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석유화학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유가 폭등에 따라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 가격이 동반 폭등했기 때문으로,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등 기초유분은 물론 PE, PP, PVC, PS, ABS 등 합성수지 가격 상승률이 국제유가나 나프타에 크게 뒤져 양호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물론 에틸렌, 부타디엔, 메탄올, MEG 가격 상승률이 원유나 나프타 가격 상승률을 훨씬 뛰어넘을 때도 있으나 일시적인 현상일 뿐 전체적으로는 훨씬 뒤쳐져 있다.
국제유가는 원유 수급밸런스의 변화에 날씨 변동이 크게 작용하고 있고, 여기에 미국 달러화의 약세와 함께 투기자금이 고수익을 쫓아 몰려다니면서 예상을 벗어난 강세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 경제가 주춤하는 사이에도 중국과 인디아로 대표되는 신흥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원유 수요가 급증함으로써 100달러 시대가 고착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나프타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수급밸런스만을 고려하면 톤당 900달러 가까이 오를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이지만 국제유가 폭등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아시아를 위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에는 휘발유 수요가 급증해 나프타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석유제품 공급이 부족하자 나프타 생산을 줄이고 석유제품 생산을 늘리도록 요구함으로써 2008년에는 10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까지 엿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석유화학제품은 왜 국제유가나 나프타 가격과 연동해 오르지 않는 것인가?
원유는 천연가스나 석탄 등 대체재가 있으나 공급량이나 가격, 효율성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대체하기 어렵고, 나프타 역시 LPG, NGL 등 대체재가 존재하고 있으나 가격과 효율성 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고 있다. 즉, 수급과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가격이 폭등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석유화학제품은 목재나 철강 등 대체재가 존재하고 있고, 가격과 효율성 측면에서 대체재의 경쟁력이 떨어져도 자동차, 전자, 건축 등 최종제품의 경쟁체제 때문에 가격상승에 한계가 있어 원료 코스트를 100%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제지, 철강 등이 호시탐탐 대체수요를 노리고 있고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사용량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가격을 인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석유화학제품은 아시아나 유럽이 나프타를 기초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중동과 북미지역에서는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에탄 가격은 나프타의 10-20% 수준에 불과하다.
나프타 가격이 크게 상승해도 에탄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나프타 베이스 석유화학제품 가격을 함부로 인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어 국제유가 변화에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는 반면, 중동은 주로 석유화학 원료로 사용하고 있고 정책적인 고려까지 수반해 코스트 경쟁력이 월등한 편이다.
따라서 국제유가나 나프타 가격이 급상승해도 나프타 베이스 석유화학제품은 가격상승에 한계가 있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나프타가 톤당 1000달러에 육박하면 경쟁이 치열한 범용 석유화학제품은 적자생산이라는 곤궁한 처지에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런데 HDPE는 최근 범용 그레이드 가격이 톤당 1500달러를 넘어서 기염을 토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특수 그레이드보다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장기간 약세를 보여 수익성이 좋지 않은 HDPE의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파이프, 컴파운드 등 특수 그레이드 생산을 확대하면서 범용 그레이드 생산을 줄인 후 나타난 현상으로,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이 중동과 중국의 부상에 대비해 1990년대 중반부터 추진한 고부가가치화 전략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바로 고부가가치화와 차별화 전략이다.
<화학저널 2008/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