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뜸했네요.
지난 6월 23일(토), 속리산에서 있었던 동기모임에 가면서 산행장비를 챙겼습니다.
가는 김에 '충북알프스'라 불리는 속리산 서북능선을 탐방하고 오자고 머리를 굴린 것이지요. *^^*
파업관련으로 연일 뉴스의 초점이 되는 현장 분위기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정치적 환경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럴수록 한 발 비켜나서 객관적으로 관조(觀照)하고 사색(思索)하기에 산행만한 것이 없답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주말이면 마음은 산으로 달려갑니다.
다음은 개인 블로그와 회사 게시판에 두 꼭지로 나누어 소개한 서북능선 산행기 한묶음입니다.
<속리산 서북능선 산행기>
코스 및 소요시간 :
07:20 신정리 출발 ~ 08:00 매봉방향 능선 ~ 09:30 상학봉(20분 휴식) ~ 10:40 묘봉(20분 휴식)~12:50 관음봉(30분 휴식)~14:00 무명봉(점심식사 30분)~15:00 문장대(20분 휴식)~17:35 관광단지 하산완료
산행일자 : 2007. 6. 23(토) 날씨 : 오전 흐림, 오후부터 빗방울 들기 시작하여 저녁에는 많은 비
누구랑 : 짝지랑 둘이서
이번 속리산 서북능선 산행은 밥상차리면서 숟가락 하나 더 보태는 것과 같은 '덤'이었다.
그것도 장마비 예보가 내려진 가운데 잠시 소강상태를 이루는 '틈새산행'으로...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주객이 전도'된 멋진 산행이었다.
초등학교 동기모임을 속리산에서 갖는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옳거니! 이번 걸음에 서북능선을 타고 오자.'
고향(보은군 수한면)이어서 그간 속리산을 자주 간 편이지만 유독 '서북능선'은 미답구간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까 일요일까지 장마비 소식이어서 아내와의 동행이 망설여진다.
하지만 어차피 가는 걸음, 비가 오면 오는대로 현지 사정에 맞춰 조정할 요량으로 장비를 챙겨 하루 먼저인 금요일 저녁에 출발했다.
서북능선(묘봉) 코스가 생소한 분은 아래 지도에서 왼쪽 상단에서 붉은색 실선을 참고하면 된다.
노란색은 차량 이동경로, 파란점선은 활목고개에서 매봉을 거치는 코스표시다.
보다시피 서북능선은 외지고 한적한 코스다.
미리 산행정보를 확인한 터라 신정리를 들머리로 하여, 문장대까지 오른다음 날씨나 상황에 따라 바로 하산하거나 주능선을 더 걷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일찍 속리산 관광단지 숙소에서 출발하여 어렵지 않게 찾은 신정리를 지나쳐 소로를 따라 좀 더 오르니 넓은 주차장이 있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그 넓은 주차장을 독점한다.
마사토길로 들머리를 찾아 오르는데 이슬 머금은 원추천인국과 농익은 산딸기가 발걸음을 유혹한다. 새의 부리를 닮은 커다란 바위가 인사하듯 서있다.
묘봉과 상학봉 갈림길 표지에서 좀 더 먼 코스인 상학봉쪽(매봉 방향)을 택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묘봉까지 이정표상의 거리만 생각하고 만만한 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산행 초입에 하늘을 찌를 듯 쭉쭉빵빵 들어선 낙엽송이 , 어서 오시라고 사열을 하며 기다리는 것 같다.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숲길을 헤쳐 오르려니 이슬로 인해 금방 바지가 축축해진다.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아서 땀이 비오듯 흐른다.
이윽고 올라선 능선에서 보는 조망은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뒤 돌아 본 암릉, 오른쪽 고개길 흔적이 보이는 곳이 활목재, 산행을 시작한 신정리는 앞에 보이는 암릉 너머 왼편이다.
막상 올라서 보니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암릉코스라서 결코 만만하게 볼 길이 아니었다.
시원스런 절벽/ 바위가 쪼개져서 이루어진 틈새바위도 많고, '개구멍' 바위길도 많은 코스다.
수십폭 병풍처럼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진 절경이 수시로 모습을 달리하며 펼쳐진다.
아름다움에 반해 탄성을 지르는데 눈이 느끼는 감동만큼 몸뚱이의 고달픔은 비례한다.
바위틈새를 비집고 생명의 뿌리를 이어가는 소나무의 굳센 생명력
상학봉이 시야에 잡힌다.
손에 잡힐듯한 거리지만 암릉을 오르고 내려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동시간이 많이 걸린다.
세월은 바위를 깍아 절벽을 만드는가 하면 울룩불룩 굴곡을 이루며 곡선미를 조각해 놓기도 하였다.
이 아름다운 절경을 보려면 그에 걸맞는 수고를 해야하지, 암!
개구멍 바위를 지나면 기다리는 절벽이 있어 밧줄을 타고 오른쪽 암벽을 올라야...
상학봉 ~ 묘봉 구간은 재미와 스릴이 공존하는, 난이도가 제법 높은 코스였다. 열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더 설득력 있으니 아래 그림을 보시기 바란다.
실제는 몇 군데 구간에 나누어 있는데 편의상 한 곳으로 모은 것이다. (묘봉까지 산길을 전세낸 듯 아내와 둘만의 오붓한 산행이었으니 도리없이 짝지가 모델로...*^^*)
이 코스에는 갈라진 바위틈새 길이나 이른바 '개구멍'으로 통하는 좁은문도 유달리 많다. 서서 통과는 즐거움이지만 엎드려~기어서 통과(맨 아래)는 만만치 않은 난관이다.(역시 한 곳으로 모음)
묘봉을 지나 문장대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날씨와 빛 방향으로 인해 관음봉까지만 희마하게 보인다.
상학봉(834m) 꼭대기는 커다란 바위인데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제일 높은 정상석 자리에는 기초만 있고 정작 비석은 정상바위 아래에 있다.
전망좋은 바위 꼭대기에서 걸어 온 암릉을 돌아보니 바위가 나무가 어우러져 만드는 풍경이 빼어나다.
오랜 세월 풍화작용이 빚어 낸 기묘한 형상의 바위.
필자 눈에는 부처님 옆모습이 보이고 다른 형태의 동물像이 겹쳐진 것 같다.
암봉은 보는 방향에 따라서 아주 다른 모습과 다른 이미지를 연출한다.
묘봉 못미쳐 암릉(860m)이란 표지석이 있는 봉우리가 신정리에서 바로 오르는 길과 활목재(상학봉) 방향 갈림 길이다.
이윽고 도착한 묘봉(874m)
수십명이 쉴 수 있을만큼 넓직한 너럭바위가 있는데 이 곳도 상학봉과 마찬가지로 정상석을 세웠던 자리엔 기초만 있고 정작 돌은 없다.
묘봉 정상 커다란 바위 아래에 '故 고상돈 산악인을 기리며' 나무팻말, 누가 어떤 연고로 세웠는지는....?
묘봉 정상 너럭바위에서 조망되는 속리산 주능선/ 왼쪽에 크고 높게 보이는 곳이 관음봉, 그 옆 표족한 봉우리가 문장대
오른쪽으로 주욱~ 이어지면서 문수봉 비로봉을 지나 맨 오른쪽에 밋밋하면서 높게 솟은 봉우리가 속리산 정상이다.(천황봉 1,058m)
묘봉에서 관음봉을 지나 문장대까지 이어지는 서북능선
오른쪽에서 부터 활목재에서 출발하여 미남봉 ~ 매봉 ~ 상학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의 멋진 암릉구간(아래 사진 두장)
887봉에서 본 관음봉과 문장대를 지나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갈라진 바위틈새로 바라 본 관음봉
관음봉 정상 부근에서 뒤돌아 본 묘봉 ~ 상학봉 ~ 매봉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 '서북능선'
관음봉 정상에 섰다. 문장대에서 오른쪽 천황봉까지 이어지는 속리산 주능선
오전 내내 걸어 온 능선을 뒤돌아 보니 시나브로 걷는 걸음이지만 제법 먼길을 거쳐왔다.
속리산에는 칼로 쪼갠듯 갈라진 바위가 유달리 많다.
관음봉 전망도 빼어나다.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날릴 듯 찌푸린 하늘이라 시야가 맑지 못하다.
두 쪽으로 갈라진 높다란 바위 위에 동그마니 올라앉은 관음봉(982m) 정상석
문장대에서 동쪽(대간길)과 중간(동북), 그리고 서북능선 등 세 갈래로 흘러내린 암릉이 과연 절경이다.
관음봉에서 문장대를 거쳐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천황봉은 일제의 잔재라는데 속리산 천황봉도 천왕봉으로 표기해야 하는지?)
관음봉과 문장대 중간, 무명봉에서 다소 늦은 점심을 먹는데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한다.
온 길을 뒤 돌아본 전경이다. 관음봉 너머 묘봉 ~ 상학봉 일대가 아스라히 멀어졌다.
사진을 찍느라 뷰파인더로 보니 어렵쇼? 집채보다도 큰 거북이 한마리가 산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다.
등에 자란 소나무가 바위를 쪼개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점심식사를 한 너럭바위에서 앉은채로 관음봉을 바라보며 다시 한컷 .
서북능선에 수많은 바위는 화강암이어서 풍화작용에 의해 바가지나 세수대야 크기의 작은 홈이 파여져서 고여있는 빗물로 탁족의 즐거움을..^^*
문장대에서 흘러내린 대간길과 지능선상의 암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소 사진으로 접하던 문장대는 대피소 방향에서 찍은 것이다. 이 사진은 그 반대편에서 본 모습이다.
주위 능선의 암릉이 아름답기 그지 없지만 그 중에서도 문장대는 群鷄一鶴의 위엄을 나타내기 충분하다.
빗방울이 어중간하게 날리니까 사진을 찍기도 불편하고, 안 찍을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다.
고도의 정교함을 요하는 카메라는 습기와 충격에 취약함을 알지만 하늘이 허락한 멋진 장면을 놓칠 수가 없으니 어쩌랴.
빗방울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으려니 렌즈에 습기가 차기 시작한다. (자동차처럼 카메라도 주인을 잘 못만나서 고생이다)
바위와 나무의 어우러짐,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의 조화, 사선과 더불어 만들어 내는 자연미를 만끽한다.
문장대(1,054m)는 속리산 제2봉이다.
그러나 속리산을 찾는 이들에게 친숙함과 더불어 사랑받기로 친다면 문장대가 단연 으뜸이라 생각한다.
빼어난 경관과 조망, 그리고 잘 정비되어 거의 항상 개방되어 있는 등산로이기 때문이다.
문장대에서 비로봉을 거쳐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이다.
이 구간은 주능선답게 전망과 경치가 빼어난 코스로서 청법대 신선대 입석대 등 아기자기한 암릉으로 이어진다.
문장대 ~ 천왕봉 구간 중간에 법주사로 하산하는 길이 많아 체력 시간에 따라 코스를 조정하기 좋다.
법주사까지 중간 지점인 세심정을 기준점으로 주능선 등산로가 부채살처럼 펼쳐져 있어서 어느 길로 내려가든 세심정에서 다 만나게 된다.
문장대에서 본 충북알프스 '서북능선'
문장대에서 밤티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주능선에서 가지를 친 지능선상의 암릉부
금강산 만물상 바위가 연상되는 문장대 북서쪽 지능선상의 암릉
같은 서북능선이라도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아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장대를 떠받치는 바위틈새로 바라 본 서북능선
앞에 능선과 암릉이 문장대에서 밤티재로 내려가는 백두대간 길로서 이곳 또한 멋진 절경과 더불어 주의가 요망되는 험로다.(출입금지 구역 ^^*)
오른쪽 암봉은 주능선 문수봉에서 뻗어내린 지능선이다.
위 사진에서 우측상단 암봉만 클로즈업.
지능선을 다 가보기는 쉽지 않으므로 문장대에서 한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밤티재로 내려가는 대간길 주능선과 곁가지로 뻗어 내린 지능선을 다른 위치에서 본 모습이다.
문장대에 머무르는 동안에 빗방울이 잦아졌다.
마음같아서는 주능선을 더 걷다가 비로봉 쯤에서 하산하고 싶은데 짝지와 동행인데다가 비가 내리니까 이쯤에서 욕심을 접었다.
문장대에 거의 다 오를 때까지 비를 참아 준 날씨가 얼마나 고마운지, 속리산 산신령님이 특별히 내린 축복이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세심정과 법주사를 거쳐 17:35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관광단지 광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약 10시간에 걸친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참고자료 추가>
묘봉 등산안내도/ 신정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상학봉 ~ 묘봉을 돌아오는 부채꼴 원점회귀 산행코스도 좋다.
서북능선을 활목고개에서 출발하여 미남봉 ~ 매봉을 거쳐 상학봉으로 오르는 것이 제대로 된 서북능선 종주라는 생각이다.
활목고개에서 묘봉까지만 오른 뒤에 신정리로 내려가는 것도 좋겠으나(혹은 역 방향) 이 경우 교통편(차량회수)이 애로점이겠다.
<끝> |
첫댓글 휴 재밋게 다녀왔다..
12일날은 더 재밌게 갔다 옵시다.
잘!^^
목요일날은 더~~~~~~잘^0^
평목 정기산행 구간과 비슷해서 한번쯤 보고 가시면 도움이 되시라고 올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