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여행(24) - 1월 13일: 쌓인 눈을 밟으면서 영광에서 함평으로
새벽기도에 참석하려고 네 시 50분 정도에 교회를 가는데 벌써 교회앞마당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였고 계속해서 눈은 내리고 있었습니다. 교회안에는 벌써 기도의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새벽예배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벌써 새벽 4시 20분에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눈이 너무나 많이 와서 차량운행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늘 새벽기도시간에는 그 동안 거쳐온 지역과 교회들을 축복하면서 기도했습니다. 김포의 고정교회, 김포의 누산교회, 인천의 예본교회, 화성시의 진토리교회, 평택시의 홍원교회, 권관교회, 아산의 안디옥교회, 당진의 행정교회, 서산의 삽교천교회, 태안의 태안장로교회, 안면도의 고남성결교회, 보령시의 월전교회, 서천군의 홍덕교회, 군산의 주원교회, 익산중앙교회, 완주군 봉동읍의 봉상교회, 전주의 안디옥교회, 임실의 예수공동체, 곡성의 마삼교회, 담양의 수북교회, 광주의 광주양림교회, 장성의 한마음자연학교, 영광의 영서교회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지나온 지역들의 가정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많지 않은 교인들이지만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이 감화가 되었습니다. 한 성도님은 이쪽 지역의 사투리를 사용하면서 "주님, 눈이 겁나게 와부렸네요! 사고가 없어야 하겠지라요." 하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님은 성도들의 방언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김목사님은 노모를 모시고 계셨습니다. 귀한 아들 목사가정의 돌봄을 받는 노모가 행복해보였습니다. 전에는 누님댁에서 살았는데 누님이 먼저 소천했다고 합니다. 그런 사연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까 노모의 아픔도 생각났습니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 노모님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침 식사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른 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정신이 온전하게 박힌 사람은 다른 집을 방문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같습니다. 나처럼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해야지 방문도 할 것같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렇지요, 누가 방문하면 평소에 하지 않던 정리정돈도 해야하고요, 대충 먹고 살았는데 시장도 봐야하고요, 불편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것같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런 기회에 정리정돈도 한 번 하고요, 드물기는 하지만 섬김을 베풀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긍정적인 역할도 있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어떻든 문화가 도시화되고 개인화되다보니까 집에서 손님을 접대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고 모든 접대를 주로 밖에서 할 때가 많은 것같습니다. 그런데 이 불청객은 주로 쳐들어가는 가는 입장도 되었으니 많은 분들에게 사랑의 빚을 졌네요.
아침식사를 한 후에도 눈이 계속해서 내렸습니다. 제법 많이 내려서 걷기에도 불편할 것같습니다. 김목사님과 사모님은 괜찮으니까 하루를 더 묵어갔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나그네는 머무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사람이니까 오전 10시 정도가 되어서 여장을 준비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김병수목사님은 배낭을 지고서 마을 입구까지 배웅해주셨습니다. 님의 정성이 고맙습니다. 님의 남아있는 목양의 사역에 예수님을 진정한 벗삼아 아름다운 목양의 생애를 끝까지 완주하십시오.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달려가서 의의 면류관을 그 분이 주실 때까지 그 길을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지만 아름답고 복된 길이 되십시오 하면서 기도하면서 김병수목사님과 작별하고 길을 떠나면서 기도를 부탁드렸습니다. 김목사님은 길손의 여정에 축복을 빌어주었습니다.
눈이 워낙 많이 내려서 영광에서 함평가는 길에 차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광주가는 길이 겹치다가 약 3Km 정도가서는 광주가는 길과 함평가는 길이 나눠졌습니다. 함평가는 길은 왕복2차선이었습니다. 차들은 거북이 걸음을 하면서 기어가듯 지나갑니다. 그래도 어떤 차들은 제법 자신이 있는 것처럼 열심히 달렸습니다. 대지는 하얀 눈으로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 이렇게 눈을 많이 본 경험은 별로 없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지나가다가 고추대위에 쌓인 눈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사진을 한 컷 찍었습니다. 종종 나무에 쌓인 눈이 너무나 아름다워 나그네를 그냥가지 못하게 하고 멈춰서게 하는 것같습니다.
눈은 내리고 또 내립니다. 눈은 쌓이고 또 쌓입니다. 인간의 모든 것을 덮어 버립니다. 오염된 인간의 마음도 덮어 버리는 것같습니다. 더러운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과 추함도 덮어버리고 순백의 아름다움으로 새롭게 창조를 합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만든 원래의 창조의 모습은 이렇게 깨끗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욕심이 모든 것을 변질시키고 타락시켰던 것같습니다. 너와 내가 이러한 변질과 타락의 주역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지요, 이제 타락하고 변질된 이 세상을 조금이나만 주님의 말씀과 감화로 내가 먼저 정화되고 내 주변도 조금씩 정화시키는 삶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같습니다.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내 자신을 바라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주님과 함께 길을 걷다보면 내 자신과 내 주변에 작은 변화라도 일어날 것같습니다. 처음부터 큰 변화를 바라면 실망하지만 작은 불꽃 하나가 온 대지를 불태우듯 처음에는 작은 변화지만 그 변화는 살아있는 역사의 변혁을 일어킬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데 녹산사랑의교우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반가운 전화로의 만남이었습니다. 어저깨는 그 교인들 몇몇 분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오랫만에 옛정을 나누는 기쁨이었습니다. 다른 교우들에게도 전화를 하면서 반갑게 새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여행중에 교회를 들리겠다고 했습니다. 벌써부터 반가운 만남이 그리워집니다.
눈이 많이 쌓인 도로를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차량들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반갑게 응답을 했습니다. 중간에 불갑면사무소가 있어서 피곤한 몸도 쉴 겸 인터넷을 해서 카페에 글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면사무소에 있는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서 컴퓨터 작업을 했습니다. 기계 작동이 빠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곳에서 열심히 정리하다보니까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오후 5시 20분이 훨쩍 넘었습니다. 서둘러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찜질방이 함평읍에는 없고 함평읍에서 해보면으로 가는 중간지점에 있다는 것입니다. 밖에서 기다렸지만 군내버스는 오지 않았습니다. 몇몇 차를 히치 하이킹을 하려고 했지만 세워주는 차는 없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위험한 길에 차를 세우고 싶지도 않을 것같습니다.
거의 6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영광이든지 함평이든지 닥치는대로 타고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만일의 경우 이 동네의 마을회관에서라도 잠을 자야 할 처지가 될 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만일의 준비를 했습니다. 이제 어두워졌습니다. 처음으로 힘든 시간이 되었습니다. 주님의 인도함을 구하고 있는데 버스 한데가 왔습니다. 함평읍에서 영광읍으로 향하는 방향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불갑면이 종점으로 다시 함평읍으로 가는 버스였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요. 이 운전기사는 아주 친절했습니다. 그래서 내일 일정은 증도에 가는 것인데 가는 방향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았는데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차가 함평읍에서 다시 해보면쪽으로 가면서 대가면에 있는 찜질방근처를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잘되었습니다. 안심이 되었습니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기분이었습니다.
함평읍에서 저녁 6시 50분에 출발했습니다. 15분 정도가서 찜질방이 있다는 동네 앞에서 차에서 내렸습니다. 이곳에서 1.1km정도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간간히 가로등이 있지만 눈쌓인 밤길을 걷기가 쉽지는 아니했습니다. 가까이 교회가 있어서 수요일예배를 드리려고 갔는데 주보를 보니까 6시 30분에 수요예배시작인데 7시 10분 정도가 되었는데도 예배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눈덮인 관계로 교회에서 드리지 않고 다른 곳에서 드리는지 아니면 예배를 취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곳에 정수기가 있어서 따뜻한 물을 한 컵 마시고 잠시 기도시간을 가졌습니다. 예배당을 나와서 동네로 들어갔는데 이곳에 찜질방은 없었습니다. 개들이 사납게 짓기 시작합니다. 다시 나와서 전화를 하니까 길을 따라 계속 올라오라는 것입니다. 초행길이 멀게 만 느껴졌습니다. 4km정도는 가뿐하게 걷는데도 어두운 밤길 1.1km는 멀었습니다. 계속 걷다보니까 찜질방이 나왔습니다. 아침에 왔던 손님들 일행이 저녁에 가버리니까 찜질방에는 나혼자 남았습니다. 이곳은 대형찜질방도 아닙니다. 사우나 시설도 되어있지 않고 사워할 수 있는 곳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초저녁에 잠을 좀 자다가 일어나서 카페에 글을 올리고서 주님과 함께 저녁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주님, 눈내리는 길에 이곳까지 인도해서 감사합니다. 당신과 더욱 함께 남은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부족하고 미련한 당신의 자녀이지만 당신의 가장 좋은 길벗 되기를 원합니다. 비록 추하고 더러운 마음을 소유하고 있지만 저 순백의 눈처럼 당신의 깨끗한 그릇으로 사용하여주옵소서! 오염된 마음과 생각들이 당신의 순수함과 성결함을 본받아 변화되기 원합니다. 이곳 함평군을 축복하여주시고 이곳의 가정들과 영혼들에게 치유와 회복을 허락하여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