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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은빛의 별】
뚫려버린 지붕위로 무수의 총탄들이 햇볕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며 날아다녔다.
허무하게 부서져내린 지붕의 파편들이 가구들을 모조리 깔아뭉개버렸다.
자욱하게 핀 먼지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무척이나 푸르게만 보였다.
물론,이 상황은 매우 끔찍한 상황이긴 했지만 이 이상으로 끔찍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허탈한 웃음이 입가를 비집고 새어나왔다.
머릿속엔 절로 욕들이 터져나오며 혼잡스러워졌다.
아버지는 마족..통칭 [monster]였다.
언제부터 마족이 '괴물'이란 통칭으로 변해버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인간들은 어쩌면 그 막대한 마력을 시기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단지 정말 그냥 그 힘이 무서웠을 뿐일지도.
어쨌던 인간들은 마족들을 마치 쓰레기 취급했다.
마족또한 그런 인간들의 반응에 반감을 갖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어느샌가 분명히 공존하고 있음에도 불과하고 피빛의 '경계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원인모를 마족각성현상에 의해 광마현상[狂魔現象]이 일으키는 마족도 생기기 시작했다.
정확히 광마현상이란 마족 자신이 자신의 힘을 억누르지 못하고 미쳐버리는 현상으로,
대부분 그런 경우 어느순간부터 인육을 하거나 무자비하게 인간이나 반마족,간혹가다 같은 마족을 살해하는 일도 있었다.
어쨌던 서론은 둘째쳐두고.
갑자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지,
대립하던 마족과 인간과의 경계선이 깨끗히 깨져버렸다.
드디어..예상했던 전쟁이었다.
전쟁의 원인은 마족들의 대량 광마현상으로 인한 폭주로써,
마족들은 점점 인간의 자아와 형태를 잃어 마구잡이로 인간을 해쳤다.
광마현상의 영향권에는 아버지도 속수무책이었다.
날아온 포탄에 지붕이 산산히 부서졌고,필사적으로 자아를 억누르던 아버지는 지붕이 날아감과 동시에
자아를 보관하던 상자에 구멍이 뚫려버린 듯이 자아를 잃고 괴성을 지르며 각성해버렸다.
나와 어머니,그리고 자신의 쌍둥이 오빠는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샌가 아버지의 손은 은빛의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있었고,나가는 문은 철저히 봉쇄된 상태였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 것인지,인간인 어머니와 위저드..즉 인간과 마족의 혼혈아인 반마족은 광마현상에 휩쓸리지 않았다.
뭐,죽기 일보직전인 상황에서 안심할 판은 아니었지만.
평소의 온화한 아버지의 미소가 사람이 달라보일 정도로 기괴하게만 보였다.
그도 그럴듯이,누가봐도 아버지는 미친사람이었다.
눈은 이미 흰자를 다 드러내고는 알수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자신들을 먹을 생각인 듯,은빛의 별빛같은 칼날이 되어버린 손을 반대편 손으로 살짝 쓰다듬으며
천천히,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다가왔다.
입가에는 침이 줄줄 흘렀고,이는 흡혈귀처럼 날카롭게 변한 이를 들어낸 채
개처럼 혀를 길게 내밀고는 헉헉거리기에 바빴다.
'키..키키킥...흐하학...머...먹..먹이..흐하카..맛..있겠..흐흐...다....아..하..'
아버지(이미 아버지라고 부를 상황도 아니다만)의 오싹한 말에 셋은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아버지는 그런 우리들이 뭐가 그리고 재미있었는지 히죽거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깔보는듯한 눈빛으로 셋을 바라보았다.
'바라보았다'라고 해도 흰자가 데굴데굴 돌아가는 것만 보였지만.
셋은 그의 눈빛에 더욱 놀라며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곧 차가운 벽에 막혀 그자리에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그런 우리들이 더욱 재미있어졌는지 마치 놀리듯이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발자국씩 딛을때마다 어머니와 오빠의 몸이 심하게 경련했다.
특히나 몸이 약하던 나의 사랑스런 이란성 쌍둥이인 오빠는 약시간을 지나쳐 이미 몸에 부담이 오기 시작했다.
그의 혈색은 이미 새파랗게 변해버려 죽은게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어머니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오빠와 나를(특히 오빠를)강하게 감싸안았다.
그리고 마치 자신들을 보호하기라도 할것 처럼 몸을 웅크리고는 우리들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아버지는 이제 죽일 작정을 한 모양인지,즐기던 모습과는 다르게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며 자신들에게로 다가왔다.
혈색이 안좋던 오빠는 결국 힘겹게 눈을 뜨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어머니는 그런 오빠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난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본 아버지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먹이를 갈망하는 맹수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는 즐거운 듯이 입꼬리를 올리는 괴물을..
어머니와 오빠는 그 '괴물'을 보고 온몸을 떨어댔다.
비단 그건뿐만이 아니라,뿜어나오는 살기는 자기 자신을 '죽음'의 문턱앞에 서게 만든 기분이었을것이 분명하다.
7살의 작은 고사리손이 어머니의 옷소매를 쥐어뜯을듯이 잡았다.
아버지는 그런 내가 귀여워 죽이고 싶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가 길게 처진 혀로 자신의 입술을 흝었다.
그리고는 즐거운 듯이 히죽대며 자신들에게로 다가왔다.
어린 나이에 무슨 용기였는지,분명히 떨고있음에도 불과하고 나의 눈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느새 성큼성큼 다가와 날카로운 손을 치켜올렸다.
왠지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얼마전에 학교에서 배운 기초방어마법이 생각났다.
어쨌던 자신도 어리긴 하지만 위저드이니 조금은 막아볼수 있을 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에선 약간 긴듯 싶은 주문이 읊어졌고,아버지는 조금 뜸을 들이는 듯 싶더니만 날카로운 팔을
어머니의 등에 꽂아내리려고 했다.
나는 순간 눈을 질끈 감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도 난 정말로 겁이 없는..아니 무표정한 아이였다.
아마도 감정이란 것 자체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것 같다.
그런내가 눈을 감을 정도라니,어지간히 무섭기는 한 모양이다.
'키키키킥...'
'..아크롤로트..셀런.....젠....「실드」!!'
칼날이 1cm남짓한 거리를 남겨두고는 방어막이 쳐졌다.
아버지의 칼날이 방어막을 맞고 튕겨나가자 아버지도 그 반동에 의해 휘청거렸다.
그것도 잠시,아버지는 더욱 화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허옇게 돌아가버린 눈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뭐,꼭 그렇지 않아도 장당히 거부감이 드는 몰골이긴 했지만.
난 자신을 감싸안은 어머니의 팔을 풀었다.
어린녀석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방어진을 빠져나와 당당하게 서있었다.
누가 봐도 미친짓이긴 했다만,최후의 수단이다.
자신이 미끼가 되면 어쩌면..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어머니와..나의 분신이 살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머니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손목을 붙잡았지만,난 벌떡 일어나 방어진 영역권을 벗어났다.
나는 수업시간에 배운 적이 있는듯한 자신이 아는 최대의 공격마법의 주문을 읊었다.
그래봤자 작은 생쥐한마리를 겨우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불덩이를 만들어내는 마법이긴 했지만
어차피 목적은 '유인'이었기 때문에 그런건 상관 없었다.
문도 무너져내린 벽돌더미에 막혀있건만,자신이 그를 유인하면 둘이 도망쳐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조금만 냉정해져서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고 미친짓이긴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도저히 냉정해 질 상황도,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루콰이르 클레이츠..레온..클루즈...「화이어볼」..'
'키키킥..소용..히히..없다..캬히히..'
소용없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우습다는 듯이 힘을 짜내어 만든 마법을 가소롭다는 듯이
자신의 손으로 냉정하게 쳐내버렸다.
날카로운 은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그의 '손'은 미스릴 성분으로 만들어져 있는것인지
전혀 손상이 없어보였다.아니,오히려 더욱 반짝이는것만 같았다.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라는 듯 자신의 옆구리를 날카로운 손으로 사정없이 잡아 뜯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돌진하여 방어진을 뚫어버리고는 날카로운 자신의 손으로
....어머니의 등을 사정없이 찍어내렸다.
'키킥..이쁜...이쁜..머..리..여자..맛있다..맛있어..'
내장이 배밖으로 나와 축 쳐져있었다.
눈앞이 흐릿해서 곧 쓰러질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어머니의 등을 찍어내리는 아버지의 모습과
붉게 물은 은색의 별을 너무도 선명하게 자신의 눈에 비추었다.
가뜩이나 흐릿한 시야를 눈에서 흘러내리는 따뜻한 액채에 가렸다.
어머니는 이미 즉사한듯 싶었다.
붉은 액체가 자신이 있는 곳까지 흘러내려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피와 섞여 뒤범벅이 되었다.
아버지는 한참을 어머니의 시체를 바라보더니 꺼진 배를 채우듯이
죽어버린 어머니의 육신을 맛있다는 듯이 뜯어먹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무언가,알수없는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증오인가,아니면 환희인가.
어쨌던 그딴건 지금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굉장히 슬펐고,그리고 이 이상한 감정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심장은 곧 터질듯이 두근거렸다.
기분나빴다.징그러운 느낌.
혈관에서 부터 심장까지,무수히 벌레들이 들끓는 느낌.
더이상..참기 힘들었다.
'으..흑...아아아아아악!!!!!!!!!!..ㅅ...으...하아아아아!!!!!!!!!!!!'
무언가 알수없는 힘이 몸속 깊숙한 곳에서 터지는 느낌.
어디서 온것인지 알수없는 마력이 온몸을 지배했다.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그것은 스스로가 무의식적으로 깊숙이 봉인해뒀던 마력이 터져나온 것일까
아니면 분노가 만들어낸 일시적인 힘일까.
하긴..이제 어느쪽이든 상관없었다.
난 내 눈앞에 놓인..아버지란 탈을 쓴 괴물을 죽이고 싶었다.
저건 아버지가 아니다.괴물이야.단지 미쳐버린..괴물.
용서 못해!!!!
죽여버리고 말겠어..!!!!!!!!
'으아아아아아아아!!!!!!!!!!!!!!!!!!!!!!!!!!!죽여버리겠어어어!!!!!!!!!!!!!!'
자신의 목에서 도저히 어린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괴성이 터져나왔다.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벽'은 완전히 날아가버렸고,언듯 보인 자신이 오빠도 흙먼지에 묻히는듯 싶었다.
눈앞에 있던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쓰러져버렸다.
신체의 반정도가 폭발에 의해 손상된 것 같았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났다.
괴물에게로 다가가자 괴물은 남은 한쪽 팔로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였다.
자신이 다가가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팔을 떨구고 있었다.
어느샌가 돌아온 검은 눈동자로(그래봤자 한쪽밖에 없는 눈이긴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사형당할 죄인같았다.
..죄인이긴 했다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어째서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는지는.
자신을 공격하고..어머니를 잡아먹고...그런 미쳐버린 괴물이 안타까웠단 말인가..?
작은 발이 그가 누워있는 곳까지 다가갔다.
그는 멀쩡한 자신의 손으로 떨어져있는 날카로운 칼날을 주웠다.
순간 흠짓거리며 뒤로 물러섰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무슨속셈인지 그는 칼을 자신에게로 건내주려고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술책이던 말던..이젠 괜찮았다.
이대로 죽어가는 그에게 죽는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다시금 천천히 다가서자 그는 칼날을 잡은 손으로 자신의 손을 같이 덥썩 잡았다.
날카로운 날에 손이 베서 피가 스며들었다.
그는 천천히 잡은 자신의 손을 끌어 자신의 이마로 갖다댔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한참을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도 잠시,그가 무슨 말이 하고 싶었는지 반만 남은 입을 힘겹게 움직였다.
뚫린 볼과 열린 입으로 반쯤 잘린 혀가 보였다.
저 상태로는 분명히 아무말도 하지 못하겠지.
그렇지만 힘겹게 무언가를 뻐끔대고는 만족했는지 씨익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았다.
이젠 모든걸 포기한..순교자나 지을 법한 미소.
말하지 않아도 알것 같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물론 그렇다고 특별히 슬픈것은 아니었다.
아니,슬프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도 자신의 눈물샘은 주인의 명령을 무시하고 멋대로 눈물을 흘렸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것이 내가 본 자상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자신도 같이 눈을 감은 순간.
은빛 찬란한 별이 붉게 물들었다.
....................................〈next〉
조금은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안녕하십니까,처음 인사올리는군요.작가 카리라고 합니다.
약간 지루하게 늘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던 나름대로 약간 그로테스트하게 쓰고싶습니다.
제 소설에선 제가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인물들은 가차없이 죽어나갑니다.
쓰다가 케릭터의 이미지가 마음에 안들거나 또는 이야기를 쓰는데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은
작가의 권한으로 사형합니다.[웃음
고로 아마도 거의 한 이야기당에 한명꼴은 죽어나갈것으로 예상
일단 굉장히 마음에 드는 소설입니다.
환타지라는게 주인공을 마음대로 죽이고 살리고 다치게 해도 되는 장르이니까요.
벌써 서장부터 둘이나 죽어나갔군요.하하.
주인공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조금 다루어봤습니다.
재미있으셨는지요,
이 이야기는 마족[Monster]와 반마족[wizard]그리고 인간[human]의 이야기입니다.
어느쪽인가 하면 제 개인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소설이랄까요.
보시면서 저처럼 즐기셨으면[?]좋겠습니다.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p.s 이란성 쌍둥이 오빠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_by 카리
첫댓글 너무 잘썻어영~
잘 쓰셧네요