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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송명희 시인은
본 소설의 집필동기에서 말하기를 이 내용은 주님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소설속에 나타난 아래와 같은 일들을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가며 읽어보는 것은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나는 1997년 미국 집회를 갔다가 미국에 대해 주시는 주의 음성을 들었고 그 후로 무리한 사역 활동으로 인한 목 디스크 증상에 따라 전신마비 중복 장애 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하나님이 마지막 때의 은밀한 징조를 알려 주셨다.
나는 매일 새벽과 낮, 수시로 깨어 있을 때마다 주의 음성을 들어 귀찮고 시달린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으나 불안하거나 공포감은 없었다.
하루는 온 몸의 통증 때문에 밤잠을 못 자고 새벽녘에라야 안정제를 먹고 가까스로 잠을 자려고 하는데 주님이 내 옷깃을 잡고 흔들며 속삭이셨다.
"얘야! 내 말 좀 들어봐라! 이야기 좀 하자!," 나 자야 되요,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아니, 넌 들어야 한다!"
그러시면서 계속 중복되는 내용의 음성을 들려 주셨고 소변을 보러 힘들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동해 화장실 변기에 앉았으나 소변은 안 나오고 주의 음성을 듣고 있노라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낫다.
"고작 그거 알려 주시려고 사람 잠을 못자게 해요! 다 알고 있는 사실을요..."
주의 끊임없는 음성대로 세상이 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놀라운 반면에 신기하기도 했다.
다니엘서와 마태복음 24장과 요한 계시록이 퍼즐처럼 맞춰지고 숨은 그림처럼 그 베일이 벗어지는 현실과 미래가 하나 하나 보여져서 숨막히는 기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방송에서 2004년이 길할 것이라는 역술인들의 말과는 달리 2004년은 참담하고 어수선할 것이라고 전했다.
갈수록 세상은 험악해지고 경제 난황도 벗어날 수 없으며 위장된 평화 또한 잠시 머물 것이나 그 후에는 큰 환난과 핍박이 있다. 지금은 환난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고민 끝에 그 진상을 써서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고 주변 지인들에게 전해 본 결과 모두 당황하면서 천태만상의 답변을 듣고 상심도 컸으나 그 글에 동감하시고 힘을 실어 주시는 목회자님들도 많았다.
그 내용이 너무 직설적이고 충격스러워서 그 내용을 전할 방법은 소설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2003년을 보내고 2004년 1월 초에 시작한 작업 과정은 나름대로 비장했다.
"사탄이 앞으로 행할 그 간악함을 먼저 알게 하옵소서!"
쓰다가 소름이 온 몸에 돋고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긴장감에 숨을 몰아 쉬면서 하루 서너 장씩 급속도로 집필해 1월 말에 마무리를 하게 되었고 늦은 봄 쯤 출판하려 했으나 큰 파장이 우려되어 망설이다가 묻어 버릴 수 없어 조용히 용기 내고 출판하게 되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체 칩이라기보다 그 시스템을 조정하게 될 정권을 알리고 싶다.
전쟁을 부르고 지나친 기독교적 마인드로 예루살렘을 회복하며 평화와 협상을 가장하는 절대 권력의 그가 적그리스도인 사실을 알리고 싶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는 말은 아주 옛 말이다.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지식이 더하리라"(단 12:4)
빠른 왕래는 시간이 압축되어 천년 동안 될 일이 하루, 또는 1분에 다 되는 속도다. 따라사 역사도 빨라지고 압축되는 것이며 지식의 폭이 넓고 빨리 많은 것을 아는 뜻이다.
실로 천년 같은 하루를 살고 있다.
2004.12.10(목) 송명희.
18-23p
적막한 도시의 허물어져 가는 건물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지는 해의 노을빛에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그 따사로운 온기에 아영은 움츠린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본다.
" 모든 게 다 날아가 버렸어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아영은 넋을 잃은 듯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이리 저리 흩어진 쓰레기 더미를 과거 속 지난 삶의 흔적이라도 찾는 양 헤맨다. 그러나 손에 쥐어든 것마다 폐품뿐이다. 무거운 널판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를 찾아 아영은 파헤치기 시작한다. 소형 라디오를 발견한 아영은 자신의 귀에 서서히 갖다 대고 듣는데 라디오에선 앵커우먼의 뉴스 속보가 들린다.
" 북한의 침공 테러 두 달째를 맞은 우리는 미 공군과 다국적군의 보호 하에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의 공격은 더 이상 없고,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지탄을 받아 고립과 처벌 형성을 면키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나라는 별다른 소요 없이 평상시 생활을 되찾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여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편 미 첨단 과학 국에서 시행되는 안전 칩에 대한 설명을 보도국 기자가 자세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국제 보도국입니다. 내일부터 시행되는 미, 유럽 첨단 과학국(AUS)의 안전 칩은 그 동안의 모든 개인 신상에 대한 노출을 막고 특히
신용카드의 위조와 분실을 없애기 위한 안전 칩으로
현금과 카드 없이 쇼핑과 모든 거래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진행되는 시스템입니다! 이 칩의 시행을 위해 그 동안 많은 연구 실험 끝에 내놓는 다 기능 안전 칩은 내일부터 각 관공소와 기관에서 접수를 받으며 칩 이식 시간은 10초도 안 걸립니다. 미 연맹국인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에도 시행되는 이 안전 칩은 피치 못할 조치입니다!
뿐만 아니라 테러와 전쟁의 공포로부터 불가피한 조치임을 AUS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 내일부터 시행될 안전 칩에 대해 일부 시민 단체와 종교 기관에서는 인권 침해 이며 종교적 문제가 있다며 거세게 반대 시위를 벌여 일부 관련자들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아영은 라디오를 꺼 버리고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중얼거린다.
"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요? 하나님! 하나님!"
아영의 애원은 절규로 변하고 그 절규는 쓸쓸한 거리의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아영은 서서히 정신을 잃어가고 지난 과거의 회상 속으로 들어간다.
아영의 시야가 흐려지면서 현실 감각이 사라져 간다.
아영은 놀이동산에서 인규를 만난다.
"인규 씨!'
"아영아! 왔냐!"
두 사람은 팔짱을 껴고 행복에 겨운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면서 데이트를 즐긴다. 둘은 놀이 기구를 타며 환호성을 지르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간이 레스토랑에 앉은 두 사람은 햄버거와 콜라로 식사를 하는데 아영이 시계를 본다. 그런 아영에게 인규가 말한다.
" 왜? 무슨 약속 있니?"
"아 아니! 그냥......"
"아닌 거 같은데? 나 말고 또 어느 녀석과 약속이라도 있는 거 아냐?"
"맞아! 어떻게 알았지?"
"야! 안 속는다! 누가 널 데려 가냐?"
"치!"
"빨리 먹고 영화 봐야지......오늘 끝난다는데......"
"글쎄......나 오늘 교회 청년회 가야 하거든!"
"야! 넌 피곤하지도 않냐? 일주일 내내 일만 하다가 오늘 겨우 만나서 스트레스 좀 풀려는데 오늘은 ... 풀로 있자!"
"요즘 일 없이 노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그래, 알았어! 이 사탄아!"
"사탄? 좋다! 사탄이 천사를 유혹해 볼까? 음 으야야!"
두 사람은 극장에 들어가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본다.
초 저녁 아담한 성산 교회 안에서 최원철 목사의 당당한 설교 소리가 들려왔다. 젊고 패기 발랄한 최 목사는 청년회 회원 열다섯 명쯤 모아놓고 열정적인 설교를 한다.
"지금 우리는 큰 환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각종 전염병, 날로 늘어나는 강력 범죄와 나라의 위기, 곳곳의 기근과 지진, 중동 전쟁과 평화를 가칭해 세계를 잡는 미국의 주도 세력! 이제 모든 것이 빨라질 것입니다. 다니엘 12장 4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지식이 더하리라!` 빠른 왕래는 시간이 압축되어 천년 동안 될 일이 하루, 또는 1분에 다 되는 속도입니다. 따라서 역사도 빨라지고 압축되는 것이며 지식의 폭이 넓고 빨리 많은 것을 아는 뜻입니다. 정말 천년 같은 하루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다 드러날 것입니다. 많은 사람은 적그리스도니 휴거니 짐승의 표니 이런 얘기를 하면 거부하고 부인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부인한다 해도 때가 다 된 것을 누가 막겠습니까?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이런 기막힌 일들을 만날 것이고 앞으로 믿음을 지키기가 힘들 것입니다. 사람들은 여유 있는 생활을 원해도 때가 우리를 몰지요. 정신을 차리고 기도해야 됩니다. 우리 죄를 날마다 회개하고 토해내야 합니다. 사람이 먹기만 하고 배설하지 못하면 독소가 온 몸에 퍼져 큰 병이 되 듯 죄에 익숙해진 오늘날 우리가 회개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은 우리를 더 이상 참지 않으실 것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죄를 예수님의 보혈로 씻어야 합니다. 자! 우리 찬양하며 우리의 죄를 고백합시다!"
모인 청년회 일동이 심각한 표정으로 찬양을 부르는 중에 한동희와 서지나, 나 요셉 등은 눈시울을 적시며 찬양에 도취해 있는데, 한동일의 휴대폰이 울리자 주위의 시선이 동일에게 집중되고 동일은 휴대폰을 움켜쥐고 교회 밖으로 나간다. "그래, 김희경! 그 새를 못 참고 전화를 걸면 어떡해!"
동일은 숨 졸이는 소리로 절절 멘다
" 내 동생 동희가 졸라 가지고 교회 왔어! 그래, 나도 웃기는 인간이지...언제부터 맘 잡고 산다고 교회를 왔는지 몰라! 그래, 한 잔 하자구?......갈게! 간다구요. 알았어! 거기서 만나!"
동일이 담배를 안주머니에서 꺼내 물고 라이터를 켜 불을 붙이려 하는 순간 동희가 동일을 잡으며 부른다.
24-33p
" 오빠! 뭐 해! 곧 끝나!"
동일은 동희에게 끌려 들어가다가 머뭇거리면서 동희의 시선을 피하더니 도망가듯 사라진다.
"동희야! 미안해, 약속이 있어서......"
"오빠!...."
사라진 오빠를 아쉬워하며 동희는 자리를 뜨지 못한다.
압구정의 화려한 네온, 한 스탠드바에서 희경은 동일을 기다리고 있다. 동일이 오자 말투를 꼰다.
"언제부터 광신도가 되셨나? 덕분에 뭐 삼십분 쯤 기다렸지....."
"그러게 말야! 나 원...... 야! 너네 아빠도 목사잖아?"
희경은 시선을 돌려 술병을 들고 쓴 웃음을 짓는다.
"술이나 마셔!"
동일은 술잔을 받아 마시며 빈정댄다.
"야! 넌 목사 딸이 이런 데서 술만 퍼 마시냐? 웃긴다!"
희경은 정색을 하면서도 감정을 누르며 말한다.
"그만해!"
동일은 비웃으며 계속 비아냥 거린다.
"목사님 딸내미께서 이거 왜 이러시나?......"
동일은 희경의 뺨을 주무르며 말하는데 희경은 참다못한 나머지 동일의 따귀를 갈긴다.
"그래! 나 목사 딸이다! 그래서 교회 근처도 안 간다! 목사 딸이 이런데서 술 마시는 게 죄냐?"
희경의 보이지 않는 상처가 엿보인다. 희경은 감정을 삭이며 떠나 버린다. 동일은 무안해 하며 뺨을 만진다.
"미친년! 손힘은 죽여 주네!"
동일은 헛웃음을 치며 술을 계속 들이킨다.
가로등 불빛이 있는 한 아파트 주차장에 인규의 차가 도착하고 아영과 인규는 차에서 내려 아쉬운 작별을 한다.
"오늘 좋았어! 인규 씨! 행복해. 나!"
"그랬냐? 거봐라! 내 말 듣길 잘 했잖냐?"
" 그래, 인규 씨 말만 들을게!"
"그래? 그럼 아영이가 주는 차 한 잔 마시고 갈까?"
다가서는 인규를 밀며 아영은 속산인다.
"이러지 마셔요! 운전이나 잘 하세요! 갈 길도 먼데......"
" 에이! 가기 싫다!"
인규는 마지못해 차에 오르고 두 사람은 아쉬움으로 손을 흔든다. 인규는 차를 돌리고 아영도 돌아서서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려는 순간, 인규의 시선이 라이트에 비췬 아영을 보며 남자의 본능을 참지 못해 차에서 내려와 아영을 덮쳐 입을 맞춘다. 아영은 몸부림치다가 인규에게 안긴다. 두 사람은 아영의 작은 아파트에서 밤새도록 사랑을 나눈다.
아영과 인규는 새벽녘에 헤어진다.
김바울 목사는 주일 아침 아내 손순옥 사모와 식사를 마칠 무렵 희경의 피아노를 잠시 바라본다. 그런 손 사모는 김 목사에게 물 잔을 건네며 말한다.
"오늘 예배엔 희경이가 올 거예요. 그렇게 전화도 했는데 오겠죠!"
"올까?"
"그럼요! 우리 기도가 있는데요!"
"그래요! 당신 말대로 오겠지......오늘도 거룩한 주일 됩시다!"
"네! 가세요!"
"나부터 가요. 이따 봅시다!"
손 사모는 저는 걸음으로 남편을 배웅한다. 김 목사는 손 사모를 살포시 안아 주고 헤어진다. 손 사모는 다리를 절며 식탁을 치운다.
김 목사는 예배를 준비하는 집사들과 인사를 한 후 넓은 교회당 안으로 들어가 강대상 뒤에 꿇어 기도하기 시작한다.
"주여!"
인규의 오피스텔 앞에는 형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인규의 차가 도착하고 그가 차에서 내리자 형사들이 달려오고 순간 도망가는 인규와의 추격전이 진행된다. 얼마 못가 형사들이 인규를 붙잡는다.
"전인규 씨! 신용카드 위조 범행으로 영장이 발부되어 당신을 구속한다!"
반항하던 인규는 맥없이 경찰 순찰차에 끌려 들어간다.
김 목사는 주위를 둘러보며 설교를 마무리한다.
"기도는 모든 힘의 근본입니다! 기도를 하면 우리의 믿음이 올라가고 잃었던 사랑도, 감사도 회복하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기도는 모든 것의 열쇠입니다. 때가 악할수록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는 막연한 기다림이 아닙니다. 기도는 소망을 바라보는 비전입니다!:
김 목사의 시선이 손 사모와 마주친다. 그리고 김 목사는 기도를 한다.
"오늘은 잃은 양을 우리가 어떻게 찾고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총동원 주일을 맞아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찾게 하여 주옵소서!"
이때 희경이 은지의 손을 잡고 교회 안으로 들어와 뒤편 의자에 앉는다. 잠시 후 희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 앞으로 가 반주자 의자에 앉는다. 김 목사의 기도가 끝나자 희경의 능숙한 반주가 시작되고 김 목사와 모든 사람은 놀란다.
김 목사는 은지를 안고 사택 안으로 들어오고 이어 손 사모가 절며 희경을 끈다. 희경이 머뭇거리자 김 목사가 희경을 부른다.
"희경아! 어서 와라!"
"아니요! 난 그만 가 봐야 돼요!"
" 좀 앉았다 가라! 자 앉아! 어서......"
"한 가지 말만하고 갈게요!"
"그래. 앉아서 말하자! 제발 좀 앉아라!"
희경은 김 목사를 외면한 채 소파에 앉는다. 김 목사는 반색을 감추지 못하며 은지를 소파에 앉힌다.
"희경아! 무슨 차 주랴?"
"됐어요!"
퉁명스런 희경을 보면서도 김 목사 내외의 반가움은 감출 수 없다. 손 사모가 두 부녀를 보며 일어나려 한다.
"제가 식사를 좀 차릴게요!"
"나 길게 못 있어요!"
"그럼 차라도 가져올게!"
김 목사가 손 사모를 말린다.
"여보! 내가 할게요! 당신은 그냥 여기 앉아 있든지 방에 들어가 옷이라도 갈아입어요!"
"아녜요! 목사님은 희경이랑 얘기 나누세요. 차는 제가 끓일게요!"
희경은 그런 김 목사 부부를 못마땅하게 보다가 입을 연다.
"나 이럴 시간 없어요!"
손 사모가 눈치를 살피며 일어난다.
"그냥 계세요! 제가 천천히 해 올게요!"
"괜찮겠어요? 그럼 조심히 주스나 들고 와요!"
"네! 그럴게요!"
손 사모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희경이 헛기침을 내뱉으며 김 목사의 눈길을 피하며 말한다.
"저 ! 우리 은지 좀 부탁 드려요. 잠시 만요!"
"왜? 너 어디가냐?"
"아실 거 없어요!"
희경은 싸늘한 말 한마디를 던지고 일어난다. 김 목사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쉬움으로 희경의 손을 잡고 있다. "희경아!"
희경은 정색하고 김 목사를 증오의 눈초리로 쏘아보며 무섭게 냉소를 터뜨린다.
"내가 아버지나 하나님을 만나러 온 줄로 아세요? 아버진 내 마음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하나님은 아예 없었어요! 오직 내겐 은지가 전부라고요!"
희경의 언성이 높아지자 주방의 손 사모가 더욱 긴장한다. 차 잔이 흔들리고 주전자가 떨린다.
"나에겐 하나님도, 아버지도 없어요!"
희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손 사모가 차 쟁반을 들고 오다가 넘어져 뜨거운 물이 손 사모의 허벅지에 쏟아지고 김 목사는 빨리 희경의 손을 떨구고 손 사모에게 간다.
"여보!"
손 사모는 아픔을 참으며 소리도 못 지르고 김 목사는 허둥댄다.
"아이고! 여보! 괜찮아요?여보!"
"괜찮아요! 여보!"
손 사모의 허벅지는 뜨럽다. 김 목사가 치마를 올려서 수건으로 물을 닦고 열을 식혀 안아 소파에 앉힌 후 깨진 차잔 조각을 치우는데, 그 광경을 희경은 한심한 듯 내려다 본다.
"이래서 내가 이 여자와 같이 못 살게 했잖아요!"
김 목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딸을 향해 무거운 시선을 보낸다.
"좀 여자 구실 할 줄 아는 여자와 사세요!"
김 목사가 일어나 감정을 누르며 말한다.
"희경아! 엄마에게 사과해라!"
희경은 은지를 안으며 치를 떤다.
"누가 엄마예요?"
김 목사는 다시 주저 앉아 바닥을 치우며 차갑게 말한다.
"애는 두고 가거라! 은지를 맡길 생각아니냐?"
희경은 자신이 지나친 줄을 알면서도 아버지와 손 사모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듯 깊어만 가는 골을 느낀다. 희경은 힘 없이 은지를 내려 놓는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희경은 모멸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다. 그런 딸의 마음을 잘 알기에 김 목사는 노여움보다는 서글픔이 밀려든다.
아영은 침대에서 허우적거리며 잠을 깨고 있는데 날카롭게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기를 끌어다가 수화기를 잡고 쉰 소리로 말한다.
"여보세요!네, 목사님!"
아영은 멋쩍은 목소리로 몸 둘 바를 모른다.
"네, 목사님! 어제는 좀 일이 있었어요!......네? 오늘이요?
오늘밤엔......거기요......네! 알았습니다. 네! 이따 뵐게요.
33-47p(제1부 환난시대)
아영은 힘든 한숨을 몰아쉬며 전화기를 밀쳐 버리고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샤워를 한 후 습관적으로 TV를 켜고 머리를 말린다. TV에서는 안전 칩에 대한 뉴스 보도가 나온다.
"연구 실험 중인 이 칩은 곧 모든 인류에게 시행된다고 합니다. 그동안 각 개인의 증명을 확인하는 주민등록증과 운전 면허증과 각종 자격증과 모든 신용 카드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빈손으로도 쇼핑과 관공서 출입이 가능해져 보다 편하고 안전한 생활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국가를 알리는 번호와 개인 생년월일과 거주 지역 기호와 개인 신용 등급을 나타내는 번호와 은행 구좌와 끝으로 이 모든 기능을 푸는 비밀 번호가 축소되어 머리카락 십분의 일보다 더 가늘게 압축되어 손이나 이마에 투입되는데 자극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이 칩만 있으면 쇼핑으로 부터 병원 수속과 해외여행까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곧 시행되는 이 칩에 대한 찬반 여론이 집중되어 종교계에선 서명 날인도 실시되어 조용하지는 않습니다만 정부 정책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영은 머리를 말리며 뉴스에 집중하게 된다.
"지금까지 사용되었던 신용 카드는 분실 사고가 많고 특히 빈번한 불법 위조와 사기 등 그 범행 수단이 다양해져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타인의 카드로 수억 원을 유흥비로 써 버린 전 모 씨를 연행해 수사 중에 있습니다!"
아영은 뉴스 화면에 범인으로 비춰지는 인규를 보자 소스라치게 놀라 드라이기를 떨어뜨린다. 아영은 TV 화면을 만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아영은 인규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지만 받을 수 없다는 신호음만 들릴 뿐이다. 아영은 극도의 불안을 이기지 못하며 여기저기에 전화를 건다. 그러나 인규의 행방은 알 수가 없다. 아영은 다시 인규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인규 씨! 나 아영이야! 뉴스에 인규 씨 닮은 사람 나왔는데 아니지? 아닐 거야! 지금 어딨어? 그거 아니지? 누가 인규씨와 똑같은 옷 입은 거야! 그래, 내가 잘못 본 거야! 그거 아닌 거야! 연락해! 꼭......"
아영은 갑작스럽고 뜻밖의 미확인된 일로 혼란스러워 밖으로 나가 정처 없이 달린다. 정신 없이 달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성산 교회 앞에 이르렀다. 아영은 이 충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교회 문을 열고 뒷자리 의자에 풀썩 앉는다. 최원철 목사와 청년회 회원들의 시선이 아영에게 집중되고 최 목사가 아영 옆에 다가오지만 아영은 넋이 나간 듯 초점이 없는 눈으로 교회 안을 둘러본다.
"아영 자매!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아영은 제 정신이 아닌 양 질린 얼굴로 대답을 건성으로 하고 일어나려는 데 최 목사가 아영의 손을 잡고 기도를 한다.
"평강의 주님! 아영 자매가 지금 우리는 알 수 없는 불안에 잡혀 있습니다. 그 불안한 마음에 평안을 주옵소서! 어떤 일이 있어도 근심치 말라 하신 주님의 평안으로 아영 자매 마음을 주장해 주옵소서!"
최 목사의 간절한 기도가 시작되자 아영의 울음보가 터져 나오고 차츰 정신을 가다듬어 간다. 아영이 평정을 되찾자 최 목사의 기도가 끝나고 최 목사는 강단에서 서서 설교를 한다.
"모든 것에는 다 끝이 있지요! 아무리 길고 먼 기차 철로도 종착역이 있듯이 세상의 끝도 반드시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세상 끝자락입니다!"
주위가 고요해 진다. 어느 누구가 이 무거운 압박감을 뚫고 이 긴장된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이 심각함을 애써 피하고 싶지만 결코 부인할 수 없음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숨조차 크게 쉬는 사람이 없다. 최 목사는 그런 젊은이들을 주시하며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어 간다.
"요즘 늘어나는 실업난과 갈수록 악해져 가는 사회와 북미의 심각한 문제들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지켜 주지 않으시면 하루도 마음 놓고 살 수가 없습니다. 엊그제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성전 터를 유태인에게 찾아줘서 성전을 짓고 있어 많은 교회들이 축복하며 기뻐하고 있지만 그 일은 또 다른 재앙의 시작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축복의 예루살렘은 이 세상의 화려한 성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들어가는 하나님 나라입니다!"
모두 최 목사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만 아영은 여전히 인규에 대한 불안한 느낌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머잖아 전자 칩을 찍으라고 할 것입니다. 요즘 신용카드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만들었다는 다 기능 안전 칩은 666 짐승의 표입니다. 요한 계시록 13장 17절과 18절에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자 외에는 매매를 못하게 하니 이 표는 곧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라 지혜가 여기 있으니 총명 있는 자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 보라 그 수는 사람의 수니 육백 육십 륙 이니라.` 세상에는 항상 두 가지가 공존하지요. 선이냐 악이냐, 멸망이냐 영생이냐, 예수냐 사탄이냐 처럼 앞으로는 이 짐승의 표와 어린양의 표가 우리를 나눌 것입니다!"
아영은 신용카드 얘기와 방송에서 본 안전 칩이 짐승의 표라는 최 목사의 말을 듣자 감전이라도 된 사람모양 스스라치게 놀라 밖으로 뛰쳐나간다. 아영을 지켜보던 동희가 아영을 따라 나가서 떨고 있는 아영을 잡는다.
"아영아! 너 왜 이러니? 무슨 일 있니?"
"나 너무 무서워! 동희 언니! 나 어떡해? 우리 인규 씨가 신용카드 위조해서 경찰서에 있나봐! 뉴스에 나온 거 봤어!"
"뭐? 아니겠지, 네가 잘못 본 거 아냐?"
"아니! 틀립없이 맞아, 인규 씨 실직한지 육 개월도 넘었는데 돈을 막 쓴다 했더니..... 나 갈게!"
"같이 가자!"
"그냥 혼자 갈게!"
"너 혼자 다니다간 쓰러져. 같이 가자!"
흐느끼는 아영을 동희가 안고 길을 나선다.
최 목사는 흔들림 없이 설교를 계속한다.
"여러분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에 멸망이 있고 구원이 있습니다. 그 칩은 받아도 괜찮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나라 교회들은 그 칩의 출연을 막기 위해 서명 날인 운동도 벌이고 정부에 그 칩의 사용을 반대하는 목사님들도 계신 반면, 어떤 목사님들은 그 칩의 사용에 아무 상관이 없다지만 속지 마십시오! 그 칩을 받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의에 의해 조정을 받고 자신의 본성을 잃어가게 될 것입니다!"
진지한 젊은이들 속에서 동일은 딴전을 피운다. 부인하고 싶은 것이다. 동일은 일어나 밖으로 나가 먼 산을 보며 헛웃음을 짓는다.
"웃기네! 내가 이래서 교회를 안 온다니까......"
동일은 어슬렁거리며 밤거리 속으로 사라져 간다.
아영과 동희는 수소문 끝에 인규가 잡힌 경찰서에 도착했다. 수갑을 차고 조사를 받는 인규와 그의 어머니 모습이 보인다. 아영은 그런 인규를 발견하자 눈물부터 나온다.
"인규 씨! 이게 뭐야!"
인규는 숙인 고개를 들어 아영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말한다.
"뭐 하러 왔냐?"
인규 어머니가 인규를 치며 복창을 터뜨린다.
"이 노마야! 이게 우째된 기고? 아이고오! 이 노무 자슥아!
죽으라! 마!"
아영은 조사 중인 형사에게 사정한다.
"이 사람이 잘못했지만 처음이잖아요. 선처해 주세요1"
"아가씨들은 가요! 아주머니도 그만 가세요!"
"초범이에요! 네? 형사님!"
"이건 남의 카드를 위조한 거요! 게다가 수십억을 해 먹어서 한 십 년 썩을 걸!"
형사는 인규를 끌고 유치장으로 향하고 아영과 인규 어머니는 울먹이며 인규를 부른다.
성산 교회의 부목인 최 목사가 청년회 일행과 교회 안에서 나오는데 담임목사인 방용범 목사와 마주친다.
"최 목사님! 나 좀 봅시다!"
"예! 목사님!"
방 목사는 최 목사를 데리고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마치 고용주가 사원을 보듯 방 목사는 최 목사를 그렇게 본다. 아주 강압적인 억누름이 있다.
"내가 그동안 쭉 지켜봤는데, 어린애들 모아놓고 뭐하는 것이야! 그렇게 애들을 선동하면 안 되는데......"
"선동이 아닙니다!"
"내 말 들어! 적당히 해야지...... 누군 이 때를 몰라서 잠잠한 줄 아나? 내가 몇 번 주위를 줬지......이렇게 당회장인 나와 뜻이 같지 않으면 별수 없지......."
"예! 알겠습니다. 제가 물러나죠!"
"한 달간 말미를 줄 테니 정리합시다!"
방 목사는 최 목사를 말없이 보는데 그 무거운 침묵으로 인해 최 목사는 그 무게에 꼼짝 못한 채 간신히 서 있을 뿐이다. 방 목사는 위풍당당하게 헛기침을 내뱉으며 나가버린다. 최 목사는 방 목사가 나가자 쓰러지듯 주저 앉아버린다.
"하나님! 이 교회를 고치소서1"
대형 극장식 레스토랑에서 희경의 화려한 피아노 연주 실력에 사람들은 브라보 환호를 보낸다. 희경은 술잔을 받으며 취해버리고 싶어 한다. 남자들의 손길이 희경을 건드린다. 희경은 흐느적거리며 뿌리친다.
"이거 놔! 이러지 말라구....."
"왜 이래? 이리 오라구....."
"난 너희들관 안 놀아!"
"이거 왜 이러시나? 우리 같은 놈들과 안 놀려면 유명 피아니스트가 이런 데는 왜 왔지?"
"내가 돈 벌려고 온 거지 당신들 술 시중하러 온 건 아니니까......"
희경의 그 말을 듣자 한 사내가 품속에서 수표를 희경에게 들이민다.
"돈? 돈은 내가 얼마든지 주지. 나와 하루만 같이 합시다!"
"난 이런 돈은 필요 없어! 난 정당한 돈만 받아!"
"정당한 돈? 하루 밤 같이 해 주고 받는 돈도 정당하지 않나?"
희경이 그 수표를 허공에 날려버리자 주위가 산만하다. 희경이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가려 하자 그 사내가 희경의 어깨를 감싼다. 희경이 몸부림치자 사내는 희경을 희롱하려 한다. 술손님 중에서 동일이 나타나 희경을 사내 손에서 빼내 밖으로 뛰어나간다. 두 사람은 벅찬 숨을 몰아쉬며 걷다가 땅바닥에 주저 앉아 버린다.
"야! 너 오늘 나 아니였으면 일 치를 뻔했다!"
"웃기네! 같은 인간이잖아! 너도......"
"난 아니지....."
"내가 누굴 믿어!"
"날 믿으라고......"
아영은 동희와 아영의 아파트로 들어온다. 힘없이 아영이 쓰러지자 동희가 포근히 안아준다.
"아영아! 힘내!"
"언니! 난 인규 씨가 정말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
"곧 풀려나올 거야! 니가 힘을 내야지...... 이런 환난 시에...... 그리고 사람들이 다 인규 씨를 이해 못해도 넌 인규씨를 위해 기도해줘야지! 그 죄부터 보지 말고......"
"과연 그래야 할까? 그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렸어! 그리고 그런 사람이 싫어져! 어제의 모든 일이 환멸스럽고 내 자신에게 한없이 부끄러워!"
"흔들리지 마! 바로 너와 같은 어려운 시험 속에서도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의심치 말고 기도해! 기도는 모든 환난을 이겨내는 힘이야1"
"기도해 줘, 지금......"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지금 아영의 마음을 붙들어 주소서! 지금 우리는 큰 환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경제난과 전쟁의 위기가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그런 중에 사랑하는 형제가 범죄 함으로 인해 아영이가 슬퍼합니다. 분노와 배신감에 괴로워합니다! 아영의 마음에 하나님을 믿는 믿음과 형제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은혜를 주옵소서! 아영을 지켜 주옵소서! 믿음으로......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만 믿는 믿음으로 사는 아영 자매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아멘! 고마워! 언니......"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험난하게 변해간다. 큰 자는 더 커지고 작은 자는 더 작아진다. 있으면 더 넘쳐나며 없으면 있는 것마저도 빼앗겨 있는 이들에게 모든 것이 다 가버려 그 떨어지는 부스러기에 배를 채우려 목말라 한다. 불평등을 외쳐대면서 나누자고 말은 하지만 나누는 것은 지푸라기일뿐이다. 그래서 착취와 강탈, 지식과 돈으로 매수하는 세상, 힘으로 억압하는 세상이 되어 간다. 힘이 법이고 돈이 법을 이긴다. 힘이 있는 자들은 부드럽게 웃음 지으나 힘없는 자들은 목 놓아 울고 울어도 듣는 귀가 없어진다. 이것이 환난이다.
급기야 일이 터지고 만다. 여의도에 미사일 한발이 날아와 그 곳의 가장 높은 빌딩이 무너져 내리고 국회 의사당과 공중파 방송사들이 날아가 버리고 한강의 모든 다리가 끊겨 한강 물은 피바다가 된다. 눈 깜짝할 사이 세상이 지옥이다. 비명 소리와 불타는 광경을 그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다. 삽시간에 모든 공기가 독가스로 변하고 여기저기서 가스 폭발과 전기 누전으로 폭발과 화재가 잇따르고 조각난 사람들의 사체가 쌓인다. 어디에도 돌출구가 없는 지경에서 생존자들은 아비규환으로 밀치고 깔려서 죽어 간다. 사이렌 소리와 공군의 비행기 소리가 온 천지를 뒤덮는다. 생존 본능에 모든 사람은 이성을 잃고 미치광이가 된다. 길마다 차들은 꽉 차서 충돌 사고가 이어지지만 앰뷸런스나 소방차, 경찰차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오염된 공기로 쓰러지고 얼마 후 무장 군인들이 나타나 주위를 살피며 혼란을 잡으려 하나 두려운 공포에 사로잡힌 도시를 보자 그들도 정신없이 총탄을 난사한다.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소방관과 의료진들이 생존자와 부상자를 찾지만온통 신음소리와 연이은 폭발로 걷잡을 수가 없다. 천국과 지옥이 순간에 바뀐 것이다. 사고에 사고가 따르고 남아 있는 빌딩과 아파트는 주저앉거나 흔들린다. 각 지하도마다 밀려드는 인파에 깔려 사상자가 늘고 이성과 질서가 순간에 사라져 벌린 세상! 과연 누가 이 험난하고 꿈같은 세상을 돌릴 수가 있을까? 그 막연하고 간절한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2부: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69p)
부르시네
하나님이 부르시네
이 사람은 이렇게
저 사람은 저렇게
하나님이 부르시면
일을 하다가도 가야 되고
자다가도 깨야 하고
머물러 있고 싶어도 떠나가네
하나님이 부르실 때
일을 버리고 집을 떠나서
그가 지명하신 곳에 이르러
그가 시키시는 일을 해야 하네
하나님이 부르신 이들은
세상이 미워하고 원수가 되어도
변하지 않으며
그 믿음을 막지 못하네
하나님의 자녀로 부르신 사람들
빼앗겨도 잃지 않고
육체는 죽여도 그 영혼은 영생하네
2부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
테러 후 두 달이 지났으나 그 참혹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체들 인명 파악은 전혀 되지 못한 채 무너진 건물들이 치워지고 임시 방송과 정부 및 사무 기관이 대처하며 미국과 유엔의 보조를 받아 수습이 되어 가지만 아직도 상황은 걷잡을 수 없다. 인심이 흉융하고 겁탈과 강포가 판을 치나 무법과 힘이 세상을 사로 잡는다. 경제는 위축되고 국가적 최고 위기를 맞아 6,70년대로 퇴보하느냐 위기를 헤쳐 나와 다시 회복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어느 종합 병원 앞마당에 널린 사망자 속에서 초췌해진 몰골의 동일은 무엇인가를 찾아 헤맨다. 동일은 쪽지와 시체 번호를 번갈아 보며 찾다가 한 곳에서 동일의 시선이 멈춘다. 동일은 번호 확인을 거듭한 후 썩어 가는 시체를 부둥켜 안고 울부짖는다.
"동희야! 아이구! 너냐? 너 맞냐구?"
동희의 소지품 중 하나 뿐인 작은 성경책을 펴 한동희라는 이름을 보고 동일은 풀썩 힘없이 쓰러져 혼잣말을 쉬지 않는다.
"동희야! 네가 이렇게 가다니......믿을 수가 없다! 그렇게 믿던 네 하나님이 너 하나 지키지도 못하더냐? 너 하나 그 재앙에서 빼내지를 못했다! 그런데 넌 뭐가 좋다고 끝까지 하나님을 잡은 거냐? 아무 것도 못하는 하나님을 믿은 거야!"
동일은 성경을 쥐고 찢어버릴 듯 하면서도 찢지 못한 채 성경을 동희의 가슴에 넣어준다.
"그래! 끝까지 함께 가라!"
먼지가 날리는 김 목사의 사택은 사람의 체취가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지만 건물은 그대로 있다. 현관문이 열리고 희경이 들어와 두리번거리며 외쳐 부른다.
"아버지! 은지야! 누구 없어요?"
희경이 방마다 열어보며 불러 봐도 인적은 느낄 수 없고 불안감이 밀려든다. 희경은 초조한 안색을 감추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보고 또 보지만 인기척은 없다. 희경은 불안함에 몸을 떨며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중얼거린다.
"누구 없어요? 이건 꿈이야! 우리 은지.....안 돼! 안돼요! 도와줘요!"
불길한 두려움에 잡힌 희경은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 밖으로 뛰쳐 나가고 만다.
아영은 의식을 희미하게 찾는데 온통 신음 소리와 의사, 간호사들의 쑥덕이는 소리가 들리고 시야가 아른거리면서 메케하고 코를 쏘는 소독 약 냄새로 매스꺼워 온다.
"여기가어디죠? 여기가 어딘가요?"
아영이 물어봐도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다. 아영은 힘을 다해 일어나려 하지만 몸이 태산처럼 무거워 허우적거릴 뿐이다. 속이 울렁거려 구토를 하는데 누구 하나 아영을 돌아봐 주지 않자 아영이 있는 힘껏 소리 지른다.
"나 좀 봐요!"
분주한 의사와 간호사가 아영의 울부짖음에 순간적으로 놀라지만 여전히 분주한 일손을 놓지 못한다. 잠시 후 의사가 간호사에게 고개 짓을 하자 간호사가 아영에게 온다.
"뭔데요?"
퉁명스런 간호사의 태도에 놀라 아영은 겁에 질려 말을 못한다.
"난 바빠요!"
"여기 어디지요?"
"여긴 병원이고 환자는 구급차에 실려 와 검사 결과는 경한 가스 중독에, 영양실조에, 임신 두 달이고 환자 말고도 중환자가 넘쳐요! 링거 한 병 맞았고 의식도 돌아왔으니 이제 퇴원해도 되겠네요!"
간호사의 빠르고 냉정한 말에 아영은 정신이 없어 그 한마디 한 마디 말을 되새겨 생각해 보다가 소름이 온 몸에 돋아 온다.
"뭐라고요? 임신이요?"
아영은 정신이 번쩍 나 자신도 모르게 일어난다. 그리고 주위에서 쓰러질 듯 끔찍한 광경을 본다. 머리에 구멍이 나 한 쪽 눈과 이마가 없는 사람, 온 몸의 피부가 부풀어 올라 우주인같은 사람, 상체의 가죽이 벗어져 피투성이인 환자, 사지가 없이 피만 철철 흘리는 환자와 장기가 돌출해 숨만 헐떡이는 사람들을 보자니 그 끔찍하고 처참한 광경에 심한 구역질이 나고 무서워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 비명을 지르며 병실 밖으로 뛰쳐 나간다. 악몽과 같은 광경에 온 몸을 떨며 발악해 보지만 깨이지 않는 이 악몽이 더욱 길고 무서워질 것 같은 예감에 더 큰 불안을 느낀다. 병원 복도와 층계에 까지 신음하며 누워 있는 환자들의 처참함이 지옥을 연상시킨다. 뜻밖의 임신과 인규에 대한 분노와 서글픔, 그 행방을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처참한 현실이 아영의 영혼을 흔들어 이 악몽에서 도피하고 싶다. 흐느적거리며 병원 로비에 내려와 병원비를 계산하려다가 다시 한 번 놀라고 만다.
"병원비 결제를 현금으로 하시겠습니까? 카드로 하시겠습니까? 신형 안전 칩으로 하시겠습니까?"
아영은 `칩` 이란 말을 듣고 심한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질 듯 서 있다. 충격에 충격이 더하고 자지러질 듯 한 공포에 질려 온 몸의 온기는 사라지고 얼굴은 하얗게 변해 버린다. 아영은 가까스로 지갑에서 현금을 빼 건네주고 재빨리 나간다.
요셉과 지나 및 성산 교회 청년회 일행은 훼손된 교회 건물을 수리한다. 최 목사가 선봉에 서서 돕는다. 호들갑을 떨며 한바탕 난리들이다. 어수선한 세상을 그래도 밝게 바꾸려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세상을 녹이는 듯 햇살이 따뜻하게 비춘다. 흥얼거리며 찬양도 하고 실수도 연발해 웃음꽃이 핀다. 세상의 어둡고 우울한 상황이 모두 사라진 것처럼 이들의 웃음이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준다.
"야하! 전보다 더 멋져요!"
"그럼 화가 복이 된 건가?"
"이를 두고 합력 하여 선을 이루심이지..."
"요셉 오빤 늘 그렇게 목사님처럼 말을... 하여간 못 말려요!"
"내가 뭘? 괜한 사람 잡네!"
"우리 찬송하며 일 합시다!"
"좋아요! 목사님!"
주의 말씀 듣고서 준행하는 자는 반석 위에 터 닦고 집을 지음 같아/
비가 오고 물 나며 바람 부딪쳐도 반석 위에
세운 집 넘어지지 않네/
잘 짓고 잘 짓세 우리 집 잘 짓세 만세 반석 위에다 우리 집 잘 짓세
모두 흥에 겨워 젊음의 생동감을 느낀다. 세상이 아무리 고달프고 흔들려도 왠지 이들은 요동치 않는 바위처럼 제 자리를 지킬 듯이 든든해 보인다. 이들은 세상을 이기고 여러 가지 난관을 과연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세상이 당치 못할 사람들이길 서로가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 간절함이 자신들을 묶는 의지가 되고 줄이 된다.
한 낮인데도 살벌한 도시를 희경은 정신없이 길을 활보한다. 김 목사와 은지의 행방을 찾아 헤매다가 행낭 객들의 공격을 당한다.
"뭐야!"
"돈이 필요하다! 카드도 내놔!"
"그래, 준다! 난 살아야 한다! 내 몸엔 손대지 마!"
"웬 말이 많아! 씨!"
"놔! 놔 줘! 니들 필요한 거 다 가져!"
희경의 지갑을 털던 그들은 희경의 몸을 겁탈한다. 마치 굶주린 늑대들이 먹이를 찢듯 희경에게 달라붙어 가슴을 더듬고 성추행을 가한다. 희경의 날카로운 비명에도 누구하나 상관하는 이가 없다. 모두가 제 몸 하나 추스르기 바쁘다. 희경이 정신을 잃자 그 미친 늑대들은 먹이를 다 먹은 양 또 다른 먹이를 찾아 등을 돌린다. 찢어진 옷 사이로 비취는 살에는 피가 흐른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신음하는 희경을 힐끔힐끔 보며 그냥 갈 뿐이다. "도와줘요! 살려줘요!"
저만 치서 동일이 흐느적거리며 다가온다. 동일도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울먹이며 희경을 지나치려다 그녀의 신음 소리를 알아듣고 희경을 살펴본다.
"희경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무 말 없이 신음하는 희경을 둘러 업고 동일은 달린다.
어디인가 있을 예전의 평온을 찾아서 뛴다. 동일의 발이 빠르다.
성산 교회 청년들이 교회 건물 고치는 일을 마무리 한 후 신바람이 나 환호성을 지르고 기뻐하는데 방 목사가 가만히 끼어든다.
"아이고 교회 고친다고 애 썼다들!......"
"예! 목사님 오셨어요!"
"애는요? 우리가 우리 교회 고치는데요!"
"최 목사님은 사임하는 분이 타 교회 청년들과 이래도 됩니까?"
"아직 교회가 정해지지 않아서요. 죄송합니다!"
요셉이 침착하게 입을 연다.
"우리가 좀 힘을 얻기 위해 목사님을 모셨습니다!"
방 목사는 요셉의 말을 들은 척도 않은 채 돌아선다.
"최 목사님! 나 좀 봅시다!"
"예! 그러시죠!"
두 목사가 사라지자 갑자기 냉기가 돈다. 모두가 힘이 빠지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요셉이 애써 분위기를 바꾸려고 한다.
"자! 우리 이러지 말고 청소나 합시다!"
"오빤 청소하자는 그런 말이 나와? 지금?......"
"청소나 하고 가자!"
"남자들은 다 여유만만 하지. 하여간....."
지나는 애교스런 불평을 하면서도 요셉의 말을 들어 준다. 걸레를 빨아 구석구석을 닦는다. 청년회 회원들이 이렇게 청소를 마칠 무렵에 동일이 희경을 업고 허우적거리며 들어온다. 모두 놀라 동일에게 다가가 희경을 내린다.
"동일이 형!"
동일이 말없이 쓰러지자 지나가 물 컵을 건네며 물어 본다.
"이 여자는 누구죠? 동희 언닌 어떻게 됐어요?"
동일은 물 한 잔을 다 마시고 깊은 슬픔에 빠져 멍하니 벽만 보다가 소리 내어 운다.
"왜 그래요? 형! 말 해 봐요?"
"우리 동희 갔어! 시립 병원에서 찾았어!"
동일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두 깊은 슬픔에 잠기고 여자들은 흐느껴 운다. 모두가 침울한 가운데 요셉이 소리친다.
"하나님이 동희를 부르셨습니다! 우리도 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가야 합니다!"
요셉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동일이 요셉의 멱살을 움켜 쥐고 울분을 토한다.
"임마! 네가 뭘 알아?"
요셉은 그대로 동일에게 휘둘린 채 얻어 맞는다. 동일은 힘을 다해 요셉을 치지만 이미 지친 상태로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동일은 쓰러져 말문을 닫고 만다. 동희의 생사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사라진 그 허무함이 동일을 주저 앉게 만든 것이다.
그런 와중에 최 목사가 들어와 동일의 손을 잡고 기도한다.
"우리를 부르시는 하나님! 동희 자매, 우리가 사랑했고 우리와 모든 것을 함께 했던 동희를 하나님께서 부르셨고 동희는 부르심을 입어 동희의 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부르심을 아무도 거역할 수 없습니다. 피할 수 없는 부르심을 우리도 곧 만날 것입니다. 이제 한동일 형제를 동희를 대신해 부르셨으니 그 슬픈 마음을 위로하시고 흔들리는 믿음을 붙잡아 주옵소서! 우리가 잡아야 할 분은 주님뿐입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동일은 힘없이 누워버리고 모든 일행은 흐느끼며 아멘으로 답할 따름이다. 희경은 의식을 찾으며 움츠려든다. 최 목사가 나가려 하자 요셉이 나선다.
"우리 목사님이 뭐라하십니까? 목사님! 어디 가세요?"
"우리 찬양 선교단 만들어요! 목사님!"
뜻밖인 요셉의 제안에 모두가 어리둥절해 한다. 최 목사 역시 당황스러워 한다.
"글쎄요"
지나가 한 마디 던진다.
"우리 방 목사님이 싫어하실 걸요"
"우리 교회에서 하는게 아니고 다른 교회 청년들과 같이 하면 됩니다! 이는 또 다른 하나님의 부르심이고 지금처럼 어수선한 때에 상심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구원함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우리 선교단 만들죠!"
요셉의 속 깊은 말에 모두의 얼굴에 희열과 강력한 빛이 비친다.
"좋아요! 해요. 목사님! 우리 선교단 해요!"
"여기서 지금 우리가 결정하지 말고 기도해 봅시다!"
"네, 목사님! 기도하겠습니다!"
최 목사와 청년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었다는 희망을 조심스럽게 가슴에 품고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요셉과 지나는 캄캄한 길을 서로를 의지하며 걷는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다. 아영이 흐느적거리며 "인규" 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요셉과 지나가 알아차린다.
"아영 자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 동안 어디에 있었어요?"
두 사람이 아영에게 묻지만 아영은 그저 헛소리만 할 뿐이다. 그런 아영을 붙잡고 말을 계속 건다는 것은 무리다.
두 사람이 아영을 부축한다. 요셉이 지나에게 머리 짓을 한다.
"갈만한 곳도 없어 보이는데 너네 집에서 재우면 어때?"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
"내게 업혀!"
"오빠가 나도 한 번을 안 엎더니.....힘들 텐데......"
"업혀라!"
"알았어! 나 약혼년데......이러다가 배신 때리면 알지?"
"여자들은 하여간......"
아영이 계속 헛소리만 하다가 갑자기 요셉의 목을 조르자 요셉과 지나는 순간적으로 놀란다. 어느 새 지나의 집앞까지 이른다. 지나가 초인종을 누른다. 이 집사가 집 안에서 이들을 맞이한다.
"지나야! 요셉아!"
"엄마! 내 방에 불 좀 넣어요! 목욕물 좀 따끈하게 받아 주세요! 아니, 내가 할게!"
이 집사는 요셉 등에 업힌 낯선 아영을 보고 놀란다.
"이 처녀가 누구야?"
"내 친구!"
"누군데......어디 아픈 거냐?"
요셉은 아영을 지나 방에 눞혀 놓고 나온다. 이 집사도 욕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나온다. 지나는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요셉아! 잠깐 앉아!"
"네! 어머니!"
"너희들 약혼한 지도 넉 달이 넘어가는데 어서 결혼해야지. 세상도 어지러우니 간소하게 하자! 한 석 달 후면 좋겠다!"
"네, 그러죠!"
지나가 방에서 나와 두 사람에게 담담히 답한다.
"뭘 서둘러요? 우리 어디 안가요! 엄마"
"그래, 너희 둘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남매 같은데 요즘 왠지 불안하구나! 때가 급한 것 같고......"
"때가 급하죠! 주님이 오실 때가....."
"주님이 오실 때가 가까우니 같이 더 기도하고 믿음을 지켜야지......"
"예! 알겠습니다! 아버지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늦어서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그래! 믿음직한 우리 사위!"
이 집사는 자신의 아들처럼 안는다. 요셉은 그런 지나와 이 집사에게 흐트러짐이 없다.
한 허름한 천막집으로 최 목사가 동일과 희경을 인도한다.
"집이 누추해서 어쩌죠? 방은 따뜻한데.......거처를 구할 때까지 여기 있죠?"
"네, 감사합니다!"
"이 여자 분은 여기 눕히고 동일 형제는 저 방에서 좀 불편해도 나와 같이 잡시다!"
"네!"
"아무래도 이 여자 분은 몸의 상처도 치료하고 죽이라도 끓여 먹여야 할 텐데 쌀이 없군요. 라면은 좀 있습니다만 쌀을 구해야 되겠군요!"
최 목사의 말이 끝나는 찰라 누워있던 희경이 일어난다.
"상관없어요! 라면 주세요!"
"희경아! 괜찮아?"
"좀 얻어터진 걸 갖고 호들갑을 떨어?"
"그럼, 라면이라도 끓여 오죠!"
"저, 오빠! 소주 한 병만구해줘요!"
"야! 목사님이셔!"
"그게 어때서......"
네, 한번 구해 보죠!"
동일은 굳어진 얼굴로 최 목사에게 절절 맨다. 무슨 죄라도 짓다가 들킨 듯이 민망한 기색이 역력한데 희경은 당당히 이불을 덮어쓰고 눕는다.
지나는 쓰러질 듯한 아영을 데리고 욕실에서 나와 자신의 방에 앉힌다. 이 집사가 죽을 가져다 준다.
"고마워요! 엄마!"
"아니다! 내가 같이 있으면 불편하니까 난 그냥 쉴께. 먹고 나면 그릇은 주방에 내 놔라!"
지나는 방문을 닫고 아영과 마주 앉는다.
"같이 먹자!"
"그래, 고마워!"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 아영을 만나서 이렇게 피곤을 달랩니다! 아영에게 힘을 주시고 또 우리가 사랑했던 동희 언니를 잃은 우리 마음도 위로해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아영이 지나의 기도를 듣고 또 놀란다.
"무슨 일 있어?"
"동희 언니가 천국 갔데..."
"뭐? 언니......언니가 천국 갔다구?"
아영은 곧 흐느낀다. 지나도 눈시울을 적시고 만다.
"울지 마! 그렇게 죽은 사람 많잖아. 어서 죽 먹어!"
아영은 눈물을 훔치고 죽을 한 수저 떠서 먹고 찬을 입에 갖다 대는 순간 헛구역질을 한다. 지나가 놀라서 아영의 등을 쓰다듬어 준다.
"왜 그래? 입 맛이 없어서 그러니?"
"나 임신했어! 두달 됐어!"
"뭐?"
자나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다.
최 목사가 밥상을 들고 들어오자 동일이 일어나 받아든다.
"소주는 구하지 못하고 마시고 남는 사이다가 좀 있어서요. 물도 오염이 다 돼서깊은 우물물을 길어다가 라면도 끓였죠!"
"별 수 없죠. 뭐!"
희경이 일어나 앉아 라면을 먹는다. 그런 희경을 최 목사와 동일이 넋을 놓고 본다.
"천천히 먹어!"
최 목사가 김치를 권한다.
70-84p
"아까 이필우라는 남자, 예수님 믿겠다고 영접하는 걸 보니 마음이 기쁘더라구요. 정말!......"
"장례식인지, 부흥회인지 알 수가 없었죠!"
"우리 동희가 가면서도 좋은 일 했네요!"
"지금 사람들 마음이 가장 가난해 있고 낮아져 있는데 참 좋은 기회죠!"
요셉은 가슴이 뜨거워진다. 기어코 해야 한다는 열정이 치솟아 오른다.
"아주 부흥회를 하셔......누구 담배 가진 거 없어?"
희경의 찬물 끼얹는 말 한 마디에 모두가 아연실색 놀란다.
"야! 이러지 마!"
동일이 난처한 얼굴로 희경을 몰고 피한다.
"미안합니다. 얘가 좀 타락한 천사라서요!"
동일이 희경을 데리고 자리를 피하자 요셉이 나선다.
"믿음이 약한 사람들도 선교 활동을 통해 온전해 질 수 있죠!"
"그럼, 선교단을 하죠!"
최 목사가 어렵게 말을 하자 모두 희열에 차 있다.
요셉과 지나가 밤거리를 거닌다.
"엄마가 우리 결혼을 자꾸 서두르시는데 나도 사실 불안해. 좀..."
"우린 반드시 결혼할 거야. 걱정하지 마셔......그래, 우리 빨리 결혼하자!"
"그래, 되도록 빨리......근데 아영이 말야!"
"뭔데......"
"아영이가 참 안 됐어. 집도, 직장도, 사랑하는 사람도 잃고,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와. 나 왜 이럴까?"
"요즘 정상인 사람은 없지! 나도 충격이 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되는데...... 두 달 전만 해도 모든 게 편했는데 그 모든 것을 잃어서 더 그런 것 같아!"
"통신이 다 마비됐으니 그러지. 휴대폰도 인터넷도 단절 돼서 짜증나고 답답한데 그래도 좀 있으면 정상적으로 가동한데!"
"그동안 많은 것에 감사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오히려 그런 혜택들을 악하게 썼지!"
"그래도 그 때가 그리워!"
지나가 요셉의 품안에 안긴다.
"사랑해, 내 사랑으로 그 그리움을 채워줄게! 길이 멀면 내가 업고 가고 쓴 물은 내가 마셔 줄게! 우린 언제나 같이 있는 거야!"
"그래!"
요셉과 지나는 입을 맞춘다.
허름한 지하 창고에서 이십여 명의 젊은이들이 최 목사를 중심으로 모여든다. 동일은 들뜬 기분을 주체 못한다.
"내가 누구야!! 모일 장소도, 애들 동원도 다 제가 했단 말입죠! 저도 꽤 쓸 만한 인간이지 않습니까?"
"놀고 자빠졌네!"
동일과 희경의 입씨름을 최 목사가 말린다.
"맞습니다! 동일 형제가 많은 일을 했습니다!"
모두가 동일에게 박수를 쳐주자 동일은 으쓱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 동희를 잃은 슬픔은 흔적도 없다. 최 목사는 그런 동일의 어깨를 만지며 당부한다.
"우리가 주의 부르심을 입어 한 사람 씩 이렇게 모였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섬기는 교회를 떠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타를 맨 강민수가 나선다.
"선교단 이름은 뭡니까?"
"콜링(calling)이요! 부름 받았다는 뜻이죠! 그냥 부름 받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좋죠!"
요셉이 입을 열자 여기저기서 "부름" 이라고 외친다.
"좋습니다! ` 부름 선교단` 으로 합시다!"
부름 선교단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들은 거의 매일 연습을 하는데 화음도 절묘하게 잘 맞고 흐트러짐이나 결석도 없다. 마치 군대처럼 모이기로 약속한 시간이면 일정하게 모여 연습을 즐긴다. 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여서 예배하며 찬양함이 그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부르신 하나님의 뜻에 따름이 최선이라 믿는다. 그들의 연습곡은 모두 잘 아는 찬송가를 편곡해 부른다.
죄 짐 맡은 우리 구주 어찌 좋은 친군지
걱정 근심 무거운 짐 우리 주께 맡기세
주께 고함 없는 고로 복을 얻지 못하네
사람들이 어찌하여 아뢸 줄을 모를까.
시험 걱정 모든 괴롬 없는 사람 누군가/
부질 없이 낙심 말고 기도드려 아뢰세/
이런 진실하신 친구 찾아 볼 수 있을까/
우리 약함 아시오니 어찌 아니 아뢸까.
근심 걱정 무거운 짐 아니 진자 누군가/
피난처는 우리 예수 주께 기도드리세/
세상 친구 멸시하고 너를 조롱하여도/
예수 품에 안기어서 참된 위로 받겠네. 아멘.
모든 복구가 완성되고 전자 기술은 테러 전보다 더 뛰어나 어떤 폭파 사건에도 파괴가 안 되는 보안 장치까지 설치되어 휴대폰 정상화와 인터넷 사용도 더 좋아지고 무너진 건물도 복원되건만 함께 했던 사람들은 돌아올 줄 모른다.
그래서 모두 슬픔이 앙급처럼 사무쳐 있다. 매몰된 시신을 다 찾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새로운 건축물을 세우고 일자리가 늘어나도 신바람이 없다. 범죄 퇴치는 여전히 군 인력으로 강행되고 미국의 속국이 되어 미국 정보부에 모든 국민의 정보가 등록돼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인권과 자유는 보이지 않는 힘에 밟힌다.
안전 칩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감에 휩싸이자 칩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홍보용 방송과 신문 기사로 설득력 있게 끊임없이 홍보와 광고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흔들린다. 그리고 대통령을 위시한 많은 유명인사 들이 그 칩을 주입하는 광경을 방영하면서 자연스럽고 편리성을 강조하고 신용카드를 몸 속에 넣을 뿐 그 밖의 다른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칩 투입은 자유의지이며 강압적이지 않다고 알린다. 칩은 유토피아의 신세계를 앞당겨 범죄 및 신용 불량자의 근거를 없애고 그들을 갱신의 길로 선도하는 방법으로 쓰이는데 그들을 병리 할 필요 없이 그 일거수 일투족이 다 추적되고 정신 개조가 된다는 보도를 한다. 이에 따라 불교와 천주교의 종교인은 종교와 상관없이 칩 투입을 솔선수범 시행하고 결국은 개신교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도 시행하기에 이른다.
부름 선교단은 마침내 사역 활동을 앞두고 예배를 드린다. 모두가 주 예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영접하며 헌신을 다짐한다. 동일의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끼고 눈물이 흐른다.
"주님! 이 비뚤어진 놈도 구원해 주십니까? 이 놈도 구원해 주십니까? 이 못된 놈도요!"
거듭남이 이런 것일까? 동일이 과거의 자신의 죄를 토하 듯이 울고 울더니 감동에 겨워 찬양하는 광경에 모든 단원은 감격스러워 힘을 얻는다.
"무슨 짓이야? 유난을 떨어! 정말 못났어! 남자가 약해 빠져서......"
동일을 지켜보던 희경이 밖으로 나가 버린다. 희경은 목사 딸인 자신이 누구보다 하나님과 가깝게 느껴지면서도 하나님과 가장 멀리 있어 그녀의 가슴은 늘 차갑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김 목사와 은지의 행방을 알 수가 없어 불안한 마음뿐이다.
최 목사는 비장함 어린 설교를 한다.
"지금 우리는 마귀의 소굴로 들어갑니다! 우리에게 갑자기 위협을 하고 죽인다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그럴듯한 유혹이 우리를 넘어뜨릴 수 있다는 것에 더 조심해야 됩니다! 롯의 처가 유황불에 타 죽었습니까? 아닙니다.
뒤를 돌아보고 싶은 유혹 때문에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사람들의 이성 잃은 핍박이기에 앞서 행해지는 속임수입니다! 현재 시행되는 칩은 분명 짐승의 표입니다! 그 칩을 받은 사람들은 예전과 같다며 우리를 어리석고 이상한 사람들로 이단시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 지도자들의 압박도 받을 것이고 배척을 당할 것입니다! 우리가 마귀의 소굴로 들어가는 목적은 그 가운데서 우리 가족을 지키고 그 짐승의 표를 아직 받지 않은 사람들을 지키고 나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기도도 더 많이 해야 하고 성경을 많이 읽어서 외워 둬야 합니다! 핍박 시에는 성경이 없습니다. 항상 성령이 내 속에 계셔 나를 주장하시도록 늘 준비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가 안 나오면 찬양해야 합니다! 단호하고 확고부동해야 됩니다. 인정에 끌려서는 안 됩니다! 골육상잔의 아픔까지도 각오해야 합니다! 이때는 피 흘리기까지의 영적 전쟁시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마귀의 세력보다 모든 만물의 창조주이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는 더 강하시고 위대하신 분입니다! 누가복음12장 4절과 5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내 친구 너희에게 말하노니 몸을 죽이고 그 후에는 능히 더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 하지 말라 마땅히 두려워할 자를 내가 너희에게 보이리니 곧 죽인 후에 또한 지옥에 던져 넣는 권세 있는 그를 두려워하라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를 두려워하라!` 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강하신 하나님을 봅시다!"
부름 선교단은 뜨겁게 통성 기도를 드린 후 요셉의 선창에 따라 크게 외친다.
"하나님이 나를 부르셨다! 이제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 세상에 나아간다!"
모두의 가슴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찌른다.
"우리는 어린양의 표를 받았다! 우리는 짐승의 표를 거부한다!"
부름 선교단을 다짐을 마치고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희경을 제외한 모든 단원은 기쁨이 충만한 얼굴들이다.
김 목사의 사택 현관문이 열린다. 김 목사와 손 사모, 은지가 들어온다. 지친 내색이 역력하다. 모두 쓰러지듯 주저 앉아 버린다.
부름 선교단 일행은 거리에서 전도하며 보이는 교회마다 들어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단지를 돌린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와 그 세우신 목회자님에게 평안을 전합니다!
날로 험악해져 가며 사탄의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미국 주도 하에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는 안전 칩은 요한 계시록에 언급된 짐승의 표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 표를 분별없이 받아서는 안 됩니다!
목회자님 한 분의 참된 가르치심에 많은 영혼의 영생과 멸망이 달려 있습니다!
모쪼록 깨어 있는 참 목자로서
자신과 성도들이 그 칩을 모르고 받는 불상사를 막고
때를 알 수 있는 말씀을 전해 주셔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믿음으로 구원을 얻도록 인도해 주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부름 선교단 일동 드림
그 전단지를 돌리며 수상한 사람들로 찍힐까 하는 두려움과 외면당하는 부끄러움을 각오하고 전하지만 당당하지 못하는 자신들을 위해 최 목사와 요셉이 찬양을 리드하자 힘이 나고 그런 염려와는 달리 사람들 반응이 좋다.
"정말 이대로 됩니까?"
"우리도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 좀 와서 찬양과 이 일에 대해 증거 해 주십시오!"
그래서 부름 선교단은 교회 집회도 하게 되는데 반응은 구구 각색이다. 적극적으로 회개하며 기도하는 교회 목자와 성도가 있는가 하면 교회 성도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데 목회자가 냉랭한 반면 초청해 놓고 문전 박대하는 곳, 관람하면서 비아냥대는 교회들도 있다. 어제의 교회 부흥은 어디로 갔는가? 어느 새 그 감격과 감동이 사라져 버린 것인가? 답답함과 슬픔이 썰물처럼 밀려든다. 교회들은 테러로 인한 순간적인 역반응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로 붐볐으나, 평정을 되찾아 가고 칩이 시행됨에 따라 교회는 또 다시 비어 간다.
칩은 작은 점보다 더 작아서 시각적으로 잘 띄지도 않으며 별다른 변화도 느낄 수 없다. 그 칩은 다이아몬드 점처럼 빛나서 이마와 오른손 등에 외관상 액세서리 장식 상품과 같이 선호한다. 그 칩만 투입하면 거추장스러운 신분증, 신용카드, 도장 등을 넣고 다니던 지갑이 필요 없는 편리함과 안전성에 사람들은 호기심과 유행에 따라 칩 투입을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칩이 없는 사람은 구석기 원시인 취급을 받으며 직장과 학교 생활에 불편과 따돌림을 받기에 이른다.
미국이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전 터를 이슬람권에서 유태인에게 돌려지게 해 주고 예루살렘 성전 건립을 추진하자 모든 카톨릭과 개신교의 교회들이 기뻐하며 축복한다.
김 목사는 교회 아래층에 던져진 부름 선교단의 전단지를 주워 들고 왠지 끌리는 느낌으로 놓지 못한다. 읽어보다가 전화 버튼을 누른다.
" 여보세요! 거기가 부름 선교단입니까? 네, 좀 갑작스러운데 혹시 이번 주 주일 저녁 예배 시간에 올 수 있습니까?
우리 교회 이름은 그루터기 교회입니다!"
김 목사가 무언가에 끌린 사람 모양 서두른다. 옆에 있던 손 사모가 은지를 재우며 한 마디 한다.
"뭘 그리 서두르세요? 성도도 많은데 기도도 하고 광고도 하셔야죠!"
"그러게...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구만!"
"우리 은지 어멈은 지금 어디 있을까요?"
"그러게 말이오!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이라도 알았으면 좋으련만......"
김 목사는 가슴 속 근심이 엿보인다.
부름 선교단은 그루터기 교회를 찾아간다. 김목사의 교회 주변을 맴도는 최목사를 본 희경이 묻는다.
"어느 교회를 찾으세요? 이 근방은 내가 잘 아는데......"
"오늘 우리가 갈 교회는 그루터기 교회입니다!"
희경은 최 목사의 말을 듣자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놀란다.
"이곳으로 오세요!"
상기된 얼굴로 희경은 김 목사의 사택으로 들어가 문을 연다.
'아무도 없어요?"
김 목사가 희경을 보고 놀란다.
"이게 누구냐? 아이구! 희경아!"
희경은 반색을 감추며 절제된 음성으로 마음을 전한다.
"다행이 살아 계셨군요! 부름 선교단 청하셨어요? 우리 은지 어디 있나요?
"
정신 없이 말하는 희경을 뒤따라온 부름의 일행이 보고 놀라 당황한다. 김 목사가 희경을 안고 눈물을 흘린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내 딸 희경아!"
손 사모와 은지가 방안에서 나온다.
"아이구! 희경아! 네가 왔구나!"
"은지야!"
p 93
방목사는 성산 교회 100여명 남짓한 교인들에게 힘주어 설교한다.
“......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만 아시는 것을 인간이 알려는 호기심이 범죄입니다! 선악과를 따 먹은 아담과 하와처럼 선을 넘지 맙시다. 적그리스도다, 짐승의 표다, 이런 말에 혹하지 마십시오! 그건 구원과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 교회 성도님 중에도 그 칩을 받았지만 우리 믿음은 변함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는 변함이 없는 줄 믿습니다.!
p. 164-169
희경의 독방 바닥은 전기가 흐른다. 묶어 놓지 않아도 고문이 고조된다. ......
“우리는 당신의 몸에 손을 안 댈 거야! 다만 당신의 선택이 있을 뿜이다! 우리는 칩을 강제로 주지 않는다! 오직 당신의 의지와 선택을 존종한다.”
희경은 몽롱한 눈길로 쳐다본다.
“당신은 이 칩을 받지 않을 경우 우리 나라의 범법자로 살게 되지만 이 칩을 받는다면 당신이 상상치 못할 놀라운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당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간수가 칩 하나를 보인다.
“받겠어요!”
지친 희경은 힘없이 말하고 고개를 떨어 뜨린다. 순간! 동일의 우렁찬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안돼! 받지 마!”
김목사의 얼굴도 떠 오른다.
“사랑하는 희경아!”
“아버지!......”
희경은 눈물을 흘린다. 간수는 가져온 소독 거즈를 준비한다.
“생각 잘 했어요! 맞을 때만 조금 따끔해요!”
“잠깐만요!”
간수가 희경의 이마를 거즈로 닦으려 하는데 희경이 막는다.
“이마보다 손에 해 줘요!”
“손 보다 이마가 편한데...원하는 데로 해요!”
간수는 주사기에 칩과 포도당 액체를 넣어 희경의 오른 손등을 거즈로 닦고 침 놓듯이 작은 주사기로 찌른다. 주사맞듯 따끔하더니 수정 조각 같은 것이 씨눈처럼 박혀 빛난다. 희경은 손등을 보며 미소 짓는다.
“예쁘다! 보석처럼...”
“예쁘죠? 칩의 진가르 좀 설명해 드리지요! 보석보다 얼마나 값진 보물인지 놀랄 거예요!”
“기분 좋네요! 진작 받을 걸.....”
“시장하죠? 밖으로 나갑시다!”
간수는 희경을 데리고 별천지 같은 세상을 보여준다. 대형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희경이 먹고 싶은 음식이 자동으로 테이블에 올라오고 분위기도 희경이 원하는 데로 변한다.
“정말 환상이네요!”
희경은 지옥에서 천국에 이른 것처럼 어제의 고통을 잊어버린다.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계산이나 영수증이 필요없이 그냥 나간다. 간수가 차를 몰고 온다.
“이 차는 김 회원님 전용 차입니다! 이 차에는 센서가 부착되어 이 차 주인집을 찾아가 줄 겁니다!”
“집이요?”
.....
아파트 출구에 들어가는데 음성이 들린다.
“어서 오십시오! 김희경 입주자님! 환영합니다!”
희경이 만족스럽게 엘리베이트를 타고 8층에 내려 그녀의 이름 김희경이라는 문패가 있는 집 앞에 이르자 문이 저절로 열리고 아담한 평수의 아파트 안은 마치 작은 천국과도 같다.
푹신한 침대로 좋았지만 옷장을 열어보니 희경의 몸 사이즈에 맞는 외출복 몇 벌과 속옷이 들어 있어 희경은 그 만족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내가 꿈꾸던 세상이야!”
희경이 욕실에 들어가 옷을 벗고 욕조에 들어가자 자동으로 따끈한 물이 사방에서 나오면서 마사지를 해 준다.
....
“웃겨 내가 바보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