-자 자살을 간직하고 산다는 것 얼마나 든든한 것인가.그 비수를 품고 있으므로 밤 그
수 많은 두려움 공포로부터 벗어나 편안한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 니이체>
- 태양과 세상은 대조적이다.
태양은 차양이 긴 모자만 써도 얼굴의 절반을 다 차지하지 못한다.그러나 세상은 골방에 틀어박혀 있는 무리라도 찾아가 맞장구를 친다.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채 말이다.그리고는 비싼 청구서를 내민다.관직에 옷을 벗긴 다거나 감옥에 수감된다거나 사형 언도나 종신형, 벌금,정신병원 자살에 이르기까지 그 댓가를 치루게 만드는 것이다.사람들은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 보지만 오해다.우리는 갓난 아이 때부터 으앙 울음보를 터트리며 손해 보지 않는 방법부터 익혀왔던것이다.그 중에 자살이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움켜쥔 채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
<카페지기>
우성은 조사관의 취조를 받으며 쥴리를 떠올렸다.지금의 쥴리가 아닌-
“전과가 있으시군요?”
“강남경찰서 하고는 인연이 있어요.폭행범이 진화되어 자살사이트 주모자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사십대로 보이는 조사관은 피식 웃었다.
“정말 자살하려는 자들이 100명에 달한다고요?”
“문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거죠.”
우성의 책상 맞은 편에 형사가 갑자기 새파란 젊은 형사로 둔갑하였다.
“ 피터 선 맞습니까?”
“예.”
‘”미 영주권자로 제임스 어학원에 영어강사로 재직 중 원장 곽 기태가
대학 중퇴 한 사실을 묻자 욕설을 퍼부었고 상대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맞습니다."
갑자기 쿵, 하며 조사관이 폭삭 나이든 형사로 바뀌였다.
"선 우성씨,제 말이 안들립니까?맞다니,쇼우펜 하우엘이 살아있어요?"
우성은 아차 싶었다.올란자핀을 빼놓고 나온 것이다.
"조울증이란 병명을 들어 보셨습니까?"
"갑자기 그건 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한 사람이 둘로 보이고 하루 이틀 더 거르면 내게 친절
했던 사람들이 변해 나를 해하려고 손에 칼을 쥐고 있어요,조 승희 사건도 주 변
에서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졌으면 그런 참사는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약부터 들고 다시 오세요."
우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하늘의 뭉게 구름이 먹물을 뒤집어 쓴 양떼 같았다.
시커먼 몰골을 하고 우르르 일원동 우성의 아파트 로 몰려들었다.금새
후두득 후두득 소리를 내는 소낙비로 돌변하였다.우성이가 서있는 베란다 창문에
꽉 움켜쥔 회색 매직펜으로 낙서하 듯 직직 내려 갈겨쓰기를 번복했다.정신을 차
리고 주시하면 스케취가 아니라 수마다.허술하고 말랑말랑한 동네를 찾아 구멍을
뚫고 스며드는 비겁한 무법자였다,방귀 뀐 놈이 성 낸다고
우성이의 수첩에 공수 마이너스 세 개를 추가시키고도 성난 얼굴을 펴지 않았다.
그가 개비온 현장에 있다면 시무륵한 얼굴들 틈에 끼어 울적한 심중이었을 터다.태
양이 멀쩡하게 서있을 때를 생각하며 애를 태울게 뻔했다.응달에 앉아 또 몇 대가
리-일한 공수-를 할것인가 음미하던 날을 그리워 할 시간이었다.
그러나 장마라는 세상에서 가장 긴 말이100대가리 공수를 한 달만에 올려주었
다.그의 테이블 위에 컴퓨터다. 인터넷의 날개를 달고 구호천사 노릇을 하는 것이다.
부부는 밤일을 제외하면 일심동체가 아니라는 게 그의 경험이었다.
"여보,벌써 사흘 째 모니터 앞에 있어요.당신이 환자라는 걸 컴퓨터가 알면
작동 안할걸요."
커피의 향이 아내의 샤넬로숀 내음보다 진하게 느껴졌다.
우성은 모니터에서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쥴리,자살 지원자가 10분 간격으로 급증했어요.무려 80명,등업 시켜 달라고 아우
성이요."
"그렇게 세상이 싫을까....."
우성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회전의자를 틀어 아내의 얼굴에 구도를 잡았다.
"무속인들이 늘어나는 이유를 알겠어요."
"갑자기 무속인은 왜?"
"찾아오는 손님 한 사람이 질문과 답을 들고 방문하는 셈입니다.그 하소연들을
종합해 보면 신통한 점이 나와요.통상적으로 개인 아니면 가족의 문제들이다 보니
오늘 찾아온 손님은 어제 찾아온 사람의 답이
되고 어제 온 사람은 오늘 찾은 손님의 답을 갖고 왔다는 말이요.손님이 많이
확보되면 될 수록 침쟁이가 되는 폭이죠."
삐익,우성의 육중한 체구를 지탱하던 의자가 즉시 반응하였다.
"앉으시죠.부인."
모니터의 화면도 어느새 그녀의 애창곡 존 덴버의 애니 쏭-으로 아부했다.
<환영합니다.이 쇼우펜 하우워 카페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페지기 :여러 회원님들 오늘 들어 1000명이 우리 사이트에 접속하고 새싹회원
만 해도 300명입니다.이 추세로 나간다면 올해에 3000명의 카페가 될것입니다.
수시로 여러분들 사연을 검토하고 체택하여 계시판에 수록할 것입니다.
보다 더 많은 회원이 참여하도록 길잡이가 되어주세요.우리가 자살하는 게 아니
라 이세상이 우리로 하여 자살하게 만드는 요인이며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사회에 끼치는 영향입니다.
푸른하늘: 충청북도 회원님들 속초에 다 오셔서 감사합니다.그런데 파도가 심해
울릉도 선박이 출항하지 못해서 뒤 돌아왔습니다.실패해서 귀가한 줄도 모르고
저의 식구들이 기뻐하더군요.여러분들도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안타까운 소식 전하겠습니다.우리 팀에서 꼭 세상을 하직할 절실한 내용의 유서가
한분도 채택되지 못했어요.경상남도 팀들 중에 는 사유가 적절한 회원들 50%에
미친다고 들었습니다.우리 팀 분발 합시다.
댓글-
영웅천하 ; 지당한 말씀 ㅎㅎㅎㅎㅎ
거사님 ; 살고 싶어도 죽음이 절 자꾸 유혹해서 왔다갔다 해유,ㅎㅎㅎㅎㅎ
은하계 ;저는 3등 안에 들지 못해서 슬퍼요.눈을 감기 전에 회원님들의 후원금으로 제주도
를 다녀올 계획이었는 데,사유가 미비했나 봅니다.다시 분발하여 도전 하겠습니다.
댓글-
나비소녀 ; 은하게 언니,저도 미끄러졌어요.우리 인생은 곗돈 놀이 같다고요.빨리 탄
다고 좋을 것도 아니죠.깨지는 게 아니라 지연되어 생명이 연장되는 것 뿐
이니까요.지금도 병원 중환자 실 가보면 하루라도 더 살겠다는 몸부림,우리
는 늦게 가도 앞서가는 존재라고요.우리 죽는 그날까지 파이팅!
그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린 아내의 얼굴은 공포의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당신이 이런 위험한 일의 주역이이 되었다고요?"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하는 것,염려하지 말아요.이 사이트는 V.I.P회원이 아니면 접속이
안되요."
그녀는 남편의 말에 비중을 두지않고 벌레처럼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글자를 놓치지 않
았다.
달빛이 친절하게도 구름 속에서 나왔다. 울긋불긋한 등산복 차림의 회원들이 잔디
밭에 앉는 것을 확인 하는 우성을 도와주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의 사연을 다 검토해 보았지만 단 한 분도 자격이 없습니다.”
회원들의 웅성웅성거리며 밝은 달밤에 초를 치자 음침한 공기가 감돌았다.
회원들이 투고한 유서 뭉치가 하소연하는
몸짓으로 우성의 손에서 앞줄에 앉아있는 젊은 청년에게 넘겨
줬다.해변가의 찬바람에 투고 용지들이 머리 위에서 나부끼며 미끄러 졌다.
맨 앞 줄에 청년이 손을 치켜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인장님,,이건 제 원고가 아닙니다.”
그의 입에서 포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는 듯 또 한 차레 지지직 지지직 잡음이 일었
다.
‘”여러분들이 받은 원고가 자기 것인 회원님 제 앞으로 나와 주세요.”
서로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다.
‘”그래야 정상입니다.제 취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여러분 타인의 유서를 읽은
소감 말입니다.정말 절망적이고 희망이 절벽처럼 가로막힌 현실에 처했어요?
그 원고에 주인공을 향해 한 말씀 하세요.당신은 꼭 자살해야 할 절박한 입장
이라고,….내가 그 지경에 처했더라도 다른 길이 없겠노아고.”
모두들 좌우를 둘러볼 뿐 선뜻 상대를 지명하는 자가 없었다.
“여러분,추천 대상이 없으시다면 단 10분만 그유서의 주인공이 되어 보세요.
감정이입을 말이죠.정말 절실한 사유라면 공감이 가는 죽음이라면,그렇게 되지
않겠어요.?”
그때 한 젊은 회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한 회원의 이름을 불렀다.
“임 향숙님,어디 게시죠?”
그 젊은 청년의 맞은 편에서 오십 대 여인이 벌떡 자리를 박차며 일어섰다.
“접니다. 말씀하세요.’”
“아주머니는 자살하시면 안됩니다.저를 보세요.어릴 때 어머니가 가출하시는
바람에 저와 어렵게 살았습니다.아버지께서는 술로 사셨고 저는 나름
대로 아버지를 편하게 모시려고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그 어머니가 언젠가는
돌아오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입니다.그러나 그 어머님께서 아주머니처럼
죽음을 서두르신다면 저는 여동생과 미처버릴 겁니다.지금이라도 늦지 안았어요,
결코 말입니다.”
그 여인도 달빛을 받으며 맞 불을 놓았다.
"원 제철님이야말로 그 아버님,여동생을 생각해서 자살해서는 안되죠.고시원에서
오년 아니라 십년을 보냈다 한들 목숨을 끊을 필요는 없죠."
"아주머니,저의 아버님은 제가 고시 패스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노동일을 하시며
제 고시원 비용을 송금하셨습니다.저는 빛조차 없는 방에 들어설 때마다 관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으로 팔년을 보냈습니다.고향도 창피해서 가본지 오년이나 되었어요.
제가 법대를 나와 사법 고시를 보겠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온동네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고 기대를 걸었습니다.지금은 제 욕들을 한다고 합니다.칠순의
아버지가 노가다를 하는 데 무슨 허황된 망상이냐 하면서 말입니다."
"나도 원군 같은 아들이 있어요.남편의 핍박과 멸시를 견디지 못해 집을 나온지
십년이 지났어요.남편은 변호사에요.아들이 공부를 못하는 게 너를 닮아서 그
렇다는 겁니다.네 친정집에 대학 나온 사람 있느냐 하면서까지...원군이 고시
패스 운운하는 게 안타까워서 내 치부를 드러냄을 이해해 주세요.그아이는
보름 전에 결혼하였어요.새 어머니를 모시고...그 소식을 들은 내 심정이 어떠
했겠어요.
그래도 살아가는 것은 그 아들 때문인데 원군처럼 자살을 생각한다면 이못난
어미가 어떻게 살기를 원할까요?"
원 제철의 눈에 눈물이 달빛을 머금으며 흐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살으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원 군도 말이죠?"
회원들은 박수를 치며 자기가 들고 있는 유서의 이름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우성이가 교통정리를 하기위해 손을 치켜 세웠다.
십대 청소년이 고개를 숙이며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들과 어르신들,저야말로 죽기위해 이 사이트를 찾았습니다.한 반의 친구이자
라이벌을 자살하게 만든 장본인입니다.지방에서 전학을 온 아이가 저보다 성적이
우수해 왕따를 시켰는 데.....상세히 말씀 드리자면 00라는 아이가 나타난 이후
로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의 시선이 저를 떠났고 내 얘기가 00의 얘기로 바
뀌었습니다.저는 화재의 대상에서 밀려나가 비참한 나날을 맞은 겁니다.
00이가 출연하지 않던 교실,운동장,친구들의 이미지만 생생하게 떠올라
저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컴퓨터를 켜면 그가 모니터 앞을 가리며 제 자존심
마저 뭉게 버리는 것입니다.줄곳 일등을 달리던 제가 처지자 부모님조차 저를
궁박했습니다.공부가 되지않고 책이 눈에 안들어 왔습니다.그날부터 000를
밀처내야 하겠다는 앙심만 가슴에 남게 되었습니다.그가 사는 아파트를
탐문까지 할 정도로 그가 미웠던 겁니다.그리고 가슴이 탁 트이는 정보를 입수
했습니다.
나는 친구들에게 햄버거를 샀습니다.
"야,그자식은 차돌바위처럼 단단해서 옷 입은 거나 여자 친구 들먹이는 것
가지고 먹히지를 않아."
나는 자신에 넘치는 얼굴과 힘있는 목소리로
"그얘 아버지가 환경 미화원이고 엄마는 파출부라더라."
"거짓말 한건 아니네.아버지가 시청 소속이고 어머니는 요리 전문가라는 거."
"어쩐지 게는 나이키 운동화를 신어도 새것이 아니고 옷도 중고품을 걸치고
다닌거라고,그러니까 아버지가 줏어다 주는 걸로 신고 입으며 엄마가 물어
다 주는 음식으로 연명하는 거지 집안이다.우리반에 수치 아냐?"
그 날 이후로 00의 학급 성적이 떨어지고 순위도 십위 아래로 추락하였다.
국어시간 글짓기 시간이 그의 마지막 교실에서 모습이 되었다.
그가 여수 앞바다에 뛰어드는 시간 그의 글이 유서라는 것을 나와
그리고 햄버거를 얻어 먹은 친구 서너명이알았을 뿐이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
나는 이 길을 택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총을 소지하며 사는 미국 사람들이 부러웠다.나역시 씽크대 위에 놓인 식칼을 수백
번도 더 들여다 보았다.그예리한 칼을 들고 교실로 달려가 나를 놀린 아이들에게 본 보기를 삼으려고 말이다.
그러나 공부 같이 쉽지 않았다.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힘들게 일하시고 돌아오시
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불쌍하게 여기며 살아온 나였기에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아버지가 중학교 2학년 때 운동장에 나타난 적이 있다.환경 미화원 복장을 하고
내가 보고 싶어서 일 도중에....나도 모르게 화를 내며 도망치듯 운동장에서 벗어나
교실로 숨어버린 것이다.나는 창문가에 서서 운동장에 서 계시는 아버지가 빨리
사라지기만 고대했다.반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기뻐하는 아버지가 뻔뻔스럽고
원수처럼 미웠다.
집에 돌아와 아버 지와 마주쳤을 때도 나는 아버지를 외면하고 내 방에 틀어박혀
아버지가 잠 들 때까지 화장실도 가지않고 버티었다.
어머니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오셨다.서재에 서 책 한권을 들고서 말이다.
-만일 천국에 청소부가 없다면 거리가 얼마나 지저분 할까-
<윌리엄 세익스피어>
이것이 내가 아는 부모다.아니 빙산 일각일 것이다.
나는 내 부모를 흉본 아이들의 부모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내가 일을 저질러
나는 만족스러울지 모르나 내 부모님이나 내 칼에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에게
는 무엇을 남겨놓는 것일까.
그렇다고 이런 일을 묵과하고 지나친다면 나같은 친구들이 생겨나고 나와 비슷한
마음을 품을 것이다.친구들이여! 내가 없을 때는 이런 따돌림의 분위기가 없었지
않느냐.그래서 이 유서를 남기고 떠난다.
그때 사십대로 보이는 부부였다.
"여러분,저희들은 방금 학생이 말한 것과 정 반대의 사연을 들고 참여했습니다.
저희 아이가 반 아이들과 합세하여 왕따를 시켜서 000이라는 아이가 아파트에
서 투신했어요.철없이 한 자신의 행위에 충격을 받아 자살한지 일년이 지났어요.
함께 따돌린 아이들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고통에 신음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우리 학교와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나요?"
이번에는 십대로 보이는 소녀였다.
"저는 강아지만도 못한 여자라서 이카폐를 찾았어요.고아원에 있는 저를 입양한
양부모님들이 아이가 생기자 저를 학대하기 시작했어요.남들의 눈도 있으니 알
아서 나가든지 죽으라는 태도였어요.이제 와서 고아원에 갈 수도 없어요.
그곳에는 원장님을 비롯한 형제 자매들이 있어요.제가 새부모를 찾아 나설 때
부러워하기도 하고 슬퍼하던 그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줄 수 없으니까요.
어차피 저희들은 태어날 때부터 버림을 받은 몸이니 서러워할 일도 없죠.
아
이번에는 칠순의 노인이었다.
"여러분,우리 조상들은 늘 앞서 갔어요,현대판 고려장이 생길 것 같아서 자식들이
몰래 할 것 같아서 일찌감치 공식적으로 행해진 겁니다.산속에 버려진 노부모들 역시
과거 부모를 버렸기 때문에 서러워할 일도 없는 거죠.그렇지만 인권과 윤리,법이라
는 것이 허용하지 않습니다.저는 많은 생각을 했슴니다.노인이 되고 나면 그것 밖에
할 일이 없으니까요.결론은 자살입니다.눈을 뜨면 애비,며느리 손자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 궁리입니다.저는 작년 겨울에 치매를 만났습니다.
중풍으로 누워있는 친구 아파트에 문병을 갔더니
"호영아 너는 좋겠다.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죽을 수가 있지만 이 망할 놈의 뇌졸
증은 목을 매지도 못하고 이렇게 사니 이게 사는 건가?"
"자네는 물려줄 재산이 많은데 뭐가 불만이야?나는 죽고 싶어도 남길 만한게 없어
서 망설이는 중일세."
"대신에 나처럼 바람을 피우기를 했나 도박을 했나 과음을 했나,자네가 치매라지
만 염려하지 말게.나보다 많이 가족과 보낸 행복한 시간을 놓고 가잖아,추억을
새겨놓고 떠나는 거야.자네 가 가족을 치매로 얼마나 힘들게 할지 몰라도 그 이자
를 못 따라올 걸,헌데 내가 자식들에게 놓고 가는 건 번개 불이나 다름없어.
그때 뿐이야.아니 어쩌면 그놈들 머리로 다 흠쳐 갔을지도 몰라.스스로 일해서 버는
것보다 애비 재산 상속 받는 거 계산하는 게 훨씬 이득이 될테니까.
결국은 숫자인데 아들놈들이 그돈 뭉치를 운동장에 펼쳐놓고 한푼 한푼 세가며
애비의 피와 땀을 헤아릴 것 같은가?많이 남기면 남길 수록 그 액수에 정신을
팔지 사람에게 관심이 있겠냐구.허나 자네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매일매일 헤아려 볼 걸,삶 속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 밭에 사랑을 심어놓았으니
말일세."
"그러니까 나는 자살하겠다는 걸세.그행복의 꼬리를 지키기 위해서,그 내가
이룬 결실을 치매로부터 예방하려면 죽음보다 더 용한 처방이 어디 있겠나?
자손들은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내가 바라던 것만 행할 것이네."
여러분,이렇게 해볼 것 다 해본 노인조차도 망설이고 심사숙고한 게 스스로 목
숨을 끊는 것입니다.
우성이가 손으로 지목한 회원은 40대 초반이었다.
"저는 실직자 입니다.법무부에서 근무하다 옷을 벗었고 아내는 대학 강의를
하다가 제가 사표를 낼 때 뜻을 함께 하여 대학에 나가지 않았습니다.매일
매일 집에서 함께 보내는 편이지요.여기 참석한 것은 방금 아버님되시는 분
의 말씀처럼 안타까워서,화가 나서입니다.
제 외아들이 실종된지 무려 15년이 흘렀습니다.그 아들로 인해 저는 판사복을
벗었고 아내 역시 강의를 하지 않고 저와 함께 전단지를 들고 전지방을 찾아
나섰습니다.그 아들 하나로 직장을 버려야 했고 웃음을 잊어버렸습니다.
저의 부부는 여러분의 사연을 다 읽어보았습니다.
여러분 자살을 하려면 자식을 가져본 후에 실행하세요.늦지 않습니다.죽는
마당에 늦고 빠른 게 무슨 걸림돌이 됩니까?삶이 고달프다고요?실직자라고
요? 그런 분은 저희집으로 모시죠.아기가 웃음을 터트리고 울기도 하며 가지고
놀던 방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옷장에 옷ㅇ이 그대로 있고 신발장에 신
발이 닳지안은 채 놓여있습니다.식사를 할 때마다 그아이의 밥그릇,숫가락 젓
가락이 소반에 놓여있습니다.언젠가는 돌아와 그 방에서 놀며 그밥상에 앉아
함께 식사할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입니다.
그러나 너무나 긴 세월이 흘러갔습니다.그렇지만 소식이 없습니다.그래도 포기
하지 않을 것입니다.어디에 있든 살아만 있어다오.그게 우리의 마지막 소원입
니다.여러분들께서는 효도할 여건을 많이 갖추고 있습니다.지금 살아있다는
자체가 사랑이며 효도이기 때문입니다.여러분 자기의 과실 때문에 괴롭다고요?
제가 보기에 죄 때문에 자살해야할 회원이 한분있습니다.제 아이를 유괴하여
살해 했다거나 데리고 사시는 분입니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자수 하세요.
없습니까?그럼 여러분들은 왜 여기 나와있습니까?최소한 그정도 죄를 짓고
나서 자살 하십시요.그러나 저는 말릴 것입니다.이미 아들을 살해 했다 해도
어쨌든 그 분은 나보다 더 며칠 몇시간을 그아이와 함께한 사람이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 그부인도 일어나서 눈물을 흘렸다.
"아까 양부모님께 버림을 받았다는 이 선화양,저히들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
안될까요?미쳐 생각지 못해서 부끄럽군요.세상에는 이처럼 많은 내 자녀들이
부모들에 의해 비참하게 살고 있는 데도 우리들은 눈이 멀어서 못 본 거에요."
이번에는 이십 대 청년이었다.
"저도 앞의 분의 말씀에 눈시울을 적셨읍니다.저 역시 여러분들을 꾸짖기위해
참여한 사람입니다.자살 하는 모임이라구요?그럴 용기 가지고 계시다면
저는 제 고향에 한번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습니다.그리고 나서 유서들을 읽어
보신다면 자기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이기적이며 무분별한 가를 통감하며
저처럼 이런 일에 나설겁니다.
저는 태어나 세번 놀랐습니다.강원도 원산 지하실에서 KBS방송을 들었을 때,그리고
탈북하여 서울에 왔을 때,그리고 자살 싸이트가 있다는 것을 확인 했던 엊그제
입니다.
여러분! 죽음을 무릅쓰고 친지를 남겨두고 구사일생 자유를 찾은 저희들에게
이게 뭡니까?용기를 주세요.순전히 우리가 체제에서 체제로 건너뛰었다고 봅니까?
당과 수령과 복종으로 쇄뇌 되었던 두뇌가 자유라는 새로운 공간에 착륙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기뻐하고 즐거워 했던 그시간을 갖지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
지 않습니까?여러분!뇌성마비,지체부자유,그들은 그래도 최소한 생각을 가지고 자기
의사대로 활동할 수 있는 자유를 소지하고 삽니다.안타까운 게 있다면 그들이 그들의
장애로 인해 부분적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 뿐이지만 객관적인 자유인이라
는 건 분명합니다.한 눈으로 보거나 헬렌켈러같은 장애자라 할찌라도 그들의 세상은
온전한 것입니다.그러나 사지가 멀쩡하면서도 밝은 태양을 바라보지 못하고 숨을 쉬
면서 자유가 있는지조차 모르게 꾸며놓고 사는 세상이 코 앞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는 여러분들이야 말로 놀라워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여러분!저는 북한주민들의 처한 어려운 실정을 호소하려는 게 아닙니다.
헐벗고 굶주리는 삶은 어느 국가에 어느 국민이든 있게 마련입니다.그러나 옳은
것을 그릇된 것으로 받아드리고 평화를 적으로 의식하여 남한을 원수로 여기는
집단이 바로 한민족이라는 게 비극이 아닙니까?자살을 해야할 인물들은 따로
있습니다.자기들 몇몇과 그들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부하들이 자살하면 핵
프로그램,미사일시험 따위의 벼랑끝 모험이 소용없는 대신 그 물자가 주민들에개
돌아가는 기막힌 시나리오가 기다리는 데 그것을 외면하고 흑색 선전만 하고 있습
니다.여러분 닭은 알에서 깨어나는 순간 닭이 됩니다.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알에서
나오는 순간 캡슐 안에 같혀서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없고 세상도 볼 수 없는 맹아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더두말고 10분만 그들의 입장이 되어주십시요.지금 우리가 그곳에 있습니다.
중노동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그런데 남한의 젊은 사람들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여기보다 잘살고 잘 배우고 모든
면에서 자유롭고 우수한 사람들이 고작 자살이나 한다면 이게 어찌된 영문일까
의심하며 현제 처하고 있는 체제에 만족하고 당의 선전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그당에서 말하 듯 탈북자들의 자녀들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학교에서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는 둥 차별이 심하다는 것입니다.대북 방송으로는 자유다 평등이다
자기들을 우롱하는 남한이야말로 가증스런 집단으로써 인민의 적이며 싸워야할 원수
라고 분개하지 않겠어요?차라리 북한에서 뼈를 뭍겠다며 자유를 단념하지 않겠어요?
핵 실험에 찬성하고 미사일 생산에 열을 올리는 자들이 그런 적개심으로 당에 충성
을 다하는 것입니다.얼마나 참혹한 현실입니까 안타깝지만 여러분들 만큼 어리석은
행위는 아닙니다.
자살하는 그순간 여러분들은 그동포들이 그렇게 누리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마세요.그들이 알지도 못하는 세계를 경험하고 그들이
접하지 못한 지식을 산더미처럼 쌓고도 그냥 버리고 간다는 것을 망각하지 마세요.
하다못해 신고 있는 신발 한짝 남겨 주지 않고 간다는 것을 유념하십시요.
우리가 당면한 모든 것들을,철책선이나
체제나 사상으로 핑계 대지 마십시요.단 십분을 그들과 같이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여러분이야 말로 통일의 걸림돌인 것입니다.자살이 그 대표적인 통일의
시계 바늘을 거꾸로 가게 만드는 행위라는 겁니다.
적화통일은 민족을 배반하는 것이지만 자살은 인류를 배반하는 범죄입니다.
여러분,이런 말이 20년 가까히 북한에서 살다가 귀순한 탈북자의 입
에서 나와야 합니까?"
달빛이 유난히 탈북자의 모습을 환하게 감싸주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용기를 얻은 것 같았다.칠순의 노인이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자살 싸이트라니?혼자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무슨 자살을 하겠다는 것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했어요.?그들의 무덤에 가서 물어보았습니까?
그들의 생각대로 이뤄졌다고 합디까?그들의 품었던 원한대로 움직인다고 합니까?
여러분들의 태도를 보면 마치 그들의 유언대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갑
작스레 생긴 사람들 같아서 이럽니다.설령 사실이라해도 여러분은 생자입니다.
여러분이 관을 들고 가는 거지 귀신이 여러분을 들고 가는 게 아닙니다."
쥴리엩의 자살이야 말로 가문을 거역하고 대를 끊은 불효막심한 행위다.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로 포장되었다.수녀 안젤리나의 자살은?젊은 베레테는.....
박 남수-제 일회 자살 회원이며 이 카페를 창설하는 데 중추적인 역활을 하신 분입니다.
"나는 자살하는 자들을 대할 때마다 그 주변 사람들의 후담을 듣기 좋아했다.
"오죽 하면 자살했겠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 많으신 어른의 얼굴을 주시했다.
"무슨 소리!죽을 용기 가지고 살 생각을 해야지."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나면 고개가 저절로 갸우뚱 기울었다.특히 중환자 실에서 투병하는 중환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자기 하나 숫가락을 놓으면 열 식구가 편하게 살아간다.
.숨이 막힐 것 같이 답답하기만 하던 나에게도 자살할 기회가 왔다.
2011년 1월 18일
태양과 세상은 대조적이었다.
태양은 차양이 긴 모자만 써도 얼굴을 다 덮지 못한다.그러나 세상은
골방에 깊숙히 쳐박혀있는 나와 우성이를 찾아왔다.
나와 우성이의 성격이나 취향이 유별난데도 유유히 맞았다.
우리가 애간장을 태우며 소원하던 모든 것들을 적시적소 구비해놓았다가.
시시각각 비위를 맞추고 장단치며 반겼다.
우리의 속마음을 어떻게 파헤쳤을까?궁금했는데 그수수께끼를 풀게 되었다.
우리가 의지했던 마음은 우리 내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외부 것들이었다.
행복의 모델이 세상이다 보니. 그세상이 우리를 유혹하기 쉬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청구서를 내밀었다.우리보다도 더큰 향락을 누린 자들은
사형언도를 받던가 자살을 택하든가,옷을 벗어야 한다든가,벌금을 물어야 한다든
가,감옥에 간다든가,우성이처럼 낮병원에 보내든가 나처럼 가슴 앓이로 남기는
경우다.
우리는 그비싼 청구서를 보며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소용없이 다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보지만 그건 착각이다.우리들은 유아
시절부터 울음이라는 수단을 사용했다.손해보지 않는 습관부터 익힌 셈이다.
.흥미있는 일에 용감한 만큼 재미없는 일에 미숙하여져서 하기 싫은 일엔 죽어도
나설 수 없는 것이다.누구나 이 재미있는 세상을 만나며 한번쯤 주인공이되는 평등
이 이뤄졌다.그 대열에서 밀려나 세상을 하직 하겠다는 것이 자살인 것이다.
안토니우스 크레오파트라,소설이나 희곡이지만 로미오와 쥬리엩, 젊은 베르테르,수녀
안젤리나그들도 자살했다.그러나 죄악시 여기며 운운하지 않는 다.
그들의 삶이 숭고해서 인가?아니다.개미 한마리가 죽어도 그생물을 주인공으
로 글을 쓰거나 에니메이션으로 조명했을 때는 슬프고 안타깝다.우리들조차
그 개미를 불행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비애를 느낀다.
그들의 자살이 숭고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록 때문이다.일반인들과 다르게 출생
부터 숨을 거둘 때까지 낱낱이 묘사한 때문에 우리는 이해라는 불랙홀에 빠져
버린다.우리는 자기 중심에 고정되어 살아왔기 때문에 그 틀에서 벋어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세상의 시각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부조리한 세상은 끝까지 개인의
편에 서지 않는다.분명 그들처럼 몸에 배인 삶이었으며 자살하려는 동기와 방법도
다르지 않았다.다만 우리들에게는 기록이라는 특혜를 받지못해 그것이 불행한 것이다.
인간의 고뇌를안고 살았지만 죽을 때만은 짐승처럼 사라지는 것이다.죄악은 죄를,불행
은 불행을 잉태한다.없는 자는 그가 소유한 작은 것 마져 빼앗기는 것이 하나님의 법칙이다.
자살할 가능성과 그소지를 다분하게 갖고 사는 게 인생이다.하지만 코 앞에 자기
일이 아닌 까닭에 가당치 않은 말을 늘어 놓는다.이것이 대중들의 칼라다.
얼마나 아이러닌가?자기들과 밀접한 죽음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들과 가당치
않은 자살을 보고는 슬퍼하는 것이다.
하얀 눈밭이 희미해진 달빛을 받아 제법 눈부시다.
그눈밭에 남수가 절름거리며 나타났다.회색 채크무뉘 모자에 갈색 점퍼를 걸친 그
는 하얀입김을 내쉬며 뒤를 바라보았다.그때마다 어설픈 발자욱이 눈밭에 남겨졌다.
언덕을 넘어서니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나타났다.
남수와 아내가 점심 식사를 마친 오후
오붓하게 산책하던 길이다.아내가 꿈을 꾸며 지나치던 코스다.
"이런 아름다운 농촌에 폐가가 여러채 있다는 게 놀라워요.적은 비용으로 집도 마련할
수 있고 노후도 보낼 수 있을 거에요,"
"그럼,신종 푸루도 얼씬거리지 못했잖아?"
남수는 아내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느라 힘이 들었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질질 끌
어야하는 왼발 때문이었다.
힘을 주고 내 딛으려 신경을 쓰면 쓸수록 근육이 수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아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주변의 나무를 살피고 지나쳤다.
나이론 올가미 줄을 매기 적합한 나무가지였다.
신장173센티보다 50센티가량 높고 56키로 그램의 무게를 지탱해 줄 수 있는 나무가 행인
들의 눈에 띌 장소에 서있어야 했다.자살 후 되도록 부폐되지 않은 시체로 영구차에 오르
고 싶었다.도로가 언덕에 그런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날 보아둔 그소나무 가까이 다다른 것이다.우연인지 얼마전 살해된 25세의 여자
시체가 이도로 에서 발견되었다.이곳에 시체를 버리고 도주한
범인을 색출하지 못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현장이었다.마을에 중년층만 해도 용의
자로 지목받을까 얼씬도 못하였다.
그는 점퍼 안주머니에서 녹색 비닐 끈을 꺼내고 털장갑을 벗었다.손이 시려웠으나 재빠르
게 올가미를 만들어 나무가지에 걸쳤다.
그올가미에 목을 걸고 몸무개를 맞기는 순간 안주머니의 휴대폰에서 벨이 울렸다.
'뻐꾹,뻐꾹,뻐꾹
'어떻게 된거야?휴대폰이 끊어진지 3 개월이 지났는 데...'
남수가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신혜가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
"당신 초심을 잃지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중이었어요.우성이 면회하며 그러셨다고
돌아가신 어머님을 다시 뵐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 라고.....당신이 돌아오시
지 않았다면 그아이 역시 그렇게 애통한 말만 할 겁니다.그러니까 살아있는 아버지가
우성에게 필요해요.저에게는 물론이고 형님들에게도 굿굿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말이
에요,"
남수가 입을 열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의 의식일 뿐 그의 몸은 119 구급차에 실려 충북의대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1 부
"남수야,남수야."
남수의 귀에 어머니의 음성이었다.
"어머니....?"
"막둥아,네가 왜 이곳에 왔느냐?"
그가 사방을 둘러보았다.그가 쌓은 돌 담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을 뿐이다.
"어디 계셔요?"
"너는 어미의 음성은 기억하면서 어미의 염원은 관심이 없었구나."
"어머니께서는 제가 석공이 되기를 바라셨어요?"
"깨달은 게 없느냐?"
"안뇨.하지만 남아있는 아내가 고생하고 있어요."
그때 하얀 소복을 입은 어머니가 돌담 속에서 나왔다.
"막둥아,생자는 고생하지 안는다.불쌍한 것은 사자들이다.그 삶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
지 나를 따라오너라."
남수는 갑자기 자신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의식하였다.어머니처럼 공중에 둥실 떠
서 날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공기가 없는 대신에 숨을 쉬지 않아도 된다.체중을 지상에 놓고 와서
이렇게 날라다닌다.네가 보기에 천상이 어떻드냐?"
"입으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워요."
"그건 네 마음이 아름답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실제 이곳은 지옥이다."
"왜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되었죠?"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 않느냐?'"
"어머님의 자살이 없었더라면 우리 식구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요."
그의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저 아래를 봐라."
남수는 시야에는 충북대 병원이 나타났다.중환자 실에 누워있는 자신을 내려다 보
고 있었다.그곁에 서서 울부짖는 우성이가 애처럽게 남수의 가슴을 짓누루며 후회
스런 마음을 불러 일으켰다.
"아저씨 제 조울증이 나았어요.그러니 깨어나셔요.저 쥴리와 결혼하는 데 참석하셔
야죠.아저씨가 그러셨죠.?첫 휴가를 나왔을 때 많은 어머니들이 자기 아들인 줄 알
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