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서, 나의 일곱 번째 이름
이현서 지음 장영재 옮김 실레북스 2023/2024 4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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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생
서문의 끝에 저자는 ‘2013년 2월 13일 캘리포니아 롱비치’라고 적었다.
한국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미국에서 영어로 그동안의 탈출기를 쓴 셈이다.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것은 2023년이니 35개국에서 번역 출판된 책을 십 년이 되어 국내 출판을 했다. 탈북기는 이제 진부해서 안 팔릴 거라고 생각했나? 재북작가 반디가 쓴 ‘고백’과는 또다른 장편 스토리로 감동면에서는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18세에 압록강을 넘을 때는 잠시잠간 나드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지옥의 문이 열렸다.
북송 위협 속에 만주에서 상해로 가족을 그리워하며 젊은 여자의 몸으로 각고의 고난을 헤쳐나갔다.
그녀의 앞에는 시련은 있었지만 결코 좌절하지는 않았다. 무슨 힘과 인연이 그녀를 도왔을까? 매번 귀인과 은인이 나타나서 그녀를 도왔다. 도저히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뻗쳤다.
불가지한 힘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나님께서 구원의 손길을 주었다고 하겠지만 그녀는 하나님을 몰랐다. 그녀의 감사하는 마음은 오직 도와준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고비고비 사선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전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다시 한번 진솔한 이야기는 독자를 감동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이름은 딕 스톨프입니다.”
“나는 당신을 돕는게 아닙니다. 북한 사람들을 돕는 겁니다.”
밖으로 나오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내가 거부당한다고 느꼈던 이 나라의 모든 잠겨 있던 아름다움이 갑자기 열렸다. 나무에서 나는 재스민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태양과 웅장한 흰 구름도 나에게 축하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방금 온 세상이 바뀌었다. 390
딕의 친절은 나이, 인종, 언어와 무관했다. 돈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정도로 부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야 그가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91
마지막으로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주었다. 집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를 살 돈이었다. “이 돈은 나보다 당신에게 더 필요해요.” 그는 내가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하기도 전에 작별 인사를 했다. 스쿠터에 다리를 걸치고 떠나가면서 소리쳤다. “내가 필요하면 연락해요” 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