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괴물> 감상문
영어교육과 2021190262 임찬호
같은 사건을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기법은 진실을 알아가는 관객의 행위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진실을 가리는 주관성에 대한 인식을 알려준다는 점에서도 여운을 주는 방식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도 마찬가지였으며, 파트를 바꿔감에 따라 한 꺼풀씩 벗겨지는 진실을 알게 되며 사건을 파악하는 것이 의미있는 체험이었다. 이 체험이 특히나 여운이 남은 이유는 인물들의 설정에 있었다.
사오리는 미나토의 어머니다. 어머니야말로 주관성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편적인 부모는 자식에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앞뒤 안 보고 자식 편을 든다. 사오리 역시 아들 미나토의 거짓말을 받아들이고, 또한 본인의 시선에서 목격한 사건들을 통해 아들에 대한 걱정이 커졌기 때문에 섣불리 호리 선생님을 괴물로 보게 되었다. 호리는 미나토의 담임 교사다. 사오리의 시선과 달리 호리는 괴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학생을 위하는 면모를 보여주며, 계속해서 우연히 씌워지는 누명 때문에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인물이다. 물론 미나토를 원망하는 순간도 있지만, 교장의 묵살 지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아 호리의 시선에서 교장 선생님이 괴물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여담으로 교장은 자신이 괴물임을 인정하는 모습이 암시된다. 마지막으로 미나토다. 미나토가 한 행동은 호리를 누명에 씌우는 등 용서하기 힘든 것들이지만 그래도 미나토는 너무 어리다. 학교라는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딘 초등학생들은 집단이라는 개념을 체험할 뿐만 아니라, 그 안의 구성원과 상호작용하며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어느 날 요리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왜 요리가 괴롭힘 당하는 것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애초에 요리에게 생기는 감정은 무엇인지 등 사회는 미나토가 알기 어려운 것 투성이다. 미나토 입장에서 괴물은 자신의 알 수 없는 마음, 또는 그를 둘러싼 사회 집단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빅 크런치’를 뚫고 나온 미나토가 다시 태어난 것은 없다는 말을 한 것일 것이다.
각기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구성되는 세 파트를 통해 관객은 괴물을 지속적으로 바꿔가며 지정한다. 사오리의 시점에서의 괴물, 호리의 시점에서의 괴물, 미나토의 시점에서의 괴물은 모두 다른데, 정황상 진실에 가까운 미나토의 시점에서 바라보고나서야, 즉 영화의 후반부로 가고 나서야 앞 부분의 의심들에 오해가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괴물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애초에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