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를 꿈꾸며
지준란
요즘 저녁이면 라일락 향기가 나를 기분 좋게 한다. 냄새의 근원을 찾기 위해 베란다에 있는 꽃들로 코를 대어보았다. 그 꽃은 볼품없는 야래향이다.
야래 향은 중국에서 “밤에만 찾아와 향을 풍긴다.”하여 夜來香(밤 야, 올 래, 향기 향)이라고 한단다. 야래 향은 해질녘부터 다음날 해뜨기 전까지 꽃을 피우는데, 향기가 은은하지만 너무도 강하여, 꽃이 피는 시기에는 좁은 공간보다 넓은 거실의 창가에 두고 창을 열어두어야 한다. 적막한 밤에 진한 라일락 향기가 집안 가득 퍼져 기분을 좋게 해주는 야래향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야래 향은 많은 양분을 요구하고 여름엔 하루에 물을 두 번만 주면 아주 잘 자라는, 집에서 키우는데 제격인 식물이다.
꽃말은 “기다리는 사랑.” 올여름 몹시도 더웠을 때 이 꽃은 우리 가족들에게 행복을 선사해준 고마운 꽃이다. 야래 향의 짙은 향이 모기나 벌레들을 좇아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꽃은 볼품이 없고, 그다지 예쁘지 않아 눈길은 끌지 않지만, 향기로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정말 밤이 되면 향기가 기다려지는 꽃인 듯, 꽃말에 새삼 동감하기도 한다.
평소 남편이 꽃을 좋아해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남편은 아침마다 식물들과 인사라도 하듯 베란다에 가서 이것저것 살피고 회사에 출근한다. 꽃을 키우며 마냥 즐거워하는 남편의 얼굴은 천사 같다. 별다른 취미 없이 퇴근 후에 베란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내 남편은 식물들과 절친한 친구이다. 나는 이런 남편의 정성 덕분에 향기를 맡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마냥 기쁘다.
야래향의 꽃향기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꽃향기를 맡고 있으니, 작은 꽃도 향기를 내는데, 하물며 꽃보다 더 큰 사람에게서도 좋은 향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사람의 향기를 내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꽃향기나 향수 냄새는 바람결에 따라 떠다니지만, 사람의 향기는 마음에 머무른다.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은 곁에 두고 오래오래 같이 하고 싶어진다. 어쩜 사람의 향기는 꽃향기 보다 진해서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지도 모른다.
사십 중반에 접어들면서 인생에 대해서 조금 알 것도 같다. 오늘밤도 나는 야래향의 꽃향기를 맡으며 사람의 향기를 꿈꾸어본다.
나는 좋은 사람의 향기가 나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첫댓글 향기나는 사람이 되길 바랄께...
글고 원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