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접고 스페인으로 간다고 했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이 중요한 시점에 그렇게 일을 다 두고 떠나면 어떻게 하냐
돌아왔을 때 그 위치에 다시 서지 못하면 어쩔 거냐,
시집은 안 갈거냐, 그 나이에 공부는 해서 뭐하냐,
축하하고 격려하기보다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물론 나도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그 당시의 나에게는 확실히 보장된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쓸데없이 1년만 낭비하면 오히려 다행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이루어놓은 것들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이란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두려워서 내 안의 열정이 나를 떠미는 곳으로 떠나지 못한다면
내가 온 가슴으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난 오히려 그것이 더 두려웠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안정과 최고만을 찾다가
더 이상의 도전도, 실패도 , 변화도 없는
'죽은 삶'을 사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분명한 것은 나의 의지대로 선택한 길을 감으로써
나의 꿈과 나의 인생을 내가 직접 디자인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렇게 떠나지 않았더라면
언젠가 나의 젊은 날을 돌아보는 시기가 았을 때
분명 가슴을 치며 후회했을 것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엔 늦었다고 느껴젔던 그때야말로
실패한다 하더라도 한 번쯤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기였음이 분명할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