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로마노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투구새우가 무엇이며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0.1%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풍년새우’는 어떨까? 지난해 초부터 농산물위원으로 참가하여 전국 여러 지역의 한살림 생산농가들을 방문해서 논과 밭을 살펴보고 생산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온 필자도 지난 6월 30일 괴산 솔뫼에 일손돕기를 겸한 산지점검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그 이름도 생소한 투구새우를 잘 알지 못했다. 듣자하니 그 동안 몇차례 매스콤을 탓다고 한다.
그 날은 한살림조합원 생산농지에 가서 농작물들을 점검하고 재배과정을 살피며 농민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다른 점검활동보다 실제 벼가 자라고 있는 논에 들어가 피를 포함한 잡초를 뽑아 부족한 일손을 돕기로 하고 일부러 경작규모가 작은 소농으로 귀농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한지 이제 4년째인 박일경님의 논을 선택했다.
우선 여장부 김순기님이 이끄시는 솔뫼한살림공동체 본부로 가서 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김 대표,한창용 영농부장,김용달,김의열,이병욱님들과 정자에 마주 앉아 차를 나누며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 카톨릭대학생들이 농촌봉사활동차 와서 일을 돕고 있었다. 파종부터 시비,병충해,수질관리 등 농사일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대화가 오갔는데 50대 후반으로 친환경농사 8년째인 한부장님께서 오랜 농사경험에서 걸러지고 친환경농업에 대한 확신과 열정으로 다듬어오신 전문적인 노하우로 농사짓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여주셨다.
특이한 것은 그 동안 널리 알려진 오리나 우렁이를 이용하는 것 외에 논에서 자연발생한 풍년새우와 투구새우를 잡초제거에 활용한다 는 사실이었는데 옆에 계신 다른 생산조합원은 “투구새우를 외지로 반출할 경우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있다.” 고 하셨다. 잠시후 정자 옆의 논에서 그 귀하신 몸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새우들은 ‘농약에 오염되지 않고 유기물이 풍부한 논에서 자연히 발생한다.’ 고 했다.
풍년새우는 몸이 거의 투명하고 두 눈알만 네모난 머리 양쪽 끝에 검게 붙어 있는 작은 민물새우 종류로 얼핏 보면 알에서 깨어난지 얼마 안된 어린 피라미 형태를 띠고 있다. 환경과 나이에 따라 어떤 것은 녹색, 어떤 것은 밝은 갈색을 띠고 있기도 한다. 다 컷을때 길이가 2 - 3 센티미터이다. 관행농법으로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논에서 이 새우가 보이면 ‘그 해 풍년이 들것 이라고 농민들이 좋아할 정도로 논이 오염이 덜 됐고 그 만큼 유기물, 즉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지표로 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투구새우는 그 이름만큼 모양도 특이하다. 위에서 보면 마치 옛 전사들의 얼굴을 가리는 투구처럼 긴 타원형으로 생긴 단단한 껍데기를 머리와 상체 위에 붙이고 다니는 것 같은데 꼬리는 바늘처럼 가늘고 곧은 두 개의 꼬리가 몸체 끝에서 갈라져 뻗쳐 있다. 가슴과 배 부위에 모두 28 - 30 쌍의 다리가 붙어 있는데 전체적인 모양이 얼른 보면 올챙이 같다. 3억년 전의 고생대 지층에서 발견되는 화석 삼엽충과 거의 똑 같아서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린다. 오염이 안되고 유기물이 풍부한 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며 그 숫자가 적어서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두 새우 모두 거의 쉴새 없이 몸을 움직이면서 먹이활동을 하는데 논바닥의 진흙을 파헤치고 물에 풀어 뿌연 흙탕물을 만들어 그 가운데 유기물들을 섭취하고 그 흙탕물 때문에 빛의 투과가 제한되어 물속의 광합성이 어렵게 됨으로써 잡초의 발아와 생육이 저하되게 하는 자연스런 활동을 하면서 병해충의 유충과 잡초의 여리고 작은 싹들을 갉아 먹는다. 이 새우들은 이렇게하여 잡초와 병해충 관리를 동시에 돕는 친환경농부에게 소중한 농사도우미가 된다고 했다.
점심식사를 나눈 다음 일손돕기 현장 박일경님의 논으로 갔다. 이슬비가 조금 내리긴 했지만 개의치 않고 함께 간 농산위 위원 5명 모두 거머리와의 일전을 불사하고 찾아갔건만 논에는 피는 거의 보이지 않고 수백평의 넓은 논에 잡초라곤 눈을 씻고 찾아야할 정도로 적었다. 함께 간 논살림위 간사님께서 준비해오신 도구로 논에 사는 수생동물들을 채취하여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투구새우와 풍년새우,게아제비,우렁이,물자라 등 다양한 생물들을 건져 올려 도감과 비교해보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논 주인은 서울에 살 때 지금 중 3이 된 아이의 아토피가 극심해서 가려움증으로 온몸을 긁으면 진물이 나서 옷이 팔에 달라붙어 밤에 잘 때 옷을 벗고 팔을 로봇처럼 벌리고 큰대자로 자야했고 초등 3학년 때는 그 때문에 자퇴까지 하게 되어 귀농을 결심하고 전국을 누비며 찾다가 괴산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제 아이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도시민의 귀농에 통상 따라다니는 여러 어려움들은 한 살림공동체의 도움으로 크게 고생하지 않고 극복해오고 있으며 아직 영농규모가 적어 부족한 수입은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고추장과 엿기름 공장 등의 작업에 나가는 것으로 일부 보충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처음 내려올때 습관화된 조급증이 이제 많이 사라지고 느긋하고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익혀졌으며 ‘돈은 옛날처럼 잘 벌진 못하지만 가족들이 건강해지고 아이의 병원비를 대신 벌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만한 귀농이라면 우리도 한번 감행해볼만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