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역사” 국립발레단)) 제 2기 임성남 단장 시절 1972~1992

[虹霓「KARING」]

1974년은 국립발레단으로서는 역사적인 해이다. 국립극장이 명동에서 장충동으로 이전하면서 발레 파트가 국립무용단에서 정식으로 독립함으로써 국립발레단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의 제1대 단장으로 임성남이 위촉되었다. 그는 1993년까지 20년동안 국립발레단장 직을 맡아 척박한 공연 환경속에서도 활발한 공연 활동을 벌임으로써 한국 발레사에 길이 남을 예술인으로 남는다.

일찍이 일본 유학을 통해 서구 문화예술을 받아들인 임성남은 1951년 이미 도쿄에서 "청년발레단"을 창설해 활동하면서 일본 발레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 무용계의 만류를 뿌리치고 귀국 한 그는 "임성남 발레 연구소"를 거쳐 1956년에 "임성남 발레단", 1959년에 "한국발레단"을 창설하면서 그 시대에 이미 국립발레단 탄생의 토대를 갖추어놓는다.

국립무용단 시절 그는 나름대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지만 임성남이 한국 발레를 위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는 바로 1974년 국립발레단 시대부터이다. 이 시기 공연 프로그램의 인사말을 통해 본 임성남 단장에 대한 인상은 매우 소신있고 뚝심있는 예술가라는 점이다. 발레계의 열악한 현실과 정부의 미진한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하면서 끊임없이 관료 조직과 싸우는가 하면, 발레 발전의 바탕이 될 "발레 학교" 설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한국 발레를 얼마나 거시적으로 관망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에 국립발레단은 한국 관객들에게 세계의 명작 발레를 처음으로 소개한다. 그 첫 공연이 바로 1974년에 했던 <백조의 호수(2막)>와 <호두까기인형 (조곡)>이다. 국립발레단이 소개한 서구 발레의 첫 전막 공연은 1975년 <지젤>(안무 임성남). 한편 외국인 안무가를 초청하여 해외의 명작 발레를 제대로 소개하려는 작업도 이 시기가 처음인데 그 첫 케이스가 1977년 <호두까기인형 (아리마 고로 안무)>이다. 유럽의 안무가를 초청했던 첫 공연은 1979년 <사계 | 작품9번 | 골렘 (프레드 마르티니 안무)>. 이는 그동안 일본식의 러시아 발레 기량에 익숙해져있던 국립발레단이 유럽식 발레 기량을 흡수했던 최초의 공연이었던 점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후 공연된 <노트르담의 꼽추> (87년 이시다 다네오 안무),<돈키호테> (91년 마리나 콘드라쩨바 안무),<레퀴엠·부라보 피가로> (92년 보리스 에이프만 안무)는 국립발레단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91년 <돈키호테>는 러시아의 볼쇼이발레단의 조안무자를 초빙함으로써 국립발레단이 러시아 발레를 본격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국립발레단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남을 만큼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작품. 어쨌든 최초의 해외명작발레 소개, 최초의 전막공연, 최초의 외국인 안무가 영입은 한국의 발레 수준이 이 시기에 한층 발전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이 시기에 주역급으로 활동하던 대표적인 무용수는 다음과 같다. [1970년대 ~ 1980년 중반] 김명순 (현 예진무용학원장), 김성일 (현 로열무용학원장), 김옥선, 김학자 (현 한성대교수), 박해련 (현 삼호무용학원 대표). 백의선 (현 원광대교수), 안승희, 오영자, 이동우, 이득효 (현 계원예고 무용과장), 이상만 (LEE발레 대표), 진수인, 지경자 (이상 가나다순)

[1980년대 중반 ~ 1990년대 초반] 김긍수(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김순정 (현 재러 무용가), 김종훈, 김춘미, 나형만, 문병남 (전 국립발레단 지도위원), 민병수 (현 부산대교수), 박경숙 (전 광주시립무용단장), 박희태 (현 전주우석대교수), 성 호, 이미자, 전미연, 정형수,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한금련(현 지혜발레학원장) (이상 가나다순)

1983년 "국립발레단 창단 25주년 기념 호두까기인형" 프로그램 책자에는 국립발레단 임성남 단장을 비롯한 지도위원, 주역 무용수들의 발레단 회고 좌담이 나오는데 제 2기 시기가 국립발레단이 한단계 도약하기위해서는 얼마나 중요한 시기였는지가 잘 나타나있다. 73년 장충동 국립극장 개관 후 비로소 연습장을 갖게되었을 때의 기쁨, 73년 당시로선 한달 용돈에 불과하던 단장 7만원·단원 4만원의 월급을 처음으로 받게되었을 때의 감개무량, 77년 <백조의 호수>로 발레단 역사상 첫 매진을 기록했던 일, 감가상각비 차원에서 단원들에게 마땅히 토슈즈를 지급해야한다고 몇 년을 주장하다가 드디어 관철시켰을 때 (참고로 토슈즈는 군인에게 있어서 총과 같은 것인데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의 감격 등이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