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로 풀어보는 시(時)시(市)한 이야기 – 7
딱! / 강상돈
요 며칠 술맛이 좋아 코 비뚤어지도록 마셨는데/ 오늘은 음주 단속에 걸리고 말았네/
시치미 딱! 뗀 담쟁이 낮달만 마셨다//
필자는 시를 만들어내는 시인이자, 다른 이가 쓴 시를 음미하는 독자이기도 하다. 필자는 A라는 작품을 통해 B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글을 쓴다. 그런데 어떤 독자는 필자의 의도인 B가 아니라 C를 이야기 하고, 다른 독자는 필자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D라는 메시지를 찾아내 이야기 한다. 시를 쓰는 재미이자 읽는 즐거움이다.
강상돈 시인의 ‘딱!’이라는 시가 가지는 표층적 메시지는 붉게 물든 담쟁이 잎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메타포(metaphor)는 ‘시치미’라는 어휘가 가지고 있다. 위의 시를 읽다 보면, 담쟁이가 아니라 최근 언론에 회자되는 몇 가지 뉴스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도 바로 그 메타포가 가지고 있는 속성 때문이다.
공식석상에서 다른 국회의원의 자제가 일으킨 사회적 문제를 맹공하며, 사퇴를 주장하던 어떤 의원은 자기 자식이 일으킨 사회적 문제를 ‘그냥 자식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시치미를 ‘딱’ 뗀다. 그나마 다른 한 국회의원은 속사정이야 모르겠지만, 며칠 버티다 사퇴를 해서 머리끝까지 치밀었던 울화가 이마까지는 내려왔다. 그 사퇴와 관련된 단어가 ‘화천대유’다.
‘화천대유'. 주역에 나오는 말로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을 가진 이 아름다운 단어가 요즘은 오물통 같은 대접을 받는다. 필자 같은 서민은 최근 눈 뜨고 귀 열면 들려오는 그 많은 가설들과 복마전처럼 얽혀 있는 인물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출자금 5,000만 원으로 577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고, 6년 일한 퇴직금이 50억이라는 것이 기가 막히는 것이다. 그 울화통이 졸시 한 편을 탄생시켰다.
로또를 기다리며/ 김종헌
인생/ 한방이라는데// 아파트는 너무 비싸서/ 주식은 잘 몰라서/ 비트코인은 더 낯설어서//
저물어가는 저녁 길/ 기댈 곳은/ 로또 한 방 뿐//
금요일 마다/ 성지 순례하듯/ 로또 명당을 찾아/ 주(週) 기도문을 올린다//
자동! 두 장 주세요//
하루 쯤 / 헛된 꿈에 취해 살아도/ 신이 용서해 줄 것 같은 나이라는// 똥배짱이다//
우리 같은 서민이 기대하는 나라는 말 뿐이 아닌 실제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운’ 국가이다. 그러나 작금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기회는 가진 놈에게, 과정은 아는 놈 끼리, 결과는 지들끼리 나눠 갖기’인 진짜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진중권 교수 외 공저)’와 ‘두 번 다시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 나라(김종혁 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결국 리더의 부재가 만들어 낸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지자체장이든 갖추어야 할 덕목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노자 도덕경의 핵심인 ‘상선약수(上善若水)’의 덕목을 갖춘 리더를 만나지 못하고, 늘 사안이 발생하면 남의 탓이나 하고 자신의 잘못에는 시치미를 딱! 떼는 이들을 더 많이 만나기 때문이다. 최근 양당의 경선과정을 지켜보면서 내년 선거가 걱정이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뽑아야 하는 데, 그 차선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필자의 바람은 단순하다. 금요일 마다 로또를 사러가는 국민이 한 사람이라도 적어지는 나라를 만들어갈 리더! 내년에는 그를 만나고 싶다.
김종헌. 시인. 설악문우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