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이방인(2013)
- 감독 : 김명준
- 다큐멘터리
- 출연 : 권해효(성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많이 설렜다. 이 영화의 감독 전작인 ‘우리학교’가 많은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대구 오오극장이라는 곳에서 상영을 하기에 종영되기 전에 재빨리 가야지 하는 마음에 가능한 날 중 최대한 빠른 날을 찾아서 갔다.
그라운드의 이방인의 내용을 살짝 다루자면, 해방 이후 한국에 야구가 도입되면서(그 당시에는 프로야구가 출범전이었으며, 고교 야구가 성행이었다), 앞서 나간 기술을 배우기 위해 ‘재일동포 학생야구단 모국방문 초청경기’를 했었다. 그 시절에 한국에 다녀간 선수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참고로 감독의 전작인 ‘우리학교’는 일본에 있는 재일조선인이 다니는 학교에 관한 영화이다.
남한의 필요에 의해서 초청받아 온 재일동포 학생야구단은 경기에서 승리 할수록 관중들의 반응으로부터 상처 받는다. 투수가 던지고 타자가 칠 때는 응원과 야유의 소리가 누구를 향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실책을 할 때 나오는 관객의 반응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재일동포 선수가 실책을 하면 다들 좋아하였다. 그리고 승리를 할수록 선수들은 주목받았고 한국인인데 한국말을 못하냐고 계속 질타를 받게 된다. 일본에서 조선인으로 받는 차별을 고국이라 여기는 남한에 와서도 한국말을 못한다고 차별을 받았다. 차별받는 그들을 보면서 너무나 속상하고 슬펐다.
8년 만에 다시 학교에 돌아와서 ‘정신건강과 상담’, ‘애착과 발달정신병리학’을 들으면서 일관되게 드는 생각이 있다. 사회적 시선의 영향이다. 수업 시간 자주 다루는 장애의 원인들을 보면 유전적 요인, 신경생리학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그것을 드러나게 하거나 강화하는 것은 사회적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다름과 틀림을 구분한다. 그렇지만 직접 내 일이 되는 경우에는 그렇게 하길 드문 경우를 많이 봤다. 피부 색깔, 성, 출신 학교, 장애, 머리 길이, 정당, 경제적 수준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름이 아니라 틀림을 기준으로 삼는 상황을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많이 느끼고 보고 듣고 있다. 무심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나도 틀림의 기준이 강한 남한 사회가 버거운 경우가 많다(정치적 생각, 어른을 대하는 행위 등 대구에서 주류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는 나는 대구로 다시 내려오면서 어느 정도 불편감을 느낄까 걱정은 아직 여전하다).
상담에 초점을 두어서 결론을 내보면, 상담자들은 다름에 대한 감수성을 부단히 노력하고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을 가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관심이며, 편견없이 관심가지고 만나게 해주는 힘은 감수성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다름을 대하는 우리의 포용력은 넓어지면서 더욱 건강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 가장 울컥했던 부분은 1982년에 방문했던 재일동포 선수들에게 제작진이 잠실야구장에서의 시구 계획을 얘기할 땐 “이름도 없는 선수들이 어떻게 시구식을 하냐”, “우린 그냥 아저씨인데” 등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름이 없어도, 그냥 아저씨여도 무언가를 할 수 있음에 그냥 울컥했다. 우린 그냥 소중한 존재, 의미있는 존재라고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다.
첫댓글 글 보고 댓글도 보니, 영화보고 토의 모임, 발전적 계승, 하고 싶네요~~~ 옛기억이 새록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